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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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일
싫어하는 거 안 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렇게 살기는 불가능하고 살아갈수록 싫어하는 것만 늘어가겠지. 할 수 있는 최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관대해질 수 있도록 자신을 만들어가거나 싫어하는 것을 최대한 멀리하는 방법 뿐.
그래서 용서를 배우며 주위에 관대한 태도를 익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걸 못한다면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계가 좁아지겠지. 누구도 나와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게 되겠지.
팍팍한 세상 사람들이 비웃곤 하는 '다른 사람의 의도를 선하게 받아들이고 친절한 태도를 갖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은 생존전략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각박하게 굴수록 주위에는 각박한 사람들만 남을 것이다. 다른 이에게 친절하면 조금씩 친구가 늘어갈 것이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 인간은 때로는 카운팅 가능한 손익보다 감정과 상황을 더 가치있게 판단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젊고 20대 같다는 생각이 들수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자신의 나이에 맞춰 관대하고 품위있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20대 같은 자신의 내면은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쓰기 위한 거지 자신의 어리광을 주위에 전시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하겠지.
후회없는 40대를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 이야기를 많이 듣고 내 이야기는 적게 하는 것이 그나마 현명한 선택일 것 같다.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에서 내 이야기 비중을 많이 줄이자.
다른 사람들을 괘씸하게 보거나, 순진하고 착한 사람을 어리석게 보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
2023-01-02 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날 깨마다 코피가 흘렀다. 습도 문제라 생각해서 가습기를 동원했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병가내고 일주일 누워있으면서 가습기 트는 것도 까먹고 있었는데 며칠간 코피가 한 번도 안 흘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통제가 아주 강하고 머릿속이 몽롱해서 별로였다. 먹었다 하면 모래사장에 빨려들듯 잠이 드는 것이 통제력을 잃는 과정이라 생각해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을 때 과연 나는 건강하고 행복했나?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 해도 결국 사회인/직장인의 틀 안에서 자신을 맞춰 넣으며 자기개발의 명목으로 실제로는 자기학대인 제한된 자기통제감을 즐기고 있던 건 아닐까.
2023-01-03 화
2022년 연말 내내 건강 생각만 했다. 건강문제 하나를 해결하니 다른 건강문제들이 더 잘 드러나게 되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휴식을 잘 취하지 못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항상 잠을 잘 때에만 눕는데,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니 누워 쉰다는 것의 효과를 체험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난 십 몇년 간 주말에도 휴일에도 휴가중에도 누워서 쉰 적이 거의 없었다. 보통 그런 시간에도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코딩을 하거나 했다. 나는 누워서 쉬는 걸 생각을 못하는 지점까지 이르렀던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누워서 쉬는 것 = 진짜로 쉬는 것"이라면?
그러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진짜로 쉬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진짜로 쉴 수 있는 기회가 꽤 많았는데도 그러지 않은 것. 3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고, 이후 진통제를 며칠 먹고 잠을 푹 잔 다음 몸 상태가 굉장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은 앞으로는 종종 누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어쩌면 지난주에 절제한 내 쓸개는 내가 그렇게 무리하며 살아온 것을 다 받아서 제일 먼저 망가진 내 신체 일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올해부터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냥 누워서 빈둥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무서운 사실 하나. 나는 매일 코피를 흘렸었고 그게 실내 습도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9일간은 코피를 흘리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하고 첫날 자고 다음날 아침에도 코피를 흘렸는데 그 이후로는 한번도 안 흘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계속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퇴원해서 집에 와서도 진통제를 먹고 계속 누워 자고 있었고 가습기는 거의 안 틀어놨으니… 습도 문제가 아니었거나 습도 영향이 내 생각 이하였던 것.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진짜였던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잠을 안 자고 누워있기만 해도 보약인 것 같다.
2023-01-04 수
utterances에서 giscus로 이사 완료.
체중계 올라가봤더니 57kg 나와서 깜짝 놀랐다. 어제 오늘 식욕이 계속 돋고 뭔가 계속 먹고 싶더니 건강을 회복해야 해서 그런 모양인가보다.
2023-01-05 목
나도 여유있게 취미생활하며 살고 싶다. 뉴스 같은 거 보다 보면 미래가 마냥 불안하다.
아내랑 전화통화하고 아내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짐. 당신 목소리에 매일 매일 반하지요.
2023-01-06 금
오늘의 타임라인은 이렇다.
09:03
- 잠에서 깨어남.- Creative Sound Blaster를 만든 Sim Wong Hoo의 부고를 읽고 트위터에 공유했다.
11:50
- 아내 외출12:00
- 아침 겸 점심 식사 시작.- 쌀밥 반 공기, 계란말이, 국, 김.
- 국에 밥을 말지 않았고 건더기만 건져 먹었다.
12:30
- 식사 종료.14:30
- KANU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심.16:37
- 집에서 나와 내과의원으로 출발. 아내에게 메시지 보냄.17:35
- 진료 끝. 아내에게 연락.17:40
- 치과 진료.17:51
- 집으로 돌아옴.22:14
-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음.
오늘 점심 이전인지 이후인지부터 오른쪽 배 윗부분에서(수술자국 있는 세 부분 중 가운데 부위) 조금씩 이상한 통증을 느꼈다. 숨을 쉴 때마다 뻐근하고 허리를 힘을 줘서 곧게 펴도 아프다. 누우면 좀 덜 아프다. 뱃속에서 뭔가 거품이 꾸륵거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2시 무렵엔 살짝 아팠다. 4시쯤 되니 조금 더 아파졌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시해도 되는 문제일지 아닐지 생각하다가 하필 수술부위이기도 하고 조금씩 조금씩 더 아파지는 게 좀 불안해서 오후 5시 무렵에 내과 의원으로 갔다. 오늘은 금요일이니 내일 더 아파지면 곤란하겠다고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memo/2022#2022-12-26-월]]{12월 26일 월요일}에 복강경 담낭절제 수술 받았고, 통증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먼저 엑스레이를 찍어 보자고 해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찍고 나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수술 이후 발생한 이런 경우에 대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흉과 같은 폐 문제.
- 이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 x-ray를 찍어 보니 다행히 폐에는 이상이 없다.
- 리키지(leakage) 가능성.
- 내가 수술한 담낭관에 leak이 생긴 것을 말한다. 소화액이 몸 속으로 새어 나오는 것.
- 잠을 잘못 잤거나 해서 평범한 근육통이나 결림을 느끼는 것.
- 이 경우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leak인지 아닌지를 지금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금식을 하고 내일 아침까지 통증이 있으면 초음파를 보기로 했다.
- 내일 아침에 초음파를 통해 leak인지 아닌지 확인할 예정.
- 초음파 검사를 위해 내일 아침만 금식해도 되지만, 의사 선생님은 "나라면 지금부터 금식할 것" 이라고 하셨음.
- leak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부터 그래야겠다고 생각했음.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했다.
- 오늘 먹은 것이 식사 한 번, 커피 한 잔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느낌은 별로 좋지 않다. 뱃속에서 계속 꾸륵거리는 느낌이 들고, 심하진 않지만 허리를 펼 때마다 수술부위 근처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만약 정말로 leak 이라면 재수술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주말 동안 끙끙 앓다가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금요일 저녁이라도 이렇게 알게 되어 천만 다행이다.
21시 무렵에 선혁님과 간단하게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선혁님은 수술했을 때 문제가 있으면 바로 응급실로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고 한다. 나도 응급실로 가는 편이 좋았을까?
대학병원에 갔어도 금식하고 초음파를 먼저 했을 것이므로 상황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아침에 몸 상태를 보도록 하자.
아프지만 상황파악을 빨리 하게 된 자신에게 칭찬한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두렵진 않다. 어떻게든 해결하게 될 것이다. 설령 재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얼른 자자.
2023-01-07 토
일어나보니 어제보다 통증 줄지 않았고, 증상도 완화되지 않았다. 복부 초음파 보려고 병원 왔고 대기중. 이 시간엔 내시경 보려고 오는 노인들이 많네.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나왔다. 결과는 일종의 변비였다! 이럴 수가!
- 복부 초음파: leakage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
- 복부 x-ray
- 소장에 가스가 차 있지 않은 것을 확인
- 위험한 증상인 장 마비가 아님. 따라서 식사를 해도 됨.
- 대장에 변과 가스가 많이 들어있음.
- 변을 보면 해결될 것. 따라서 식사를 해서 변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할 것.
- 소장에 가스가 차 있지 않은 것을 확인
생각해보니 이틀인가 사흘간 화장실을 안 갔던 것 같고, 아직도 꽤 아프긴 한데 이런 종류의 아픔은 태어나서 처음이라 더 당황했던 것 같다. 일단 주말동안 식사하고 잘 쉬어본 다음 월요일에 상태를 또 보기로 했다. 다행이다. 좀 창피하다.
2023-01-08 일
하루 지났고 변을 보았지만 내가 아는 변비가 아니다. 변이 전혀 딱딱하지 않음. 뭉쳐있지 않음. 어제 하루에 세 번 일을 봤는데 모두 묽은 상태였고, 소량이었다. 의사선생님은 몸 속에 변이 많이 있는 상태라고 했는데… 장 마비는 아니라지만 장이 잘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올해도 https://www.vim.org/ 를 후원해 우간다 어린이를 도울 생각이었는데 "Donations to this recipient aren't supported in this country"가 뜬다. 찾아보니 한국에서 paypal 이 막힌 거 같다. 조사해보니 가상화폐 관련 불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인 모양이다.
paypal을 사용하지 않으면 네덜란드 은행으로 해외송금하는 방법이 있지만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올해는 대안으로 다른 곳(국내)에 후원해야겠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세이브 더 칠드런 두 곳을 고려중이다.
내 변비 좀 이상한데.. 출구 정체가 아니라 전구간 서행인 것 같다. 화장실 갈 때마다 덤프트럭이 어렵사리 나오는 게 아니라 아주 소량의 경차만 물과 함께 쏙쏙 나오고 있다.
친구 모리(의사)가 변비약 "둘코락스"를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해줬다.
내일 먹어봐야겠다.
2023-01-09 월
2023년에 사용할 다이어리를 샀다. 다람쥐 그림이 귀엽다. 2022년 다이어리는 다이어리 저장소로 보냈다.
한편 볼펜심 갈아끼우는 운 좋은 날이 오늘이구나. 방금 딱 소진했음.
지난 2년간 사용한 볼펜 FRIXION BALL 0.5를 새 다이어리의 첫 기록을 하는 오늘 볼펜심을 교체하게 되다니 놀랍고 재미있다.
오전에 잰 체중 57.4kg
- 12:36 - 둘코락스 변비약 두 알 먹음
- 17:01 - 뱃속에서 뭔가 의미있게 들리는 소리가 난다.
- 18:13 - 폭풍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 21:58 - 18:13 이후로 지금까지 횟수와 양이 기대 이하인데… 흠. 좀 더 있어보자. 일단 물은 계속 마시고 있음.
- 22:07 - 말이 씨가 되는구나. 신호 와서 흰색 의자에 앉아있음.
2023-01-10 화
오전 체중 56.4kg. 변비약의 효과가 괜찮았다. 친구 모리도 상태를 물어보며 점검해줘서 감사했다.
한편 체중이 너무 줄어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올해는 체중을 잘 불려보자.
정말 올해는 건강 뿐이다. 좌골신경통 때문에 서 있거나 누워있어야만 함. 바른 자세로 앉으려 노력해도 30분 이상 앉아있으면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옴. 더 많이 누워서 휴식하자. 어쩔 수 없이 서서 컴퓨터를 다루는 작업 환경이 내게 더 중요해졌다. 어제도 하루종일 앉아있었던 시간은 1시간 안쪽이었음(변기 제외). 이젠 4시간 정도 서있는 건 익숙해졌음. 앉는 게 적절할 때는 무릎꿇고 앉는다. 으 인간의 몸은 왜 이렇게 나약한가. 이제 3주 정도 쉬었는데 간신히 기력은 되찾은 것 같음. 이렇게 1~3개월 쉰다면 어느 정도까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내와 함께 IKEA 기흥점에 방문해서 수납 기능이 있는 실용적인 벤치 STOCKSUND를 하나 샀다.
나는 오른쪽 다리에 신경통(좌골신경통)을 약 반년째 겪고 있는데, 2달쯤 전에 정형외과에서 요추의 문제일 것으로 추측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진단이 아니라 의견이라고 하는 이유는 x-ray로는 판별이 어려웠고 큰 병원에서 MRI를 해야 자세히 알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정선근 교수의 "백년 허리" 책을 읽고 내 문제가 허리 디스크 문제로(추측) 인한 좌골신경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좌골신경통은 다리 뒤쪽이 아프다고 하던데 나는 오른쪽 다리 오른쪽-앞쪽이 아프다. 개인 차이가 좀 있다고 하니 이건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의자에 앉아 30분 이상 뭔가를 하면 꼭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온다. 한 달 한 달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졌는데 가장 심했던 날은 [[/memo/2022#2022-12-24-토]]{2022-12-24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앉지 않고, 서 있거나 누워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자 통증이 점점 완화되어갔다. 이제는 4시간 정도도 잘 서있는다.
수납 기능이 있는 벤치를 구매한 이유가 이와 관련이 있다.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가급적이면 의자에 앉지 않고 쉽게 누울 수 있는 높이의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3-01-11 수
분당서울대병원에 다녀왔다.
교수님이 오후 3시에 급한 수술이 잡혀 있어서 대체 진료가 잡힐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 진료는 2시 40분 예약된 상태.
