어느새 2021년도 끝나간다. 올해도 회고를 남겨보자.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로 고생했다

나는 건강 관리를 잘 해온 편이었는데 올해 들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건강 관리에 매우 소홀해졌다.

특히 위염이 굉장히 심해진 한 해였다. 꽤 고생했고, 아직 진행중이다. 통증이 너무 심할 때에는 이러다 오래 살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한 끼만 밥을 먹어도 하루종일을 넘어 다음날까지 아프기도 했다. 꽤 오랫동안 매 끼니를 죽으로만 먹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위염을 어느정도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 아주 천천히 조금씩만 밥을 먹는다. 한 젓가락으로 밥을 콩알만하게 집어 먹고 꼭꼭 씹으면서 정말 천천히 먹어야 한다.
  • 가능한 한 밥이나 고기부터 먹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채소를 먼저 많이 먹어두고 식사시간의 1/3 정도가 흐르면 그때부터 밥과 고기를 먹는다.
    • 고기를 아예 안 먹기도 한다.

그러자 건강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퇴사를 하자 스트레스가 줄어서 그런지 조금 더 좋아졌다.

식탐이 많은 나에게는 괴로운 나날이었다. 예를 들어 치킨을 먹는다면, 먼저 10분간은 치킨무만 천천히 먹어서 배를 1/3 정도 채우고, 그 이후부터 치킨을 딱 두 조각만 먹고 식사를 끝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평소에는 거의 10분만에 식사를 마쳤는데, 요즘은 약 40~50분간 식사를 한다. (넷플릭스로 드라마 한 편 보면 딱이다.)

위염 문제는 10년 전부터 건강검진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위염은 남들도 많이 갖고 있는 문제인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살아온 것 같다.

그 결과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알았다면 늘 적게 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야근도 적게 했을텐데 후회스럽다.

내년은 경각심을 갖고 철저하게 관리해야겠다.

이직했다!

12월 10일부로 그동안 정들었던 컬리를 퇴사하고, 12월 13일부터 그린랩스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

좋은 제안을 주신 다른 회사들도 많았는데 건강에 대한 걱정도 있고 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이번 이직의 포인트는 Lisp의 방언인 Clojure를 사용하는 회사라는 것. 한번쯤은 Lisp을 하는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린랩스의 비즈니스 방향과 성장세도 마음에 들었고, 새로운 언어를 익히며 초심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무언가를 배우려면 그걸 사용하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참 좋은 방법인데, 이번에 Clojure를 배우고 익숙해지면 SICP도 독파를 해보고 싶다.

이제 입사한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이직을 잘 한 것 같다.

페어 프로그래밍에 푹 빠지다

8월 17일에 팀을 옮기게 되면서 새로운 팀 동료 최선혁님과 매일같이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었다.

놀라울 정도로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업무 처리 속도도 대폭 향상됐다. 그러면서도 작업의 질도 좋아져서 대단히 만족스럽게 업무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선혁님과 손발이 잘 맞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지난 메모를 돌아보면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좋았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있다.

  • 2021-09-06

요즘 회사일 재밌다.무조건 페어로만 코딩중. 나는 이 팀 도메인 지식이 부족해서 페어하면서 도움받고, 원래 팀에 계셨던 시니어 개발자님은 원래 나랑 서로 흠모하기도 했고 내 코드 디자인 스타일을 좋아하셔서 합이 잘 맞는다. 요즘 개발속도가 무지무지 빠르다. 3시간이 미친듯이 흐른다.

JetBrains의 CodeWithMe를 잘 쓰고 있다. 재택근무하는 3명이 함께 코딩을 하는데, 내가 테스트 코드 짜기 시작하면 한 명이 음성 대화하면서 fixture 만들고, 다른 한명이 구현체 시그니처 작성시작. 작업은 일단 내가 주로 주도하고 있어서 좔좔좔 끊임없이 계속 말해야 한다는 게 좀 피곤.

