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메모
- 2022-01-01
- 2022-01-02
- 2022-01-03
- 2022-01-05
- 2022-01-06
- 2022-01-07
- 2022-01-10
- 2022-01-11
- 2022-01-14
- 2022-01-17
- 2022-01-19
- 2022-01-20
- 2022-01-21
- 2022-01-22
- 2022-01-27
- 2022-01-30
- 2022-02-01
- 2022-02-06
- 2022-02-07
- 2022-02-09
- 2022-02-13
- 2022-02-16
- 2022-02-19
- 2022-02-21
- 2022-02-23
- 2022-02-26
- 2022-03-04
- 2022-03-05
- 2022-03-06
- 2022-03-07
- 2022-03-10
- 2022-03-12
- 2022-03-15
- 2022-03-17
- 2022-03-18 금
- 2022-03-20 일
- 2022-03-23 수
- 2022-03-24 목
- 2022-03-27 일
- 2022-03-29 화
- 2022-03-30 수
- 2022-04-01 금
- 2022-04-04 월
- 2022-04-08 금
- 2022-04-11 월
- 2022-04-13 수
- 2022-04-15 금
- 2022-04-16 토
- 2022-04-19 화
- 2022-04-21 목
- 2022-04-22 금
- 2022-04-23 토
- 2022-04-24 일
- 2022-04-26 화
- 2022-05-03 화
- 2022-05-05 목
- 2022-05-06 금
- 2022-05-07 토
- 2022-05-08 일
- 2022-05-10 화
- 2022-05-14 토
- 2022-05-15 일
- 2022-05-19
- 2022-05-23
- 2022-05-30
- 2022-06-01
- 2022-06-03
- 2022-06-05
- 2022-06-06
- 2022-06-09
- 2022-06-10
- 2022-06-11
- 2022-06-17
- 2022-06-18
- 2022-06-19
- 2022-06-25
- 2022-06-26
- 2022-06-29
- 2022-07-01
- 2022-07-02
- 2022-07-03
- 2022-07-04
- 2022-07-05
- 2022-07-06
- 2022-07-07
- 2022-07-08
- 2022-07-09
- 2022-07-10
- 2022-07-11
- 2022-07-16
- 2022-07-17
- 2022-07-18
- 2022-07-19
- 2022-07-23
- 2022-07-28
- 2022-07-29
- 2022-07-30
- 2022-07-31
- 2022-08-04 목
- 2022-08-06 토
- 2022-08-09
- 2022-08-11
- 2022-08-12
- 2022-08-15
- 2022-08-16
- 2022-08-18
- 2022-08-20
- 2022-08-21
- 2022-08-23
- 2022-08-24
- 2022-08-25
- 2022-08-27
- 2022-08-28
- 2022-08-29
- 2022-09-01
- 2022-09-04
- 2022-09-05
- 2022-09-06
- 2022-09-07
- 2022-09-09
- 2022-09-10
- 2022-09-11
- 2022-09-12
- 2022-09-13
- 2022-09-14
- 2022-09-16
- 2022-09-17
- 2022-09-22
- 2022-09-25
- 2022-09-26
- 2022-09-28
- 2022-09-29
- 2022-10-01
- 2022-10-02
- 2022-10-07
- 2022-10-08
- 2022-10-09
- 2022-10-10
- 2022-10-11
- 2022-10-13
- 2022-10-14
- 2022-10-16
- 2022-10-17
- 2022-10-18
- 2022-10-20
- 2022-10-21
- 2022-10-27
- 2022-10-28
- 2022-10-29
- 2022-10-30
- 2022-10-31
- 2022-11-02
- 2022-11-04
- 2022-11-06
- 2022-11-07
- 2022-11-09
- 2022-11-10
- 2022-11-11
- 2022-11-12
- 2022-11-13
- 2022-11-14
- 2022-11-15
- 2022-11-16
- 2022-11-18
- 2022-11-19
- 2022-11-20
- 2022-11-22 화
- 2022-11-23 수
- 2022-11-24 목
- 2022-11-25 금
- 2022-11-26 토
- 2022-11-27 일
- 2022-11-28 월
- 2022-11-30 수
- 2022-12-01 목
- 2022-12-02 금
- 2022-12-03 토
- 2022-12-04 일
- 2022-12-05 월
- 2022-12-06 화
- 2022-12-07 수
- 2022-12-08 목
- 2022-12-10 토
- 2022-12-12 월
- 2022-12-14 수
- 2022-12-17 토
- 2022-12-19 월
- 2022-12-20 화
- 2022-12-21 수
- 2022-12-22 목
- 2022-12-23 금
- 2022-12-24 토
- 2022-12-25 일
- 2022-12-26 월
- 2022-12-27 화
- 2022-12-28 수
- 2022-12-29
- 2022-12-30
- 2022-12-31
2022-01-01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봤다. 오토바이를 타는 캐리 앤 모스는 여전히 폭풍간지.
2022-01-02
새해 첫 날부터 짝 코딩을 했다. 하하!
Clojure의 즐거움 하나. 이렇게 한글을 써도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2022-01-03
인프런에 방문했을 때 발표한 내용이 인프런 소식지에 실렸다.
[주간 인프런 #38] 주니어를 넘어서, 성장하는 개발자의 길
2022-01-05
그린랩스의 클로저 부트캠프를 졸업했다. 반 농담을 섞자면, 이걸 받기 위해 입사했다.
오늘은 COVID19 백신을 세 번째 맞은 날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이직 문제로 이메일로 조언을 요청하셔서 한동안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허강준님께 좋은 회사로 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화상채팅으로 1시간 정도 이런저런 대화를 했고, 축하와 격려를 드렸다. 그동안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시니 감사한 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었다는 거. 세상 생각보다 훨씬 좁다.
2022-01-06
빅테크기업들이 인공지능 열심히 연구하는 거 보면 문득 로코의 바실리스크 생각이 날 때가 있다.
2022-01-07
권수 카운트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 2권 읽어서 기분이 좋네. 2월이 되기 전에 다섯 권은 더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1월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한 해 동안 그럭저럭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다.
2022-01-10
콩트가 시작된다 다 봤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보다니 엉엉엉.
2022-01-11
넥슨그룹 정년퇴직자 백영진님의 감동적인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을 정독했다. 나도 오래오래 코딩하고 싶다.
2022-01-14
Conjure 소스코드를 읽고 깜짝 놀랐다. 정신차리고보니 lisp 으로 만들어진 vim plugin이 나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근데 lisp으로 만들거면 emacs에서 해도 되었을텐데 vim을 플랫폼으로 결정하다니 상당히 감사한 일이다.
2022-01-17
우왕 입사하고 한 달 됐는데 그 새 투자를 두 번 받았다. 오늘이 두 번째. 오늘 나온 뉴스는 1700억.
데이터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 17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2022-01-19
다음은 내가 트위터에 작성한 글을 옮겨온 것이다.
제가 경험한 코딩 테스트에 대해 질문을 하신 분이 있어서 타래로 글을 남겨 봅니다.
— 기계인간 John Grib (@John_Grib) January 19, 2022
제가 경험한 코딩 테스트에 대해 질문을 하신 분이 있어서 타래로 글을 남겨 봅니다.
지금까지 개발자로 4번의 이직을 했고 몇십변의 면접을 봤는데요, 코딩테스트 본 회사는 5군데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질문하신 분이 궁금해하시는 건은 약 5년 하고 10개월 쯤 전의 일입니다. 근데 저는 그때만 해도 SI 회사를 막 나온 상태였고, 알고리즘 코딩테스트라는 개념을 말로만 들어본 상태.
코딩테스트 안내 이메일을 받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코딜리티라는 곳에서 테스트를 하게 되어서 코딜리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예제 레슨이 있었죠. 그래서 코딩테스트를 준비했던 5일간 레슨 3인가 4까지 풀고, 한 문제를 30분동안 풀 수 있도록 연습을 해뒀어요. 같은 문제를 세번씩 풀었죠.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땐 떨어진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냥 어떻게 해야 돋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테스트에서는 문제마다 언어를 바꿔가면서 풀었습니다. 1번 문제는 자바로 풀고 2번 문제는 스칼라로 풀고 3번 문제는 자바스크립트로 풀고 4번 문제는 뭐로 했더라 이런 식
문제수가 가물가물한데 아마 5번문제까지 있었던 것 같습니다. 30분에 한 문제씩 푸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5개 문제를 2시간반동안 다 풀었습니다. 그래서 휴우 간신히 시간에 맞췄네..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착각을 한 거에요. 실제로는 제한이 3시간이었는데 연습을 그렇게 해서 시간이 남은 겁니다.
남는 시간동안 뭐하지 하다가 코드도 정리하고, 예외 케이스들이 생각나는 게 있어서 돌려가면서 테스트를 했어요. 근데 방금 테스트한 예외케이스를 까먹으면 곤란하잖아요? 그래서 주석에 적었죠. 그러다 버그도 몇 개 찾아서 다 고쳤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아서 코드도 더 예쁘게 고치고
그런 활동을 했는데, 이게 의외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코딩테스트 동안 제가 한 일들이 전부 동영상처럼 녹화가 되는 거였거든요. 테스트 끝나고 일찍 제출하는 게 아니라 테스트도 하고 주석도 적절히 남기고 불필요한 코드 정리하고 그런 게 좋게 보였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면접때도 그런 면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받고, 제 의견도 이야기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그때 제가 과대평가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튼 나중에 팀에 들어가서 코딩테스트 만점이라는 이야기를 팀장님께 들었고 테스트까지 일일이 했다고 소문이 나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후 몇 년이 흘러서 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당시 재직중이었던 전 동료에게 들었는데, 제가 봤던 코딩테스트가 우아한형제들이 코딩테스트를 도입하고 처음으로 시행한 테스트였다는 거에요. 저는 회사의 첫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으니 최초 만점자가 된 거고(약간 김새죠?)
제 생각이지만 첫응시자가 만점이 나왔는데 떨어뜨리긴 좀 그렇지 않았을까… 녹화된 코딩 과정과 마무리도 나쁘지 않았고, 면접도 그럭저럭 괜찮아서 합격이 됐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후로는 이직을 하면서 4번 정도 테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매번 이런 식이었습니다. 근데 그게 어려운 문제가 나왔는데 제가 만점을 받고 그런게 아니라 매번 문제가 적당했습니다. 5분 정도 생각해보면 대강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난이도가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한 번의 성공경험이 강렬했기 때문에 매번 테스트케이스를 작성해보고, 주석과 코드도 정리하는 과정을 항상 진행했습니다. 그러니까 면접에서도 당연히 그 이야기가 나왔고요, 생각한 걸 솔직히 이야기하면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코딩테스트로 망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중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코딩테스트가 하나 있습니다. 오프라인 라이브 코딩테스트였는데요, 그 회사에 방문해서 1시간 동안 면접을 보고 그 이후 1시간 동안 지급받은 그 회사의 컴퓨터에 깔린 IDE에서 코딩을 하는 거였어요. 아주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고, 엄청 재밌었습니다.
아니 코딩테스트가 즐겁고 재밌었다니 역시 이 사람은 대단해 그런게 아닙니다. 전 그 오프라인 코딩테스트를 보면서 온라인 코딩테스트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쉬운 자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왜냐하면 테스트중에 면접관하고 대화가 가능하거든요.
그 코딩테스트에서 저는 그 테스트의 핵심이 보여주기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코딩테스트를 왜 볼까요? 코딩 잘하는지 보려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핵심은 이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보는 거겠죠? 한~참 생각한 다음에 우다다다 코딩을 하면 그걸 잘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 생각을 못 보여주면 뭐하러 코딩테스트를 하나..' 그래서 생각나는 걸 전부 구현해야 하는 함수 안쪽에 주석으로 다 적었습니다. 주석으로 생각을 다 보여주려 한 거에요. 그래서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주석을 편집하고 지우고 했습니다. 생각이 정리 완료된 다음엔 주석 밑에 코드를 적었어요.
다른 방에 있는 면접관분들과 옆에 있는 면접관분은 제 코드를 보기 전에 먼저 제 주석을 다 읽게 되었을 거에요. 저는 문제를 다 풀었다는 확신이 들어서 주석 한 줄 밑에 그 주석을 표현하는 코드를 작성하고, 다시 다음 주석 한 줄 밑에 코드를 작성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까지 하고, 작업이 끝나고 나서는 주석을 다 지웠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았는데, 그때 제 생각은 이렇게 주석으로 문제를 다 해결했다는 걸 보여주면 코딩 시간이 부족해도 합격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게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어려운 알고리즘 코딩테스트를 본 적이 없고, 백준 같은 어려운 문제가 많은 곳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저는 주로 문제가 쉬운 곳들에 지원했던 거죠. 아마 구글이나 카카오 같은 곳은 코딩테스트 보면 한두문제도 못 풀고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한테 이메일로 코딩테스트에 대해 환상을 갖고 조언을 요청하는 분들께 공통적으로 해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지난 9월이 있었네요.
2022-01-20
새로운 언어 + 새로운 개발환경 + 새로운 프로젝트 + 외부 강연 일정 → 하하하 어떡하지 하하하… 해낼 수 있을까.
2022-01-21
볼때마다 감탄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러니. 난 히스토리는 깔끔한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아이러니는 좋아한다. (이 히스토리는 git/git 이다)
2022-01-22
나의 지난 다이어리들.
2022-01-27
밤은 진짜 마법의 시간이다. 내 일하는 실력 이 모양인데 미래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자꾸 떠오름. 쓸데없는 생각이다. 역시 밤 10시 이후에는 자야 한다. 하던 거 얼른 마무리 하고 빨리 자자.
2022-01-30
20대엔 1년에 2번씩 꼭 헌혈하고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건강 되찾으면 다시 헌혈하러 가야지..
2022-02-01
사진첩을 돌아보다가 전전전 직장 책상 사진을 발견했다. 행복하게 일하느라 정신없었던 2016년 6월의 어느날.
2022-02-06
루비 버전이 올라가서 그런지 bropage 명령이 안 돌아가길래 그냥 비슷하게 돌아가도록 셸 스크립트로 만들어 보았다. 진작 만들 걸 그랬다.
github.com/johngrib/dotfiles/bro
2022-02-07
오늘 잘한 일들. 찝찝한 일 한 가지에 대해 PR을 올린 것이 다행이고 기분 좋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격려를 해 줌.
2022-02-09
내일 아침 위내시경 예약해뒀기 때문에 오늘은 밤 9시부터 금식. 잊지 말자.
2022-02-13
오늘 만든 셸 스크립트. Clojure언어 주요 함수들의 사용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http://clojuredocs.org 를 터미널에서 조회하는 프로그램. clojuredocs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포맷이 json이 아니라 edn이라 당황했지만 babashka를 사용해 해결했다. 하하.. 늘 이런 식이지..
- https://github.com/johngrib/dotfiles/pull/5
- https://github.com/johngrib/dotfiles/blob/27613a03413772fc71975ac2d8af5e0440e6d7d9/bin/clojuredocs
2022-02-16
느낌상으로는 mermaid보다 그냥 http://draw.io 로 svg 만들어서 블로그에 넣는 게 더 좋은 거 같다. (이렇게 하고 있음)
draw.io가 처음에는 좀 별로였는데 자꾸 쓰다보니 괜찮은 점들이 있고,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도 마음에 들고, drawio 포맷 안 쓰고 svg 포맷으로 쓰면 유지보수관리도 쉽고.. svg는 이미지이지만 텍스트이기도 해서 http://draw.io가 언젠가 망해도 vim으로 편집 가능하고.
텍스트는 편집할 때 마우스가 별로 필요없지만, 그림으로 개념을 표현할 때에는 다르다. 똑같은 네모 동그라미라도 살짝 더 오른쪽에 있거나 겹쳐놓는다던가 했을 때 더 이해가 잘 되도록 배치할 수도 있고, 테두리를 다르게 한다던가 뭐 그런 것들도 있고.. 핵심을 무엇에 두는지의 문제.
작성을 편하게 할 것인가 vs 읽기 좋게 할 것인가. 보통 이런 경우엔 작성하는 경우보다 작성한 다이어그램을 읽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읽는 데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지만.
2022-02-19
오늘 아침 초음파를 봤는데 담낭에 문제가 있다고. 내과에서 대학병원에 예약해주셨다. 아 건강하게 살기 어렵구나. 잠시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나는 발달한 의학을 믿는다. 어떻게 되겠지… 한동안은 휴식과 회사일만 신경써야겠다.
2022-02-21
한지붕 세가족 오프닝곡. 어제 유튜브에서 음악 듣다가 우연히 찾았는데, 노래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좋았고 엄청난 향수가 밀려와서 오늘만 10번 넘게 들었다.
영상을 잘 보면 등장인물들이 물통을 들고다니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80년대~90년대 초반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약수터(산)에 물을 뜨러 다녔다. 나도 국민학생 때 주말마다 가족들과 빈 물통을 손에 하나씩 쥐고 물을 뜨러 가곤 했었던 기억이. 정수기도, 생수도 없던 시절.
2022-02-23
얼마 전에 camel-snake-kebab에 보낸 PR이 머지됐네.
https://github.com/clj-commons/camel-snake-kebab/pull/79
2022-02-26
Vim 메시지 목록을 읽다 보면 세월이 느껴진다.
https://github.com/vim/vim/blob/113cb513f76d8866cbb6dc85fa18aded753e01da/src/po/ko.UTF-8.po
한편 오늘의 가장 즐거운 작업 중 하나는 지난 5년간 짜증내면서도 계속 사용해왔던 vimwiki의 syntax 디렉토리를 git rm으로 날려버리고 아예 바닥부터 다시 만든 것. 아 속 시원하다. 나한테는 필요도 없는 코드가 700줄이나 있었고 대충 30줄 정도로 줄였다. 나한테는 딱 이 정도가 충분하다. 다 필요없는 신택스 하이라이팅이었다. 작고 심플한 게 최고다.
2022-03-04
도서출판 인사이트에서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20 주년기념판을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2022-03-05
투표하고 왔다. 투표소 앞에서 줄이 꽤 길었는데, 투표소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아기가 있는 부부를 좀 앞으로 보내도 되냐고 우리 부부에게 물어보셔서 기꺼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바람이 싸늘한 날이지만 사람들이 연달아 양보해 어린이가 앞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은 따뜻했다.