좀 일찍 나가서 미리 접수를 넣었고, 아내와 함께 병원 2동 4층 커피숍에 다녀오니 순서가 거의 되어 있었다. 운이 좋았다.
교수님 말씀이 조직검사 결과를 보니 악성이 아니고 혈액검사 결과도 좋아서 이제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혹시나 악성이면 어떻게 할까 아주 작은 근심이 있었는데 마음속이 말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만 앞으로 몇달간은 잘 관리해야한다고. 아내와 꼭 껴안고 서로 기쁨을 이야기했다.
병원 나오면서 찍은 기념사진. 다시 올 일 없길! (하지만 있겠지) 운이 좋아서 큰 병원이 집 근처에 있어 통원이 용이했다.
내일은 출근이다.
이력서를 정리했다.
2023-01-14 토
순대를 먹고 배탈이 난 것 같다. 장염 증상을 보이고 있다.
2023-01-15 일
장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종일 굶으며 잠만 잤다.
2023-01-16 월
체중 55.9kg. 너무 적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
장염으로 고생한 고통스러운 하루가 끝났다. 오후 5시까지 잠만 잤고 이후로는 골골거리며 tv 좀 본 정도. 아내가 헌신적으로 간호해줘서 눈물이 난다. 너무 감사하다. 내일은 좀 더 낫겠지.
2023-01-19 목
며칠간 장염에 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야 상태가 쾌적하고 괜찮다. 하하. 책이나 읽자.
2023-01-21 토
IntelliJ 오랜만에 쓰니 그동안 발전한 것도 눈에 들어오고 재미도 있고 좋은데 Darcula 컬러 스킴이 취향에 안 맞는다. 내 vim 컬러 스킴 기반으로 IntelliJ 용으로 새로 만들던가, 아니면 다른 걸 찾아보자.
2023-01-22
시력이 꽤 나빠진 모양이다. 안경은 마음 내킬때만 썼는데 이제는 늘 쓰고 있어야 할 것 같네.
명절이 지나면 안과에 가보자.
점심시간 무렵에 친구 정경호님이 집에 놀러와서 함께 커피, 과자를 먹었다. 그리고 오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3-01-23 월
거리뷰로 안양시 비산동 돌아보는 중인데 친구랑 같이 다녔던 오락실이랑 떡볶이집 등 다 재개발로 사라졌네.
2023-01-24 화
난 늘 집안에서도 양말을 신고 있는 습관이 있는데, 그저께부터는 슬리퍼도 신기 시작했다. 발이 시렵지 않고 따뜻해서 좋다.
다른사람 미워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도 없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 사람들만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오늘은 하루종일 Clojure로 로컬에서 돌릴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다. Clojure 와 Vim 조합이면 대시보드용 GUI 툴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그럭저럭 GUI 비스무리하게 쓸모 있다는 게 참 마음에 든다.
2023-01-28 토
날이 추워서 그런가 요즘은 모든 것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다행히 집안은 따뜻하지만 바깥이 추워서 안 나가게 된다. 그래도 월요일부터는 그나마 최저 영하 8도로군.
2023-01-29 일
수술 후 한 달이 지났으므로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목욕을 하고 나왔다. 기분 좋다.
맥미니 발매일이 공개되면 개인용 컴퓨터로 사려고 생각하는 참. 지금은 맥북이 아니라 맥미니를 쓸 때 어떤 단점이 있을지를 생각해보고 있다. 음 일단 스피커/마이크를 따로 사야 할 거고… 모니터는 집에 있으니 괜찮고. 아 집이 정전되면 맥미니도 전원이 나가겠네. 이건 확실한 단점이곘군.
2017년 맥북프로15인치를 여태 쓰고있는데, 항상 고정해놓고 있어서 "북"으로는 안 쓰고 "데스크탑"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개인맥북은 1년에 한 5~6번 정도 이동하면서 쓴 것 같다. 이동하면서 쓸 일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업무가 원인이어서 업무용 맥북을 쓰는 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
게다가 나는 맥북 빌트인 모니터와 키보드, 터치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외장 모니터 2개, HHKB-JP 키보드, 매직트랙패드를 연결해 사용한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개인용 컴퓨터는 굳이 맥북을 안 사도 되겠군. 맥 미니로 충분하겠어.
맥북의 장점도 떠올려보자. 뭐가 좋았나? 빌트인 카메라/스피커/마이크/지문인식 터치ID 가 있다는 거.
- 카메라: usb 외장 카메라 갖고있음
- 스피커: usb 외장 스피커 (만원짜리) 있음
- 마이크: 사야 함
- 지문인식 터치ID: ubikey static 패스워드를 postfix로 쓰면 대충 대체가능.
그리고 맥북은 들고다닐 수 있었다. 대중교통에서 작업 가능 → 대중교통에서 코딩한 일들을 떠올려보자. 전부 회사 일이었다. 개인 컴퓨터 작업은 대중교통에서 하면 효율(건강 포함)이 안 좋아서 대중교통에서는 책을 읽거나 메모하고, 집에 와서 작업하는 게 느낌상 1.5배는 훌륭한 결과가 나왔음.
그러므로 대중교통 작업에만 한정하면 회사 컴퓨터가 맥북이므로 나에게는 개인 컴퓨터도 맥북을 살 이유가 없다. 맥 미니로 충분.
그렇다면 어떤 맥미니를 살까? 구매 가능일이 언제로 발표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구매하면 지금 쓰고 있는 맥북프로2017처럼 5년은 쓸 테니 M2 Pro 달린 거로…
어제 점심에 짜파게티를 먹었는데 이후 밤이 될 때까지 노곤하게 몽롱히 잠이 왔고, 실제로 7시 무렵엔 잠을 조금 자야 했다. 오후 내내 정신을 차릴 수 없었음. 아마 혈당 때문이겠지? 먹을 땐 맛있지만 후폭풍을 생각하면 이렇게 탄수화물 덩어리 음식은 역시 적게 먹는 게 맞겠다.
이렇게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면 확실히 졸음이 덜한데, 그렇다고 해서 커피가 해결책이라 생각하면 곤란하겠다. 그냥 혈당을 적게 올리는 음식을 먹고 커피는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호음료로 먹도록 하자. 건강을 챙기자!
라면은 반 개만 끓여먹자. 20대때처럼 계속 먹으면 몇 년 후에 당뇨 걸리겠지(…) 난 할 수 있다 라면 반개!
2023-01-30 월
TIS-100 솔루션을 내 사이트에 하나씩 올려볼까.
2023-01-31 화
앗.. 5천 커밋이 되었네.
2023-02-04 토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카페 도래미시.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앉으니 손이 따뜻하고 좋다.
2023-02-05 일
어제 밥을 좀 적게 먹었더니 하루만에 체중이 다시 55대로 줄었다. 55.4 kg. 정신차리고 열심히 먹자.
요즘은 기운이 좀 빠져서 하루종일 트위터만 보고 있었네. 음 차라리 잠을 자거나 책을 읽어야겠다.
2023-02-06 월
맥 미니(M2) vs 맥 스튜디오(M1) 오늘도 고민한다.
2023-02-07 화
세상 일 대부분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것들만 꾸준히 다가오는 것 같다. 그저 새옹지마만을 떠올리며 앞날은 모른다고 하는 수 뿐인가.
생활할 때나 집중할 때나 BGM으로 즐겨 들었었던 음반과 꽤 비슷한 플레이 리스트를 찾았다. 연주는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분위기가 비슷하고 곡 구성도 거의 같다. 다행이다. 오늘 저녁 내내 듣고 있음.
Music for Ballet Class - Chopin (youtube.com)
2023-02-09 목
2년 전부터 가졌던 작은 꿈이 하나 있는데(물질적/금전적인 꿈 아니고 정신적인 것), 25% 정도 이룬 것 같다. 힘든 시기이지만 약간이라도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는 것이 조금 기쁘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간 정말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힘을 내자.
2023-02-11 토
피지컬100 엄청 재밌네. 아내와 함께 감탄하며 봄.
2023-02-12 일
AI가 인기를 얻을수록 직접 글을 쓰고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는 사람들이 더 소중해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AI건 두뇌가 되었건 학습의 근본은 단순하다. 뇌를 자료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 제공. 최대한 많이 좋은 자료에 나의 뇌를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의미한 짧은 동영상을 멍하니 오래 보는 것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뇌를 그것에 학습시키는 것.
이 관점에서 생각하니 기준을 세우기 좋았다. 틱톡은 아예 가입 안 했고, 유튜브에서는 주로 음악만, 불특정 다수의 익명게시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는 모두 즐겨찾기를 지우고 회원을 탈퇴했다. 그렇다면 트위터는? 팔로우를 최소한으로 하고 친분있는 사람과 양질의 글을 쓰는 사람만 남겨두는 것.
그리고 양질의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언팔로우한다.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인데 글의 내용이 내 취향과 다르다면? 그래도 과감하게 언팔로우.
내가 생각하는 트위터에서 제일 중요한 기능은 다음과 같다.
- 글쓰기(140자 제한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짧은글쓰기 훈련이 됨)
- 언팔로우
- 팔로우
- 블락
- 뮤트
물론 트위터를 오래 쓰다보니 다양한 용도가 겹쳐버렸다.
- 오래 알고지낸 분들의 근황을 넌지시 살피고, 가끔 대화하며 친분을 유지하는 기능
- 140자 제한이 걸린 짧은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기능
-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정보를 접하는 기능
1, 2, 3 이 다 중요하다.
2023-02-13 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아내와 누워서 손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소중하다.
2023-02-14 화
FF10 나왔을때 생각이 난다. 최종보스보다 강력한 (안)숨겨진 보스인 데어 리히터를 잡고 공략본도 써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내가 썼던 내용 중 하나는 주인공 파티의 명중률 회피율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행운 스탯이 높으면 걍 공격을 다 피하고 다 때렸다. 문득 2002년을 회상한다.
옛날 게임이지만(옛날 게임이 됐다니…) 행운이 캐릭터별로 스탯화될 수 있고 찍을 수도 있다는 건 대단한 특전. 리얼월드의 인생에선 그런 거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도 운 나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다듬어서 가능한 한 덜 아프고 즐겁게 사는 것 뿐일지도.
한편 우연-행운-운명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가상 인과에 대한 설명이기도. 우연은 늘 일어나는 일인데, 그 중에서 꽤 마음에 드는 것들을 인간의 뇌는 행운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우연과 우연을 연결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서사를 그럴싸하게 부여하고 자신이 그 서사에 포함된다 믿으면 운명.
결국 시공간이 어떻건 두뇌가 선택하고 해석해 렌더링한 매트릭스 안에서 살아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다만 좀 재밌는 점은 감각기관에서 얻은 정보의 해석 뿐 아니라 이야기를 생성하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 게 어지간한 지능 생물 대부분이라는 거.
정리하자면 운명도 행운도 결국은 해석해서 얻어낸 view일 뿐이라는 건데 이게 실제로 명중/회피에 적용되는 개임 규칙 때문에 행운만 찍어도 되는 FF 주인공들이 엄청 행운아이고 부럽다는 거.
통 속의 뇌 이야기가 자주 오가는 트위터이긴 하지만 늘 간과되는 게 하나 있다. 인간은 해골이라는 통 속의 뇌라는 거.
2023-02-15 수
개발자 관두고 전천후 짜파게티 요리사가 되고 싶다.
2023-02-16 목
마우스 안쓰고 Vim으로 코딩하는 거 생각보다 별 거 아님. 좀 익숙해지고 환경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만 좀 있으면 된다. 과장 심한 사람들은 생각의 속도로 코드를 작성한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본인도 알 것이다. 생각하는 속도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Vim과는 관계가 없다.
생각하는 속도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런 코드는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탈것이 되었건 텍스트가 되었건 인간이 조작하는 건 너무 빠르면 사고가 난다. 인공지능이 글을 써주는 시대가 시작됐다. 생각의 속도로 코딩은 커녕 생각과 코딩 둘 다 필요없게 될 날이 온다.
오늘날의 개발환경에서 Vim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나는 Vim을 매일같이 사용하지만 그 이유는 편안하고 즐거워서이지 Vim을 쓰는 것이 종합적으로 더 빠르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종종 이 도구가 동네 한 바퀴 돌기 좋은 단순하고 값싼 종류의 자전거와 비슷하다 생각한다.
한가지 더.
사실 생각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 나는 오늘 오전에 코딩을 하면서 3글자를 고치는 데 한 8분을 쓰기도 했다. 이건 아마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2023-02-17 금
내가 굉장히 기분파라는 것을 깨닫는 1년이다. 그때그때는 이성적인 결정을 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기분이 내 모든 것을 결정해왔다. 나는 이성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다…
논리적으로 근거를 따지고나서 의사결정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결정을 해놓고 결정을 안 했다고 부정하면서 근거를 나중에 마련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나? 코딩이나 글쓰기가 그나마 논리적인 결정을 하는 놀라운 공간. 각 결정이 시각화되기 때문에 글의 구조를 만들 때 논리적으로 배치하기 때문.
그래서 그냥 암산으로만 생각하면 기분이 결론을 내고, 논리적인 근거를 끼워다 맞춘다. 즉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면 암산으로 하면 안되고 글을 쓰면서 글의 구조를 만들고 내가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을 해야 그럭저럭 됨. 그냥 앞에 아무것도 안 두고 이게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부럽다) 나는 잘 안됨.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도 있지만, 자신의 결정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트레이드 오프에서 감정을 그나마 배제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2023-02-18 토
며칠전 꿈에 나온 회사.
