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릭클린의 TED 강연

From: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

1979년 10월, VisiCalc 출시

개인용 컴퓨터 역사에서 두 번째1로 유명한 사건은 아마도 1979년 가을의 비지칼크 출시일 것이다. 이것은 개인용 컴퓨터를 비즈니스용 기계로 인식하게 만들어 준 소프트웨어 패키지이다. 그 당시까지는 "스프레드시트"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이 단어는 비즈니스 용어집에 포함되었으며 스프레드시트를 요리조리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서구 세계에서 중간 관리자의 근무 방식이 바뀌었다. 스프레드시트의 여파로 소위 생산성 응용 프로그램들이 나타났다. 워드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회사들이 이런 프로그램 구매에 기꺼이 수백 달러씩 지불하게 되면서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세 업체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퍼스널 소프트웨어(비지칼크 스프레드시트 퍼블리셔), 마이크로프로(워드스타 워드프로세서 퍼블리셔), 애시턴-테이트(dBase II 데이터베이스 퍼블리셔)이다. 이 회사 중에서 기존의 소프트웨어 산업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

킬러앱으로서의 VisiCalc

비지칼크 발명은 개인용 컴퓨터 역사에서 영웅적인 에피소드로 손꼽힌다. 종종 비지칼크는 기업에서 개인용 컴퓨터 혁명을 일으킨 "킬러앱"으로 묘사된다. "갑자기 비즈니스맨들은 개인용 컴퓨터를 가져야 한다고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비지칼크로 인해 개인용 컴퓨터 사용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한 사전 기술 교육은 필요치 않았다. 한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둘 다 취미 애호가를 위한 것이었고 개인용 컴퓨터라는 신비한 장난감은 기껏 해봐야 게임을 하기 위한 용도였다. 하지만 비지칼크 이후 컴퓨터는 아주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었다. 3

VisiCalc 이전의 스프레드시트

개인용 컴퓨터용 전자 스프레드시트는 댄 브릭클린에 의해 발명되었다. 브릭클린은 1973년에 MIT에서 공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DEC와 독립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1977년에 그는 금융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갔다.

비지칼크가 발명될 때까지 스프레드시트는 비즈니스 상황을 재무적으로 모델링 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하나의 회계 기술이었다. 스프레드시트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에서 원자재 비용이나 인건비 등과 같은 재무 변수들이 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구식 스프레드시트의 문제점은 변수가 변할 때마다 다시 계산하려면 품이 든다는 것이었다. 하버드에서 브릭클린은 종이와 연필로 하는 스프레드시트를 접했고 이를 개인용 컴퓨터에 구현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계산을 자동으로 해주어서 결과가 즉각적으로 화면에 보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스프레드시트 유형의 응용 프로그램들이 이미 메인프레임과 시분할 컴퓨터(일반적으로 재무 보델링 패키지의 형태로)에 있었지만 상호작용을 할 수 없어서 유용성이 떨어졌다. 4

From: 폴 앨런

폴 앨런은 1979년 6월 미국의 뉴욕에서 개최된 컴퓨터 컨퍼런스(National Computer Conference)에서 VisiCalc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나는 매사추세츠 주에서 온 퍼스널 소프트웨어personal software라는 기업의 부스 앞을 지나기 전까지는 기분이 꽤 좋았다. 그들은 애플II로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고 있었다. 어떠한 종류의 컴퓨터에서도 실행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바로 비지캘크VisiCalc라는 이름의 인터랙티브 스프레드시트였다. 5

VisiCalc는 베이식보다 훨씬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다.6

폴 앨런에 의하면 당시의 개인용 애플 컴퓨터는 업무용이 아니었다. 그러나 VisiCalc로 인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의 전자기기 분석가인 벤 로젠(Ben Rosen)의 인상적인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비지캘크가 본말을 전도하는 최초의 소프트웨어, 즉 PC 판매를 좌지우지하는 최초의 소프트웨어가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것은 우리의 철학이기도 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으로 우리를 앞지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즈니스 프로그램들은 탠디의 TRS-80 모델 II 같은 고성능 컴퓨터만을 위해 개발되었고, 이러한 컴퓨터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데이터 처리를 하는 중소규모의 기업체들에 팔려나갔다. 당시 애플 컴퓨터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위한 장난감 정도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제 비지캘크로 인해 일반 사용자들도 애플 II를 사용하여 금융 모델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상황이 달라지려 하고 있었다. 7

그리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정말 중요한 제품군으로 이어지는 위기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애초부터 우리는 우리 제품을 보편화해야 한다는 전제를 중심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어왔다. 범용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우리도 그곳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PC가 마니아들의 하위문화에서 대중적인 매체로 변모함에 따라 나는 조만간 애플리케이션이 언어를 압도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만의 스프레드시트와 워드프로세서,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지 않으면 우리의 사업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알테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기술 업계에서 기업의 운명이 얼마나 빠르게 흥하고 망하는지 익히 봐둔 터였다. 8

From: CODE

가정용 컴퓨터가 기존에 있던 크고 훨씬 비싼 사촌들과 큰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첫 번째 조짐은 아마도 비지칼크VisiCalc라는 응용프로그램일 것입니다. 1979년에 Apple II 컴퓨터용으로 출시된 비지칼크는 댄 브리클린Dan Bricklin(1951년생)과 밥 프랑크스톤Bob Frankston(1949년생)이 설계하고 프로그래밍한 상용 프로그램으로,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의 2차원 보기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화면을 사용했습니다. 비지칼크 이전에 스프레드시트는 연속된 계산을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행과 열이 표시된 넓은 종이를 의미했습니다. 비지칼크는 화면으로 종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사용자가 스프레드시트 안을 돌아다니면서 숫자와 수식을 입력하면, 변경 직후에 모든 것이 다시 계산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비지칼크에서 놀라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중대형 컴퓨터에서는 불가능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비지칼크 같은 프로그램은 화면을 빠르게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Apple II의 비디오 메모리로 사용되는 RAM에 직접 데이터를 적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는 이러한 비디오 메모리 영역도 직접 접근 가능한 메모리 영역의 일부였지만, 이보다 큰 컴퓨터들은 이런 방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되거나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9

참고문헌

  • CODE [2판] / 찰스 펫졸드 저/김현규 역 / 인사이트(insight) / 2023년 12월 22일 / 원제: Code: The Hidden Language of Computer Hardware and Software 2/E
  •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 / 마틴 캠벨-켈리 저/이재범 역 / 지식함지 / 초판 1쇄 2021년 06월 22일 / 원제: From Airline Reservations to Sonic the Hedgehog: A History of the Software Industry by Martin Campbell-Kelly
  • 아이디어맨 / 폴 앨런 저/안진환 역 / 자음과모음(이룸) / 초판 1쇄 발행: 2011년 08월 15일 / 원제: Idea Man

주석

  1. 첫 번째로 유명한 사건에 대해 이 책은 1977년 4월의 Apple II 발표를 언급한다. 그러나 나는 1974년에 발표된 최초의 상업용 조립식 개인용 컴퓨터인 Altair 8800도 첫 번째 사건의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 7장. 321쪽. 

  3.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 7장. 335쪽. 

  4.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 7장. 336쪽. 

  5. 아이디어맨. 9장. 186쪽. 

  6. 아이디어맨에서는 벤 로젠이 배당할인평가 모델을 프로그래밍해보니 "베이식으로는 20시간 걸린 작업이 비지캘크로는 단 1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라고 한다. 

  7. 아이디어맨. 9장. 188쪽. 

  8. 아이디어맨. 9장. 189쪽. 

  9. CODE 2판. Chapter 26. 5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