1920년대의 영국 백작가를 배경으로 삼는 드라마 다운튼 애비 시즌4 에피소드 1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보았다. 주방 하녀들이 사온 믹서기. 주방장이 밤에 몰래 계란 거품을 믹서기로 만드는 연습을 해보다가 그릇을 깨는 장면. 밤에 사용해볼 수 밖에 없었다며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21세기 사람으로 살면서 매번 다가오는 변화가 참 힘겹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우리 세대만 겪은 게 아니라 지난 몇 만년간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겪어야 했던 일일 수 있다고 여기기로 했다. 삶과 안정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자. 안정한 환경에서 내 뇌는 또다시 불편을 찾아낼 것이다.
2022-03-06
스스로의 합리화에 기분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떠올려본다. 기분이 좋을 땐 과거에 했던 좋지 않은 선택들도 오늘에 도달하기 위한 새옹지마적 과정이었다고 흡족해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쁠 땐 왜 나는 계속 나쁜 선택만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걸까 하는 슬픔과 우울에 휩싸인다.
두뇌가 이런저런 정보를 엮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인과를 설명하는 시나리오를 만들기 때문인데, 두뇌가 이 시나리오를 만들도록 임무를 던져주는 게 기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계속 좋은 시나리오 속에서 살아가려면 항상 기분이 좋아야 할 텐데 그건 또 불가능한 일.
어렸을 적 동생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여름에 춥게 냉방된 지하철과 겨울에 덥게 난방된 지하철에서 전자가 더 따뜻할텐데 왜 춥다고 느끼는 걸까 하는 내용. 우리는 그건 아마 동물이 절대적 온도가 아니라 상대적온도를 감지하기 때문이고 그 능력이 없었다면 더 따뜻한 곳을 찾지 못했을 거라고
대화를 마무리지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인간이 그만큼 환경에 빨리 적응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늘 기분 좋은 환경에 가도 역치가 올라가 그냥 그런 기분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래서 다시 좋은 기분을 그리워하고 이 과정이 끝이 없다는 것.
다만 이게 계속 상승하는 게 아니라 위아래로 진동하는 구조일 때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불행을 느끼고 그 기분으로 인해 과거 선택을 전부 어리석다 여기고… 하는 일들이 좀 무섭기도 하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일은 아주 어렵기에 좀 기다리면 기분이 복원된단 것도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기분과 태도를 잘 관리하는 예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엔 예절이 사회계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쓰기 나름으로 자신을 잘 돌보는 스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오히려 주위 사람에게 고운 말과 친절을 베풀고, 늘 품위있게 행동할 수 있다면 내 기분이 내 행동과 두뇌를 멋대로 흔드는 것을 그럭저럭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오래되고 뻔해서 지루한 격언 같은 이런 원칙이 사실 내게 필요한 전부가 아닐까.
2022-03-07
파일에 설명을 달기 위한 좋은 도구가 없을까. MacOS의 정보가져오기->설명에 작성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이게 다른 컴퓨터에서도 작동할지는 모르겠다.
git commit 메시지를 통해 관리하고 있는 것도 있긴 한데, 이러면 파일에 변화를 주지 않고 설명을 달기가 좀 애매하다.
일종의 메타데이타 파일을 만들고, 파일 이름을 파라미터로 넘겼을 때 설명을 출력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파일 이름이나 경로를 바꿨을 때도 작동하게 만드는 것. 흠.
텍스트 파일은 스스로를 설명하는 내용을 추가할 수 있으므로 일단 패스. pdf 나 jpg 이미지 같은 것은 잘 수정하지 않으니까 그냥 sha512 로 키값 만들어서 key value 스토리지에 넣어둘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문제 상황: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든 페이지들을 사진으로 찍어놓는 습관이 있음.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 랜덤 바탕화면으로 쓰고 있다. 가끔 바탕화면을 보면 예전에 좋은 글귀라고 생각한 페이지들이 보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게 100장 미만일 때는 괜찮았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 그리고 파일 이름에 책 제목과 페이지를 기록해놓는데, 파일 이름에만 텍스트가 들어가니 바탕화면만 보고는 파일 이름을 바로 떠올리기도 어렵다. 그리고 가끔은 책이 아니라 웹 사이트 스크린샷을 찍어둔 것도 있다.
상황을 쓰다 보니 해결책이 조금씩 생각나네. 이렇게 하자. ~/.description 같은 디렉토리를 만들고 각 파일의 해시값을 이름으로 하는 파일을 만든다. 설명을 그 안에 적는 것. description filename 처럼 실행하면 sha512를 계산해서 설명파일 이름을 알아낸 다음 vim 으로 보여준다.
설명 파일이 없다면 새로 만들면 되는 거고, 있다면 보여주면 그만이다. 설명파일의 첫 줄에는 파일 이름을 넣을까? 이름을 넣어도 좋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cat으로 얻은 내용으로 해시값을 계산할테니 파일 이름이 바뀌거나 경로가 바뀌어도 설명 파일과의 연결은 끊어지지 않는다.
다만 설명 파일의 내용에 (좀 수고스러울 수 있지만) 해당 페이지의 첫 문장이나 첫 단어 3개 정도를 넣어두는 건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면 .description 디렉토리에서 grep 을 사용해 첫 단어들로 설명 파일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사용 흐름은 이렇게 될 것이다. 바탕화면을 보는데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다. -> 책 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 -> 화면에 나온 첫 문장을 기억해서 description "첫 단어" 처럼 입력한다. 그러면 .description 디렉토리에서 셸 스크립트가 검색해서 후보 파일 이름 목록을 보여준다.
이 방법은 파일 내용은 안 바뀌지만 이름이나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종류의 파일에 설명을 달기에는 적절한 방법일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dangling 설명 파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정도? .description 파일은 드롭박스 등으로 동기화해두거나 github repo에 올려두면 오래 관리할 수 있겠지.
만들기 어렵지 않겠다. 지금 시작하면 오늘 자기 전에 완성할 수 있겠네.
생각해보니 이거 책 사진찍은 거 말고도 짤방 관리할 때에도 쓸 수 있겠다. grep 키워드로 검색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그때그때 필요한 것도 찾을 수 있겠네. 설명 파일을 생성할 때 파일 경로를 캐싱해두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듯.
결과: https://github.com/johngrib/dotfiles/blob/7a4e724d8c51c432af40c14d63b07322abc5dde6/bin%2Ffile-memo
생각보다 쓸만하다. 만드는데 소요된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기분 좋네.
그리고 대학병원에 다녀왔는데 자세히 검사해봐야 알겠지만 암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하하하…다음주 월요일에 CT 찍어보면 알겠지. 별거 아니면 담낭염이고 별거면 담낭암일 수 있다고. 근데 보통 이런건 안좋은 케이스에 대해서는 돌려말하지 않나?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확인하기 위한 검사일지도 모르겠네.
2022-03-10
요즘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서 기운이 없다.
2022-03-12
과거가 아무리 그리워도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부분은 기억속에서 추억으로 미화된 것.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은 양심적이고 성실하게, 내일은 품위있게 살자.
2022-03-15
어제 루이님이 우리 부부 함께 빨리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서 머릿속에서 계속 조기은퇴 시나리오를 굴려보고 있는데 딱히 답이 없는 것 같다..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하자.
conjure 랑 vim-iced 둘 사이에서 엄청 갈등하는 중. 아 둘 다 쓰기도 좀 그렇고 아아..
conjure는 REPL 버퍼가 cursive나 calva와 비슷한 경험을 주고, vim-iced는 REPL 버퍼가 stdout 만 보여주지만 사용성이 편리.
그리고 conjure는 vim session을 사용하면 vim 실행할 때마다 바보가 됨. 이거 없애려면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셸 스크립트 하나를 만들어서 vim session을 vim 열때마다 문제가 되는 코드를 replace해서 없애주면 되는데… 문제는 아마 지구상에서 나만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거.
뭘 하건 다 덕트테잎 해결책.. 내가 이렇지 뭐..
2022-03-17
사람 마음이 참 이렇다. 어제 내내 Conjure 계속 써야지 했는데, 어젯밤에 Eval 명령이 따로 없는 거 보고 고민 많이 했다. 근데 iced는 REPL 출력이 아쉽고. (stdout만 나옴) 기능을 만들어 붙이려 해도 conjure는 언어가 fennel이다… iced는 Vimscript.
내 용도에 맞게 고치면서 지속적으로 쓰기엔 iced가 괜찮겠다는 생각.
2022-03-18 금
저녁 내내 Vim + Clojure 셋팅(시행착오)을 했다. 순식간에 5시간이 흘러갔네. 그치만 나름의 성과가 있었고 이번 주말에 좀 더 해보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것 같다. 지금도 꽤 만족스럽다.
팀 포프의 쉬운 sexp 설정이 꽤 훌륭하고, iced에서 가장 큰 불만이었던 REPL 출력 문제도 해결했다. 내가 만들 각오도 했지만 잘 섞기만 해도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
Vim의 가장 즐거운 특징인 키를 줄지어 누르며 노래하듯 명령을 입력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명령을 배치하고 그 다음 명령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좋았다. 오늘밤은 아주 빠르게 흘러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
와 <)
는 slurp barf를 너무 잘 표현하는 세련된 키스트로크 같다.
스왑은 <e
와 >e
인데, e
말고 더 좋은 글자가 있으면 좋겠다. 일단 e는 element의 e. 한편 <i
는 표현식 헤드에서 인서트 모드. >a
는 표현식 테일에서 인서트 모드.
대학병원서 암일 수도 있다고 해서 지난 몇 주간 마음고생을 했다. 오늘은 암이 아니라는 걸 확인받고, 다른 검사를 예약함. 검사 결과를 보고 쓸개를 뗄 수도 있다고 한다. 수술이야 하면 하는거고 암이 아니라 다행이다.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다. 옆에서 잠든 아내 손을 슬며시 잡는다. 내 사랑.
건강과 휴식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
아내가 눈물흘리는 게 내가 아픈 거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우리 부부는 만나서 지금까지 싸우거나 한 적이 없고 늘 서로 좋아한다고 말하고 서로에게 존댓말만 쓰는데, 몇몇사람은 거리감 있어서 존댓말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 가까운 마음은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서로를 만나고 나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인생에서 사라졌다고. 20대 때 연애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애인이 있어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는데(오히려 더 강할 때도 있었다) 이제 이 감정이 사라지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이렇게 좋은 줄을 몰랐다고.
그래서 우리 부부는 최대한 오래오래 살려고 노력하고 궁리하고 있다. 하루라도 더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그냥 아픈 게 아니라 아내에게 미안하고, 몸 관리를 잘 못한 자신이 밉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 행복이 나만의 것이 아니니까 그런 것 같다.
2022-03-20 일
jure + vim + vim-iced로 Clojure 코딩하기. 앞으로도 계속 수정해 나가겠지만 일단 지금 상태도 꽤 좋은 것 같다.
[[/clojure/vim-setting]]
이 문서를 쓰기 위해 보낸 지난 3달간 굉장히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해놓고 보니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쓰고 있던 vim 플러그인들이 있어서 몇 개만 좀 추가해서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플러그인 구성이 다르거나 vim 초보라면 시작도 못할 수 있겠다.
오늘 이 문서를 쓰면서 가장 몰두했던 것은 quickfix 설정. linter 실행 결과를 따로 모아주는 버퍼가 없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문득 quickfix를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quickfix는 C 언어 컴파일러에 맞춰져 있는 걸로 아는데, (그래서 아마도 C언어면 그냥 작동하는 기능)
클로저에서도 쓰면 좋겠군 싶어서 clj-kondo 를 컴파일러로 지정하고, clj-kondo가 출력하는 문자열 포맷을 제공해주는 식으로 마치 빌트인 기능인 것처럼 quickfix를 쓸 수 있었다. 린트 경고 리스트가 잘 보이고, 커서 점프도 잘 된다. 색깔도 보기 좋다. 앞으로 다른 쪽에도 응용하기 좋을 것 같다.
이게 그 결과. 겉으로 보는 것만 따지면 IDE 못지 않은 느낌… 이라 생각하지만 남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2022-03-23 수
vim-iced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https://github.com/liquidz/vim-iced
2022-03-24 목
옛날엔 날 아는 사람들이 나를 현명한 사람으로 보기를 바랐는데, 요즘은 나를 멍청한 사람으로 안 볼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2-03-27 일
아 Clojure 코딩 너무 재밌네 vim utlisnips랑 조합도 너무 좋다. vim-sexp 하나씩 연습해보는데 너무 재밌다.
자동완성도 잘 되고, sexp 덕분에 코드 조작도 간편하고, ultisnips 잘 먹어서 코드 노가다도 코딩할수록 줄어든다. 오 너무 좋음.
2022-03-29 화
올해도 http://vim.org 에 기부를 했다. 매년 초에 하고 있는데 올해는 깜빡해서 이제서야 함.
이렇게 기부한 돈은 우간다의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내가 vim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 vim은 charity ware이며, 어린이를 돕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이다.
vim의 기부는 좀 독특한데, 기부를 하면 vim의 개발 방향에 대한 투표권을 얻는다. 몇십가지 항목에 대한 투표를 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기능들을 골라 투표를 하면 된다.
나는 vim을 하루에 8시간 이상 사용하고 있고, 엄청나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다가 내 실력과 인생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vim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매년 초에 기부할 수 있기를. 소프트웨어가 어린이를 돕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이제 회사에서 스쿼드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름은 Tech Leader. 줄여서 TL이라 부르는데 전 회사에서 부르던 스쿼드장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될듯. 전 회사에서보다 스쿼드장을 잘 해내고 싶다.
2022-03-30 수
어째 경력이 쌓여도 하루하루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면 신입일 때보다 별로 실력이 안 는 것 같다. 겸손하게 살자.
2022-04-01 금
부모님이랑 통화를 하고 나서 마음이 무겁다. 부모님이 몸이 좋지 않고 동생도 그렇다고..
최근엔 나도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꽤 심란하다.
2022-04-04 월
오늘 저녁 금식. 내일은 간담도 검사를 받으러 간다. 일찍 자자. 건강이 최고다.
2022-04-08 금
vimac 클릭 활성화를 단축키가 아니라 키스트로크로 바꿔봤다.
클릭: ., 스크롤: ,.
아직까진 꽤 만족스럽네.
2022-04-11 월
오늘은 지난 몇 달간 개발한 중요한 기능(신선마켓 신선캐시)을 배포했다. 이직 후 첫 배포이기도 하다. 워낙 덤벙대는 성격 탓에 늘 계획서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세워서 한 단계 한 단계 클리어하며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중요 기능 배포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걸 미리 알고 막아내려면 대단한 재능이 있거나 경험이 아주 많거나 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서 그냥 계속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생각하고, 계속 스크린샷 찍으면서 기록하고.. 그러는 것 같다. 다행히 배포는 무사히 끝냈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배포를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도 몇 가지를 뽑아놨다. 음… 좀 더 잘하자. 해내고 싶다.
2022-04-13 수
타고난 게으름뱅이인데 어쩌다보니 부지런한 사람인척 연기하며 살아간다. 직장인 라이프 영원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보람찬 순간들은 줄줄이 찾아오고 매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바보타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동료들 덕분에 울고 웃는다.
2022-04-15 금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나 생각해봤더니 몇달째 재택하며 두문불출하는 게 이유가 큰 것 같다. 공간이 바뀌지 않으니 새로운 정보가 없어 어지간한 건 뇌가 다 스킵해버리거나 다 까먹는 게 아닐까. 그러고보면 군대는 매일 짜증나는 게 있어서 시간이 안 갔고 집은 그런게 없어 이런듯.
지하철도 처음 가는 곳은 오래 이동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곳으로 매일 출근한다면 조금씩 익숙해져서 출퇴근 과정이 기억이 안 나게 되었던 것 같다.
학생 때 선생님에게 들은 말도 생각이 나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끼는데, 그건 어렸을 때 하루하루 시간을 통과한 경험보다 나이들었을 때 시간을 통과한 경험이 더 많아서 익숙해지는 거라고.
그러면 똑같은 시간을 살면서 더 오래 사는 것처럼 느끼려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안가본 곳에 가고, 안 만나본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주제로 대화도 해보고… 그런 거겠지. 니체가 하던 말 생각나네.
오늘은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1시간 넘게 대기하고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들었다. 쓸개 상태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아서 당장 수술할 필요는 없고 6개월 더 지켜보자고. 얏호.
지난 반년간 건강 때문에 심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는데 긴장이 약간 풀리는 느낌이다. 특히 지난 3주는 나 때문에 프로젝트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으로 잠도 잘 못 잤다. 앞으로 몇 년간은 건강만 생각하며 결정을 하자…
2022-04-16 토
노션에 글 쓴 사람 이름이 누구인지,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한 날짜/시간이 바로 안 나오는게 굉장히 신경쓰인다. 이걸 보려면 "페이지 기록"을 일부러 찾아들어가야만 하는건가. 다른 방법은 없나.
2022-04-19 화
건강이 한 번 크게 상했다보니 많은 걸 건강과 연관지어 생각하게되네. 고민이 많아진다.
2022-04-21 목
다음 프로젝트 설계 구상을 작성해 보았다. 하루 꼬박 걸렸네.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하나 더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거 같고.. 그래도 언제나 무작정 시작하는 코딩보다 종일 작성한 문서가 더 싸다고 믿는다. 다음주에 PO님이랑 같이 얘기하면서 수정해 봐야지.
집에 있는 날은 기분이 좀 별로고, 밖에 나간 날은 기분이 괜찮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사무실 출근을 해야겠다. 으 그런데 요즘 나갔다간 코로나 걸릴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젠 지원금도 안 나온다고 하니..
2022-04-22 금
저녁 9시에 잠에서 깨어나는 대박 늦잠 꿈을 꿨다. 사방이 캄캄했고 아이폰은 구석이 찌그러져 있었고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이 엉망이었다. 회사 회의 빠진 것도 걱정이었는데 꿈이라 다행이다.