- OKR 안함
- MSA 안함
- 스타일 잘 맞는 동료와 짝프로그래밍 가능
- 슬랙 안 씀
- 노션 안 씀
-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 휴가 무한
- 과자 무한
- 지각하면 지하 99층에 있는 지옥 펌프실에서 일해야 함
- 퇴사없음
- 월급없음
- 망해가는 회사
- 내가 CEO
꿈에서 깨어남.
2023-02-20 월
불안감에 빠졌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하찮은 일들만 계속해서 신속하게 처리하고, 중요한 문제를 미뤄두기만 하는 행동 같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특정한 컨텍스트에서만 성립한다. 어떤 컨텍스트에서 시간은 모든 것을 강력하고 치명적으로 악화시킨다.
2023-02-21 화
퇴사 일주일 남았다. 잘 마무리해보자.
어디가 될 진 모르겠지만 다음 회사는 오래 다니고 싶다.
2023-02-23 목
오늘은 전 직장 동료들과 커피챗.
오늘 팀 엔지니어링에 대해 생각한 것들.
회사생활을 쭉 해오며 느끼는 건 팀으로 작업을 하면 일이 더 잘 될 거 같은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많다는 것. 예를 들어 어떤 일을 5명이 6달간 작업해서 그럭저럭 만들었는데, 결과를 이야기해보면 나 혼자 작업했으면 3달이면 끝났겠는데? 라고 팀원들이 회고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결과를 보고 과거의 선택들을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말로 이런 경우가 있다. 팀 구성으로 인한 오버헤드가 팀을 잡아먹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하곤 한다. 혼자, 아니면 친한 동료와 둘이서 작업했으면 일주일이면 됐을 일을 팀 전체가 몇 달이나 잡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피할 수 있나? → 잘 모르겠음. 그냥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는 것만 알 수 있고, 딱히 누구 탓이라고 할 수도 없고, 리더 탓도 아님. 모든 것이 암흑 속에 있고 마냥 생각하다보면 브룩스의 법칙이 시작부터 적용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작년 여름부터 종종 생각하는데, 팀이 작으면 작을수록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내 뇌피셜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마음과 스타일이 맞는) 두명으로 구성된 팀. 이 '두명팀'은 둘 다 주니어여도 되고 둘 다 시니어여도 되고, 주니어 시니어 조합이어도 상관없다. 잘 맞는 게 중요.
이런 관점을 좀 넓혀서 아예 개발팀을 최소화하고, 회사 자체도 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작게 유지하는 전략이 더 좋지 않나(경영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일 수 있음)? 하는 생각도 든다. 회사 규모를 키우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버티다가 키울 수 밖에 없을 때 키우는 것.
이와 비슷하게 MSA도 가능한 한 안 하는 방법. 웹 서비스도 가능한 한 오랫동안 모놀리스로 유지하다가 어쩔 수 없이 분리할 수 밖에 없을 때 2개의 모놀리스로 분리하고… 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오늘은 모놀리스지만 우리는 내일부터 MSA를 목표로 갈겁니다 하는 것보다 더 쉽고 건전한 방법 같다.
팀 구성은 딱히 좋은 해법이 없는 느낌. 가령 내가 몇몇 회사에서 경험한 '스쿼드'는 내 관점에서 보기에 최악의 인력배치였고, (나는 감정적인 이유로 스쿼드라는 단어를 매우 싫어한다) 스쿼드는 일단 만들면 최대한 빠르게 목적을 달성시키고, 목적이 달성되면 빨리 해체+소멸시켜야 한다고 생각.
논리적으로 말하기 어려운데, 느낌상… 스쿼드를 3주 이상 지속시키지 않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 그 이상 지속시키면 사일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사일로가 발생하면 괴롭다. 시니어는 일을 막 빠르게 하고 싶은데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어 괴롭고(회의가 증식함, 대충 물어보는 행위가 외교 행사가 되어 빨리 행동할 수 없음), 주니어는 체감상 2~3명만 있는 회사 다니는 기분이 되어 괴롭다.
음. 뭔가 느낌이 오지만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군. 나중에 머리가 맑을 때 글로 정리해 보자.
2023-02-24 금
사직서 제출하고 장비 반납 완료.
퇴근 이후엔 강남으로 이동하여 @seojeee 님과 동료분들과 커피챗. 환대해주셔서 감사하고 대화도 재미있었다.
2023-02-25 토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요즘 현타가 강하게 온 것 중 하나. 모든 의욕이 없다. 이직을 한다 치면, 이직 이후가 더 걱정. 새로운 회사에서 의욕을 갖고 열심히 뭔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건강 회복도 할 수 있을까. 새 회사에서 나를 증명하고 싶어 무리하다 일과 건강 모두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다음 회사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해 아주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개발자로서 첫 회사 후배였던 이수헌님이 선물해주신 책,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오늘 택배로 도착했다. 감동적이다.
최근 감명깊게 읽으셨다고 카톡 선물로 보내주셨음. 반가움 마음에 바로 전화를 걸어 오래간만에 길게 통화를 했다.
Kotlin Comrade 를 사용해보고 있다. 이름이 좀 웃기긴 한데 괜찮은 물건 같다. 몇시간 동안 재밌게 썼다. 그런데 3년간 개발이 멈춰져있어서 PR 하나 보냄.
Fix using deprecated NVIM_LISTEN_ADDRESS #33
2023-02-26 일
작년에 쓴 글을 읽다가 작년 이맘때 얼마나 기쁨과 흥분을 느끼며 회사생활했는지가 기억났다.
Clojure는 도전이었다. 이런저런 깨달음도 얻어서 앞으로도 좋은 생각의 재료가 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언어 자체의 재미가 아니라 (물론 언어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았음) 나에겐 이렇게 tooling이 재미있는 언어는 처음이었다. 특히 REPL과 Vim의 조합.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Clojure로 코딩하는데 Vim 이 좋다 재밌다’는 말 뿐만 아니라 ‘Vim 쓰는데 Clojure가 도움이 된다’고도 생각한다. 즉 Clojure REPL을 통해 Vim의 가능성을 끌어낸다. 이건 아마도 그린랩스에서 Vim으로 Clojure를 쓴 나랑 정경호님만 경험해본 것…
Vim을 적절히 쓰면 Vim을 이런저런 애플리케이션으로 쓸 수도 있는데, Clojure REPL을 잘 조합하면 프론트엔드를 굳이 안 만들어도 REPL이 꽤나 쓸만한 대시보드가 되었다. 혼자 쓰기에 딱 좋다.
Vim에서 파일 한두개로 postman 같은 애플리케이션도 대체할 수 있었고, 원래 스프레드시트로 관리하던 개인 데이터도 sqlite+clojure 조합으로 만드니 관리하기도 쉽고 데이터 조회도 편햤다. git으로 커밋할 수 있어서 스프레드시트보다 더 좋았음.
GitHub copilot IDE 개발팀에서 Vimscript 경력자(2년 이상)를 채용하고 있길래 지원해 보았다.
United States에서 채용이라 아마 서류에서 탈락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좋은 경험 했다. 오래 기억하고 열심히 노력하자. 지구상에 Vim 기술자를 채용하는 GitHub 같은 회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2023-02-27 월
당근마켓에 놀러가 asbubam님, Outsider님, 너굴님, anarcher님을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3-02-28 화
세상의 많은 복잡한 문제는 대체로 시간/공간상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자원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찾아야 하고, 혼자서 찾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 필요하고, 일단 찾았다면 어딘가에 보관해놔야 하고, 보관해둔 곳을 기억해야 하고, 알고 있던 사람이 어딘가로 떠나버리게 되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해야 하고…
그래서 목적에 맞게 잘 구분된 자원에 캐노니컬한 주소를 부여하고, 해당 자원에 대해 어떤 일이 가능하며 어떤 일을 어떤 시기에 해야 하는지를 잘 명시하는 것이 중요. 이 문제는 문제 공간이 리얼월드인지 디지털 공간인지는 별로 관련이 없고 인간이 세계와 인터페이싱하는 방법과 관련있는 느낌.
아무튼 필요한 자원을 필요한 순간에 잘 찾기만 해도 어지간한 인간의 일은 그럭저럭 최적화된다. 물류창고에서 A 품목의 B 컬러 상품을 1000 박스 찾으려 한다 / 소스코드에서 C 라는 기능의 출력 결과를 수정하려 하는데 어느 파일을 열어야 하냐 도 결국 단순하게 보면 뭔가를 찾는 문제이고
자원의 성격을 토대로 주소를 추리하는 것이 쉬우면 쉬울수록 탐색의 난이도도 함께 떨어진다. 이건 어떤 스타일의 '일머리'와도 관련이 되는데 일 잘하는 사람들 중 컴퓨터를 열어보면 폴더를 주제별로 잘 정리해놓고, 폴더 속의 폴더들도 계층구조로 예측하기 쉽게 만들어놓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자연히 다른 사람이 그 자료들을 넘겨받아도 이해하기 쉽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찾기 좋다. 이런 것은 서류작업 뿐 아니라 창고에 물건을 적재하는 방식, 숙련된 요리사가 주방기기와 식재료를 정돈하는 방식, 그리고 개발자가 프로젝트의 디렉토리/패키지를 정돈하는 방식과도 닮았다.
왜 소스코드 파일 이름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가? → 이름을 보고 그 파일에 어떤 코드가 있는지 추측하게 쉽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왜 파일 이름만 보고 어떤 코드가 있는지 추측하기 쉬워야 하는가? 왜 패키지 이름을 잘 지어야 하는가? → 파일이 한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원이 많아질수록 자원의 주소 관리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여기엔 따로 방법이 없고 프랙탈 구조를 모사하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인 것 같은 느낌. 어떤 스케일에서 자원 집합을 관찰한다 하더라도 같은 종류의 주소 부여 원칙이 보인다면 큰 스케일에서도, 작은 스케일에서도 덜 당황할 것이다.
그래서 각 노드의 내부로 들어갈수록 각 노드의 경계로 격리된 정보/논리가 관찰 가능하고, 노드를 빠져나올수록 비슷한 경치가 보이는 기시감이 드는 것이 그나마 괜찮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런 컨셉으로 아키텍처를 밀고 가면 당연히 조직구성도 영향을 받고
… 아마도 이렇게 됐을 때의 최악의 경우는 프랙탈스러운 통일성이 조직을 꿰뚫는 독재적 마이크로매니징으로 여겨지고, 각각의 자원으로서의 노드가 갖는 자율성이 이런 독재에 대한 반발로 조직의 스타일을 거부하며 삐져나가는 것일지도.
2023-03-01 수
최근 열흘간의 커피챗이 너무 재밌었다. 왜 진작 안했지. 앞으로도 종종 해야겠다.
2023-03-02 목
제48회 서울 엘릭서 밋업에 다녀왔다.
2023-03-04 토
오늘 Korean Vim User Group 에서 c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말을 하나 얹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c
를 99% 텍스트 오브젝트와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c
가 모션 커맨드이기 때문인데, cl
, ch
같은 건 아예 안 씀.
가장 많이 쓰는 형태는 cib
, ciw
, cip
같은 것들.
즉, 텍스트 오브젝트의 prefix인 i
와 a
가 c
뒤에 99% 따라붙는다는 말.
이걸 쓰고 보니 앗 ci
, ca
가 c
의 패턴인 셈인데 그렇다면 ci
, ca
와 다른 모션 커맨드를 제외하면 다른 알파벳 공간이 꽤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활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예를 들어 cv
같은 것들.
cs
는 이미 surround가 선점했고, cv
는 convert의 줄임말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신이 정의한 convert 함수를 연결해서 쓰면 유용(쓸데없)하지 않을까 하는 감이 왔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커서를 숫자 위에 놓고…
cvb
→ 이진수로 변환cvo
→ 8진수로 변환
실제로 코드도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일단 시험삼아 구현해본 건 cvb
.
이건 POC라 할 수 있고, 어떤 컨버터를 구현해서 써먹을지는 각자의 자유.. 라고는 해도 ultisnips가 너무 강력하구나.
그래도 c
의 활용에 대해 고민해보는 건설적인 시간이었다.
cr
도 꽤나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create가 떠오르기 때문.. IntelliJ 에서 cmd+N 처럼 써먹는다거나.
2023-03-05 일
이번 이직과 관련된 고민.
이번 이직엔 그동안 크게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조건이 이직 기준에 들어갔고, 그래서 꽤 까다로우며 좀 모순적인 면도 있는 느낌.
첫번째 건강. 작년 12월이 인생 최악의 건강 상태였다. 올해는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므로 이 회복세가 나빠지면 곤란하다. 두번째 재택. 트위터에도 쓰는 일기에도 종종 남겼지만 나는 이제 재택이 싫고 자신이 없다. 재택으로 일 잘하는 분들 부러움. 그러나 나는 재택으로 일을 잘 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내가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 집에서 가까운 워라밸 괜찮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회사는 많지 않다. 그리고 여태 이직하며 워라밸을 따져본 적이 없어서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음.
물론 팀장급 이상 역할에 대한 제안은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 능력이 안 됨. 나도 배워야 함.
- 책임이 크다.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 건강에 악영향
- 워라밸이 좋은 직장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 그 워라밸이 나에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 높음
2023-03-06 월
난 레거시를 상대적으로 덜 꺼려하는 편인데 (남들보다 조금 덜 싫어하는듯) 이걸 장점으로 생각한다. 레거시 코드 개선하는 작업들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몰입하게 만들었던 느낌. 쓰레기집 청소하는 느낌이 들어서 작업 진행될 때마다 보람도 느끼고, 조심스럽게 해나가는 것이 성격에도 맞고.