처음엔 둘이서 병렬로 두 개 파일 수정하는 게 빠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렇지 않다. 두세 명이 파일 하나 열고 스워밍하면 순식간에 뚝딱. 그리고 다음 작업 대상으로. 스타크 저글링 무리 중 한 마리가 된 기분. 속도감이 장난아닌데 퇴근시간 알람 듣고 "벌써?" 하고 놀란다.

그런데 CodeWithMe 문제 많다. 특히 여러 명이 같은 파일을 작업할 때 제일 윗줄 편집하던 한 명이 엔터치면 밑에 줄에 난리가 난다던가.. 컴퓨터 배터리도 엄청 잡아먹는다. 아답터 연결하고 작업중인 맥북 배터리가 줄고 있는 걸 보고 경악. 메모리 누수도 있는지 5시간 작업 후에는 재부팅해야했다.

작업은 이렇게. Slack hurdle로 내 모니터 화면 공유하면서 내 컴퓨터를 CodeWithMe 호스트로 삼아 동료 둘이 접속. 먼저 작업 요구사항과 TODO를 문서로 정리해 놓고, 문서의 체크리스트를 체크해가며 내려가는 식으로 함께 작업. 방심하면 목이 쉬니 옆에 생수통이랑 물컵을 필수로 갖다놔야 한다.

함께 작업하니 주의가 분산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혼자 작업하면 코딩하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 나타나서 파고들어서 코드 읽고 아 여기 이번에 고칠까 다음에 고칠까 지워버릴까 이런 고민하다가 시간이 무심히 흐르는데, 여럿이 하니 이런 일이 없다. 멍때리는 시간이 사라져서 몰입도 잘 된다.

  • 2021-10-08

짝 코딩에 뒤늦게 푹 빠졌다. 시간이 엄청 빠르게 흐르고 일도 엄청 빠르게 쳐낸다. 짝이 있어 다행이다. 다음 회사를 고를 땐 꼭 짝 코딩 가능한지를 봐야지.

앞으로도 많이 해보고 싶다.

올해의 대외 활동

마켓컬리 채용 설명회 라이브 유튜브

4월 6일. 마켓컬리 채용 설명회 라이브 유튜브에 출연했다. 나는 1:12:40 즈음부터 나온다.

인프랩 방문 강연

12월 2일. 최선혁님과 함께 인프랩에 놀러간 김에 강연과 Q&A 시간을 가졌다.

이 강연은 나중에 인프랩 소식지에 실리게 되었다.

[주간 인프런 #38] 주니어를 넘어서, 성장하는 개발자의 길

클래스101 라이브 클래스

12월 21일. 클래스101에서 라이브 클래스를 진행했다.

라이브 강연 구매 페이지

듀오링고를 열심히 하다

작년에 729일을 달성한 듀오링고를 올해에도 열심히 해서 10월 3일에 1000일을 달성했다.

I.F.O 게임을 열심히 하다

내 최고 점수는 10월 25일에 낸 것으로, 3way 176만9385점이다.

이 게임을 개발하신 Gon Lee님과는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올해 최고의 일기

올해 최고의 일기는 [[/memo/2021#2021-03-08]]{3월 8일}에 쓴 것 같다. 이 날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내가 입사한 후 업무와 별개로 팀을 위해 내가 가장 노력했던 건 팀에서 관리하고 있는 코드의 하한선을 높이는 활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상당한 수준으로 성공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은연중에 알고는 있었지만 어쩌다 표현을 하고 보니 확 와닿았다. 해낸 것이다.