2022-04-23 토
읽고 있는 책 [임파워드]에 나오는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네. 정신건강 전문가는 아닌 것 같으므로 걸러 들어야겠지만 곱씹을만한 점이 있음. 이 책의 저자는 가면 증후군이 매우 건강하고 필요한 감정이며 중요한 마음의 신호라고 여긴다.
생각해보면 주위 사람들하고 가면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이미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서 느끼는 것이며, 오히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강한 자신감을 느낀다 -> 그러므로 그 감정은 알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흘러가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진짜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그 결과를 예상하는 자기 자신이 보내는 경고"라고 주장한다. 이 경고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따라서 가면증후군을 겪고 있다면, 이걸 '실력 있는 사람들이 겪곤 하는 일시적인 마음의 문제'로 넘기지 말고, 이 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권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 솔직하고 전문적 피드백을 받아야 하며, 그들에게 나아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고. 🤔
내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먼저 정신이 쇠약해진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정신이 쇠약해진 것이라면 병원에 간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한다.
대충 해결해서 PR 보냈더니 다른 사람이 더 낫게 고친 PR이 이미 있었다고. 하하 나는 역시 대충 수습하는 코드나 작성하며 살고 있지..
https://github.com/cevoaustralia/aws-google-auth/pull/251
2022-04-24 일
초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자 UFO 목격담, 전설속의 괴물 사진, 요정과 뛰노는 아이 사진 같은 게 새로 나타나거나 화제가 되는 일이 사라졌다. 20세기 이전엔 숨겨진 정보를 아는 스승을 찾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쓰레기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야 한다.
옛날 비급은 꽁꽁 숨겨져 있었고 비밀리에 전수됐겠지만 이제는 대형 서점에 있거나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대단한 자료를 읽으려 할 때 광고가 백만개 뜨거나 즐겨찾기에 넣어두고 해당 분야의 초보자들이 자기 혼자 보려고 작성한 글들만 열심히 찾아 읽다가 유튜브 보다 잠든다는 것.
한편으로는 글을 쓰고 전세계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서 그런지 모욕과 가짜 정보가 넘쳐난다. 이걸 더 낫게 바꿔나갈 수 있는 기술이 뭐가 있을까.
컴퓨터는 멀티태스킹을 그럭저럭 해내지만 사람의 뇌(나)는 잘 못한다. 답답한 건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된다는 거. 걸으면서 음악 듣는 건 되는데, 드라마 보면서 공부하는 건 잘 안된다. 문제는 내가 동시에 하고 싶은 작업들은 멀티태스킹에 취약하다는 것. 보통 중요하거나 골몰해야 하는 일들.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대역폭을 고려해서 작업 공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건 오래된 아이디어다. 옛날 사람들은 산속 암자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고, 학생들은 문을 잠궈놓고 공부를 한다. 게임 앱을 지우고 리포트를 쓰고, 혼자 회의실을 잡고 일을 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정보를 잘 차단하는 기술을 스스로 터득했거나, 그와 관련된 코칭을 받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 문제를 겪고 있다. 어딘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떤 동영상 강의 사이트에서는 구매자의 80% 이상이 1강조차도 전혀 안 보고 기간이 끝난다고 들었다.
집중력 문제를 해결한다면 단순히 동영상 강의 플랫폼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뇌 속에는 아직도 선사시대의 유인원이 돌멩이를 휘두르고 있다. 이것 또한 나 자신이라 생각해보면 이게 꼭 단점은 아니겠지만 내가 원하는 상태의 나를 만드는 데 걸리적거리는 것은 사실이다.
미하엘 엔데 소설 중에 자유의 감옥이란 게 있었다. 문이 너무 많아서 어느 문으로도 들어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결말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음식점에서 결정장애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군대에서는 밥먹을 때 결정장애가 없었다. 메뉴가 하나 뿐이니까.
2022-04-26 화
올해 가장 기쁜 일은 Clojure를 사용하게 된 것. 이 기분을 좀 더 느껴보기 위해 조만간 다른 언어도 새로 시작해야지. 일단 생각나는 후보는 rust와 kotlin.
kotlin도 vim에서만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해보기 전엔 모르겠지.
2022-05-03 화
왼쪽 아래 아직 남아있었던 유치를 뽑았다. 이제 임플란트 해야 한다.
2022-05-05 목
오늘 읽은 책은 마사토끼님의 만화 스토리 매뉴얼 1권. 읽으면서 몇몇 아이디어에 감탄하기도 했고, 만화 스토리 작가라는 다른 직업의 작업과 사고방식을 보며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얻었다. 즐거운 독서였다.
2022-05-06 금
macOS Monterey 정말 짜증나는 것 하나는 Finder에서 스페이스 누를 때 나오는 QuickLook이 작아졌다는 거. 이거 이미지 파일 둘러보거나 PDF 대충 뭔가 살펴볼 때 엄청 편한 기능이었는데 작아져서 너무 답답했다. 해결책을 찾아봤는데 걍 killall Finder라서 당황했다. 실제로 아주 잘 동작했다.
2022-05-07 토
이직할 때마다 일하는 스타일을 (의도치 않게/의도적으로) 조금씩 바꾸게 되는 건 흔한 일일 텐데,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좀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런 식으로 일할 때 좀 더 효율적이구나, 내가 이렇게 일할 때 더 안심하는구나~더 재밌구나 그런 것들.
지난번 회사에서 터득한 요령은 문서를 통해 히스토리를 정리해두는 것.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문서를 남기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데, 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기 마련이고 중요한 정보를 히스토리로 기록해 남기면서 자기 자신에게 배운 것도 많았다.
'자기 자신에게 배운다'는 표현이 신기하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 하겠는 느낌. 문서를 남기다 보면 문서작성 시점의 내 일부를 스냅샷으로 남기는 효과가 있어서, 나중의 내가 그걸 보고 배우는 것. 특히 단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사고의 과정을 남기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중요한 케이스를 나열하고 비교하면서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문서를 작성하면서 아 이건 첫 생각보다는 별로군, 이 방법이 더 낫네… 하면서 목차를 구성하고 더 중요한 것을 위로 올리고 하는 활동이 나를 약간씩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이번 회사로 이직하면서는 그 방식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게 된 것 같다. 최근 4달 간은 일의 전후에 문서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면서/코딩을 하면서 문서를 작성해보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하드하게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문서는 좀 덜 빡빡하다.
표현을 좀 정정할 수 있겠다. 코딩하며 문서를 남기는 게 아니라 문서를 쓰면서 코딩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듯. 대화체로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걸 해야겠다.. 이걸 하려면 저걸 준비해야겠네 처럼 쓰고 코딩을 한다. 코딩하다가 좀 생각할 게 있으면 그냥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글로 쓴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 대충 되지 않을까 라고 쓰고 여기에서 대충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서 좀 더 쓰고 생각이 구체화되면 코드로 옮긴다. 즉 이 문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며 생각의 흐름을 로그로 남기는 문서에 가깝다. 그래서 이 문서는 다른 사람에게 잘 안 보여준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기록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렇게도 많이 한다. 이럴 땐 슬랙에서 "~~하는 스레드"라고 쓴 다음에 스레드로 기록을 남기면서 작업을 한다. 여기에서도 솔직하게 글을 슥슥 쓰는 편인데 "아 여기 이거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 같은 걸 쓰면
아무래도 슬랙이니 누군가가 내 생각의 흐름을 구경하다가 불쑥 등장해서 힌트를 주기도 하고 이모지로 격려를 해주기도 한다. 게다가 작업의 과정을 공개하고 있어서 이 작업의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공유가 되는 효과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내가 작업을 하는 동안 내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일하는 동안 제일 짜증나는게 집중력이 바닥나서 멍때리거나 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건데, 이렇게 작업하는 과정을 공개해버리니 그렇게 정신이 새나가는 빈도가 굉장히 줄어들었다.
퇴근이나 점심시간 등으로 작업이 끊겼을 때 그냥 스레드를 보거나, 기록하던 문서를 보면 일하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세상에 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처럼 집중력 짧고 일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걸로 고민의 일부는 해소가 된 느낌.
아무튼 정리하자면 올해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면서 문서로 업무를 드리븐하는 내 스타일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 난 기억력이 부족해서 블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 방식을 그대로 문서에 적용해서 업무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던 거였다. 이걸로 기억력은 대강 어느정도 보완.
다만 기억력은 대충 청테이프 쫙 뜯어서 보완하긴 했는데, 모자란 아이큐,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스킬, 불안감을 느끼는 성격, 늘 초초한 마음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이런 것들도 하나하나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2022-05-08 일
영화관에서 닥터 스트레인지2를 봤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느 영화가 되었건 git을 떠올리며 보게 되는데, 스티븐이 하는 일들이 대체로 히스토리를 되돌리며 바람직한 미래로 총대메고 이끌거나 컨플릭트 해결하는 작업이 대부분이어서 그렇다.
멀티버스 등장 이전의 닥스 세계관은 한번에 하나의 트랜잭션만 발생하고 머지되는 일만 일어나는데, 도르마무 같은 문제의 트랜잭션이 확정되지 않도록 스티븐이 계속 거부하는 것이 그의 활동이었다. 그러한 방식의 관리자 권한을 상징하는 것이 타임 스톤. 타임스톤은 시간을 앞뒤로 휘감는다.
하지만 노웨이 홈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알고보니 멀티버스는 실존했고 리포지토리는 여러개. 즉 알고보니 탈중앙화된 것이었다. 우리 리포가 메인이고 나머지는 포크된거다 하는 건 영화를 보는 우리 기준의 우주 616? 같은 걸 중김으로 보는 이야기고 원래 git은 그런게 없고…
피터 파커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다 컨플릭트가 발생하는데, 세상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소스코드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결국 컨플릭트를 깔끔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일부 기록을 날리고 누구 하나가 희생하는 결말로 가는 것도 그러하다. 피터 파커는 다시 다 처음부터 작업을 해야 한다.
어느 회사마다 git 해결사가 하나쯤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git 리포지토리는 대체로 대혼란의 멀티버스랑 비슷한 점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git을 잘 모르거나 관리를 포기한다.
나는 git 히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보수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영화에서 제시된 새로운 관점에서 닥스가 멀티버스를 조작하는 놈이라 제일 사고뭉치라는 취급을 받는 걸 보고 느낀점이 좀 있었다. 닥스 입장에선 자기가 우주를 잘 관리하는 거였는데 다른 우주에선 그게 민폐인 것.
아무튼 결론은 MCU에 이제 멀티버스 안 나오면 좋겠다. 영화 보는 내내 피곤했다. git 구조가 자꾸 생각나서 마법책이고 드림워크고 다 그 은유로 느껴짐.
2022-05-10 화
DDIA(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2018년에 읽고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책등 볼 때마다 약간 아찔하고 있었는데 잘 됐다.
2022-05-14 토
Java와 Clojure는 평생 메인 랭귀지로 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양 손이 든든하다. 한편 내가 가장 "좋아하고 싶은" 언어인 Go는 안 쓴 지 3년이 넘어가니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문제가…
공부할 거 많아서 아득하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면서 재미도 있다. 오늘 서점에 가서 제네릭이 추가된 Go 책 뒷면의 소개 글을 읽고 다시 Go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Vim과 Go는 궁합도 괜찮았지.
2022-05-15 일
난 집 밖에 있을 때, 잘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할 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는 성격이라 집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래서 지난 2년간 재택하면서 정말 내 성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장기간의 재택이 아니었으면 생각지 못했을 스트레스의 장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재택을 하고 있을 땐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서 좋은데 재택에 익숙해지니 하루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흘러간다. 일어나서 일 좀 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공부 좀 하면 잘 시간. 생각해보니 생활에 스트레스가 줄어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괴로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면..
예를 들어 플랭크를 하고 있을 때에는 1분이 10분 같고,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엔 3시간이 30분 같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도 파밍에 너무 익숙해져서 지겨워지면 10분을 해도 1시간 한 것 같아서 졸음이 쏟아진다. 결국 지겨워서 꿀잠을 자게 된다.
스트레스가 줄어서 굉장히 좋은데 한편으로는 2년쯤 흐르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점점 더 당황스럽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하루하루씩 더 익숙해지고 앗 이러다가 노인되겠다 싶었다. 그러다 지난주에 3일을 출근하게 되었는데 출근길과 사람들에게 다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기억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지난주는 아주 길게 느껴졌고 뭔가 까맣게 사라진 기억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선명한 기억이 됐다. 떠올려보면 익숙한 출근길에서 내가 뭘 봤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생판 모르는 곳에서 얼어붙은 몸으로 길을 헤맨 기억은 잘 난다.
중학교 때 버스를 잘못 탔다던가, 깡패를 만나 도망친 기억 같은게 아직도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됐다. 아예 없는 게 좋은 게 아니구나. 스트레스가 없다면 기억에도 안 남고 시간이 막 흘러서 죽기 전에 후회할 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다양하게 제공되는 상황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나는 스트레스에 약하니까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적은 환경으로 돌아와야 할 거고..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 좀 더 흘러간 시간을 기억하기 좋도록, 그래서 내 삶의 흔적을 더 많이 기억하고, 그걸 통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기억 중에 행복한 기억도 많으면 더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아프고 슬픈 기억도 내 삶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주겠지. 삶이 그냥 망각으로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
안 읽던 장르의 책도 읽어보고 안 하던 종목의 운동도 해보고,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과도 (원격으로라도) 이야기도 좀 하고 살아야지. 사랑하는 루이님이랑 가끔 여행도 가면 행복하겠다.
스트레스 적게 그동안 하던대로 효율좋게 살면 나라는 기계는 생산성이 잘 나올지 몰라도 내 삶이 너무 아까우니까. 행복한 기억을 많이 쌓아보자. 사소하더라도 잊지 못할 기억들을.
2022-05-19
가끔 불만이 생길 때 가만히 잘 돌아보면 그게 다른 사람 탓이 아니라 내 감정 탓인 경우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잘 돌아보지 않는다면 내 실수로 인한 일을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투덜대다 하루가 다 가는 날도 있겠지. 스트레스 관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없어도 안되고 너무 많아도 곤란.
밤이 되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데, 그 중 대부분은 불안과 초조. 보통 나는 지난 경력동안 뭘 했길래 이런 것도 안 했고 저런 것도 안 했나… 하는 것들.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그런 것들을 했다면 내가 해낸 것들을 못했겠지… 이래서 밤엔 자야 하는 모양이다.
잠들어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안 했을 테니까. 다만 이 시간은 집중의 밀도가 좋아서 뭘 해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아마 곧 자야 한다는, 즉 남은 시간이 몇 분 없다는 느낌,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그렇게 집중력을 단기간에 올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짧은 시간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간에는 25분 정도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자면 딱 좋은듯. 종종 초조하고 시간이 아까워서 이 책 저 책 뒤적이고 유튜브 보고 괜히 이메일도 뒤지고 하면 그게 오히려 시간을 더 날려먹는 것 같다.
2022-05-23
중고책을 샀더니 판매자가 주문을 취소했다. 들어가보니 가격을 올려서 다시 팔고 있었다. 절판된 책이라 가격을 재조정했나보다.. 그냥 더 비싸게 파는 다른 곳에서 샀다.
2022-05-30
코끼리와 벼룩에서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항상 배워야 한다고. 종종 그 생각이 난다.
2022-06-01
오늘은 아침부터 내내 hammerspoon 때문에 lua 코드만 만지작거렸다. 리팩토링 성공했고, 그 이후에 그동안 신경쓰이던 기능도 꽤 마음에 들게 바꿨다.
2022-06-03
지하철에서 생각해둔 거 메모해놨다가 몇 시간 후에 보면 음 역시 이 아이디어는 좀 아닌가… 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 만들어봐야 하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해보기 전엔 알 수 없다. 부정적인 내가 몇 시간 전의 긍정적인 나를 누르게 하지 말자.
2022-06-05
감당할 수 없는 것에 욕심부리지 말자. 내 그릇을 잘 파악하자. 담을 수 있는 것만 잘 담아도 되는 것 같다.
2022-06-06
기분이 중요하긴 하지만 기분을 위해서만 뭔가 하면 곤란하다. 설탕만 퍼먹고 있게될 수 있다. 기분을 좋게 하면서 나에게 도움되는 것들을 찾아 실천해보자.
2022-06-09
오른쪽 뺨에서 자라는 수염이 내성수염이 되어서 면도하고 좀 지나면 살을 파고든다. 수염을 그냥 길러야 할까?
오늘도 겉으로 보기에 2mm 정도인 수염을 핀셋으로 잡고 으윽 끌어올리니 4mm 정도 튀어나온다. 또 자라면서 파고들까봐 뽑지는 않았다.
2022-06-10
그린랩스에서 주최한 송파 클로저 밋업에서 "Clojure에 빠진 사람 Vim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주제로 세번째 세션에서 발표를 했다.
내가 그동안 Vim에서 Clojure 개발환경을 구성한 것 ([[/clojure/vim-setting]])을 요약해서 이야기하고, 겸사겸사 그린랩스 회사도 홍보하는 자리였다.
오래간만에 프로그래밍 관련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 흥겹고 재미있었다.
COVID-19 때문에 지난 몇 년간 프로그래밍 관련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느꼈던 것 같다.
모든 세션의 발표가 끝난 이후 게더 타운에서 질문 답변 시간이 있었다. Vim과 Clojure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찾아오셔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시간이 넘게 나누었다.
이후 치킨집에서 뒤풀이를 했는데, 쓸개 건강이 걱정되어서 치킨을 아주 조금만 먹고 음료는 물만 마셨다.
이후 다섯번째 세션의 연사였던 한만영님과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아 함께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2022-06-11
vim이랑 hammerspoon 때문에 코딩할 일이 계속 생김. 결국 하루종일 꾸역꾸역 코딩하게 된다.
1~4년차일 때 내 코딩 시간 대부분은 Java랑 JavaScript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5년차일 때부터 10년차에 이르기까지는 코딩 시간 90% 이상이 메인 랭귀지가 아니라 온갖 잡다한.. Vimscript나 lua, bash shell script 등이 차지하게 된 것 같다.