레거시 극혐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드문 편이어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말은 이렇게 해도 레거시 디버깅이나 개선은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욕이나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종종 산책도 해야 하는 작업인데 그래도 같이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
나는 레거시가 싫다/좋다의 문제로 보지 않으려는 편. 레거시라는 단어로 퉁치기에는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난이도의 코드가 켜켜이 쌓여있으며 역사 발굴과 조직 내 탐문조사의 과정이 필요하다. 싫다 좋다가 아니라 이것이 내게 급여를 준다 이게 내 밥그릇을 채운다 관점으로 접근.
요즘은 간단한 LSP를 하나 만들어보는 중. 작게 만들어보면서 감을 잡기 위한 용도. 언어는? vimwiki.
마크다운에 적어둔 다른 문서 링크가 깨졌나 안 깨졌나를 disgnostic을 통해 표시해주는 게 일단 일차 목표.
참고한 튜토리얼 문서는 이것.
오늘은 요기까지 만들었다. 이제 \[[/dir/link]]
구문 파악하게 하고, 해당 경로가 실제 하드디스크에 있는지만 확인하게 해주면 됨. 흠 그러고보니 이렇게 커서오버 했을 때 문서 메타데이터를 보여주는 식으로 써먹어도 괜찮을듯(바람직한 사용 아님).
잘 된다. 실재하는 파일 _wiki/study/tis-100
파일의 링크는 경고가 안 나오고, 없는 파일 _wiki/study/tis-1001
는 경고가 나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2023-03-07 화
아래는 vscode-languageserver
에 딸린 TextDocuments
의 여러가지 이벤트 핸들러들. 일단은 onDidChangeContent
만 사용했는데도 만족도가 높다.
vscode 덕분에 Vim에서 쓸만한 게 많아져서 행복.
정규식을 인터넷 검색없이 걍 술술 잘 짜는 게 특기 중 하나였는데 ChatGPT가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으니 좀 지나면 특기라고 하기도 무색해지겠다.
하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특기 아닌 특기로 남을 것 같다. ctags랑 vim을 다루는 이상 정규식은 늘 짧게길게 쓰는건데 이걸 ChatGPT에게 일일이 물어보면 너무 느리겠지. 음 아니다! ctags에 새로운 포맷 넣을 땐 오래 생각하고 시행착오 거치는 경우가 많으니 ChatGPT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 다행.
2023-03-08 수
집에 마틴 오더스키님의 프로그래밍 인 스칼라가 분명히 있었는데 반년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 집에서도 찾지 못했다.) 어디에 있을까? 누굴 빌려줬다가 못 받은건가? 국내 나오자마자 샀었는데… 아쉽다.
2023-03-09 목
때로는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걍 내 길을 가는 것도 중요.
남들 멀리서 신경쓸 때 내가 초라해지고 → 나만 모르는 거 같고 → 의욕을 잃고 → 우울해지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면 어려운말 쓰고 뭐든 잘하는 것 같던 남들이 초보자이고, 허세였고, 모르는말 적당히 읊는 거였고. 그런 경우도 있다.
이건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서 스스로 허세를 부리고 있는건 아닌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 너무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건 아닌지 점검도 종종 해봐야 함. 제일 위험한 것은 자신에게 취하는 것.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곳은 별로 없다. 명상을 하라는 말도 있고 일기를 써보라는 말도 있는데 이런 방법들이 잘 안 통한다면 그냥 남이 됐다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는 마구 화가 났다가 좀 침착해졌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화가 난 거겠지…' 생각해보면 그렇다. 화가 많이 나긴 했는데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화를 내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남이었다면 화를 냈을까?
요약해보자.
- 남을 멀리서 신경쓰면 나만 괴롭다.
- 내가 허세를 부리면 남이 괴로워진다.
- 1,2를 안 겪으려면 자신을 잘 아는 게 필요하다.
- "자신을 잘 알아 차리려면"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영리한 사회적 동물이라 가면을 잘 바꿔쓴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가면, 회사에서는 직장인 가면, 길거리에서는 행인A 가면을 쓰는 식. 화를 낼 때는 가면 바꿔쓰기가 실패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화가 날 땐 10까지 세라'가 유효할 수 있다. 바꿔쓸 여유를 확보하는 것.
의외로 단순한 규칙: 가면 바꾸는 액션은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는 하기 어렵다. 그래서 잘 안 하게 되고, 하면 주목을 받는다. 예를 들어 프로페셔널한 동료가 애인과 전화할 때 목소리가 귀엽게 바뀌면 주위 사람들의 주목이 쏠린다.
살다 보면 일단 화를 내기 시작한 사람이 화를 내다보면 화가 난 상황 때문에 계속 더더욱 화를 내는 상황을 보곤 하는데, 이건 다른 사람 앞에서 화를 안 내는 가면으로 바꿔쓰기가 곤란해져서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23-03-10 금
입 안에 이상한 물집이 생겨서 45일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길래 이비인후과에 가서 물어봤더니 점액낭종이라 한다.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이 이걸 제거하는 수술을 할 건지, 계속 놔둘건지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 수술하고 싶다면 오라고 하심. 통증은 없으니 그냥 놔둬도 괜찮다고는 하시는데.. 찝찝하다.
어렸을 땐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있었다. 근데 이게 더 바람직하다거나 대단하다는 게 아님. 늘 집중할 게 필요한 성격인데 스마트폰이 없었으므로 책말곤 딱히 볼만한 게 없었다. 요즘 스마트폰 보는 거랑 완전히 똑같은 개념이었음. 당연히 늘 책을 읽으므로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
버스나 병원 같은 곳에서는 책이 없으면 멍하니 앉아있는 것 밖에 없었다. (폰 없는거랑 똑같이 심심함) 사교성 좋은 어른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대화하곤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말 멍때리면서 시간 때우거나 여기저기 비치된 팸플릿 읽는 거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 근처 등 여기저기에 작은 서점이 많았고 심심풀이용 책도 다양하게 많이 팔렸음. 책 한권씩 손에 들거나 작은 가방에 넣어 다니는 사람이 꽤 있었다. 양장본이 요즘처럼 많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대중교통에서 읽기엔 무거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리적인 요건 때문에 이런 심심풀이용 책은 보통 한권씩 들고 다녔다. 한번 외출할 때 막 다섯권 들고 다니면 네 권은 그냥 짐이 되니까. 보통 읽던 책이 끝나갈 경우에만 두 권을 챙겼다. (교과서 참고서 제외)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왜 이제와서 떠올리고 있나? 요즘 도저히 독서에 집중을 못 하고 있기 때문. 책을 읽을 때 이거 읽었다 저거 읽었다 하며 좀처럼 완독을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어릴 적에는 그냥 한 권만 읽고 있다가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갔던 것이 떠올랐다.
삼국지 1권을 읽는 중에는 다른 책을 안 읽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교과서 제외). 1권 끝나면 당연히 총력을 다해 2권을 읽었다. 삼국지 읽다가 영웅문 읽다가 반지전쟁 읽다가 일지매 읽다가 하지 않았다.
이 기억을 되새기니 어릴적처럼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한 권만 잡고 쭉 읽자. 그리고 한동안은 주제를 잡아 비슷한 책들을 읽는 것도 그 주제를 연구하는 데 좋을 것 같다. 가령 DB책을 읽는다면 그 다음책도 DB 관련 책을 읽는 방식.
쏟아져나오는 멋있는 제목을 가진 신간 출간에 맞춰 책을 계속 구매해서 읽어댄다면 주제가 하나로 뭉치지 못할듯. 오늘은 소프트스킬 책 읽고 다 읽은 다음엔 자바 책 읽고 그 다음엔 클라우드 책 읽고 하는 게 아니라, 한달간은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만 쭉읽는 게 어떨까 싶다. 입력 정보를 뭉치자.
정말 좋은 학습 경험을 얻으려면… 불안하게 스프링 책 읽고 함수형 유튜브도 봐야할 것 같고 아이고 네트워크 공부도 해야지 하면 집중력 부족한 내 학습은 망할 것 같다. (남들은 잘 할 수도 있음) 가루를 모으지 말고 아예 한 곳으로 붓는 훈련을… 다시 하자. 자신을 훈련시키자.
그리고 요즘 가장 관심있는 주제: 일.
일도 가능한 한 책을 읽듯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놀땐 놀고 일할 땐 일한다.” 좋은 말 같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일을 방해하는 것은 대체로 다른 일이기 때문에 ‘회사 일’의 카테고리에 들어있고, 그래서 끊임없이 일을 쭉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기술이 덜 발달했을 때 책을 쭉쭉 잘 읽어나갔던 것을 떠올려보면, 기술 발전이 일을 더 잘하게 만들었으면서 동시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실마리가 조금씩 잡히는 느낌. 몇달만 더 이 주제로 열심히 생각하고 파보자.
2023-03-12 일
최근 몇년간 MBTI 덕분에(?) 혈액형 성격 이야기가 싹 사라진 것 같다. 그러고보니 90년대에 혈액형 성격 이야기 나오면서 별자리 성격 이야기가 싹 사라졌던 것 같은데. 돌고 도는구나.
2023-03-13 월
요즘 연습한 것: 셔츠 단추를 두 손으로 각각 병렬로 풀기.
단추 잠그기는 두 손을 써도 한번에 한 단추만 처리 가능. 단추 풀기는 보통 두 손으로 한 번에 한 단추씩 풀어왔다가, 두 손으로 각각 풀어도 되겠는데? 싶어서 연습한 것. 왼손 오른손이 각자 컨슈머가 되어 단추 queue를 병렬로 소비.
2023-03-15 수
한달 반 쯤 전에 뜨거운 국물음식을 먹고 입술 아래 안쪽이 헐었다가 아무는 과정에서 이상한 혹이 하나 생겼는데, 90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이비인후과에 방문했고, 점액낭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놔둬도 괜찮은데 수술할지 말지 생각해보시고 오라고 하셨고, 신경쓰여서 안되겠기에 오늘 제거수술을 받았다.
혹시나 하고 금식까지 하고 갔지만 걱정할 필요 없었다. 치과랑 비슷하게 입술 부위만 마취했고, 수술에 소요된 시간은 약 13분. 수술 도중에 의사선생님이 "요거에요. 물풍선같죠?" 하고 꺼낸 낭종을 보여주시는데 사이즈가 쌀알에서 보리알만 했다. 약간 투명한 작은 구슬 같았다.
마취가 확실해서 전혀 아프지 않았다. 큰맘먹고 병원 갔는데 하나도 안 아파서 괜히 걱정했네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환부를 꿰멨고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입술이 얼얼한 상태. 식사도 평소대로 하면 된다고(당연히 자극적인 음식은 피할 것). 조직검사를 보냈다고 하니 며칠 뒤 다시 통원에정.
2023-03-16 목
이동진님 초대를 받아 네이버 신사옥 1784에 놀러갔다 왔다.
2023-03-17 금
맥미니 도착.
20일 배송이었는데 일정보다 사흘 빨리 왔다. 기쁜 마음으로 셋팅중. 맥북은 비싸기도 하고 내가 일단 맥북을 들고 다니지를 않음 = 맥북에 내장된 모니터 키보드 트랙패드 배터리 다 필요없음. 상대적으로 저렴한(?) 맥 미니가 딱인 것 같다.
2023-03-18 토
AI는 점점 더 발달할 거고, 결국 물리세계에 대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게 될 것. 스스로 유지보수가 가능해지는 것도 당연. 그렇다면 언젠가 최후의 인간이 사망한 이후에도 지속가능할 수 있음.
우주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될 때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생물이 아니라 AI일까?
멀티백이 등장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생각이.
2023-03-23 목
선 정리 좀 해야겠다.
특히 이젠 맥 미니를 주로 쓰고, 맥북은 어디 멀리 갈 때만 쓸 테니 치우도록 하자.
한편 작년 여름부터 계속 일어서서만 컴퓨터를 하니 의자가 별로 필요가 없네. 이제 앉아서 컴퓨터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듯. 이러다보니 거북목 고쳐짐 + 허리 디스크 완화됨. 의자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2023-03-26 일
나는 트위터를 개인 일기장으로 쓰는데, 가장 좋은 장점은 트위터 중독을 일기를 수시로 쓰는 능력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이 있다면 내 일기를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
그래도 몇 가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나는 트위터를 나중에 내가 다시 읽을 용도로 작성한다. 내 트윗의 독자는 나 하나라는 정책. 이 정책은 내 블로그에서도 통한다. 다른 사람이 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기 때문에 웃기기 위한 짤방이나 대화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예전에는 남들을 독자로 삼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었고, 때문에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읽다가 다른 웹사이트로 떠나지 않도록 재밌는 짤방도 넣으려 했고 농담도 하고 그랬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맞는 방법이 아니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중의 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기 때문.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글을 쓰면 결국 나에게 덜 도움이 되는 글이 생산되었다.
최근 6년간의 나는 최대한 혼자만 본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 가령 내가 모르겠는 건 더 자세히 쓰려 하고, 잘 아는 건 대충 넘어가기도 한다.
핵심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 기분이 좋은 것도 해당된다. 그래서 가끔은 별로 상관없는 내용도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라면 열심히 적어두기도 한다.
2023-03-27 월
새 직장 첫 출근.
2023-03-30 목
요즘은 온보딩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군. 집에 와서도 공부할 시간을 못 내고 있다.
좋은 건 여기저기 근처 다른 회사들에 전 직장 동료들이 한두분씩 계신다는 거. 지나가다 인사하는 재미 + 건너오셔서 인사하고 돌아가시는 재미가 있다.
지난 두달 간의 커피챗들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분들과 커피챗을 해보고 싶다.
