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및 감상

  • 뇌과학자들이 직접 쓴 칼럼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 매우 인상적인 몇몇 부분이 있었다. 엄청 재밌었다.
    • 뇌가 색깔 변화와 움직임 변화를 동시에 인지하는 게 아니라 80ms의 시간차가 있다는 내용.
    • fMRI를 이용해서 생각만으로 10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내용.
  • 그러나 번역은 최악이었다. 앞으로 이 시리즈는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
  • 이 책의 원서는 2013년에 출판되었으므로, 각 칼럼의 내용은 2013년을 기준으로 참고하고 읽어야 한다.

인용

뇌의 latency

신경과학자 Christof Koch의 칼럼. 1-5 머릿속의 영화. 51쪽.

  • 움직임보다 색깔 변화를 뇌가 먼저 인지하며, 그 시간차가 80ms라는 점이 흥미롭다.
  • 코딩할 때 for 루프를 사용해 특정 객체의 두 가지 속성을 읽어들이는 것과 같은 상황 같다.

NCC1가 각기 다른 시간에 뇌의 다양한 처리 중추들에서 발생한다면, 그 속성 하나하나를 지각하는 데는 시간 지연이 발생하지 않을까? 뇌는 어떻게 이 모든 개별적 활동들을 통합할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생물학자 세미르 제키(Semir Zeki)는 몇 년 전부터 그 문제를 연구해왔다. 그는 무작위적으로 색을 바꾸면서 화면을 돌아다니는 정사각형들을 피험자들이 어떻게 지각하는가를 측정함으로써, 그런 물체의 색깔 변화가 움직임의 방향 변화보다 60~80ms 2 더 빨리 인지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즉, 하나의 성질은 동시에 일어나는 다른 성질과 다른 시간에 등록된다. 이 발견은 어쩌면 의식의 통합이 그리 정확한 가설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적어도 극도로 짧은 시간 간격을 다룰 때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매일 삶에서는 그런 시간 간격을 거의 느끼기 어렵다. 자동차가 내 옆을 쌩하고 달려 지나갈 때, 그 형태가 색깔보다 한 발 늦게 보이는 일은 없다. 형태, 색깔, 소리, 속도, 그리고 움직임의 방향에 대한 인식 같은 처리 단계들은 각각 내 뇌의 다른 영역에서 따로따로 평가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각각에는 자체의 역학과 시간 지연이 따른다. 그러나 통합적 인상은 신속히 달성된다. 뇌에는 그 시차를 등록하는 기제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 지연은 거의 의식되지 않는다.

fMRI로 기본적인 형태의 텔레파시 구현하기

신경과학자 Daniel Bor의 칼럼. 3-3 독심술의 기술자들. 130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무릎을 쳤다.

이 정도면 초보적인 형태의 텔레파시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 인간이 '예', '아니오'를 머릿속으로 생각해도 바깥에서는 딱히 알아낼 방법이 없다.
  • 그렇다면 fMRI 스캐너로 스캔 가능한 심적 상태를 프로토콜로 삼아 '예'와 '아니오'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메인 아이디어.
    • '예'라고 대답하고 싶다면 테니스를 치는 상상을 해서 fMRI로 스캔 가능한 운동 영역을 활성화 시킨다.
    •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싶다면 다른 상상을 해서 다른 영역을 활성화 시킨다.

fMRI의 특성을 이용한 천재적이고 비싼 데이터 전송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 번 스캔하는데 5분이 걸린다는 게 단점.

과제는 간단했다. 몬티는 내게 질문들을 한다. 형제가 있는지, 그날 밤 축구 시합에서 영국이 이길 것 같은지 등등. '그렇다'로 대답하고 싶으면, 나 자신이 테니스를 하는 상상을 해서 운동 영역으로 알려진 내 뇌의 영역들을 활성화시킨다. '아니다'로 대답하고 싶은 경우에는 우리 집 방 안을 돌아다니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장면 지각에 관여하는 완전히 다른 영역들이 활성화된다. 각 스캔('예' 혹은 '아니오' 응답)에 5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그 대화는 내가 살면서 해온 대화들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몬티가 내 답을 매번 정확히 맞혔을 때 짜릿하면서 동시에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작년에 몬티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이 기법을 영구 식물인간 상태로 진단받은, 외적 자각의 신호를 거의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 적용했다. 연구자들은 2010년 2월 18일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그 환자가 여전히 의식이 있으며, 심지어 소통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환자는 질문을 받고 내가 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즉 사고만으로 '그렇다'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현재로서는 의식이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마음이 환자의 반응 없는 몸에 갇혀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한 번역

116쪽에 뇌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회복 경로 몇 가지를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는데, 글의 제목이 좀 심하게 이상했다.

치명적 무기의 암거래 시장

혼수상태를 유발한 뇌손상 이후, 환자의 회복 경로는 몇 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왼쪽). 환자가 죽거나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지 못하면 식물인간 상태로 이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드문 경우지만, 환자는 신체의 수의근들이 철저히 마비되는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을 겪을 수도 있다.)
…후략…

아무리 읽어 보아도 무기나 암거래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각주

  1. 의식의 신경상관자. Neuron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 

  2. 책에는 60~80초라고 나와 있었으나 이는 오역이다. Detection of colour changes in a moving object(ScienceDirect)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