2022-06-17
군대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
총구는 사람에게 향하면 안된다.
총알이 없어도 향하면 안된다. 이 규칙은 총알에 대한 게 아니라 실수와 착각에 대한 것이기 때문.
2022-06-18
읽기 어려운 책을 읽을 땐 이렇게 생각한다. "하루에 2%만 읽으면 50일이면 다 읽을거야." 600쪽짜리 책이라 하더라도 하루에 12페이지만 읽어보자고 힘을 낸다.
2022-06-19
세상에 좋은 글이 너무 많은데 나에게 필요한 글은 그 중에서도 아주 일부다.
프로그래밍보다 더 잘하고 싶은 게 있는데,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과 담백하게 내 이아기를 하는 것. 둘 다 너무 어렵다.
2022-06-25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다 읽었다. 최근 10년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트렌드를 거의 모두 짚고 넘어간다. 좋은 조언이 많고, 헷갈릴법한 개념도 잘 잡아준다. 실제 구글에서 일하시는 분들 의견도 궁금하지만.. 일단 나에게는 너무 좋았던 책.
번역도 매끄럽고 이해하기 좋았다. 개앞맵시님(이복연님)이 번역한 책은 이펙티브 자바도 좋았지. 앞으로 개앞맵시님 번역 책 나올 때마다 챙겨봐야겠다.
2022-06-26
언젠간 lua나 Vimscript로 월급을 받을 수도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22-06-29
틈나는대로 Clojure 언어 공식 레퍼런스 문서를 하나 하나 번역하고 있는데 배우는 것이 많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Clojure의 철학에 대한 공부가 좋다. 이런건 하나만 보는 것보다 사뭇 다른 것을 비교해가며 보는 것이 재미있는데, 딱 비교하기 좋은 Java가 있어서 아주 재미있다.
Clojure를 얼마나 오래 쓸 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평생 쓰진 않겠지) Clojure에서 배운 것들은 앞으로도 개발자로 살아가면서 내적으로 좋은 영향을 꾸준히 줄 것 같다.
지금 느끼는 것은 Java를 특정한 목적에 맞게 잘 쓰는 방법 중 하나가 Clojure라는 생각. (마치 TypeScript가 JavaScript를 잘 쓰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인 것처럼)
Clojure의 자료구조는 꽤나 잘 만들었고, 그냥 Java 코드로 만들어져 있어서 이걸 그냥 Java 코딩할 때 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도 내가 Clojure를 쓰는 회사에 입사해서 그런 거고, 만약 이런 회사로 이직하지 않았다면 Clojure를 쓰는 건 엄두를 못 냈을 것 같다. 여러모로 대단하고 신기한 경험이다.
아무튼 Clojure의 방법 중 Java와 가장 대비되는 건 이거.
"아주 적은 수의 타입을 제공하고, 그 타입에서 돌아가는 몇백개의 함수를 제공한다"
타입을 잘 만들어서 문제를 푸는 Java의 방식과는 정반대 느낌.
아무튼 즐겁다는 이야기. 난 언어를 그때 그때 골라 쓰는 걸 좋아해서 내 툴셋에 Clojure가 들어온 것이 기쁘다. 다만 요즘은 Go를 까먹고 있어서 다시 Go가 하고 싶음. Rust도 하고 싶다. 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다행이다.
2022-07-01
우아하고 고운 말씨로 타인을 배려하는 품위있는 분들을 존경한다.
간결하면서 섬세하고 우아한 표현을 좋아한다. 코드에서도 일상어에서도.
2022-07-02
오늘은 남현우 CTO님 결혼식이 있어서 하객으로 참석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정장을 꺼내 입었는데 허릿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바지가 남았다. 버클을 허리띠 마지막 칸에 채우고도 좀 남아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난 1년간 건강 때문에 고생한 게 이렇게 티가 나는구나. 다시 건강해지자.
그래도 몇 달 전에 큰 병일 수 있다고 걱정하고 무서워하던 것에 비하면 좋은 상황이다. 10월달에 또 검사가 있으니 석달만 더 건강하게… 건강하게…
예전엔 밥을 아주 많이 먹고 자주 먹던 편이었는데, 요즘은 점심으로 김밥 한 줄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가끔 아내와 라면 하나를 끓여 둘이 맛있게 나눠먹고 충분하다는 걸 느끼면서 정말 내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2022-07-03
어떤 사람은 만난 적 없어도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의 멘토가 된다.
팀 건 선생님을 종종 생각한다. TV로만 봤지만 멘토로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만난 적 없는 사람을 멘토로 삼는 일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기꾼이거나 존경할만한 사람이 아닌 경우도 흔하지 않나.
드라마 실리콘 밸리에 보면 이상한 멘토들이 많이 나온다. 개빈 벨슨의 영적 지도자, 러스 하네만, 잭 바커 같은 인물들. 이 드라마는 괜찮은 기술과 대단히 능력있는 직원들이 있는 스타트업이 폭망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대체로 엉뚱한 사람을 만났거나 CEO가 얼간이였기 때문.
최근 본 인상적인 드라마는 두 개. We Crashed 와 Drop out. 하나는 wework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Theranos 이야기. 뉴스 너머 듣던 이야기들의 드라마화된 모습을 뜨악하며 보았고 직업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2022-07-04
할머니가 넘어지셔서 고관절이 골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란하다. 다친 곳에 철심을 박아야 한다고 하던데 잘 버텨내셨으면 좋겠다. 마음이 어지럽고 울적하다. 할머니는 올해로 94세이시다.
2022-07-05
자신감 저하로 힘든 나날이다. 잘 해나갈 수 있을까.
2022-07-06
생각해보면 어렸을 땐 누가 날 싫어한다는 걸 알면 몹시 괴로웠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럴 수 있지. 누가 날 싫어할 수도 있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떨땐 공감이 가기도 한다. 내가 싫어하는 내 특징들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누굴 싫어했던 때를 떠올려 본다. 어릴 때 누구 싫어하면 정말 무지무지 싫어하지 않았나? 어떤 공간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 어떤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나? 그러고보면 자신에게 참 관대하게 삶을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누굴 싫어했다면 남도 나 싫어할 수 있지.
나이를 하나 하나 먹어가며 이제는 누가 날 싫어해도 그럴 수 있지 뭐- 내가 누굴 싫어해도 잠시 후에 그 사람이 그렇게 싫을 일인가 나쁜 사람도 아닌데 내가 심했네. 싫어할 것까진 없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이런게 철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일까.
2022-07-07
재택을 많이 하긴 하는데 요즘은 출근의 쾌활함도 좋아한다. 일부러 출근해 동료랑 책상에 나란히 앉아 업무를 분석하고 문서에 기록하며 간만에 일이 즐거웠다. 걸어서 10분 이내 갈 수 있는 거리에 회사가 있다면 좋겠네.
2022-07-08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말이나 격려하는 말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해야지.
주위 사람들을 매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제일 튼튼한 방법 같다. 혼자 행복해지려 하면 대단한 걸 이뤘다 해도 뭔가 쉽게 무너질 것 같다.
다른팀 팀장을 맡게 되어 우리팀을 떠나게 된 동료에게 그동안 고생하셨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준비해둔 기프티콘도 보내드렸다. 내가 좋게 기억하는 팀장님들이 이랬던 것 같아서 나도 해 보았는데 덕분에 오늘 하루 서로 고마움과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좋은 시간을 얻었던 것 같다.
2022-07-09
스티브 맥코넬의 "애자일 조직은 이렇게 일합니다"를 읽었다. 스티브 맥코넬의 책들은 광범위한 내용을 읽기 쉽게 잘 전달하는데 이 책도 그런 미덕이 있는 것 같다. 읽으면서 그동안 잘못 알거나 생각했던 것들도 많이 바로잡고 재미도 있어서 즐거웠다. 며칠 전에는 회사의 애자일코치님이 이 책을 보고 반가워하셔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
2022-07-10
오늘 번역한 글. 앨런 케이가 1989년에 쓴 "미래를 예견하기".
[[/clipping/predicting-the-future]]
많은 곳에서 앨런 케이를 인용할 때 가져오는 인상적인 명언이 툭툭 튀어나오는 글이면서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맥루한과 해라클레이토스 인용이 등장해서 즐겁게 읽은 글.
생각해보니 앨런 케이가 객체지향 패러다임을 창안했던 것도 미래를 발명한 사례 중의 하나로 봐야할 듯.
내가 20대에 읽었던 가장 강렬한 책은 마샬 맥루한의 구텐베르크 은하계와 칼 포퍼의 추측과 논박. 추측과 논박에선 반증주의를 통한 변화와 진보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인데 헤라클레이토스의 이론이 중요하게 다루는 사안 중 하나.
2022-07-11
왼쪽 아래 턱에 임플란트를 했다. 나이가 만 39세인데 드디어 유치를 뽑은 것이다.
마취가 풀려가고 있다.
2022-07-16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봤다.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데에 놀랐고 대단한 연기에 보면서 계속 감탄했다. 한편으로는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는 스타트업 창업 이야기로도 보이는 구석이 있어서 흥미로웠음.
2022-07-17
데이크스트라가 1960년대에 쓴 Some meditations on Advanced Programming를 번역해 보았다.
[[/clipping/ewd/32]]
바람직한 프로그래밍이 어떤 것이고 그걸 이뤄내기 위한 업계의 노력으로 어떤 것이 필요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기계(컴퓨터)를 어떻게 만드는지 등. 60년 전 글이지만 읽으면서 감탄했다.
2022-07-18
가끔은 '세상의 모든 것은 운에 의해 좌우되며 모든 사회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는 인간의 뇌가 그렇게 짜깁기했을 뿐'이라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곤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 정말 대단한 거 아닌가.
2022-07-19
환경을 보존하는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수중에 들어온 물건을 최대한 여러번 사용하는 거겠지. 플라스틱은 버리기 전에 다른 활용도가 없을지 다시 생각하고, 비닐봉지는 구멍이 뚫릴 때까지 쓰고, 양말은 짝짝이가 되어도 신는다.
2022-07-23
빔 교정학원 VIMRC 2022에 참석했다.
새롭다! 배운다! 즐겁다! 빔 교정학원 #vimrc 2022에 참가하고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pic.twitter.com/WhYzBIEblw
— Hyun-woo Park (@lqez) July 23, 2022
Vim이 있으니 언제까지라도 즐겁게 일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하루였다.
내가 발표한 내용은 이것이다.
[[/vim/numbered-register-shift]]
2022-07-28
VIMRC 2022 영상이 올라왔다. 내 발표는 약 22분부터 시작된다.
2022-07-29
남들보다 늦게 커피에 빠진 것 같다. 커피 마신 날은 괜히 즐겁고 행복하고 그러네.
2022-07-30
Postman과 vim-rest-console의 대안이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그냥 clj 파일을 쓰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생각난 김에 만들어 보았다.
[[/hack/http-client-clojure]]
이제 Postman 같은 유료 툴 안 써도 되겠다. Vim에서 돌아가고, 무료인데다가, 코딩이 가능해서 자동화 가능. 대만족.
한기용님 인터뷰를 봤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을 채용했을 때, 그 사람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회사는 많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 회사에서 성공하게 도화주는 회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2022-07-31
유튜브 찍었다. 6분짜리 만드는데도 꽤 품이 들어가네.
요즘 하루에 2~3번 정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오른쪽 허벅지가 바늘로 쿡 찌른 것처럼 으악 아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 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게 대상포진 전조증상일 수 있다고 해서 긴장타는 중. 내일 병원가야겠다.
2022-08-04 목
거래매칭 팀의 박연오님, 노안영님, 박민기님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연오님을 처음 알게 된 건 2015년에 연오님이 번역하신 이 글을 통해서였는데, 이제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정다운 동료이니 세상은 참 좁으면서도 신기한 공간 같다.
2022-08-06 토
부산에 다녀왔다. 장인님께 단풍잎 무늬 반팔남방을 선물해 드렸다. 처갓집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2022-08-09
요즘 제일 많이 반복해 듣는 음악은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특히 시작 부분의 멜로디가 머릿속에 박혀서 하루종일 생각난다. 너무 좋음.
2022-08-11
마빈 민스키의 1967년 글을 하나 번역했다. 요즘 따로 공부를 하지 못한 이유가 이걸 번역하는 데 시간을 다 썼기 때문. 번역하면서 꽤 힘들었지만 1967년이라는 시대 배경에 비해 상당한 통찰력이 있어 깜짝깜짝 놀라면서 읽었다.
[[/clipping/marvin-minsky/why-programming-is-a-good-medium]]
1년차 개발자일때 가장 많이 보았던 유튜브 영상을 꼽는다면 이것일 것이다. 얼마 전 플레이 리스트를 정리하다가 예전 리스트에서 발견하고 매우 기뻤다. "직업인으로서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라는 종류의 질문을 들을 때마다 영상 속 이자크 펄만을 떠올리곤 한다.
2022-08-12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땐 뭐라도 기록을 남겨두도록 해야지. 일기가 되었건 트위터가 되었건.
그냥 투덜대고 끝내면 다음날에도 똑같이 투덜대다 하루가 간다.
2022-08-15
내가 트위터를 왜 할까 (왜 읽을까) 생각하다가 습관이라는 결론을 내림. 반면 왜 쓸까로 생각해보니 생각을 정리하는 효과가 있어 이 효과를 계속 누리고자 하는 것이라 결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생각을 한다. 그러나 글로 쓰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표현은 꽤나 어려운 일이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밈을 쓰는 거겠지.
그렇다면 밈을 거의 안 쓰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겠다.
나는 내 웹 사이트나 트위터에 글을 쓸 때 밈이나 유행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이걸 내 글의 장점이라 생각해보자.
2022-08-16
홍전일 님의 "죽을 때까지 코딩하며 사는 법"을 읽었다. 가볍게 읽기 좋았고 기대보다 많이 괜찮은 책이었다. 책의 후반부에 있는 레퍼런스 목록은 거의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레퍼런스 목록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제 오늘 감정을 너무 소모해서 힘들고 피곤하다.
할머니 위독하다고 하셔서 부모님 집 다녀왔고,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오늘은 회사 퇴근하고 다시 전화하고… 내일은 병문안 갈 예정. 코로나 때문에 못 뵐 수도 있고…
2022-08-18
할머니께서 오늘 돌아가셔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2022-08-20
할머니 장례 절차를 모두 마치고 묘지에 모셔드리고 돌아가는 길. 지난 한 주간 느낀 것과 배운 것이 많았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새로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모르는 분인데도 홀연히 오셔서 방문록에 이름을 안 남기고 향을 올리고 절을 하고 가시는 분들을 보며.. 큰 감사와 유대를 느꼈다. 아마도 지나는 길에 빈소를 보고 들어와 위로해주신 것. 나도 이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로 조문을 오지 않으셔도 좋다고 연락을 돌렸지만 그럼에도 오셔서 육개장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악수를 건네셔서 어쩔 수 없이 악수하고 화장실에 가서 비누로 손을 박박 씻고 얼른 돌아와 다시 악수를 하는 것을 수백번 한 것 같다.
감사한 분들께 내가 전파경로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씻었다. 그러고보니 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오늘은 방바닥에 앉을 때마다 손을 짚지 않으면 편하게 앉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울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할머니 입관하실 때 울고, 다음날 인사드릴 때 울고, 그 다음날 화장하실 때 울고, 묘지에 안치할 때 울었는데 점점 더 많이 울었고 매번 이전의 두배만큼씩 울었던 것 같다.
할머니는 카톨릭 신자여서 천주교식 장례를 지냈다. 장례 미사에서 내가 어릴 적에 할머니가 숱하게 부르시던 성가 “주여 임하소서” 나와서 어깨를 들썩이며 펑펑 울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르고 있는데도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내 어린 시절과 엄마보다 가까웠던 내 할머니.
새롭게 안 사실은 할머니 연세가 더 많으실 수 있다는 것. 공식적으로는 1929년생이시고 94세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천주교 기록에는 1927년에 세례를 받으신 것으로 나와있다고 한다. 아마 유아세례였을 것이고 옛날엔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흔했으니 실제 생년은 27년이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성당 공동체에 대해 큰 감사를 느꼈다. 많은 분들이 아침이고 밤이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해 기도를 올려주시고 섬세하게 신경써주셨다. 엄숙하고 고생스러운 일이었는데도 당연히 여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근 10년간은 항상 일이나 공부로 머릿속이 가득했는데 지난 사흘은 오직 삶, 과거, 미래, 사람에 대한 생각만이 있었던 것 같다. 시람은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어야 할까? 그런 것은 알 수 없고 다른 사람을 돕고 아끼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다 떠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나는 20대때부터 노후대비를 해왔다. 내 대학 친구들이나 예전 회사 동료분들은 알 텐데(…) 예전부터 100세 시대를 걱정했고 노인정에 갈 힘이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해 다리와 허리 운동이 제일 중요한 운동이라 여겼다. 자산 관리도 노년에 맞춰 구상해왔고.
그걸 최근 몇 년간 잊고 있다가 어제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가장 오래 고민한 문제는 장례 또는 실버 산업과 관련된 방향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다니. 언젠가 이쪽 분야의 일을 하게 될지도…
2022-08-21
어제에 이어. 장례 절차를 통해 느낀 또다른 한 가지는 전통에 대한 것. (지금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어느 학자가 "인간은 본능을 망각했으므로 전통을 발명했다"라고 말한 것이 떠오른다. 하지만 장례 절차는 본능과 너무 먼 인공적인 것이었다. 모든 과정이 체계적이었다. 과거에도 그랬을 것 같다.
조선시대에는 온갖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도 추가로 3년상을 지냈다는 걸 떠올려보면 아찔하기도 하다. 평균사망연령이 현재보다 훨씬 낮았을 때인데 몇 년이나 더 장례 절차를 수행한다니.. 아무튼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이 3일만에 장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것이 정비된 것 같다.