생각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배우는 것도 좋았고, 만나고 보니 비슷한 고민이 있는 경우여서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것도 좋았다. 예기치 않게 좋은 조언을 받기도 하고 어쩌다보니 내가 경험해본 적이 있는 문제여서 내 의견을 드릴 수 있는 경우도 좋았다.
아무튼 예상치 못하게 좋은 분들을 만나면서, 새삼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다. 평생 여행을 안 좋아했던 내게는 이 깨달음이 아주 독특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아 이게 여행이구나 싶은. 주로 강남~판교를 오갔으니 지리적인 여행이라기보다는 사람 여행이었던 셈. 매일 신선했고 에너지를 얻었다.
자신의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들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더 작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 때문인지 세상이 더 커보이고. 내 나이가 이제 겨우 마흔인데 더 열심히 배우며 살아야지 싶다.
2023-04-03 월
오늘 저녁 8시부터 지금까지 엄청 집중해서 스터디하고 기록하고 wiki 업데이트했네. 딴짓은 3분 정도 한듯. 기분좋게 몰두한 저녁이었다. 뿌듯하고 행복하군.
2023-04-08 토
떠올려보면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을 정말로 일어서서 빠르게 했던 때는 전-전-전-전 회사 뿐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 회의실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맥북 열고 회의 시간을 끝까지 사용하는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을 했던 것 같다.
2023-04-09 일
문서 수가 800 개가 되었네. 개수 세기가 별 의미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으니 자축을.
2023-04-12 수
신나게 일하고 퇴근.
오늘은 오전 페어프로그래밍 2시간. 점심 먹고 사내 발표 하나 하고, 오후 페어프로그래밍 1시간 반. 에너지 거의 떨어졌지만 엄청 재밌게 일한 하루였다. 기분 너무 좋군.
2023-04-14 금
인생은 짧다..? 아니다. 진짜 짧은 것은 하루.
하루는 짧다.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지.
2023-04-15 토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정한 힘은 문서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people/butler-w-lampson]]을 소개하는 글을 즐겁게 읽으며 에너지를 얻는다.
BUTLER LAMPSON - Computing legend continues to envision the future
2023-04-27 목
오늘은 @kyejusung 님을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다. 산책을 하며 좋은 대화를 나누었고 직접 저술하신 책도 선물해주셔서 놀라움과 기쁨을 느꼈다. 오늘 함께 있으며 얻은 에너지 덕분에 힘차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4-30 일
[[/clipping/leslie-lamport/paxos-made-simple]]. 지난 일주일 동안 번역했다.
2023-05-01 월
[[/clipping/eric-brewer/cap-twelve-years-later]]. 사흘간 번역했다.
2023-05-02 화
과거를 돌아보니 난 꽤 부족한 느낌의 일정이 찍혀 내려오는 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그런 것들이 더 재밌었던 기억. 오히려 일정이 여유있을 때의 경험이 별로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기분 이야기. 그런 일정이 바람직하다는 게 아님.)
쓸개까지 잘라내고 이런 이야기 하니 뭔가 좀 그렇긴 하군.
2023-05-03 수
오늘 일은 상당히 재밌었고 보람찼다. 집에 오는 길에 하루를 돌아보며 기쁨을 느꼈다.
2023-05-05 금
요즘은 늘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데 code with me 너무 마음에 안 든다. (vim이 몹시 그리움) 좋은 대체제가 없을까.
2023-05-06 토
CIA의 The World Fact Book을 보다가 한국 인구가 세계 28위라는 걸 알게 됐다.
"문제를 푸는 중에 고민하지 마세요. 문제를 해결한 다음이 고민할 시간입니다."
리처드 파인만의 말.
2023-05-10 수
IntelliJ 의존이 높아서 kotlin으로 코딩할 때 손이 굼떠지는 느낌이 무척 얹짢다. 얼른 Vim 만으로 코딩할 수 있도록 한동안 시행착오를 또 겪어야겠지.
내일부터 Out of the Tar Pit 을 읽어볼까 생각중. 분량이 상당해서 꽤 고민이 되네. 지금 읽어도 과연 유효할까…
그러고보니 로버트 멧칼프의 튜링상 수여식이 6월 10일이라 한다. 다음달이네.
https://amturing.acm.org/?2023
2023-05-11 목
오늘은 회사 동료와 산책하며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의 책 이야기를 언급할 일이 있었다. 그 책을 오래간만에 떠올려 기쁘다.
2023-05-12 금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변화가 있었기에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변화 없는 삶을 살았던 이전에 비해 더 재미있는 삶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재미의 바탕에는 변화를 선택한 결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
잦은 변화 덕분에 실수도 많이 하고, 그 실수 덕분에 배운 것도 있었던 것. 다만 다른 이의 결정에 휘말려 겪은 변화가 아니어야 그게 더 잘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변화를 생각하며 살아야지.
예전엔 막연히 오래오래 살아야지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하루 하루를 재미있고 몰두하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려 해봤더니 사는 게 더 재밌어졌다.
2023-05-15 월
지난 주말에는 제임스 해밀턴의 2007년 11월 논문 [[/clipping/james-hamilton/on-designing-and-deploying-internet-scale-services]]를 번역해 보았다. 벌써 15년이나 지난 페이퍼지만 번역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점도 많았다.
영세한 회사들을 다녀온 나에게는 초록부터 경외감이 드는 페이퍼였다. 시스템:관리자 비율이 2500:1 인 규모의 엔지니어링을 이야기하며 시작하고, MSN과 Windows Live 개발과 운영 경험 노하우를 써내려가겠다고 하기 때문.
simplicity에 대한 강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이것만큼 쉬우면서 중요한 것도 드물다는 확신도 들었다. 제임스 해밀턴 뿐 아니라 [[/clipping/butler-w-lampson/hints-for-computer-system-design]]{버틀러 램슨도 '단순함'을 강조}했었다.
이와 관련해서 또 생각나는 것은 Tony Hoare의 튜링상 수상 강연.
"The price of reliability is the pursuit of the utmost simplicity."
더 더 더욱 단순하게 구조를 만들고 더 단순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내 회사를 직접 차려서 일하는 상상을 해본다.
제임스 해밀턴이 말한 2500:1 이 계속 생각난다. 관리자 한 명이 서비스 2500개를 운영할 수 있는 정도라면 얼마나 자동화를 한 거야? 물론 엄청난규모의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겠지만. 사실상 많은 회사들이 2:1, 3:1 을 넘어서지 못한다. 정말 아주아주 작은 규모인 경우를 제외하고.
덩치가 크면 클수록 쉬워지는 게 있는 반면, 덩치가 작은 경우에만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극점이 있다. 결국 이것도 누군가의 판단으로 트레이드 오프를 결정해내야 하는 것. 어떤 파트를 아주 작게 유지/만들 것인지가 문제. 커질수록 골라내기도 어려워지고 그렇다고 새로 만들면 조직이 더 커진다.
그렇다면 역시 아주 작은 조직을 잘 연구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아주 작은 조직을 만들어서 그 조직의 생애주기에 따른 장점들만을 지속적으로 취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3-05-16 화
그러고보니 벌써 판교로 출퇴근한지 좀 됐네. 출퇴근이 매우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서울에 안 가고 성남시 내에서만 출퇴근을 하고 싶다.
2023-05-17 수
Dijkstra의 80년대 글 하나를 번역했다. 굉장히 유명한 글이기도 하고 내용도 어느 언어를 사용하건 프로그래밍 언어 사용자라면 대체로 공감할 내용이어서(lua 사용자 제외?!) 즐거운 저녁 시간이었다.
[[/clipping/ewd/831-why-numbering-should-start-at-zero]]
2023-05-20 토
[[/clipping/out-of-the-tar-pit]] 번역하며 읽는 중인데 평소 생각과 맞아 떨어지는 공감되는 이야기가 참 많다.
얼마전에 코딩 좋아하냐는 말을 듣고 난 코딩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 생각하는 걸 더 좋아한다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다시 떠올려 보아도 적절하게 대답한 것 같다. 코딩은 여러모로 너무 귀찮은 일이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Vim 사용하기 > 생각하기 >>> 코딩하기
정도 되려나.
계속 글을 쓰는 원동력은 역시 Vim 쓰는 게 즐겁고 재밌다는 데에서 나오는 것 같다. 습관이나 의지, 버릇 때문이 아니다.
2023-05-21 일
인공지능 도구들이 일상으로 들어오며 더 많고 다양한 문서들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겁다. 그리고 문서를 읽으며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도 꽤나 괜찮은 경험인데 문서 속의 이론을 토대로 이런 사례 저런 사례에 대해 같이 의논을 하며 결과를 구상하는 것이 참 좋다.
한 개인으로서 갖는 상식의 한계 때문에 이해에도 한계가 생기기 마련인데, 인공지능이 나름의 폭넓은 상식을 갖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오늘은 “THE Multiprogramming system”의 “THE”를 그냥 넘길 뻔했는데 인공지능 덕분에 이게 1965년에 개발된 멀티프로그래밍 시스템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인공지능이 언급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The라고 보고 넘어갔겠지. 좋은 공부 친구를 얻은 것 같아 하루하루 재미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가 스파이더 맨이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이 원조라고. 피터 파커의 엉클 벤이 교양이 풍부했던 것으로 생각해야지.
2023-05-22 월
계속해서 좋은 내용을 담은 글을 읽는 것이 나(의 두뇌)에게 매우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텍스트를 생성해주는 GPT가 나온 것이 몹시 마음에 든다.
놀라운 것은 하루에 읽는 것들 중 80% 정도는 모니터 속의 글이고, 나머지 20% 정도는 책인데, 여전히 책을 통해서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내가 느끼고 있다는 점. 떠올려보면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경우는 주로 책을 읽다가 대화 상대가 필요해졌을 때.
2023-05-25 목
요즘 퇴근길에 틈틈이 읽는데 재미있다. Comparing and Merging Files (gnu.org)
2023-05-26 금
어떻게 해야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가? 포스트잇이건 어디건 단기 목표를 적고, 그 목표에 10분이라도 집중하는 것이 그 출발점인 것 같다. 이걸 자꾸 연습해서 10분을 30분으로 늘리고, 30분을 1시간으로 늘리고, 1시간을 반나절로 늘려나가면 어떻게든 되어가는 것 같다.
지난 두 달간 팀과 함께 모든 작업을 페어 프로그래밍으로 하면서, 매 작업별, 매일 오전, 매일 오후, 매 주 단기 목표를 써가면서 작업을 했다. 결과가 썩 나쁘지 않다. 아주 조금 아쉬운 면이 있긴 하지만 꽤나 빠르면서+잘 진행되어 다들 기뻐했다. 동료들의 칭찬을 받았고 기분이 조금 좋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고, 작업이 좀 더 남았다. 경험주의 스프린트를 반복하며 팀은 이제 서로를 더 잘 알고, 팀의 스루풋도 어느 정도 모두가 파악하게 됐다. 남은 일도 잘 처리해 보자..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은 종류의 다양한 관점이 있기 마련. 나는 그것들 중 하나인 '사람의 집중력' 문제만 해결해도 몇 가지 문제가 연쇄적으로 풀린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팀이 시간을 날려먹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 못하는 경우가 가장 억울하다.
지난 몇년간 페어프로그래밍을 해오면서 느낀 페어 프로그래밍의 가장 강력한 힘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도 트레이드 오프가 있다. 가능한 한 많은 것(특히 취향)을 짝에게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양보로 인해 얻는 것이 더 많게 된다.
양보를 몇 번 해보면 서로 제안하고 수락하는 암묵적 규칙이 생긴다. 짝이 고민하면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해결책을 제안한다. 해결책이 살짝 별로 같아도 일단 같이 집중해서 10분안에 구현을 해본다. 구현이 마음에 안 들면? 부정적 검증 완료. 플랜B 고고. 10분간 멍하니 있는 것보다 확실하다.
최근 몇 달 간의 이득이 있다면 작업 자체에 대해서도 엔지니어링 관점으로 접근하게 됐다는 것 같다. 예전에도 머리로는 알았지만 막상 실천하지는 못했는데, 이제는 자기 자신도 객관적 자원으로 취급하며 구조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솔빙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진 느낌.
2023-05-27 토
동영상도 찍어보고 오프라인 세미나도 해보고 글도 쓰고 다양하게 해봤지만, 역시 내가 다른 사람을 잘 가르치는 방법은 1:1~1:3인 것 같다. 나는 나에게 배우고 싶어하면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것들을 잘 전달해준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이 발전해나가는 것을 봐왔다.
사람 눈과 반응을 보고 대화를 통해 맞춰가며 이야기하는 내 취향에 동영상은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안 맞는 성격.
한편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에게도 인간적으로 친분을 오래 쌓은 장기적인 멘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생각을 종종 한다.
생각해보니 이래서 페어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구나. 시간을 쌓아가면서 점점 더 손발이 잘 맞아가는 것이 좋음.
지난달만 해도 통증 때문에 의자에 30분 이상 앉지 못했고, 지하철도 30분 이상 타기 어려웠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강남을 한계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요즘은 조금 나아진 느낌. 정말 올해는 건강 뿐이야..!
페터슨 헤네시 컴퓨터 구조 및 설계가 2021년에 6판이 나왔네. 5판을 갖고 있는데 6판에서는 도메인 특화 구조가 추가됐다고 해서 살까 말까 고민중. 산다면 5판은 이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야지..
2023-05-28 일
성장의 딜레마: 성장하면 할 수록 이후의 성장 난이도가 기하급수로 어려워진다. 피터의 법칙과 비슷.
2023-05-30 화
1968년 더글라스 엥겔바트의 세계최초 마우스 시연 데모.