환상적이라거나 엄청 멋있는 일을 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내가 한 일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었다. 지난 1년 4개월은 헛되지 않았다. 조금 감동했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엔지니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내가 해야 하는 업무와 별개로 그 하한선을 천천히 높여가는 같은 일을 다시 해야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미 해봤으니까. 어느 팀에 가건, 어느 회사에 가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평생 바라는 것은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내 단점도 아주 잘 알지만 그래도 내가 만족한 하루를 얻었으니 오늘은 스스로를 축하하고 칭찬하며 잠들 수 있겠다. 걱정도 근심도 많은 요즘이지만 적어도 오늘 저녁 퇴근하는 동안 나는 내가 바라는 인물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올해 재미있게 작성한 글들 몇 가지

  • [[/article/hierarchical-controller-package-structure]] -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험적인 패키지 구조로 개발한 경험을 기록해 보았다.
  • [[/java/feel-of-java]] - 제임스 고슬링의 1997년 글을 번역. 초기 자바의 컨셉과 고슬링의 생각 등이 담겨있다.
  • [[/java/javadoc]] - 그동안 JavaDoc을 작성하며 생각한 것들을 이 글에 정리해 보았다.
  • [[/summary-the-transaction-concept]] - 짐 그레이의 1981년 글을 번역. 트랜잭션 개념을 정립한 그의 생각들이 쉽고 흥미롭게 전개된 글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올해 재택근무 환경을 구성한 기록

1월 11일

32인치 모니터를 하나 더 사서 위아래로 배치했다. 아래의 사진은 5월 16일에 찍은 것.

5월 16일 책상

8월 14일

문득 책상이 없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에서 책상을 빼고, 모니터와 키보드 등을 책꽂이로 쓰고 있는 바 테이블에 붙였다. 그 결과 방이 엄청나게 넓어졌다. 아직까지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8월 14일 책상

집 거실에 마그리트 그림을 걸다

8월 15일. 아내가 사주신 좋아하는 그림인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을 거실 벽에 걸었다.

인간의 조건

2021년에 읽은 책 목록

작년에 비해 적은 수의 책을 읽었다. 책의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바쁘기도 했고, 심적 여유도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 2021-12-05 개발 함정을 탈출하라
  • 2021-11-20 코끼리와 벼룩
  • 2021-11-07 패턴 지향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1
  • 2021-10-17 도메인 주도 설계
  • 2021-10-11 GREAT CODE Vol.3 - 생각보다 문서에 대한 내용만 있어서 당황했다.
  • 2021-10-11 패턴을 활용한 리팩터링 - 10년 전에 산 책을 이제 다 읽었다. 기쁘다.
  • 2021-10-03 자바로 배우는 리팩토링 입문
  • 2021-09-28 파이썬으로 살펴보는 아키텍처 패턴
  • 2021-09-26 노턴의 컴퓨터 개론
  • 2021-09-25 마인드 스톰
  • 2021-09-24 한 권으로 읽는 컴퓨터 구조와 프로그래밍
  • 2021-09-12 UML과 패턴의 적용
  • 2021-08-31 가상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 2021-08-08 시드 마이어
  • 2021-08-07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
  • 2021-08-06 개발자에서 아키텍트로
  • 2021-06-20 Head First Servlets & JSP
  • 2021-05-24 마이크로서비스 도입 이렇게 한다
  • 2021-04-29 자바 개발자를 위한 97가지 제안
  • 2021-04-26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 2021-04-20 피로사회
  • 2021-04-15 실전 자바 소프트웨어 개발
  • 2021-04-08 에볼루션 익스프레스
  • 2021-03-18 최강의 머니머신 미국 배당주 투자
  • 2021-03-09 투자의 재발견
  • 2021-03-09 스마트한 시간관리 인생관리 습관
  • 2021-03-05 손자병법
  • 2021-02-12 악어 프로젝트
  • 2021-02-11 클린 코더 - 다시 읽어도 좋다
  • 2021-02-02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오디오북)
  • 2021-01-24 북유럽 신화 -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는 내가 예전에 읽은 북유럽 신화와 꽤 달라서 생소한 느낌이다
  • 2021-01-21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오디오북)
  • 2021-01-12 HARD CODE - 에릭 브레히너의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칼럼 모음집
  • 2021-01-08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