내가 처음 방문한 장례식은 중학교 2학년 때 내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친구.. 였다. 친구는 등교길에 학교 앞에서 버스에 치였고, 마침 교문 근처에 있었던 한문 선생님이 자기 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지만, 앞자리 친구는 그날 세상을 떠났다. 나를 포함한 급우들 대부분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우리가 방문했을때 친구의 가족들은 크게 울으셨다. 그때는 몹시 슬퍼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와 급우들의 사이에 친구가 서 있지 않다는 사실에 더 크게 울었을 것이라는 걸. 그 때 느꼈던 슬픔과 당황과 혼란은 시간이 지나 한 학년 한 학년 오르며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26년 전 그 날을 돌아보니 먹먹하고 눈물이 나온다. 우리 할머니가 90세에 이르렀을 때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더 오래 사셔야죠"라고 말하면 할머니는 이제 죽어야 하는데 더 오래 살라고! 하면서 화를 내셨다. 그러나 이와 달리 마음의 준비 없이 가족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피터 드러커 리더의 도전] 너무 재밌다. 재밌어서 손을 못 놓는 책이 있고, 재밌어서 얼른 책을 덮고 한참 음미하며 아껴 읽어야겠다 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해당.
(아직 읽는 중이지만) 책 구성이 상당히 특이한데, 50개의 이야기를 마련해놓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독자에게 질문을 한다. 신기한건 답은 없는 책이라는 거. 50개의 질문이 있으니 일종의 언어영역 문제집 같기도 한데, 언어영역 문제 중에 가끔 헉 문제지만 되게 재밌다 하는 거? 그런걸 모은 느낌.
그래서 서점에서 분류는 경제/경영으로 되어 있지만, 으잉? 궁금하잖아? 하는 시점에서 턱 끊기는 잘 만들어진 엽편 50개를 묶은 책으로도 볼 수 있다. 모든 이야기가 우화스럽고 재미있지만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챕터6의 대학교 미술 박물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거의 영화 같았다.
한 챕터의 길이는 3쪽~10쪽 분량. 모든 이야기가 별개이니 아무거나 골라서 읽어도 되고, 엄청 재밌다 싶은 시점에서 각 이야기가 끝나서 바쁜 직장인도 화장실이나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느낌. 웹 소설 한 편보다 짧은 것도 많고. 신기하고 괴상한 이야기만 모아놓은 블로그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기업이 시작하고/망하고/성공하고/쇠퇴하는 상황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기도 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회사원 교과서라는 생각도 든다. 리더의 도전이라는 제목을 보면 자기개발서 같지만 그런 종류의 책은 아니다. 전자책으로 보고 있으나 종이책으로도 보려고 방금 한 권 더 샀다.
나는 코딩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경력을 거치며 코딩에 대한 입장은 많이 바뀌었다. 내 목표는 코딩을 오래 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코딩을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매니징이나 PM, 코딩을 하는 거고, 해야 한다면 컴퓨터를 안 쓰는 일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컴퓨터라는 공구를 조금 쓸 줄 아는 회사원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은 컴퓨터를 좋아하고 쓸 줄도 아는 해결사에 가깝다. 물론 아직은 해결사라 하기엔 몹시 어설프고 실수도 많지만 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을 유연하게 핸들링하는 사람이고 싶다.
"실수하는 것은 인간, 실수를 퍼뜨리는 것은 컴퓨터"라는 말을 생각해본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컴퓨터는 잘 쓸 때 인간의 능력을 잘 확장해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은 앨런 케이가 "미래를 예측하기"에서 "피라미드 만들기"라는 비유로 이야기한 것.
[[/clipping/predicting-the-future]]
여러분이 피라미드를 건설하려 한다고 합시다. 적절한 도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만 명, 십만 명의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일하도록 설득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케이의 관점과 그가 말한 다양한 것들을 떠올려 보면 정리되는 것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people.roy-fielding#]]{로이 필딩}이 말한 [[/clipping/roy-fielding/rest-paper]]{계층적 자원 구분}도 그와 관계된다. 키보드를 놓아도 코딩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코딩이 사라져도, 말 그대로의 코딩은 집에서 오래된 컴퓨터로도 할 수 있다.
2022-08-23
[피터 드러커 리더의 도전] 완전 좋았다. 읽는 내내 거의 모든 챕터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으며, 영감을 줬다. 어떤 챕터는 두 세 번 반복하며 읽었다.
2022-08-24
포드의 실패작이라 하는 에드셀 이야기를 2018년에 기록해뒀었다. 그래서 내 사이트의 글 중에서는 나름 오래된 문서인데, 오늘 에드셀 이후 포드가 만든 자동차가 바로 선더버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jargon/edsel-edict]]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포드는 에드셀 실패를 분석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즐겁게 문서를 업데이트했다.
2022-08-25
요즘 체력/정신력/의욕이 모두 바닥을 찍고 있는 것 같다. 휴식이 필요한듯.
가능할 때 적게 먹고 적게 움직이고 많이 자자..
2022-08-27
오른쪽 허벅지 오른쪽 앞쪽으로 찌릿찌릿 하는 것이 (의자에 앉아있을 때만 하루에 한두번씩, 통증이라 하기엔 애매) 오는데 오늘 xray를 찍어보니 허리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심. 다만 증상이 있는 곳 위치상으로는 요추 3번 4번 신경이 좀 눌려있을 수도 있다고 함.
처음엔 대상포진 의심했었는데 피부과 가보니 대상포진이면 벌써 포진이 올라왔을 것이므로 대상포진일 가능성은 1%도 안 될 것 같다는 진단을 받음. 오늘 방문한 정형외과에서는 의사 앞에서 앞꿈치로 걷기/뒷꿈치로 걷기/허리 숙여보기 등등을 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MRI를 써야 할 텐데 비용이 60만원이 넘어가기도 하고 사진상으로는 문제 없어 보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최대한 요양하라는 이야기를 들음.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을 알고 싶다.
한편 오늘 날씨가 무척 좋아서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습기가 느껴지지 않아 기쁘다. 오늘 저녁엔 아내와 탄천 산책을 나간다.
잭 도시가 트위터는 회사가 아니라 프로토콜이 되었어야 했다는 말을 했구나. 마스토돈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던데 나는 좀 다른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email이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 나는 이메일 클라이언트가 더 다양해지는 것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떠올리곤 했다.
잘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문자로 email을 쓴다고 들었다. 다른 나라 일이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고 편리한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것이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sms가 아니라 email이라면 휴대전화를 변경해도 이전 문자를 옮겨갈 필요가 없다. 그냥 이메일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대부분의 메신저도 내부에서는 그냥 이메일을 주고받는 걸로 하고, 보여주는 것만 자신만의 특성이 있는 특별한 이메일 클라이언트로 만들어져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한다. 상황이 잘 따라줬다면 slack에서 보낸 메시지를 카카오톡에서 확인할 수 있고… 그런 미래가 왔을지도.
아주 소박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낼 수 있다면 꽤 심플한 혁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TODO나 메모 앱 같은 것도 이메일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들이 있는데, 턴방식 온라인 게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트위터 같은 서비스도 규모만 작다면 이메일로 못 할게 있나 싶고.
2022-08-28
작년에 떠올렸던 쿠폰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제서야(…) 기록으로 남겼다. 이제라도 남겨서 다행.
[[/article/coupon-service-and-code-data]]
전 회사에서는 아이디어만 떠올리고 결국 만들지 못했는데, 언젠간 만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다른 분이 구현하셔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2022-08-29
올해 가장 공들인 개인 프로젝트는 이것. 언제 읽어도 뿌듯하다. 난 올해 이거 하나는 해냈어.
[[/clojure/vim-setting]]
Emacs에서나 쓴다고 여겨졌던 Lisp을 무려 Vim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놓으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르게 됐다. 이렇게 매년 언어 하나 하나 Vim에서 쓸 수 있게 셋팅해보는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 엄청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언어는 뭐로 할까. Kotlin?
2022-09-01
최근 가장 만족스럽게 적은 글, '더 나은 쿠폰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 기록'에 꽤 복잡한 쿠폰을 만드는 예제를 추가해 보았다. 그림 그리면서 재미있었다.
[[/article/coupon-service-and-code-data]]
2022-09-04
벌써 일요일 밤 열한 시가 넘었네. 아주 알찬 주말이었다.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고 책도 많이 읽었고 글도 썼다.
한편 블로그 문서 수가 700개를 넘겼네. 기쁘다.
2022-09-05
IdeaVim은 요즘 라이선스 체인지 때문에 코드 기여자들의 동의를 받는 중.
https://github.com/JetBrains/ideavim/discussions/542
2022-09-06
엔라이즈에 놀러갔다 돌아왔다.
2022-09-07
지난 한 달 다이어리를 돌아봤다. 많은 일이 있었구나. 할머니가 지난 달에 돌아가신 일이 하루에도 여러차례 계속 생각이 난다. 오늘 새벽엔 할머니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도 '앗 할머니 돌아가셨는데? 이건 분명 꿈이다!' 하는 생각이 뚜렷했지만 너무 반가워서 껴안고 할머니와 얼굴도 비볐다.
2022-09-09
금일을 금요일로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제 신기하진 않은 일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말하거나 글을 쓸 때 금일 명일 익일 작일을 안 쓴다. 나는 안 헷갈려도 다른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 하지만 저 시리즈 중에 안 쓸 수가 없는 게 있는데 바로 "내일".
'작년', '금년', '내년'을 두고 잘 생각해보면 '작일', '금일', '내일' 이 별로 헷갈리진 않는다. 이런 구조를 연결해서 생각하면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그냥 언어 사용 습관이 달라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2022-09-10
디자인 오브 디자인에서 프레드 브룩스는 "두 명의 팀이 이상적이다"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둘이서 작업할 때가 항상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둘이서 빠르게 합의한 일관성을 쭉 밀고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2022-09-11
부산(처갓집)에 다녀왔다.
2022-09-12
책 kluge를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한다.
kluge는 흔한 한국어 표현을 쓰자면 "대충 땜빵해서 해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맥가이버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아미 나이프나 덕트 테이프 등을 사용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이 단어는 jargon 파일에도 있는데, 주로 버그를 고칠 때 쓰는 미봉책 프로그래밍 기교를 말한다.
꼭 공학자가 아니더라도 클루지는 많이 쓴다. 예전에 there i fixed it 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본 적 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이미지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진화론 이야기를 한다. 진화 과정이 kluge를 쌓아온 과정이라는 것. 오.
"이처럼 자연은 쉽게 클루지를 만들곤 한다. 자연은 그것의 산물이 완벽한지 또는 세련됐는지 '신경'을 쓰지 않기 대문이다. 작동하는 것은 확산되고 작동하지 않는 것은 소멸할 뿐이다."
"이 게임의 이름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적절함(adequacy)이다"
"진화는 궁극적으로 완벽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는 최근의 노벨상 수상자 허브 사이몬이 '적당히 만족하기 satisficing'라 부른 것, 곧 적당히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의 문제다."
"진화는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에 수정을 가하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옛체계 위에 새체계가 얹히는 썩 아름답지 못한 과정을 앨먼은 '기술들의 누진적인 중첩'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런과정의 최종 산물은 클루지가 되기 쉽다."
여기까지 읽고 보니 이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네 싶었다.
에릭 레이몬드의 성당과 시장도 생각나고, 빠르게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방법들이 유효한 상황도 떠오름.
2022-09-13
brain fart 라는 표현을 봤는데 재미있네. 일이건 뭐건 잘 해내는 사람들이 가끔 순간적인 착오로 멍청한 일을 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2022-09-14
요즘은 뭐가 좋고 뭐가 나쁜건지 잘 모르겠다. 광고가 사방에 너무 많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포스트 하나 걸러 광고가 있는데 몇몇 지인분들과 유대가 있어서 페이스북 관두기도 어렵다. 인터넷 신문 기사 광고야 오래된 문제라 그냥 참는다 해도 가끔 볼 일 있으면 읽기가 너무 안 좋다.
트위터에서는 그나마 내가 팔로한 계정들로 구성된 타임라인에 고양이 강아지 영상 비중이 높아서 광고 오염도가 낮은 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멍하니 흘려보내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트위터 줄여야지 라고 트위터에 쓰는 셈인데 그냥 줄이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건 대책없는 방법같다. 관심사에 맞게 팔로우를 많이 줄이고 타임라인에 화제가 되곤 하는 나와 관계없는 계정들의 뮤트 정도로 시도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요즘은 리트윗 빈도도 줄이고 있다. 가급적이면 마음을 찍고 리트윗을 안 해서 다른 사람의 타임라인을 덜 어지럽히려는 것. 내가 뭔가 스레드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동의하는 글이나 함께 읽을만한 트윗을 올리면 리트윗해서 글의 응집도를 높이는 시도.
그런데 마음을 찍어도 다른 사람 타임라인에 나타나곤 하니 요즘은 마음도 덜 찍어야 하나 싶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우편물이 와서 열어보니 피부양자 사망으로 직장가입자 자격변동이 있다는 내용.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지 참. 다시 실감나네. 눈물 닦고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기도를 올린다.
2022-09-16
아니 테드 코드가 박사학위 따는 데 프레드 브룩스가 간접적인 도움을 줬다고?! 회사 매니저로서 회사 리소스를 써서 테드 코드를 대학으로 보낸 거고?!
IBM의 관리자로서 내가 했던 가장 생산적인 행동은 제품 개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IBM의 정규직 직원이 될 장래가 촉망되는 엔지니어를 경력 도중에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 보내 박사 학위를 취득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바쁜 컴퓨터 아키텍처 관리자의 꽤나 우발적인 개인적 행동으로 보였던 이 조치는 IBM에 내가 꿈꿨던 무모함을 넘어서는 보상을 해 주었다. 테드 코드(Ted Codd)는 박사 학위 취득을 통해 연구원으로서의 경력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그는 연구를 통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개념을 발명하여 튜링 상(Turing Award)을 받게 되었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는 25년간 IBM의 컴퓨터 사업에서 가장 이익 을 많이 낸 주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 디자인 오브 디자인. 20장. 298쪽.
프레드 브룩스 선생님 IBM에만 25년간 이익을 준 게 아니라 2022년에도 온세상이 RDB를 씁니다.
2022-09-17
얼마 전에 읽은 클루지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인간은 맥락의 동물이라, 맥락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다르게 한다는 것. 쉽게 말하자면 회사라는 맥락에선 회사원같이 말하고 행동하며, 학교라는 맥락에선 학생같이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 일종의 분위기 파악 + 모드 전환 + 기능 다형성 능력.
그래서 (누구나 다 아는 것이긴 하지만) 뭔가 할 때는 맥락을 만들어주면 도움이 되곤 한다.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일부러 바깥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맥락을 바꿔주는 행동.
그런데 이런 맥락의 영향은 상황/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어떨 때에는 미약하고, 어떨 때에는 강력하다. 그래서 대충 만들어진 성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특정 맥락에 푹 빠지는 건 집중/몰입의 상태라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맥락으로 전환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음.
다만 이것도 훈련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것 같은데, 인터넷을 하다보면 맥락 전환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해서 맥락 하나에 푹 빠지는 경험이 줄어든다는 게 아쉽다. 결국 맥락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도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훈련하고 있는 셈.
이런 생각 때문에 요즘은 트위터에 뭔가 쓰더라도 스레드 하나에 여러 트윗을 엮어 생각을 떠오르는대로 길게길게 써보려고 한다. 인터넷 글보다는 책을 읽으려 하고. 맥락 전환은 유용한 능력이지만 그게 과도해서 맥락이 너무 자주 바뀌는 데에 익숙해지면.. 느낌상 뭔가 머리가 나빠지는 거 같다.
그래서 요즘은 독서-행위를 과거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예전엔 책에 담긴 저자의 생각이나 몰랐던 사실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책을 들고 30분 이상 읽는 행동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사실 책이 아니어도 된다. 30분 이상 지속만 할 수 있다면.
내 의지대로 선택한 특정 맥락을 30분 이상 지속하는 훈련을 자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음. 맥락 전환도 능력이지만 이 능력은 이미 너무 발달한 거 같아서, 맥락에 집중하는 능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싶다. 그러고보니 예전엔 게임도 1~2시간 플레이는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10분이면 오래 한 것.
내가 재밌고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 잘 해내고 싶은 것에도 10분 이상 집중을 못하면 과연 내 삶의 질과 행복의 질이 괜찮을까? 1분마다 새로운 영상을 찾고 2분마다 새로운 글을 클릭하고 10초마다 SNS 타임라인 새로고침을 새로고침하고 있다보면 문득 현타가 온다. 이게 맥락전환의 문제구나 하고.
고민하다보니 이런 관점에서 트위터를 더 잘 사용하는 방법은 역시 '트위터에 뭔가 쓰기' > '리트윗'인 것 같다. 리트윗은 너무 간편해서 초당 1회도 가능. 만약 리트윗을 5번 한다면 (항상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 머릿속에서 맥락이 5번 바뀌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쓰는 건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이 스레드의 첫 트윗을 보니 21분전에 쓴 것. 즉 나는 지금 이 스레드를 21분이상 쓰고 있다. 21분간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고, 그동안 다른 SNS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하지 않았다. 글쓰기의 까다로움/번거로움/어려움/귀찮음이 이 긴 시간동안 집중할 수 있게 해준게 아닐까 싶다.
2022-09-22
수많은 뉴스레터, 트위터, 페이스북을 헤매며 온갖 맥락없는 글을 정신없이 허겁지겁 대충 읽으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그냥 서점에 가서 한 섹션에 있는 책들을 조금씩 읽는 게 더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 근처에 큰 서점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몸무게가 점점 줄어서 오늘은 저녁 먹고 체중을 재보니 58.5kg이 나왔다. 음 올해 초만 해도 65kg은 나갔는데…
스트레스 관리 잘 하고, 건강식 챙겨먹어야지.
펜을 이렇게 쥐게 되면서 이전엔 펜을 쥘 때 얼마나 필요 이상의 힘을 줬었는지 실감하게 됐다. 주로 책 읽으면서 색연필로 줄 칠 때 이렇게 하는데 손에 힘 빼도 바닥으로 안 떨어지고 손가락도 부담없어서 좋다.
2022-09-25
하루를 돌아보니 오늘은 좋은 일이 많았네. 해질녘에 아내와 10km 정도 산책한 것도 행복했고, 산책길에 들른 커피숍에서 마신 커피도 좋았다. 오늘 읽은 책 세 권은 모두 나름의 만족스러운 포인트가 있었다. 오늘은 트위터를 아주 조금 보았고 컴퓨터도 두 시간 정도만 썼다. 만족스럽다.