2023-06-06 화
최근 두 달간 매우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 도구는 Figjam 화이트보드.
2023-06-09 금
카카오페이 손해보험 해외여행보험 오픈!
2023-06-11 일
오버엔지니어링 이야기가 종일 타임라인에 오가네. 난 모르겠음. 이쪽에서 쉬우면 저쪽이 어려워지고, 저쪽에서 쉬우면 이쪽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 이정도면 됐어 적정기술 썼네! 해도 겨우 한 달 지나서 더 복잡한 문제가 쏟아져서 아 설계를 너무 단순하게 했다 흑흑 하는 경우도 있고.
이직하고 보니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 단번에 이해가 안 가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는데, 알고보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고 자세히 알아보면 그렇게 만들었던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끄덕끄덕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쉽게 불평하기보다는 음 그런가보다 하게 되는듯.
회사 큰그림을 모르는 직원1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회사기술스택을 이해하고 기능구현을 잘하도록 준비해두는 게 중요. 추가하거나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근거를 마련하고 청사진과 플랜도 준비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려 뛰어다녀야 한다. 이 경우 바꾸려는 게 클수록 할 일이 제곱으로 많아진다.
관성의 무서움. 만들어둔게 많을수록 바꾸기도 어렵고,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설득하기도 어렵다는 뜻. 대부분은 뭘 바꾸거니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거라도 잘 굴리면서 일정 잘 지키고 슬랙 대답 빠르게 하는 게 인사고과도 잘 받고 동료들의 신뢰도 받는 길..
그런데 이게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 개발자이기 이전에 직장인이라는 걸 잊으면 안됨. Out of the Tar Pit을 읽으며 느꼈던 건데 수많은 회사들의 경우 문제의 본질이 기술적인 측면에 있지 않다. 물론 기술이 중요한 구현 수단이긴 하지만 정말 집중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닌 경우가 많음.
다만 문제는 이것. 직원1이라면 오케이. 회사 기술 스택 받아들이고, 기술보다 회사의 목표와 고객에 집중하기. 좋아 이것이 프로 직장인이다. 됐어..! 앗 그런데 내가 기술 리더라면.. 내가 기술 스택을 선정하거나 적어도 선정에 대해 높은 지분을 갖고 있는 CTO라면..?
2023-06-12 월
일찍 퇴근하고 회사 근처 정형외과 방문. 일자허리 진단을 받았다. 도수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2023-06-14 수
자다가 통증 와서 또 으악 하고 깸.
2023-06-16 금
오래간만에 폭발적으로 일한 한 주였다.
2023-06-19 월
삼체 2권 읽고 있는데 모 등장인물의 수성을 태양으로 떨어뜨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목성 파괴까지 가는 태양계 절멸 전략을 읽고 기가 질렸다.
만달로리안 시즌3를 다 봤다. 간만에 보는 완벽한 드라마였다.
2023-06-22 목
삼체2권 후반부의 우주함대 몰살 장면 헉소리나게 엄청나군. 점심시간 내내 진땀을 흘리며 읽었다.
2023-06-24 토
10년 이상 꾸준히 사용해온 드롭박스 요금제를 해지했다.
2023-06-27 화
벌써 이번 회사 입사한 지 3개월이 됐네.
2023-07-01 토
큰 병원 가서 MRI 찍어봐야겠다.
2023-07-02 일
1년째 겪고 있는 다리 통증에 대한 기록을 본격적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memo/2022-06-leg-pain]]
2023-07-03 월
아픈 다리에 온찜질을 너무 오래 했는지 저온화상을 입었다.
2023-07-09 일
요즘 밤에 산책할 때 가장 감탄하며 보는 별은 목동자리 아크투루스. 붉고 찬란하게 빛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 볼 때마다 행복할 정도.
그러나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많아 별을 볼 수 없었다.
2023-07-11 화
류츠신의 SF 소설 '삼체' 마지막권까지 다 읽었고 여운을 느끼는 중.
대단한 작품이었다.
2023-07-14 금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 교보문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섹션 규모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굉장히 줄어들었네.
2023-07-15 토
아내의 생일. 신나는 하루였다. 아내와 함께 여기저기 많이 갔고 맛있는 것도 먹고, 저녁에는 영화도 봤다.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2023-07-16 일
헤어컷했다. 시원하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1권을 읽고 있다. 여름에 딱이다.
2023-07-17 월
대학생 때 CD를 샀고 이제는 유튜브로 종종 듣는데 언제 들어도 고양감이 있는 즐거운 곡. 다른 사람들이 연주하면 이 느낌이 안 살더라.
굴드의 모차르트를 들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정작 굴드는 바흐 연주로 유명하지만 내 귀는 굴드의 모차르트를 더 좋아하더라.
2023-07-20 목
통증 때문에 고생하다보니 통증이 없을 땐 너무 기분이 좋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조증인가?
수술을 받고 장기간의 통증을 느끼는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겪으며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도 함께 변화해감을 알겠다. 많이 웃고 웃기는 나날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많이 웃고 사람들과 정답게 지내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23-07-22 토
내가 '설명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봤다. 아마 극장에서 본 마지막 '최신' 인디아나 존스가 아닐까. '영 인디아나 존스 크로니클'이나 다시 보고 싶다. 리메이크 해도 좋겠다.
2023-07-23 일
전기요금이 궁금해져서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 약관을 읽어보는 중.
2023-07-26 수
너무 진지하지 말아야지. 힘들어도 즐기며 살고 싶다.
몸이 아파도 웃으며 살자.
2023-08-01 화
자다가 통증 때문에 깼다.
2023-08-06 일
Vim 개발자 Bram Moolenaar가 2023년 8월 3일에 별세하셨다고 한다.
Message from the family of Bram Moolenaar
개발자로서의 내 경력 대부분은 vim과 함께했다. Bram은 빌 조이의 vi를 이어받아 vim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vim을 통해 얻은 모든 수익금을 우간다의 어린이를 돕기 위해 사용하며 자선 소프트웨어 charity ware로서도 크게 발전시켰다. 이런 것을 알고 나는 vim을 더 좋아하게 됐다.
나는 Bram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삭제하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간직할 것이다.
2023-08-07 월
man 페이지에서 이런 거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사진은 man diff
의 가장 아랫부분)
James Hunt와 Douglas McIlroy를 존경한다.
2023-08-10 목
마틴 데이비스의 "수학자, 컴퓨터를 만들다" 3판이 곧 나온다고 한다. 나는 국내 초판 2쇄를 갖고 있다.
마틴 데이비스는 힐베르트 23문제 중 10번 문제를 증명하는 데 기여했고, 알론조 처치가 박사 학위 지도 교수였다고. 방금 찾아보니 올해(2023년) 1월 1일에 돌아가신 모양이다. Rest In Peace.
이번판 역자는 트위터 너머 존경하고 있는 박상민님이고, 2판에 없었던 내용도 추가되는 모양이니 더 기대가 된다.
2023-08-15 화
한동안 괜찮아졌나 싶었다가 오늘 다시 통증이. 으 기운을 내자.
2023-08-16 수
대학생 때, 2022년인가 2024년인가부터 사용했던 백팩의 지퍼 손잡이가 낡아서 떨어졌다. 이 가방을 20년이나 썼다니.
2023-08-17 목
그동안 사용한 로봇청소기를 이제 보내주기로 하고 새 로봇 청소기를 구매했다.
2023-08-22 화
병원에 가야 해서 일찍 퇴근했고, 허리 상태가 꽤 좋아서 한동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기분이 좋다.
아무튼 오늘은 병원에서 90분 정도 대기했지만 그 덕분에 오래간만에 독서에 집중할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책 속 이야기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2023-08-23 수
치과에 다녀왔다. 왼쪽 아래 어금니에 문제가 생겼다.
Martin Davis의 The Universal Computer 3판이 번역되어 나왔고 읽기 시작했다. 즐겁다.
아래는 1판과 3판.
역자 박상민님의 글도 좋았다.
"이 책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추상적abstract 사고의 힘'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는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 분야는 아주 빠르게 변한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바뀌고 더 빠른 컴퓨터가 나와도 추상적 사고는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다. 간단한 문제는 하루 이틀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복잡한 문제는 때로 의자에 앉아 몇 날 며칠 생각만 해야 어렴풋이 해결책을 상상해 낼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가장 경험 많고 가치 있는 프로그래머는 '집중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2023-08-25 금
오늘 오후 약속에서 대화하며 떠올린 책들
- 일을 버려라!
- 초난감기업의 조건
- 리더의 도전
- 추측과 논박
2023-08-26 토
DeepL의 Full page translation 기능이 쓸수록 실망스럽다. 번역 품질은 괜찮지만 문서 형식이 깨지는 경우가 아쉽다. 예를 들어 RFC 문서 번역하면 개행이 전부 사라진다는 거.
가령 RFC 1925를 번역시켜보면 개행이 전부 사라지고 한 줄이 된다. 3페이지 짜리 문서를 3줄로 변환하니 읽기가 어렵다.
DeepL pro 구독을 해지했다. 기대가 너무 컸는지 실망스러웠다.
2023-08-27 일
사회화된 사람 대부분은 이중인격이다. 자기 마음속의 어둠을 알면서도 타인들과 협력하고 호감을 표하고 서로를 믿고 약속하며 여유있게 친절을 베풀며 산다. 그래야 세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지옥에서 살게 된다.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되는 인간의 능력 중 하나는 가면을 바꿔쓰는 것이다. 마치 실행하는 애플리케이션별로 다르게 동작하는 컴퓨터처럼 사람은 맥락에 따라, 함께 있는 게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그리고 그것들 대부분은 유인원이라면 하지 않았을/할 수 없었을 행동이다.
그걸 이해할 수 있기에 사람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사회의 각 모듈을 접착시킬 수 있다. 소셜 컨벤션을 빠르게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기란 그냥 개인의 전략이 아니라 집단의 전략이라는 것.
타인들과의 협력을 포기하는 순간부터 힘들어지는 것은 나 자신일 것이다. 만약 타인의 위선이 꼴보기 싫다면 위험 신호가 온 것이다. 그럴 땐 최대한 빨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것.
2023-08-28 월
이너 게임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 간단하게 메모.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뭘 배워야 하는지를 묻는다. A가 좋을까요 B가 좋을까요 같은 것을 질문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일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질문하고 답변받은 것을 며칠이고 찾으러 다닌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대체로 업계 표준의 답변을 받게 된다. 답변하는 사람도 그렇게 쓸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엄청나게 많이 준비하고 공부해서 20년쯤 후엔 갑옷을 전신에 두르게 만드는 이상적인 답변들. 이런 답변을 받으면 보통은 너무 멀다고 생각하고 멘탈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건 아우터 게임이다. 경기장 바깥을 보며 게임을 하고 있는 것. 이너 게임 스타일로 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남들이 뭘 하는지는 신경 끄고 내가 어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지 내가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 ‘캬 이런 게 내가 만든 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거.
이미지가 중요. 모든 기술을 잡다하게 쌓아 완벽한 무언가가 되려 하지 말 것. 그렇게 하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만 마음 속에 가득하게 된다. 규칙을 지키는 데에만 온 정신을 쏟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케이. 하지만 나는 그러하지 않았다.
'내가 10년 후 이런 것들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면 근사하겠다!' 라고 생각하고 불완전한 것이라도 작게 하나씩 매일 만들어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필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질문을 할 때에도 디테일이 생긴다. 구현과 실천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고민이 달라진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양쪽을 방문하며 괴로워하는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해보는 건 항상 적어도 한번쯤은 해볼만한 베팅이라 본다.
2023-08-29 화
티모시 갤웨이의 '테니스 이너 게임' 8장을 인용한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
'패할 때까지 계속 다음 경기를 치르겠지. 이 정도 대회에서는 사실 얼마 못 가서 질 가능성이 커. 그러면 다시 클럽으로 돌아가 성적을 보고할 거고, 수고했다고 격려를 받겠지. 그러고는 다시 평상시 생활로 돌아갈 거야'
대회에서 한두 차례 더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대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뭐지?
예상 밖의 답이 나왔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나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경기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긴장감에서 해방되는 것이었다. 나의 인생 전반에 만연해있던 내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너 게임에서 승리하고 싶었다.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자 새로운 열정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첫 게임에서 세 차례 더블 폴트를 범했고 서브 게임을 잃었지만 이후 새로운 확신이 생겼다. 그동안 내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을 떨쳐버린 것 같았고, 내 의지대로 전력을 다해 경기를 펼쳤다.
2023-08-30 수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3: 부서진 모래시계를 다 읽었는데 좀 실망스럽다. 1,2 권이 좋았는데… 좀비물은 주인공이 안전해지고 좀비의 기원을 탐색하기 시작하거나 인간들끼리 전쟁을 시작하면 꼭 재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내 좀비물 취향이 너무 낡았거나 마이너하기 때문일 것.
나는 뛰는 좀비 나오면 싫어하고(좀비가 뛴다고?), 바이러스가 좀비의 원인인 것도 싫어한다(초자연 현상이 아니라고?).
묘지에서 흙을 뚫고 올라오는 장면을 좋아한다.
2023-09-02 토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책은 삼체. 특히 1권은 앞부분은 좀 유치했지만 문화대혁명에 대한 묘사가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종종 다시 읽을 것 같다. 가장 좋았던 것은 2권. 2권은 거의 일주일마다 생각하는듯. 정신이 아득해지는 3권 막바지는 10년쯤 후에 다시 읽고 싶다.
2023-09-03 일
그동안 뒤로 미뤄두고 잘 안 쓰던 [[/tool/alacritty]] 를 다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저녁에 설정을 좀 했다. alacri-tty는 이름답게(?) macOS 빌트인 터미널처럼 탭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cmd/tmux]]{tmux} 설정을 좀 해줘야 했다.
alacritty + tmux 조합 설정을 거의 마무리하고 나니 쾌적함을 느낀다. 기분 좋다.
2023-09-04 월
마취+신경치료 각오하고 치과 들어갔는데 1주일 더 두고 보기로 하고 15분만에 나옴.
2023-09-05 화
크립토노미콘 4권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늙은 광부들끼리 통하는 속담이 있다. "금은 네가 찾는 곳에 있다."
2023-09-06 수
최대한 재미있게 살아야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위 사람들도 재미있게 해줘야지.
2023-09-07 목
어젯밤에는 내가 회사 생활에서 급여 다음으로 얻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꿈을 꿨는데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결론을 내면서 잠에서 깼다.
"적당히 가깝고 너무 멀지도 않으면서 적절히 서로 좋아하는, 그러면서도 서로 반말하지 않는, 친구는 아닌 사람들"
오래간만에 tmux를 쓰는 나날. 옛날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2023-09-09 토
JPG 이미지랑 텍스트를 제공하면 이미지 밑에 까만색 패딩 공간을 좀 넣고, 거기에 흰색 텍스트를 추가한(마치 자막이 포함된 스크린샷 이미지처럼) 이미지 생성기가 필요해서 간단하게 만들어 볼까 했는데…
ChatGPT 도움을 받아서 한 20분만에 다 만들어버렸다. 이제 이런 간단한 도구 만드는 건 AI에게 설명만 해낼 수 있으면 일도 아니구나… 라는 걸 다시 실감한다.
https://github.com/johngrib/append-text-to-image
2023-09-10 일
"스크럼은 암이다"라고 비판하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듣고 간단하게 메모.
스크럼이 암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먼저 하고 있던 그게 스크럼이 맞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음.
어릴때 친구가 집에 가서 '둠'을 같이 하자고 해서 갔더니 그 친구 컴퓨터에 깔려 있었던 건 '울펜슈타인'이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그 친구랑 둠 이야기를 하면 뭔가가 계속 안 맞았다.
스크럼은 만든 사람과 만든 년도가 분명히 있는 방법론이고 심지어 만든 사람이 가이드북까지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음. 물론 가이드북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게 최고가 아닐 순 있겠지만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게 많은 섬세하고 귀찮은 방법론. 적어도 디테일하게 욕하려면 매뉴얼은 읽어야.
내 경험상으로는 스크럼의 단어들을 가져와 차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스크럼 가이드를 열심히 분석해서 조직에 맞춘 스크럼을 하는 곳들은 없었던 것 같다. 스크럼은 개념상의 흐름이 중요한데 그냥 대충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개발팀 일일보고, 주간보고 회의 관성으로 흘러가게 됨.
그러면 당연히 원래 하던 것과 다를 게 없고, 귀찮은 회의랑 번거로운 이상한 용어들만 일하는 데 추가된 셈이 된다. 이러면 누가 행복한가?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도입한 사람만 자신의 분기 성과라고 자기업무평가에 적어 넣을 뿐이다.
스크럼 만든 사람이 쓴 책을 읽어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스크럼은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모든 관련자의 성취감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사회 공학이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보살핌과 후원 속에서 개발팀이 자율적으로 일을 추진할 때 협력이 발생한다."
사회 공학. 개발팀의 자율.
스크럼이 일종의 소셜 엔지니어링이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으면 잘 안 된다. 이건 업무 성과를 끌어내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서로 힘을 합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
그리고 패키지 구조에 대한 메모 하나 더.
프로젝트가 컨셉으로 잡고 있는 아키텍처 스타일이 패키지 이름에 드러나는 걸 나는 안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패키지 이름이 controller, service, usecase, adaptor 뭐 이렇게 되는 것들. 이렇게 하면 해당 스타일을 못 걷어내거나 걷어내기 아주 어려워진다.
그리고 하나의 기능을 완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파일들이 여러 패키지로 퍼져나가서 응집성을 잃게 된다. 객체지향 개념이 클래스 또는 인스턴스 개념에서만 머무른다고 생각하지 않고 패키지도 일종의 객체라고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음.
service는 service끼리 모아놓고… repository는 repository끼리 모아놓고 이런 걸 보고 있으면 다용도 못 상자 생각이 난다. 못들끼리는 잘 분류해 놨지만 아직 재료일 뿐이고 완성된 제품은 아닌 상태.
(DALL E 2 인공지능을 사용해 그린 이미지)
안타깝게도 어느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딩을 하건 간에 소스 코드를 저장하는 곳이 파일 시스템이다보니 파일 시스템이 토대를 두고 있는 계층구조에 패키지 구조도 영향을 받는다.
계층구조를 타고 디렉토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파일을 어떻게 잘 정리할 수 있는것인가를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이게 꽤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Codd의 관계형데이터베이스 개념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네트워크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많이들 썼고 당시 개발자들의 최대의 고민 중 하나는
/company/dept/employee/3
처럼 부서밑에 직원을 두는 스타일로 할 것인가 아니면 /company/employee/dept
처럼 직원 밑에 부서를 둘 것인가였다고.
이건 순환을 막아놓은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문제인데 양쪽 다 쓸 일이 있고 포기하기가 애매해서 골칫덩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해당 데이터베이스가 트리구조를 쓰고 있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건데, 일반적인 컴퓨터 파일시스템들도 이런 트리구조를 쓰고 있고,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패키지 선언에 파일시스템의 트리 구조를 그대로 투영해서 사용하니 코딩할 때 패키지 배치 문제에도 이게 연결이 된다.
그런데 관계대수를 토대로 만들어진 RDB가 나왔고, 특정 노드까지의 경로라는 이름이 아니라 관계를 사용해 데이터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게 꽤나 좋은 해결책이었기 때문에 RDB가 대세가 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더니 막상 흔히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관계대수 기반이 아님.
Out of the Tar Pit을 읽을 때 좀 놀랐던 게, 벤 모슬리랑 피터 마크는 'DB가 관계대수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네트워크 데이터 기반의 객체지향 언어를 쓰고 있으니 임피던스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 ➡ 관계대수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쓰자'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꽤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를 만들어도 누가 쓸까? 현실은 관계대수형언어는 커녕 함수형프로그래밍 언어도 어렵다고 난리인 판국. 어쩌면 모든 것은 DB가 충분히 많은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DB에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집어넣고 그걸 다 읽은 AI가 답변을 한다면?
그게 가능해진다면 API 엔드포인트는 하나만 남아도 될지도 모른다. 구태여 네트워크 구조를 의식해 자원을 배치하는 것을 URL로 흉내내는 REST 를 따를 필요도 없다. 백엔드는 얇아져서 종잇장이 될 것이고, 결국 핵심은 그냥 데이터변환이라는 리치 히키의 말만 메아리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결국 그래프구조 데이터를 다루는 객체지향언어를 쓰면서 관계대수를 토대로 삼는 DB를 잘써먹는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이건 성가시고 몹시 가렵긴 해도 다들 그럭저럭 방법을 터득했다. 그런데 이런 터득이 패키지 명명에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패키지 명명은 단순하다. 아키텍처 스타일 같은 비본질적인 건 머릿속에서 지우고 본질적인 업무와 관련된 단어들의 계층적인 구조를 그냥 패키지 이름으로 만드는 것. 그냥 이게 다다.
5년 전(벌써 그렇게 됐다니..!)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golang이 메인 프로그래밍 언어였고 interface 사용 방식에 꽤나 감명받았다.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내가 제일 좋아한 go의 개념은 go의 인터페이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각종 컨벤션이었다고.
특히 인터페이스에 함수 하나 정의하고 이름 -er 로 붙이는 건 꽤 마음에 들어서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딩할 때에도 종종 쓰게 되었다.
방을 정리하다가 2017년 맥북을 발굴했다. 어디에 쓸까 하다가 그냥 컴퓨터방 맥미니에 ssh로 연결해서 써보니 괜찮다. 하하! 낡은 컴퓨터로 새 컴퓨터를 쓰니 즐겁다. 대체로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잘 된다.
맥북을 안 쓰고 맥미니만 쓰니 아주 가끔 다른 방에서 컴퓨터 쓸 일이 있을 때 좀 곤란했다. 마침 잘 됐다.
2023-09-13 수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을 읽었다. 인류 멸망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충격적인 인류 멸망 시나리오. 소설 막바지의 전개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계속 떠올라 경악이 이어졌는데 (사실 EOE가 이 소설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고 한다) 이게 1953년에 나온 소설이었다니 놀라울 따름.
'인류의 모든 정신을 하나로 합치는' 것에서 떠오르는 것은 생명체 자체에 대한 놀라움과 경외심. 인간도 그렇고 동물도 식물도 결국 군집한 수많은 생물의 집합체라는 것은 처음 들었을 땐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가도 세월이 흐를수록 등골이 오싹하면서도 놀라운 일.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2023-09-14 목
나는 주니어 시니어 구분 별로 안 좋아하고 단어 자체를 안 좋아해서 잘 안 쓴다.
2023-09-15 금
요즘은 점심시간에 샐러드를 먹으면서 1시간 동안 책을 읽는데 무척 즐겁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딱 책만 읽을 수 있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던가? 그 때는 눈치보면서 읽었지만서도.
2023-09-19 화
요즘 관심사는 유전자 기술. 생물학 관련 기술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2023-09-20 수
요즘은 카페 가면 간단하게 에스프레소 주문. 두 모금 마시고 깔끔하게 나온다. 처음엔 허세 +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먹다보니 엄청 편리하다.
양이 적어 빨리 식는다. 한두 모금 마시면 끝.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손이 편함. 아메리카노처럼 아이스/핫 안 물어봄. 물이 없어 화장실 왕복 안함.
가격이 커피 메뉴들 중 가장 저렴함. 향이 찐해서 마시기 전에 코가 즐거움. 어느 카페든 에스프레소는 있어서 메뉴판 안 보고 주문 가능. 보통 작은 잔에 주니 종이/플라스틱 쓰레기 안 생김.
카페에서 시간 보내지 않는 내 성격에 딱.
2023-09-21 목
Seoul Elixir Meetup 51회 이메일을 받았다. 꾸준하게 오랫동안 밋업을 진행하시는 엘릭서 커뮤니티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2023-09-22 금
말로만 듣던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가 번역 출간되었다고 하여 기뻐서 서점에 왔더니..
읽으려면 꽤 각잡아야 할듯. 일단 장바구니로 인풋.
2023-09-25 월
요즘 오전에만 내 목소리고 오후부터 밤이 될 때까지 목이 계속 쉬어 있는 상태인데 왜 그럴까.
2023-09-26 화
요즘 계속 좋지 않은 꿈을 꾸고 깨어나서도 마음이 별로 안 좋은데 뭔가 기분전환거리 없을까.
2023-09-27 수
점 자체는 별로 가치가 없지만 1차원 이상인 공간에 점을 특정한 패턴으로 배열하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행렬이 중요한 이유중 하나도 이것. 행렬은 값을 세련되게 배열해 정보를 표현하는 매우 단순한 표기법이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가능.
고1 때 행렬을 배울 때 이걸 왜 이제 배우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회 시간에 표를 그리는 것도 일종의 행렬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추상적으로 생각하자면 인간이 정보를 배열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아날로그적이지만 머릿속에선 래스터 이미지/데이터 테이블을 만드는 행렬 작업으로 인식한다.
어렸을 때의 나는 컴퓨터를 무엇으로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계산기라고 교과서적으로 대답하면서도 자신의 대답을 실감하지 못했다. 머릿속 계산기의 이미지가 주판에서 공학용 계산기의 범위 내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그보다 더 대단한건데! 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계산'의 개념이 내 좁은 세계관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계산은 아득할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으며, 무한의 개념을 넣느냐 마느냐가 스위치가 된다 쳐서 유한한 시간과 공간을 따진다 해도 그것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한편 내가 좋아하는 표현은 '컴퓨터는 (시각적)환상제공기이기도 하다'라는 것인데,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컴퓨터 인터페이스 환경이 소프트웨어의 가상화 레이어가 층층이 깔려 있는 말단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전기를 흘려보내면서 0 과 1을 늘어놓는 건데 레이어마다 해석을 하는 것.
두 사람이 어두운 방에서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할 때, 모든 의사소통의 표현형은 음파이지만 두뇌의 해석으로 인해.. 음파는 사물이 되고, 인물이 되고, 사건이 되며, 이야기가 된다. 컴퓨터의 첩첩히 쌓인 가상화도 결국은 이와 같은 기능.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다들 울고 웃고 일하고 논다.
2023-09-29 금
올해 읽은 책이 65권이네. 1주일에 1.6 권 정도 읽은 셈. 내년이 되기 전까지 100권은 못 읽겠고 80권 정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책들이 재밌는 내용이면 더 좋겠다.
권수 카운트하는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고 별로 의미있는 지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권수 세는 건 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2023-10-02 월
아내와 함께 대구에 다녀왔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대구. 학교에서 대구가 분지라는 것을 배웠던 것이 떠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정말 사방에 산이 있었라.
2023-10-03 화
요즘 잠자리에서 종종 생각하는 건 ‘아카식 레코드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인데 무한공간과 무한시간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사건을 규정하고 포착하는 것도 매우 규정하기 어렵다(뇌 속 사건까지도 포함해야 하나?). 스냅샷을 잡는 것도 엄청난 규모의 통제가 필요.