돈이 아주 많으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 난 돈이 아주 많으면 좋아하는/쌓아둔 책을 읽고 밤낮으로 산책하며 살고 싶을 것 같다. 틈틈이 친구들을 초대하고.
앗 그러고보니 오늘은 거의 반년만에 치킨과 떡볶이도 먹었다. 아주 행복한 날이었네 오늘.
2022-09-26
요즘 굉장히 무기력한 느낌을 매일 느끼고 있는데, 점심에 짬뽕을 먹으면 괜찮아진다. 정말 놀라움 짬뽕의 힘. 맵고 빨간 국물은 한국인에게 무엇인가.
2022-09-28
아기 때 (3세~5세) 많이 들었던 곡인데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기쁘다. 어렸을 땐 크롬 카세트 테이프였지. 어린 내가 참 좋아했다고 부모님이 종종 회상하시는 곡. 그리고 나도 기억하고 있다. 지금 들어도 아름답다.
하프 연주가 시작되는 곳에서 어린 시절에 느꼈던 기쁨이 다시 재생된다.
2022-09-29
일이 힘든 와중이었지만 동료와의 일대일 대화 덕분에 기운차게 일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아직 에너지가 남아 그런지 내일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료와 속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피로회복제라 할 수 있겠지.
2022-10-01
아내가 대학원 이야기 할 때마다 조금 혹하긴 한다.
2022-10-02
요즘 뉴스를 보면 세익스피어의 한 문장이 생각난다.
"Hell is empty, and all the devils are here."
2022-10-07
대학병원 가서 검사받고 돌아왔고 방금 체중게 위에 올라가보니 체중 58.2kg.
시간 부자가 되고 싶다.
예전에는 가용 가능한 모든 시간을 자기개발에 사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나와 아내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쓰고 싶다. (가능할까?) 아내와 함께 여기저기 재미있는 곳들을 방문하고, 만나고 싶었던 분들도 틈틈이 만나고, 쌓아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
나를 매우 귀여워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가끔 눈물이 글썽한다. 어제는 밤중에 불쑥 집을 나가 카페에 갔다. 창문에 붙은 바테이블에 나란히 어깨를 붙이고 앉아 바깥을 구경했다. 어깨가 밀착해 몹시 행복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2시간 동안 걷다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러지 못하는 내가 불안하다. 게다가 보통 기본기라 하는 옛날 기술도 잘 모르니 앞뒤로 콱막힌 기분도 든다. 양쪽을 다 착실히 잡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경이로움. 이도저도 아닌 나는 그냥 내가 느끼기에 괜찮은 거 하는 수 밖에 없겠다.
첨단을 깊이있게 파고드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놀라운 소프트웨어 세상을 여행하듯 이거저거 경험하고 그 중 즐겁고 재미난 것들만 모아보는 것도 나름의 행복한 일일 것 같다. 그러고보니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보고, 노년이 되면 그 중 가장 좋았던 나라에서 살겠다고 말씀하시던 분도 있었지.
그러고보니 386, 486 컴퓨터 쓰던 시절이 제일 밀도있게 몰입하며 재미를 느꼈던 때 같다. 하루종일 학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면 뭘 하건 잡념이 싹 사라지고 오직 나와 컴퓨터만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때만큼 뭔가에 집중하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ㅎㅎ 물론 주로 게임이었다.
요즘은 게임을 포함해 뭘 해도 재미가 없는데..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몰입을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애니메이션을 봐도 거리를 두고 파악한다. 게임을 해도 게임 속 세상에 진지하게 몰입이 안 된다. 만화책도 옛날 것만 읽는다.
재밌게 살려면 나이가 들수록 열심히 재밌을만한 걸 찾아야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네. 아직 40인데 벌써 이렇게 사는 게 재미없으면 안되지. 열심히 찾아보자.
2022-10-08
아무리 좋은 인생 조언을 들어도 다음날에 까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록을 잘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록을 잘 해도 기록할 때만 읽고 다음날부터 다시는 읽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기록한 걸 우연히라도 다시 읽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놔야 함.
그래서 나는 랜덤 문서 읽기 기능이 있는 문서도구나 웹사이트들을 좋아한다. 다만 랜덤 기능과는 별개로 의도적으로 특정 주제의 문서들을 찾는 건 구조화가 필요해서 이것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계층구조로 잘 나눠놓는 것. 이렇게 하면 대부분 3~4 레벨만 파고들어도 원하는 문서에 도달하기 쉽다. 탐색 트리구조의 장점. 다만 분류에 실수가 있거나 다른 사람이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계층을 나눠놨다면 이게 꽤 골치아프다.
흔하게 쓰이긴 하지만 영 귀찮은 방법은 문서를 작성하거나 업데이트할 때마다 해시태그를 잘 달아두는 것. 난 해시태그 장난을 치는 걸 안좋아하는데 #이런_걸로_농담하기 같은 게 쌓이면 태그 풀이 오염되어서 원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탐색하기가 번거로워진다.
이런 문서 관리 방법에 대한 고민들은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는 파일로 뭉쳐둔 데이터/코드 조각들을 계층 구조로 분류하는 작업들을 중요하다 생각한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뇌에 스태틱하게 저장할 수 없고, 한 번에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에 제한이 있다.
나는 파일 하나에 public 함수 하나, 클래스 하나에 public 메소드 하나가 들어가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건 아직 확실하게 생각을 굳힌 건 아닌데, 파일 안쪽에서도 계층 구조를 확실히 이루는 것도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해서 간단하게 메모를 해보고 있다.
흥미롭게도 Clojure로 코딩하다 보면 이런 형태의 코드가 쉽게 나온다. Clojure의 불변성과 괄호를 통해 모든 코드에 스코프를 명시해주는 특성 때문에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JS같은 언어의 cloSure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트릭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뭔가 공통점을 느꼈다.
종종 극단적인 규모로 문제를 확장해 생각하면 신기하게 문제가 단순해지는 경우가 있다. [[#people.roy-fielding#]]{로이 필딩}처럼 생각해 보자. URL을 각 아이템 자신의 식별자와 부모 식별자로 이루어진 계층 개념이 가미된 링크드리스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https://twitter.com/John_Grib/media" 같은 주소가 예가 된다.
https://twitter.com/ / John_Grib / media는 "경기도/안양시/동안구"와 같은 구조 유사한 의미를 이룬다. 이 때 여기에서 프로토콜을 제외하고 상식과 시스템구조를 무시하고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https://twitter.com/"과 "경기도"의 공통 조상에 지구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이렇게 나아가면 전 우주의 모든 식별자 부착 가능한 인식 대상은 하나의 root로 연결될 수 있다. 하나의 거대한 트리가 되는 것. 물론 이런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류는 대규모 스케일이 되면 실패한다. 아주 작아도 실패하는데 뭐.
고작해야 3~5레벨 되는 애플리케이션 소스 코드 패키지 구조 리팩토링하면서도 의견과 관점과 미래에 대한 예견에 따라 골치를 썩이는 걸 보면 그냥 1레벨이 최선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 위키를 구성할 때 처음엔 1레벨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계층구조는 별도의 메타데이터를 두면 된다고 봤음. 그런데 1레벨로 5년간 운영해보니 나름의 문제가 있었다. 파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래서 계층 구조로 조금씩 바꿔가기로 했고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2022-10-09
삶은 혼란스럽다. 에머슨의 말대로 모든 것이 수수께끼이고, 수수께끼의 답은 또다른 수수께끼다.
2022-10-10
오늘은 몸이 하나도 안 아파서 기분이 좋네.
2022-10-11
오늘 새로 입사한 분이랑 인사하고 같이 짜장/짬뽕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올해 초에 다른 회사에 놀러갔다 만난 적이 있는 분이었다. 그때 나눈 이야기 덕분에 우리 회사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셨다고. 재미난 인연 같다. 서로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생활 하면서 얻는 소박한 재미와 행복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새롭고 신기한 인연을 종종 만난다는 것. 물론 앞으로도 나쁘지 않고 좋은 인연이 되도록 내가 노력해야겠지만(!).
최근 건강에 대한 염려로 마음이 쇠약해진 상태였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한바탕 웃고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는 워즈니악의 자서전을 읽었다. 간만에 퇴근길 발걸음이 가볍고 즐거웠다.
며칠 전에는 평소보다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어서 그런지 너무 아팠다. 하필 6개월 기다렸던 검사 즈음에 이런 일이 일어나니 무척 속상했다. 잠을 자면 이런저런 혼란한 꿈도 꾸고 비몽사몽간에 흐리멍텅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살아야지.
주위 사람들과 잘 이야기하고, 남 괴롭히지 말고, 가능한 한 웃으며 살아야지 뭐 그런 생각을 했다.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틈틈이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책도 읽고. 더 많은 여가 시간을 아내와 재미있게 보내야지.
나는 여태 내가 뭘 얼마나 먹는지가 내 통증의 가장 큰 변수라 생각했다. 아내는 오늘 이야기를 듣더니 웃으며 그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더 큰 원인일 거라 이야기해줬다. 맞는 말이었다. 뭘 좀 더 먹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은 날엔 확실히 덜 아팠다. 난 아프기 싫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삶을 살자.
아무튼 요즘엔 먹는 양이 더 줄었다. 밥도 밥공기가 아니라 찻잔에 담아 먹는다. 김밥은 한 줄 먹으면 내 양보다 더 많다. 라면은 종종 한 개를 끓여서 아내와 반씩 나눠 웃으며 먹는다. 이젠 이정도만 먹어도 배부르고 됐다는 느낌이 든다.
다음주 금요일에는 검사 결과가 나온다. 느낌상 이제 더 미루지 말고 수술하자고 할 거 같다. 6개월전에는 쓸개를 절제한다니 너무 무서웠는데 그동안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이제는 쓸개를 떼면 (한동안은 회복해야겠지만) 뭔가 개운할 거 같다.
지난 1년간의 신기한 쓸개 통증을 겪으며 성격도 바뀐 거 같다. 나보다 몇백배 아픈 사람들도 많이 계실테니 조심스럽지만… 좀 더 일상과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됐고, 이제 돌아가기 어려운 과자 치킨 피자 등을 마음껏 먹던 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 많은 것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이렇게 쓰면서도 나처럼 오버하며 엄살부리는 사람은 많지 않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알고보니 주위에 쓸개를 절제한 분들이 꽤 많았다. 암으로 고생하신 분들도 종종 있었다. 씩씩하게 부끄럼 없이 살고 싶다.
2022-10-13
오늘 통찰력 있는 동료에게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읽은 워즈니악 자서전에서도 정말 대단한 건 혼자 일할 때 이뤄낼 수 있다는 이아기가 나왔다.
2022-10-14
대학병원 다녀왔다. 쓸개 모양이 너무 좋지 않고, 종양일 수도 있어서 놔두면 암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수술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 결론이 나와 조금 후련하다. 11월 중순에 외과로 방문해서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작은 스트레스만 받아도 하루종일 아프고 그랬다. 늘 스트레스가 있을 수 밖에 없는 회사생활을 쉬어야 하나 싶은 정도였다. 수술을 해서 이런 일이 사라지게 된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쓸개 절제 수술의 경험이 있는 예전 동료님과 대화를 해보니 절제 수술 후 3개월 정도는 지나야 건강이 회복되었다고 하신다(입원은 10일쯤 하셨다고). 음… 아마 수술을 12월이나 1월쯤 한다고 가정해 보면 4월은 되어야 회복이 되겠네.
2022-10-16
요즘 하는 미묘한 고민들
- 개인용 맥북프로(2017)가 너무 느려졌다. => M2 맥미니 나오면 바로 사야지.
- 내 매니징 능력이 형편없어서 고민. 매니저를 하고 나서 매니징은 커녕 개발실력까지 바닥을 찍는 느낌.
- 재택근무에 지쳤다. 가능한한 출근하고 싶음 => 집에서 가까운 회사 다니고 싶다.
- 수술비는 얼마나 나올까. 마치고 나서 보험회사에 청구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 OTT로 요즘 보는 드라마/애니가 다 지루하고 재미없다.
- 트위터를 사용할 때에는 뭔가 읽기보다 쓰기를 많이 해야겠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읽고 있으면 시간이 순삭된다. 그런데 이럴거면 트위터를 왜 쓰나.
- 아이폰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 아쉽다. 아이폰5가 제일 마음에 드는 사이즈였다.
- 새로운 저녁식사 후 산책 경로가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려면 이사를 가야겠지.
-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 좋아했던 간식들이 예전같은 맛이 나질 않는다.
- 단순한 것이 좋은데 쉽지 않다.
- 읽지 못한 책이 왜 쌓여가는가? 생각해봤더니 책을 읽고 싶은 욕구보다 좋은 '제목'의 책을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진 것 같다.
-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이가 시릴 것을 떠올리면 역시 안 먹는 게 낫다가 된다.
- 떡볶이 많이 먹고 싶은데 건강 때문에 먹어봐야 아프기만 할 것 같다.
- 안 쓰는 물건 잘 정리하고 잘 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어딘가 쓸모가 생길 것 같고, 버린 다음에 아 그걸 버리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2022-10-17
우리팀에 새로 입사하신 분도 Vim을 좋아하는 분이라 하루종일 Vim 이야기를 하는데 매우 즐거웠다. 내 Vim 노하우 탈탈 털어드리는 중.
text object, surround 알려드리니 하루종일 기뻐하면서 연습하심. 그래 이 맛이야.
한참 연습해보시다가 "이거… vim 명령이 뭔가 합성함수네요?" 라고 깨달음을 얻으시는 걸 보고 아주 즐거운 놀라움을 느꼈다. 이제 외롭지 않다.
한편 커스터마이즈한 ctags 설정과 tagbar의 조합이 얼마나 사기스러운지도 맛을 보여드렸지만 이건 나중에 해보신다고. 이거 어느 IDE에서도 제공하고 싶어도 제공 못하는 기능이라 진짜 맛들이면 다시 Vim 밖으로 못 나가는데… 계속 떠먹여 드려야지.
2022-10-18
요즘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코딩 좀 하니 말끔해진다. 역시 Clojure + Vim 조합은 코딩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속도감있는 REPL 피드백도 신나고, IDE에서 제공해주지 않는 보조 기능들을 Vim으로 한땀 한땀 쌓아가며 생산성이 누적 향상되는 것도 좋다.
다른 언어에서도 다 되는 거 아니냐 그럴 수 있는데 이게 괄호지옥 Lisp에서만 되는 그런 게 있다. 모든 코드에… 심지어 한 줄 짜리 코드에도 괄호를 써서 스코프를 명시해주기 때문에 괄호를 잘 다루는 에디터인 Vim에서 쓰기에 딱이기 때문. Vim이기 때문에 괄호지옥을 walk할 수 있는 셈.
물론 Lisp 쓰는 대부분은 emacs를 쓸 것이므로 더 나은 경험이 있을 수 있겠지만 / 나는 emacs는 모르고 Vim만 알고 있으므로 비교할 수가 없음. 다만 코드를 조작할 때 아주 기분좋다는 느낌이 있다. 손가락도 편하고, 상상한대로 명령을 조합해 입력해보면 그대로 코드가 펼쳐지고.
2022-10-20
지금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Clojure + NeoVim을 쓰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사용자를 좀 늘리고 싶다. 이 조합만의 굉장함이 있음.
2022-10-21
회사에서 직책 변경이 있었다. 주문결제팀 팀장에서 백엔드 Tech Lead로 직책이 변경되었다.
2022-10-27
Lisp 에디터 명령 중에 제일 신통한 느낌이 드는 건 역시 convolute.
2022-10-28
어쩌면 중요하다고 여겨온 것들이 생각보다 별로 안 중요할 수도 있다.
어릴땐 학교 결석하거나 지각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되고 보니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2022-10-29
Vim에서 Clojure로 코딩하면 정말 손이 즐겁다.
2022-10-30
생일선물로 케이크 디아망의 쿠키를 받았다.
아내,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었고 저녁은 본가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2022-10-31
vim의 &iskeyword
에는 한글을 못 넣는군. 될 줄 알았는데 안 되네. 확장 ascii 까지만 됨.
2022-11-02
m2 맥 미니는 언제 나올까
2022-11-04
어서 내년이 됐으면 좋겠다. 내년엔 건강을 많이 회복할 수 있겠지!
오늘 팀 새 동료님이 rest api 정의해둔 파일을 열심히 보고 계시길래 ctags 설정에 새 문법 정의해서 vim 내에서 간단하게 toc 만들어 화면 오른쪽에 뜨게 만들어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셨음. 한동안 연습하시더니 파일 내에 있는 TODO 를 별도 목록으로 만드는 법도 터득하셨다.
이게 정규식만 좀 알면 아주 실용적이면서도 간편하고, IDE에만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마법처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기술인데 사실 30분이면 배울 수 있어서 누구에게든 언제든지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기도 하다. 하지만 Vim만 써서 개발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으니.
IDE라면 플러그인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 그냥 아이디어만 있으면 ctags에서 한 줄만 코딩해서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니까.
IntelliJ가 아주 훌륭한 도구이긴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갑갑함을 느끼는 건 이런 것들 때문. 한두줄만 코딩하면 아이디어대로 될 거 같은데 내가 IntelliJ 플러그인 만드는 법을 모르고 귀찮으니까. 그냥 Vim 설정 한두줄 수정해서 기능 구현해 쓰는 방향으로 자꾸 가는 거 같다. 습관이 무섭다.
심지어 자동완성도 그냥 누가 만들어준 거 그냥 써야하니까 그것도 답답. 그런 목록에 붙여서 내가 만들거나 추가한 자동완성도 같이 나와야 내 취향에 맞는데 IntelliJ에서는 어렵다. 내가 IntelliJ를 잘 몰라서 그렇겠지.
아무튼 요즘 vim 좋아하는 동료분이 같은 팀에 조인해서 기쁘다. 이야기할 것들이 많다.
작고 단순하고 깊이가 얕고 대충 만들어도 걍 굴러가는 기술들을 사용하는 것이 즐겁다.