프로세스 포크처럼 샌드박스 환경이 있다면 통제하기 편리할텐데 이렇게 하면 매트릭스 같은 사이버스페이스가 되잖아.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2023년 10월 기준에선 좀 진부하고 샌드박스 바깥까지 포괄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쉽다.
아무튼 튜링처럼 무한한 테이프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리 헤드를 상정한다고 했을 때 몹시 유용한 것은 로그 시간복잡도로 작동하는 알고리즘들. 어떤 각도로 돌려 보아도 이진탐색은 아름답다. 한편 사건을 엮어 기록하는 방식으로는 git 스타일의 스냅샷 개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데
좀 더 발전해서 Jim Gray가 이야기했던 시간을 차원으로 두는 스냅샷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논리적 한계 때문에 시간을 불연속적 계단으로 파악하곤 하지만 사실 시간은 연속적이니까 진정한 아카식 레코드가 있다면 연속적으로 기록하지 않을까?
이진탐색이 매우 훌륭하긴 하지만 꽤 곤란해지는 지점이 있다면 정수 인덱싱을 사용하지 않고 허수 인덱싱을 사용하는 경우. 그러고보니 이거 게오르그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이랑 테마가 비슷하네. 허수 인덱싱에서도 잘 통하는 탐색 알고리즘도 누군가는 생각해둔 게 있겠지…
스냅샷 아이디를 생성하는 방법은 git과 같이 현존하는 해싱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 연속적 시간에 대해 매 노드를 남긴다면 해시 충돌이 무한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방법은 하나 뿐인데 우주 전체를 형식을 갖춘 수식으로 표현한 다음 그걸 괴델수로 표현하는 것. 소수는 무한하므로..
대신 아이디가 우주레벨로 엄청나게 큰 수가 될 거고 인간의 작은 두뇌에 담을 수 없는 레벨이 되겠지만 아카식 레코드라면 이런 정도의 수는 포함 가능한 집합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쓰다보니 좀 정리가 되는데 어딘가 적어둘까…
이거 바탕으로 소설 나와도 재밌겠다. 거슬리는 연속적 시간을 불가능하다 전제해두고.. 사실 시간은 불연속적인데 최대한 연속에 가깝게 우주전체를 기록하는 무한한 도서관의 사서가, 끊어진 노드의 9천만자리 해시아이디를 소인수분해해보니 해시 충돌이 있어서 유실된 우주의 사건이 하나 있더라…
아니지 괴델수는 충돌이 없잖아. 이런 이야기가 말이 되려면 충돌 가능한 결과를 생성하는 해시함수가 필수. 좀 더 생각해보자.
내일은 출근이네. 연휴가 짧은 게 아쉽긴 하지만 오래간만에 회사 사람들 만나서 인사도 하고 잘 지냈는지 물어보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 낫다.
2023-10-04 수
아침부터 장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출근했다가 휴가 쓰고 병원가서 약 타먹고 집에 돌아와 기절해 있다 이제 일어났네.
내과의사 선생님은 요즘 장염 걸리면 고생 좀 한다고 하셨다.
열이 38.6도. 지끈지끈 아프고 구역질이 좀 나네.
2023-10-05 목
장염으로 이틀간 고생했고 이제서야 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다.
2023-10-07 토
개인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군. 노인이 되면 지역 도서관에 책을 다 기증하고 근처에 살면서 대여해 읽는 것도 상상했었다. 그러나 도서관이 책을 영구히 보존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 생각이 또다시 떠오른다.
2023-10-12 목
요즘은 아침에는 아침 나름으로 피곤하고 저녁에는 저녁 나름으로 피곤하다. 평생 아침에 잘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피곤해서 10시 출근을 하고 있다. 건강관리에 더 신경써야겠다고 다짐하는 어제와 오늘.
2023-10-17 화
요즘 목소리가 너무 좋지 않아서 이비인후과에 가보니 성대 영양부족, 역류성 식도염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장염으로 꽤 고생하고 난 이후라 몸 전체에 영향이 부족한 것 같다.
2023-10-18 수
저녁을 먹고나서부터 열이 38.7 도까지 올라가서 해열제를 한 알 먹었다.
2023-10-19 목
아침에 좀 괜찮아져서 출근을 했더니 또 열이 올라서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에 들렀다가 처방약을 받고 휴가를 쓰고 퇴근했다.
2023-10-20 금
누수가 발생했다. 우리집에서 아랫집으로.
2023-10-22 일
설비업자가 우리집에서 누수가 발생한 곳을 찾아 수리를 해주셨다.
작은 방의 바닥과 가까운 곳의 벽을 부수고 배관을 교체한 다음 시멘트로 바른 것.
2023-10-23 월
지난 수요일 저녁부터 어제까지 38.5 도 이상의 고열로 고생을 했다. 몹시 힘든 닷새였다. 거의 침대에서만 보낸 것 같다.
어제부터 37.5도 정도선까지 내려왔고, 오늘은 36.5 ~ 37.2도 정도.
2023-10-27 금
누수 공사 견적이 나왔다.
설비업자가 연결해주신 도배업자분이 다녀가셨다. 아주 꼼꼼하게 도배를 잘 해주셨다.
우리집과 아랫집 둘 다 도배를 완료했다.
거실 조명 하나가 고장났다. 불이 켜지지 않는다.
2023-10-28 토
간만에 키보드를 청소했다.
2023-10-30 월
계획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즐거운 생일이었다.
2023-11-01 수
요즘 밤마다 연필로 글쓰는 취미를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 손으로 뭔가 해나가는 것이 즐겁다.
2023-11-05 일
취운님/용근님 부부와 카페 판교몽에 다녀왔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2023-11-10 금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또 화이자. 아마도 네번째 접종인듯.
2023-11-11 토
아내와 손잡고 산책하고 처음 보는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고 틈틈이 책을 읽는 나날이 행복하다. 오늘 저녁 바깥에서 귀가 시리자 아내가 손을 뻗어 내 두 귀를 가려주었는데 그 따뜻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2023-11-16 목
요즘 유행한다는 어떤 재미있는 무협지를 읽어도 가슴 속엔 좀 허전함이 있었는데 한동안 그 이유를 몰랐다.
생각해 보니 단순했다. 내가 곽정, 황용, 영호충을 아직 그리워하고 있어서였다.
2023-11-17 금
요즘은 거의 모든 여가시간을 독서로만 보내고 있고 무척 만족스럽다. 유튜브는 설거지할 때만.
2023-11-19 일
우쥔의 '컴퓨팅의 정수'를 읽다가 스크랩.
"~이면 프로그래머 되면 안됨" 원조가 도널드 커누스였구나. 하하! 커누스 교수님 말씀이라면 인정합니다. 그러나 요즘 관점에서는 TAOCP를 읽을 수 없다면 프로그래머가 되지 말라는 건 허들이 좀 높긴 하다.
2023-11-20 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었다. 책 중반부터 후반까지 몰아치며 독자를 뒤흔든다. 몹시 훌륭하다. 제목의 뛰어남에 다시 감탄한다. 너무나 차가운 로맨스 소설.
2023-11-21 화
올해 100권 독서 가능할까? 오늘까지 79권. 83권 정도가 예상되긴 한다.
2023-11-22 수
2023년 VimEnter 로고를 만들어 보았다.
2023-11-25 토
또 감기에 걸렸다!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이제 회사 동료들은 내가 아주 허약한 사람인 줄 알고 있다.
2023-12-01 금
git fsck
명령 쓸 일이 매우 드문데 오늘은 세 번이나 썼네.
2023-12-02 토
한윤석님, 정경호님, 이재열님과 만나 2023년 VimEnter 모임을 준비했다.
행사 페이지를 공개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행사 페이지: https://event-us.kr/vim/event/74978
2023-12-03 일
간만에 Jon Bentley의 '생각하는 프로그래밍(Programming Pearls)'을 다시 읽고 있다. 참 좋네. 좋은 책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세월이 지날수록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2023-12-08 금
지난 일주일간 상당히 많이 야근했다. 그래도 무사히 금요일을 맞이했네.
2023-12-11 월
오티스 엘리베이터의 오티스가 엘리베이터 제동장치를 발명한 사람 이름이었구나. 그나저나 1853년에 발명했다면 조선 철종 때인데 그때 서양인들은 엘베를 타고 다녔군…
2023-12-12 화
작년에 이어 올해도 VimEnter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3-12-17 일
요즘 왜 이렇게 자꾸 햄버거가 먹고 싶지.
2023-12-19 화
오늘은 일이 힘들지만 재밌었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에서 기쁨을 느낀다.
올해 책을 95권 읽었네… 이제 남은 날은 12일. 100권 읽을 수 있을까?
지난 기록을 보니 올해 유독 많이 읽었네.
2017년 80권, 2018년 73권, 2019년 76권, 2020년 72권, 2021년 34권, 2022년 41권, 올해 95권.
올해부터 점심시간 내내 책을 읽는 버릇을 들인 것이 큰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올해에는 급격히 시력이 나빠졌다. 눈이 피로하다.
2023-12-22 금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평소 항문에 좀 찜찜했던 느낌이 있어서 항문외과 병원에 다녀왔다. 초음파라던가… 몇 가지 검사를 받았고 가벼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증상에 대해 의사와 대화를 해보니 몇 년이나 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청결에 민감해서 적극적으로 비데나 물티슈 등을 오랫동안 사용해왔는데, 이게 항문에는 굉장히 좋지 않다고 한다. 휴지로 대충 한번 슥 닦는 것을 권장하며, 비데나 물티슈는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상태이지만 일단은 연고 등을 처방받았고 한달 뒤에 보고 결정하자고 한다.
참, 좌욕도 처방받아서 좌욕기를 구매했다. 이제 좌욕을 해야 한다.
내일은 VimEnter 2023 행사가 있다.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2023-12-23 토
오늘은 VimEnter 2023 이 있는 날. 올해 내내 집에서는 내내 맥미니만 썼기 때문에 오래간만에 맥북프로(2017년)를 꺼내 OS를 업데이트하고 dotfiles를 pull 받는 등의 잡스러운 일을 했다. 좋은 추억이 많이 있는 컴퓨터인데 이젠 부팅만 했다 하면 팬이 엄청나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냥 크롬 안 쓰고 alacritty에 Vim만 쓰면 딱히 느릴 이유가 없어서 앞으로도 활용도를 좀 높여도 괜찮을겠다. 나는 카페 같은 곳에 컴퓨터를 안 가져가니 집 안에서 맥미니에 ssh로 붙어서 이런저런 작업을 하는 정도는 괜찮을듯.
VimEnter 2023은 잘 마무리되었다. 올해는 2022년보다 참가자가 많았다. 바빴지만 뿌듯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행사 정보와 발표 자료는 VimEnter 2023 웹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사 준비중에 찍은 사진.
[[/article/vimwiki-lsp]]를 발표하는 나.
햄버거 개발자님이 찍어주신 나(왼쪽)와 코딩워리어 이재열님(오른쪽).
2023-12-24 일
고무줄이 너무 늘어나서 갖고 놀기 곤란해진 탭볼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볼을 위로 띄우는 콤보를 계속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분 정도 해보니 재밌네… 고무줄이 그냥 땅에 떨어진 볼 쉽게 주워주는 용도가 됨.
2023-12-25 월
1년에 책 100권 읽기 정말 어렵군. 오늘로 97권. 이제 6일 남았는데 3권 가능할 것 같은 느낌도.
얇은 책을 읽고 싶다는 엄청난 욕망과 싸워야 한다.
2023-12-28 목
도서출판 인사이트에서 찰스 펫졸드의 코드2판을 보내주셨다. 2판 소식에 기뻐하고 있었는데 마침 받아보게 되어 이번 연말연시에 책에 푹 빠져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중국 드라마 연화루를 재미있게 보는데 내년엔 원작 소설도 찾아 읽을 생각이다. 주인공 이연화의 매력이 상당하다. 소오강호의 영호충이 떠오르는… 무공을 잃음으로써 오히려 득도한 주인공.
2023-12-29 금
최근의 즐거움은 유튜브에서 classical music composed by computer 로 검색해서 나온 곡들을 듣는 것. 컴퓨터가 작곡하고 사람이 연주한 곡들.
최근 종종 생각나는 분은 한국축산데이터 이재철 CTO님. 엘릭서 밋업을 꾸준하게 계속 개최하시는 걸 보면 경이로움까지 느낌.
2023-12-30 토
탭볼을 보수하기 위해 고무줄 20미터를 샀다.
2023-12-31 일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에 일일이 일침을 놓아봐야 순간만 시원할 뿐,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하기만 할 것이다. 공자의 불혹, 이순을 떠올려보는 연말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나는 하나라도 더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말 몇 마디 더 얹다가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았나? 내년에는 더더욱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바라는 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쓸 수 있기를.
올해 마지막 날이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타임라인에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나씩 읽으며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이렇게 짧게나마 접할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예전에 마음이 몹시 괴로울 때마다 세상에 나 혼자 살아남은 경우를 상상하곤 했다. 그런 상상 속에선 모든 것이 끔찍했고 어떤 즐거움도 소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한동안 쉬고 바깥으로 나가면 생판 모르는 사람도 참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늘 하는 생각은 역시 세상에 사람만큼 희귀한 게 없다는 것. 나는 내가 외계인이라면? 같은 생각을 거의 매일 하는데, 내가 외계인이면 물이나 금, 달러보다 살아서 움직이고 생각하는 인간을 더 가치있게 여길 것 같다. 파스칼은 말했다. 인간은 갈대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가족과 친구의 중요성을 어릴적에는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과 친구가 없는 노년을 상상하면 혼자 살아남은 지구만큼 끔찍하다. 즐겁게 대화하고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친구가 많다면 세상에 무엇이 더 부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