2022-11-06
즐겁게 살자. 앞으로 다가오는 선택의 기로를 마주하게 될 때마다 즐거운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22-11-07
난 이제 재택을 선호하지 않는다. 몇 년간 재택을 하며 뇌 구조가 바뀐 느낌이 드는데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취약해진 것 같다(잘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얼마든지 재택 가능한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 3주간은 매일 출근했다. 내일도 출근할 생각이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내일은 지인을 만나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이런 일들이 즐겁고 설레인다. 사실 좀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함께 산책할 때 우울감을 떨치고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힘든 시간들이 많았는데, 곱씹어보면 예전 같았으면 거뜬히 이겨냈을 일들이었다. 올해의 나는 예전같지 않았고 괴로워하지 않을 일도 사서 괴로워하곤 했다. 좋아하는 독서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흘려보낸 시간이 많았다. 머리가 50% 정도 나빠진 느낌이 드는 한 해였다.
오늘 아침에 책장을 조금 정리했기 때문이었을까. 문득 책 하나를 펼쳤고 저녁 시간에 한참 푹 빠져 읽었다. 알아야 할 것 같은 걸 읽는 조바심 가득한 느낌이 있는 독서가 아니라, 간만에 읽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느껴 좋았다. 밤에는 java.util.concurrent 패키지를 즐겁게 둘러보았다.
java 기본 패키지들은 구경할 때마다 놀라운 느낌을 받는다.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겠지. 떠올려보면 java를 공부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흔하지 않았다. 조만간 Doug Lea 님의 책을 다시 정독해 읽으며 코드를 함께 읽어보도록 하자.
그러고보니 Project Loom에 대해서도 소문만 듣고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 남들이 다 조사해줄테니(…) 천천히 보도록 하고 조바심내지 말고 끌리는 것부터 읽어가야지.
작은 일부터 차곡차곡 하나씩 해보자.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그래도 하루 중 가장 기쁘고 즐겁고 몰입되는 순간은 다른 사람과 Vim 이야기를 하고 Vim으로 할 수 있는 것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늘은 무려 두 분(정경호 님과 한윤석 님)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점심 시간 내내. 그리고 오후 한 시간 정도.
오늘은 윤석님과 vim 강의를 찍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음. 만약 강의를 찍는다면 hjkl, :wq 알려주는 기초적인 내용은 아예 다 건너뛰고 한 달 이상 vim을 사용해본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초심자 대상 강의는 많을 테니까.
2022-11-09
저녁 식사 후 간식을 먹던 것을 차로 바꿨고 꽤나 만족스럽다. 으 언젠간 당뇨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약간 덜게 되었다.
2022-11-10
저녁 먹고 지금까지 계속 홈페이지 문서를 정리하고 글을 썼다. 보람찬 밤이다.
2022-11-11
Vim 교정학원이 3년마다 열려 아쉬운 참이었는데 정경호님이 올해 연말에 Vim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보자고 제안을 해주심. 오!!
행사가 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고, 둘셋이 컴퓨터 들고 모여 커피 마시며 서로 vimrc 보여주다 집에만 가도 만족스러울듯.
vim을 나름 오래 써왔지만 쓰다 보면 몇몇 기능은 가끔 순수하게 기가막혀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g?
라던가.
2022-11-12
개인용도 로컬 DB로 그동안 mysql을 docker에 띄워 써왔는데 이젠 sqlite만 쓸 생각.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다. 하는 김에 로컬용 관리 코드도 단순하게 가고 싶어서 clojure로 함수들을 하나하나 만들 생각. 그래서 예제가 될만한 코드를 기록해 두는 리포 하나 만들었다.
https://github.com/johngrib/example-clojure-sqlite
사실상 대부분의 개인용도 로컬 백엔드 애플리케이션은 그냥 SQL 셔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오버엔지니어링 하지 말고 셔틀의 본분을 잘 살려보자. 이걸로 용돈 관리도 하고 월급 이력 관리도 해야지.
db 파일 하나로 떨어지니 관리하기 너무 좋다.
2022-11-13
오래간만에 테스트 해봤더니 또 INFJ 네. 늘 INFJ 만 나오는군.
2022-11-14
오늘은 하루종일 clojure 웹 서버 개인프로젝트를 했음. 완전히 밑바닥부터 해보니 회사에서 하던거랑 꽤 다른 모양으로 만들게 됐다. 좀 더 이거저거 실험해보자.
Clojure 쓰는 회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2022-11-15
모든 걸 빨리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2022-11-16
읽으려고 찍어둔 글도 많고 쏟아져나오는 글도 너무 많다. 그냥 다 읽는 걸 포기하고 좋은 글을 여러번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오후 반차를 내고 서울대병원에 들러서 외과의 선생님을 만나 수술 예약을 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모니터를 뽑았다 꽂았다 하며 책상을 정리하는데 연기 냄새가 살짝 나더니 연장 케이블, 키보드 컨트롤러 보드, yubikey, usb 허브가 한꺼번에 고장났다. 이럴 수가!
키보드 컨트롤러 보드 판매자분께 구매 이메일을 보냈다.
2022-11-18
나는 춤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문워크 하는 영상에 흥미가 생겼다. 너무 신기하고 흥미로워서 계속 돌려보곤 한다. 이게 머리로 원리는 알아도 눈으로 보면 마술같고 신기하다.
2022-11-19
오늘은 문득 브루스 에켈의 책을 읽다가 java의 clone이 엄청난 레거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사하는 김에 JVM 코드도 읽고 재밌는 오전이었네.
[[/java/object-clone]]
2022-11-20
읽고 있는 책의 후반부 챕터 제목에서 영문 모를 용기를 얻는다.
책 제목은 "사전처럼 바로 찾아 쓰는 알고리즘".
2022-11-22 화
휴가 첫날. 오늘부터 꽤 긴 휴가 돌입. 다음주 일요일에 입원하고 월요일에 수술후 요양하며 회복하고 12월 중 회사로 복귀 예정.
한편 오늘은 친구 황건구님이 집에 잠시 오셔서 같이 차를 마심. 건구님이 번역하신 책도 받았다. 이 책 베타 리딩에는 나도 참여했서 추천사를 쓴 바 있다.
2022-11-23 수
이번에 받을 쓸개 절제수술이 쓸개를 잘라내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는 걸 의사선생님에게 듣고 꽤 당황했다. 종양이 림프로 전이됐는지를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수술을 통해 상태 확인 후 수술을 또 할 지도 정해야 한단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오늘. 내가 올해 여름부터 오른쪽 다리 신경통이 생겼는데 이게 종양이 척추로 전이되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었다. 아내 직장동료가 이런 케이스여서 병가를 내게 됐다고. 음 좀 무섭다. 다리는 내 쓸개랑 별개의 병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나도 이런 거면 어떡하나. 그냥 허리 디스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 수술 후에 MRI도 찍어보게 되겠네. 2년이나 아파서 고생했는데 2년이면 음. 각오 단단히 먹고 전이됐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결과를 듣더라도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보자.
2022-11-24 목
어젯밤에 아내 열이 39도가 넘게 올랐다. 우리 부부에게도 COVID-19가 찾아온 것이다. 둘이 같이 멘붕해서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오늘 아침이 되어 검사를 받은 아내는 확진. 나는 내일 검사 예정. 아내 병간호를 하기 위해 집에서 코로나 확진자 돌보는 방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필 내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아내가 죄책감에 몹시 힘들어하는데 자신도 환자인데도 나를 걱정하고 계시니 안타깝고 고맙고 착잡하다. 한편 나는 아직 증상은 없는데 높은 가능성으로 확진되지 않을까. 그러면 일이 꼬이는데 수술 일정을 미뤄야 할 거고 수술 일정을 미루면 어쩌면 병가가 부족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 모르겠다. 일단 방에 스스로를 격리하신 아내부터 잘 지원해드리자.
2022-11-25 금
알고 보니 내 검사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다.
10년 전에 SI회사 다닐 적 입사동기와 전화통화를 했다. 근황이라던가 건강이라던가 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격려하는 시간을 보냈다. 동료였다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분. 감사하고 소중하다.
같이 신입 개발자로 회사 다니다가 결혼하시고 아이 태어난 소식까지 같은 회사에서 들었는데 벌써 따님이 9세. 시간 빠르다.
2022-11-26 토
PCR 검사를 받았다. 아직까지는 증상이 없어 조심스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최근 친구가 된 정경호님과 계획하고 있는 연말 Vim 행사를 위한 로고를 만들어 보았다.
폰트는 함렡
취운님께 선물받은 백짬뽕 끓여서 아내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아이폰 페이스타임을 사용해 함께 요리하고 함께 식사했다. 힘든 와중에도 일상의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아내를 사랑한다.
내일은 우리의 7번째 결혼기념일이다. (2016년 11월 27일 결혼)
아내와 함께 잠들기 전 페이스타임으로 긴 시간 이야기하고 많이 웃었다.
2022-11-27 일
PCR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다행이다. 입원할 수 있다. 아내와 함께 다행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아내를 위한 물건과 음식들을 공급해드리고 글을 쓴다.
입원실이 배정되었다. 입원 수속은 14시 30분.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30분 남았다.
내일은 수술을 받겠구나.
입원 수속 밟으려 병원 왔다가 확진자 동거인은 입원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귀가했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다. 내일 수술 일정을 다시 잡는 전화를 받을 예정.
입원하지 않게 된 게 안타깝긴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사실대로 병원에 이야기했다는 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 명예를 지켰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그리고 역지사지로 병원으로 입장을 바꿔보면 병원의 원칙도 잘 이해간다.
어쨌든 수술 일정을 이제 다시 잡아야 한다. 내일도 휴가이긴 하지만 회사에 연락해서 수술이 연기됐다고 이야기하고 병가를 취소하고 다시 출근할 준비를 해야겠다. 해야 한다. 할 수 있다. 화이팅.
물론 수술 전에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또 연기가 될 것이므로 수술 전까지는 가능한 한 재택근무만 하도록 하자.
아무튼 화수목금 쉰 덕분에 오래간만에 회사일에서 거리를 두고 머리도 비우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중요한 생각들에 몰두할 수 있었다. 산책도 적절히 하고… 아내가 확진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굉장히 멘붕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며 점점 침착함을 되찾은 것 같다. 그 와중에 틈틈이 행복을 찾기 위해 실천한 일들이 놀랍다.
아이폰 페이스타임을 통해 화상통화로 같이 식사를 준비하고, TV가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보며 밥을 먹고, 서로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열심히 웃기려는 과정이 필사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진짜로 웃겼고 아이러니하고 뭔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 우리는 7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6번째였다)
세상 모든 일은 우연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어떤 우연을 선택하고, 다른 선택한 우연과 인과를 연결한다. 그래서 그런 거겠지. 올해 연말에 일어난 이 사건들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진다. 우리에게 놀랍고 힘겹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이겨낼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나고 결국 다시 일상을 되찾는.
우리는 기념일을 그리 대단치 않게 여겨왔는데, 방금 아내가 (페이스타임으로) 다음해 결혼기념일은 꼭 신나게 보내고 말겠다고 이야기했다.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기념하는 게 아니라 2022년 11월 오늘의 이 어려움을 극복한 기념일!
병원에서 입원 불가를 받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송이 나오는데, 내일은 아파트 저수조 청소가 있으니 오전9시 ~ 오후6시에 단수가 된다고 한다. 그걸 듣고 와 오늘 돌아오지 않았다면 아주 곤란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수술을 마친 내가 돌아왔을 때 코로나에 걸릴까봐 입원해있는 동안에도 방 바깥으로 절대로 나오지 않겠노라고 선언을 했던 것이다. 방송을 들을 수 없는 방이니까 물이 안 나오면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나는 입원한 동안에는 방에서 나오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엄청난 고집을 부리심. 오늘 병원으로 떠나는 마음이 얼마나 미안했는지.
2022-11-28 월
HHKB-JP tmk 키보드 컨트롤러가 도착했다.
11월 16일에 고장났던 키보드를 이제서야 고칠 수 있었다.
2022-11-30 수
아내 친구 지은씨가 다양한 반찬을 포장해서 집까지 가져다 주셨다. 아이폰 페이스타임을 켜서 거실에서 아내와 함께 대화할 수 있게 해 드리고 간단하게 차를 끓여 내 드렸다. 드린 차를 너무 좋아하셔서 남아있는 티백을 드리고, 잡히는대로 홍삼도 드렸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체중이 많이 줄어서 58kg 이하로 내려가게 될 것 같다. 얼른 수술해서 건강해지고 싶군.
한편 아무리 기다려고 병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아, 내가 전화해서 외래 진료를 다시 잡았다. 진료 예약일은 12월 21일. 3주 후. 역시 대학병원은 텀이 길구나. 12월 21일에 방문해서 다시 진료를 받고 수술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니 한숨이 나온다. 수술은 내년이 되어야 받을 수 있겠다.
좋게 생각해야지. 좀 운명을 느끼는데 나는 항상 중요한 일을 하게 될 때마다 첫번째는 실패하고 신기하게 두 번째에는 달성해왔다. 얼핏 보면 불운한 것이지만 좀 넓게 보면 운이 좋은 사람인 것이다. 이번 일도 그런 것이려나 생각한다.
2022-12-01 목
0시에 아내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눈물이 난다. 잘 버텨준 아내에게 고맙다.
2022-12-02 금
오전 9시에 동절기 추가접종 COVID19 백신을 맞았다.
웹 사이트에 footnote 주석을 별도의 팝업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blog/this/footnote]]
2022-12-03 토
점심 먹고 여태까지 js 랑 css 잡고 씨름을 했네.
내 웹사이트는 바닐라 js를 쓴다. react 써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긴 했지만 나는 프론트엔드 트렌드를 잘 모르고 찾아보지도 않아서 문제가 생기거나 유행이 바뀌어도 뒤늦게 알 거라 생각해서 안 쓴다. 그리고 가장 오래갈 것은 바닐라일 거라고 생각.
공짜 좋아해서 http://github.io 쓰고 있는 상황이고, 문제거리/아이디어가 있을 때만 간단히 작업하는 정도라서 js 랑 css 건드리는 날이 아마도 1년 중 20일도 안 됨.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js나 jquery 쓰는 게 속 편하다. jquery도 마지막에 쓴 게 8 년 전이라 가물가물해서 걍 바닐라 씀.
내가 제일 즐겨 쓰는 건 innerHTML
에 때려넣는 것. 이거 놓고 생각해보면 개발자가 실수하지 않게 이런 저런 제약을 주느 언어/프레임워크 같은 것들보다 할 수 있는 걸 늘려주는 게 더 내 취향에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것들의 장점은 알고 있고, 널리 선호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음.)
Vim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Vim을 왜 좋아하나? 대충 생각해서 코딩해 때려넣는 방법으로 온갖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서. IDE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몹시 답답하다. 내가 제약이 많은 언어인 Clojure를 재밌게 쓰는 이유도 Vim 지분이 크다.
모든 코드에 괄호가 있어서 Vim 쓸 때 전능감을 느낄 수 있음. 눈에 보이는 (안 보이는 영역까지도) 모든 코드에 대해 키 몇 번만 두드리면 내가 원하는 영역을 텍스트 오브젝트로 선택 가능하고, 내가 만든 자동완성으로 코딩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약많은 언어가 Vim과 조합되며 자유를 줌.
하지만 어딘가엔 더 자유로운 환경이 있겠지. 컴퓨터를 통해 더 많은 자유와 해방감을 얻고 싶다. 어린 시절 컴퓨터로 얻었던 그 느낌처럼.
2022-12-04 일
언젠간 vimwiki, jekyll, kramdown도 지금처럼 사용할 수 없게 되겠지. 하나하나 대체제를 만들어두자.
리소스를 일관성있게 관리하기 위해 문서마다 고유 아이디를 부여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새 문서 생성할 때 uuid를 문서의 고유 아이디로 부여한다. 가령 "D22E4DA0-DB60-4756-B561-0B8D07889F7E"가 id가 됨. 이 문서에서 사용하는 이미지,pdf 같은 자료를 어디에 두는지를 이 id를 통해 결정한다. 예를 들어 /resource/D2/2E4DA0-DB60-4756-B561-0B8D07889F7E 가 대상 디렉토리가 된다.
uuid의 첫 두 글자를 1레벨 디렉토리, 나머지를 2레벨 디렉토리로 삼고, 그 안에 자료를 넣는 git 방식. 이렇게 하면 문서에 아이디가 있어서 Vimscript로 좀 작업해주면 문서 안에서 자료를 생성하거나 엔터만 눌러서 해당 이미지를 띄워서 보여주거나 하기 쉽다.
뭐가 되었건 사이즈가 threashold를 넘어서면 하여간 뭔가 일이 계속 생긴다는 걸 회사 일 말고도 고작 내 위키에서도 느낀다니. 파일이 천 개가 넘어가니 자꾸 할 일이 생긴다.
마음같아선 각 소제목들도 uuid를 부여하고 싶지만 vimwiki랑 jekyll이 지원하질 않아 짜증난다. jekyll 대체품으로 다양한 물건들이 있지만 검토해봐도 쓰고 싶은 건 하나도 없음. 전부 하나씩 결격 사유가 있다. 내 기준에선 jekyll이 그나마 합격선. 제일 낫다. 더 마음에 안들면 직접 만들어야지.
아무튼 리소스 마이그레이션 계획을 수립하고, 마이그레이션 코드를 만들어야 한다. 마이그레이션 코드는 위험하지만 즐거운 bash 셸 스크립트로. 한 번만 쓸 도구이기도 하고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짤 기분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이미지 등의 파일 리소스를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해왔음.
- resource/wiki/문서경로~~~/파일.jpg
- /_wiki/문서경로~~~/문서이름/파일.jpg
꽤 괜찮았지만 문서 경로이동에 취약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문서 고유 id를 사용할 것이므로 해결.
2022-12-05 월
어제 작성해둔 마이그레이션 스크립트 조금 고친 다음에 가동했다. 점검 스크립트로도 확인 완료. 잘 돌아갔다.
마이그레이션 작업 결과 비어버리게 된 디렉토리를 find . -type d -empty
로 찾아서 xargs rmdir
로 넘겨 삭제하는 작업을 했더니 삭제한 디렉토리가 모두 846 개였다.
2022-12-06 화
친구 정경호님과 함께 올해 연말 Vim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하고 간단하게 발표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나도 발표를 하나 할 생각. 11월 26일 일기에 올린 이미지가 이 행사의 로고.
https://event-us.kr/vim/event/51490
2022-12-07 수
블로그 스켈레톤을 오래간만에 버전업했다. 거의 1년 만이었는데 생각보다 바뀐 게 많았네. 그런데 스켈레톤을 따로 운영하다보니 점점 갭이 벌어져서 이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게 맞나 싶다. 그냥 블로그에서 초기화 셸 스크립트 하나 만들어서 제공할까 싶은 생각도 드네.
2022-12-08 목
vim 플러그인 아이디어가 하나 생각나서 메모하는 중. 그동안 왜 생각을 못했지.
만들려 하는 것은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gx
. vim 에서 gf
, gx
는 어마무시하게 많이 입력하는 키인데, gf
는 파일 경로 위에 커서를 두고 gf
하면 파일을 vim에서 열어주고, gx
는 주소 형식만 맞으면 url은 웹 브라우저에서 열어주고. 다만 gf
gx
는 형식에 맞아야만 작동한다는 문제가 있음.
특히 gf
는 quickfix랑 같이 쓰면 아주 편리하다. gf
가 편할 거 같긴 한데 생각보다 파일 안에 파일 경로가 있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설정파일에나 가끔 있지 소스코드 안쪽엔 파일 경로를 적을 일이 드무니까) quickfix의 존재를 모르거나 알아도 쓸 줄 모르면 gf
는 그냥 버리는 기능이 된다.
한편 gx
(netrw browse x)는 이미지도 전용 뷰어로 열어주고, url도 전용 뷰어(시스템 디폴트 웹 브라우저)로 열어주는 등… 윈도우즈/MacOS의 아이콘 더블클릭 같은 기능을 한다. 다만 기능이 워낙 착실하다보니 (당연히) 문자열로 확실히 표기된 주소만 열어준다.
이번에 만들려 하는 것은 gx
(또는 다른 적절한 명령)를 입력했을 때 커서가 잡고 있는 문자열이 특정 정규식에 매치된다면 지정한 전용 뷰어로 열어주게 하려는 것. 예를 들어 Plug 'johngrib/vim-game-code-break'
에서 gx
를 입력하면 웹 브라우저로 https://github.com/johngrib/vim-game-code-break 를 열어주게 한다던가.
파일 타입별로 지정하는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음. ft로 분기하게 되면 꽤나 복잡하게 될듯. 당장 생각할 문제는 아님. 일단 만든 정규식 문자열 매칭 리턴 함수 하나 만든 거로 1/3 정도 개발 끝났다고 생각. 이제 설정하는 방법만 어떻게 할 지 생각하면 된다.
2022-12-10 토
복잡한 게 싫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12월 8일에 메모한 기능을 다 만들었다.
밥 먹고 살살 만들어 보았다. 잘 돌아간다. 일단 POC는 완료.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자. 지금 상태의 코드는 여기에.
그냥 파일 단위로 관리하고 암묵적으로 include하던 vim 설정 파일을 명시적으로 할 필요가 좀 생겨서 PlugFile
이라는 커맨드를 추가해 봤다.
각 플러그인별로 보조 설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플러그인은 Plug
로 명시해주고, 보조 설정은 자동 인클루드로 해놓으니 플러그인이랑 보조 설정을 같이 끌 일이 있을 때 귀찮다는 거. 이렇게 하면 둘 다 명시하게 되니 편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꽤나 계획성있게 사는 성격이라 그런지 우연이 겹쳐 계획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 것에 늘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살아야) 할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냥 오늘 내일이 아니라 삶에 대한 고민인 셈. 생각해보니 계획을 상세하게 세우는 것보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결정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 더 후회없이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계획이 상세하면 왜 마음에 드는가? 내가 내 길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는 안심이 들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계획의 시나리오를 따라 일과 삶이 흘러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정이다. 결정은 분기를 컨트롤한다.
계획은 분기를 없애므로 우연에 의해 분기가 발생하면 계획적으로 살고자 하는 나는 당황하고 힘들어한다. 많은 것을 고려한 신중한 계획보다 솔직한 결정,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 더 후회없는 삶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삶을 하나의 뚜렷한 흐름이 아니라 다양한 갈림길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결정을 포기하는 것은 편안한 일이긴 하지만 삶을 재미없고 덜 보람차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10km 밖의 어떤 장소에 도착하고자 할 때 내 선택 없이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것과, 좀 힘들더라도 내 발로 내 돈으로 버스타고 가는 것과 어떤 것이 더 보람차고 더 재미있을까?
2022-12-12 월
parseInt, parseLong 같은 곳에서 parse 단어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MIT 해커들이 생선 먹을 때 뼈를 다 발라놓은 생선을 parsed fish라고 불렀다고. 단어 보고 생각날 때마다 피식피식 한다.
2022-12-14 수
"인생은 괴롭고 짧으니 대충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단다"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 설중한도행에서 나온 말이다.
2022-12-17 토
Java로 이런저런 작업을 하다가 방법이 둘 뿐이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휘감는다.
- (clojure에서 해냈듯) IntelliJ를 다시 쓰면서 neovim에서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기능을 옮겨간다.
- IdeaVim을 뜯어고친다.
전자는 약간 고생길이 훤하고, 후자는 코틀린을 공부해야 한다. 내가 IdeaVim에 PR을 보냈던 2017년에 IdeaVim은 Java였지만 이제는 Kotlin이기 때문이다.
Eclim이 떠오르는 jdtls 과연 이게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2022-12-19 월
내년엔 건강 회복하고… 앞으론 좀 덜 열심히 살자. 너무 열심히 살아서 건강이 망가진 거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종일 어서 수술받고 싶다는 생각만 한 것 같다. 이번주 수요일에는 대학병원에 가서 날짜 잡는다. 내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휴가. 사흘간 코로나 안 걸리게 아주아주 조심하자.
열심히 살아서 건강이 나빠진 거 같다고 써놓고 생각해보니 비효율의 극치였다. 열심히 하는 와중 트위터도 많이 했고, 열심히 한다고 하긴 했는데 딴짓 많이 하고 들인 시간에 비해서는 그냥 그런 것 같다. 차라리 많이 놀며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건강이 상했을까?
2022-12-20 화
여태 괜찮다가 잘 때 되니 또 아프네.
2022-12-21 수
올해는 너무 힘들군. 2022년 내내 괴롭고 아픈 기억이 너무 많다. 얼른 와라 2023년.
수술날짜 잡혔다. 다음주 월요일!
병원 다녀와서 꼬깔콘을 하나 뜯어 열심히 먹었다. 새벽에 무서운 꿈도 꾸었고, 아침에 찝찝한 연락도 받아서 오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꼬깔콘 탄수화물이 무엇이라고 기분이 금세 나아졌다. 올해는 내내 속이 아프고 괴롭고 밥만 먹으면 힘들어서 거의 매일 수술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수술이 다음주 월요일이라니 설렌다. 2년 간의 괴로움이 끝나게 될 것인가?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전이되지 않았다면 그걸로 끝. 앞으론 쓸개 없는 사람의 주의해야 하는 것들만 챙기며 살면 되는 것이다. 전이가 됐다면.. 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는 걸로.
의학을 모르니 답답하다. 스스로의 몸을 진단하고 처방하고 적절한 시기를 판단해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지식과 기술이다.
2022-12-22 목
낮잠자고 일어났다… 라고 쓰고 싶지만 누워서 눈 감고 정신 못차린 상태로 시간만 보내다 일어난 것 같다.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를 읽기 시작했다.
2022-12-23 금
au VimEnter * call Bye2022() 행사에 주최측 스탭 겸 발표자로 참여해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매년 참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발표한 내용은 [[/article/extend-vim-gx]].
나는 내일 모레 입원을 앞두고 있어서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되었지만, 현장의 열의가 느껴져 즐거웠다.
모든 참여자분들과 처음으로 밋업을 제안해주신 정경호님, 장소를 대관해주신 코드숨 한윤석님께 감사드린다.
2022-12-24 토
오른쪽 다리가 5분이나 찌릿찌릿 아파서 꽤 힘들었다. 너무 아파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벽을 붙잡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 누워서 폼롤러로 허리 아크를 다시 잡으니 좀 낫다. 이렇게까지 5분이나 아픈 건 처음이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안 아픔. 이거 전이된 거면 어떡하지. 하.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xray로는 잘 모르겠고 큰 병원에서 MRI 찍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다. 일단 수술 받고 나서 생각하자. 수술은 내일 모레. 전이된 거 아니라 그냥 평범한 디스크였으면 좋겠다.
요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괜찮겠지 했는데 오산이었다. 또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든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보고 침착하게 생각하자. 오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아내랑 같이 넷플릭스로 재벌집막내아들 드라마 보다가 순간적으로 다리 통증이 심해져서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는데 아내가 듣고 너무 걱정한다. 너무 미안하다. 아 계속 잘 참다가 이게 뭔가 싶다. 잘 살다가 하필 쓸개랑 다리 두 군데가 아픈데 둘 다 증상이 있을 때 참기 어려우니 평정심을 갖기 어렵다. 통증이 올 때마다 감정 기복도 생겨서 부끄럽기도 하고 좋은 판단을 못 내리는 것 같다.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 그나마 침착을 되찾는 것 같다.
다양하게 검색해보니 다리는 확실히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맞는 것 같다. (다만 좀 걸리는 것은 보통 허리 디스크는 다리 뒤쪽이 아프다던데 나는 다리 옆쪽이 아프다는 거) 이제는 심해져서 참기 어려운 수준까지 온 것 같은데 월요일에 쓸개 절제수술 받고 2주간 휴식한 다음 정형외과에 가서 대학병원 진료 의뢰서 써달라고 하고… MRI를 찍으러 가자. 그렇게 하자. 더 심해지면 일상생활도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것 같다. 나아야 한다.
2022-12-25 일
운명이라 생각하는게 미묘하게 멘탈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치 종교를 가진 사람들처럼? 어려운 일들도 내가 결국 이겨내는 고난이라 보고 지금의 힘든 일들도 어떠한 과정이라 보는 것. 아 이게 보통 말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인가.
하지만 필요에 의해 취사선택한 운명론자가 운명론자가 맞나? => 아마 대부분의 운명론자도 실제로는 자신의 경험들 중 운명을 선택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운명론자 덕 타이핑. 그러고보면 운명론자는 약한 타입이군.
컴퓨터가 다루는 것이 값의 representation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니 재미있네. 전자의 흐름이나 일시적인 상태 고정은 수가 아니다. 수로 표현하거나 해석 가능할 뿐. 마치 진공 상태에서 구나 삼각형을 상정하고 계산해 실제 세계에서의 사건을 고려하는 것처럼. 운명론도 일종의 표상의 계산.
입원했다. 수술은 내일.
저녁 식사를 마쳤고 2년 만에 가장 건강 염려가 적어 마음이 편안한 상태.
수술할 부위 제모했다. 제모 크림 생각보다 효과가 대단하네.
5분 후부터 금식 시작. 이제 눈 감고 잠들어야지. 수술은 내일 12시.
2022-12-26 월
수술설명 들었음. 양성이면 예정대로 수술이 끝나고 악성인 경우 좀 더 뭔가 해서 수술시간이 더 걸린다고. 컨디션 기분 다 좋다. 운이 나빠 악성이라 하더라도 잘 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양성이면 더 좋고. 어려운 수술도 아니고 흔히들 겪는 일이라 나도 거뜬히 일어날 거라 생각한다.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를 다 읽고 몇 분 후에 바로 수술을 받으러 갔다. 마취 깨자마자 꽤 아팠는데 어린시절 치과에서도 비명 하나 안 지른 나라는 걸 떠올리고 이를 악물고 쪼그라든 폐를 복구하는 호흡법을 열심히 시도함. 아내와 뭔가 대화한 것 같았는데 기억은 안 나고 곧 잠들었다. 그래도 책 다 읽고 간 자신이 뿌듯하다 도전과제 하나 해냈어. 아내와 대화한 게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간호사님이 오셔서 "두 분 존댓말 하시던데요?" 해서 아 오셨구나 싶어 웃으며 그렇다고 함. 존경하고 사랑하는 루이님. 우리는 항상 존댓말을 했지요.
올해는 58kg로 끝나는군. 내년은 65kg까지 회복해보자.
60kg 아래로 내려가는 걸 보면서 내가 건강이 이렇게 나빠졌나 철렁했던 기억. 내년은 건강할 것이다.
좌우에서 코를 골아서 잠을 잘 수가 없군.
2022-12-27 화
아침식사.
아무튼 나도 이제 쓸개 빠진 사람 대열에 합류.
조직검사 후 양성인지 악성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2주 후 무렵에 외래로 듣게 될 것 같다.
입원 첫날 연결했던 혈관 포트를 제거했다.
친구 정경호님과의 대화.
트위터에 쓴 글.
- 병원에서 사용한 물건들 중 가장 유용했던 것은 스마트폰 거치대(이건 집 침실에서도 원래 유용한 물건).
- 첫째날에 아내가 거치대를 가져다주셔서 나름 편하게 폰을(트위터를) 볼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도 회진 오셨다가 오 그거 괜찮네요 하심.
- 그 다음 유용했던 물건은 유선 이어폰.
- 수술전에는 무선도 상관없는데, 수술 후엔 배가 땡겨서 이어폰 한짝 한짝 챙기기가 어렵다. 그냥 선을 손으로 당기면 이어폰이 딸려오는 유선 이어폰이 아주 편리했다. 잃어버리기도 어려움. 무선이었으면 한 쪽을 잃어버리지는 않아도 바닥에 떨어뜨렸을 것.
- 생각보다 사용할 일 없었던 물건은 종이컵과 빨대.
- 나는 입원한 시간 중 대부분이 물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팔뚝 혈관에 열어둔 port를 통해 식염수와 약이 실시간으로 공급되어 갈증도 못 느꼈다. 물은 퇴원 전에만 두 모금 마셨음. 장기 입원이었으면 유용했겠지만 나에겐 필요없었다.
-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계속 생각한 물건: 효자손.
- 등도 긁고, 머리 위에 달린 전등 스위치도 켜고… 수술 전엔 문제 없었지만 수술 후에는 몸을 움직이면 좀 아파서 일일이 일어나서 뭐 누르고 물건 당기고 하는 게 아프고 번거로웠음.
- 필요는 없었지만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 물건: 책
- 21년간 NASA에서 일한 우주비행사 회고록이었는데, 미래 계획, 고난 극복, 수술도 받는 내용이 있어서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 수술시간을 마감으로 생각하고 독서를 했더니 잘 읽혔고 결국 완독해서 기분도 좋았다. 가져다주신 아내님께 감사.
- 괜히 챙겨간 물건: 3M 귀마개
- 같은 병실의 두 사람만 코를 크게 골아도 진동이 느껴져 귀마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볼륨이 미세하게 줄어드는 정도. 답답해서 그냥 뽑아두고 잠을 청했다.
- 없어도 문제는 없지만 큰 도움이 된 물건: 입술용 작은 바셀린, 핸드크림
-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종류는 너무 당연한 물건이긴 한데… 병원이긴 해도 겨울이라 생각보다 건조했다. 안 챙겨갔으면 손 트고 입술 터서 고생했을듯.
- 있어서 다행이었던 물건: 수면양말
- 수술전에는 춥지 않고 좀 더웠는데, 수술 직후에는 너무 추워 덜덜 떨었다. 비몽사몽중 간호사님이 "양말 있으세요?"라고 물어보셔서 가방에 수면양말 있어요라고 대답하고 기절. 신겨 주셔서 깨어날 무렵엔 발부터 따뜻해져 몸이 덜 떨렸다. 간호사님 감사합니다!
- 정신건강과 기록에 도움이 됨: 트위터
- 틈날 때마다 트위터에 상황과 감정을 기록해서 돌아보기 좋았다. 트친님들의 인사와 격려를 볼 때마다 감동했고 오래된 트친들의 메시지는 눈물도 찔끔 났다. 고작 사흘 입원했지만 여러분 덕분에 외롭지 않게 잘 지내다 왔어요. 모두 감사합니다.
입원한 도중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 우리 부부는 늘 같이있고 싶어해서 보호자 상주 병실을 원했지만 실제 배정된 것은 보호자 상주 간호병동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집에서 나는 병실에 있었는데 내가 비몽사몽중에 구글홈으로 집의 스마트 전등을 켬.
아내는 집 거실에서 지쳐 잠들어 있다가 문득 깨어나 불이 켜진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힘든 와중에도 우리 부부는 행복을 느꼈다. 어제 안방 불도 원격으로 켜드렸는데 우리 부부가 앞으로 오래 이야기할 작은 이야깃거리가 생긴 듯해 기쁘다.
2022-12-28 수
수술한 자리가 가려운 건지 미세하게 아픈건지 헷갈리네. 기침할 때가 좀 아프고 긴장됨. 배 잡고 하는데 기침이 빨리 나와서 배를 못 잡는 경우가 있음.
약 효과 때문인지 몽롱해져서 한참 자고 일어났다.
2022-12-29
약이 센 건가 며칠간 종일 몽롱하다. 그래서 잠도 많이 잔다.
수술 마치고 회복하는 기간 동안 책도 읽고 자료도 정리하고 이거저거 해야지 생각했는데 잠만 자게 되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걸 다 하면 회복이 안 될 거 같다. 자는 게 맞는 거 같다. 더 자자.
2022-12-30
재벌집 막내아들 웹소설 읽다가 그냥 드래곤라자 1권 다시 읽기 시작.
2022-12-31
배에 붙여뒀던 방수밴드들을 떼고 거울을 보니 의학의 발달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자국이 너무 무섭게 생겨서 이대로 놔두지는 못할듯. 잠결에 무심코 긁으면 큰일날 것 같이 생겼다. 자기 전에 뭐라도 붙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