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2 화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을 여럿 언급하고 무언가를 굉장히 재미있게 설명하는데, 참고문헌에 그 철학자가 직접 쓴 문헌이 없는 글은 굉장히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이런 글은 어느 정도 센스있고 관련 독서량이 많은 사람은 충분히 창작할 수 있지만 글쓴이 자신도 위화감을 못 느낄 수도있다.

철학과 학생들이 수업에서 발표할 때 가장 많이 깨지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경우. 칸트에 대해 칸트 아닌 사람이 쓴 글 또는 그 글을 읽은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칸트 페이퍼를 적는다? 이런걸 용인해주는 다른 학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철학과에서는 와장창 깨지게 된다.

특히 다른 분야에서 철학자를 언급하는 게 조심스러운 이유는, 어떤 철학 연구는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적절한 열을 가해 구부려서 뭐든지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은 '특정 주제를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론'으로 포장할 수 있다.

헤겔,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같은 철학자들 이름을 끌어대며 탈 것, 실내조명은 물론이고 심지어 주식거래나 암호화폐 알고리즘까지 이것이 철학 이론을 토대로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몇 개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2024-01-03 수

6년 전에 만들어서 아직도 잘 쓰고 있는 하찮지만 내 손에는 익은 유용한 도구, fav의 버전을 오늘 2.0.3 으로 올렸다.

마지막으로 고친 게 2020년이었는데 어제 해묵은 버그를 고쳐주는 PR이 들어와서 얼른 머지하고 버전 올림. (한윤석님 감사합니다)

2024-01-04 목

파스칼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니클라우스 비르트(Niklaus Wirth)의 부고를 들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의 유명한 책, 'Algorithms + Data Structures = Programs'을 떠올리곤 한다. Rest in peace.

2024-01-05 금

찰스 펫졸드의 CODE 2판 완독. 1판에 없었던 CPU 이야기가 왕창 들어가있어서 깜짝 놀랐고 그만큼 머리 적당히 굴리며 행복하게 읽었다. 1판은 컴퓨터 옆에 두고 심심할 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읽곤 했는데 2판도 그렇게 사용할듯. 올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 이 책이라 기쁘다.

2024-01-06 토

평화로운 토요일. 오늘은 팬 커버를 분리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분해해서 팬 커버를 분리할 수 있도록 개조하며 시간을 보냈다.

2024-01-07 일

예전에 중고책으로 구매해둔 '세상을 뒤흔든 프로그래머들의 비밀'을 거의 다 읽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인터뷰집을 참 좋아한다. 이 책에는 평소 존경해왔던 로드 존슨(Rod Johnson, Spring 프레임워크 창시자), [[/people/james-gosling]]{제임스 고슬링(James Gosling)}, 앤디 헌트(Andy Hunt,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저자), 데이브 토머스(Dave Thomas,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저자) 등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참 좋았다.

제임스 고슬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가 대학원생일 때 존 벤틀리(Jon Bentley)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시절에 저는 실수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 정말 뛰어난 알고리즘 분석 교수 두 분이 진행하는 아주 멋진 과정을 수강했었습니다. 그 두 분의 이름은 마이클 샤모스(Michael Shamos)와 존 루이스 벤틀리(Jon Louis Bentley)입니다. 저는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는 동안 그분들이 가르치는 과정은 무엇이든 수강했습니다. 그분들은 증명이라는 견지에서 모든 것을 매우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뛰어난 수학자였으며 저는 보잘것없는 실력을 가진 수학자였죠. 적어도 사고를 위한 정형 구조로서 [알고리즘 분석과 정형 정확성(Analysis of Algorithms and Formal Correctness)]은 꽤 유용했습니다.

– 세상을 뒤흔든 프로그래머들의 비밀. 인터뷰 7. 제임스 고슬링.

한편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인터뷰는 코스케 카와구치의 것이었다. 그는 Hudson을 만든 사람인데, 지금 내가 재직중인 회사에서도 Jenkins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어서 그의 인터뷰를 열심히 읽었다. 그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으로 배울만한 점이 많았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인터뷰 당시의) 젊은 나이에도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등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해서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갖게 되기도 했다.

2024-01-08 월

폴 앨런(Paul Allen)의 자서전 '아이디어맨'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내 어린시절의 영웅이었던 프로그래머라 할 수 있다. 1993년쯤 컴퓨터 학원에서 읽었던 어린이용 컴퓨터 잡지에 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멋있었다. 알테어 베이직(Altair BASIC)을 시연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는 도중 폴 앨런이 비행기 내에서 프로그래밍을 했던가 디버깅을 해서 간신히 시간을 맞췄다는 이야기였다.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 이야기 때문에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강한 호감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도 아마 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내 입장에선 무려 30년만에 읽게 되는 것.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2024-01-09 화

'아이디어맨'에서 어제 일기에 쓴 그 장면을 찾았다. 기쁘다. 어린시절에 읽었던 이야기보다 더 상세했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 읽었던 때만큼 떨리고 흥분되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잡지였을지도 모르겠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4-01-11 목

요즘은 시니컬해지지 말자고 매일 다짐한다.

2024-01-13 토

vim surround에 여러글자 서라운딩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이재구님이 아이디어를 내셔서 visual mode에서 S<Enter>로 입력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단 만들어보니 꽤 괜찮아서 깜짝 놀랐고, 좌우 대칭으로 씌우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왕 하는 김에 Si, Sa로 할당도 해 보았다.

[[/vim/surround]]


Paul Allen의 자서전 '아이디어맨'을 다 읽었다. 어린시절 존경했던 분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전후의 이야기들이 백미. 선견지명들이 꽤 인상적이고, 마소 퇴사 이후의 이야기들도 놀랍다. 이젠 고인이 되었지만 참 행복하고 의미있게 살다 가신 분 같다.

2024-01-17 수

어제부터 읽고 있는 길상문연화루 2권의 제목이 "덧없는 인생에도 기쁨은 있고" 인데, 오늘 그 제목을 여러 차례 떠올렸다.

2024-01-21 일

요즘 내가 유튜브 보는 방법. 유튜브에 들어가서 관심가는 영상이 보이면 나중에 볼 동영상에 저장, 또 관심가는 영상이 보이면 또 나중에 볼 동영상에 저장.

이렇게 해놓고 설거지할 때 본다. 하지만 이렇게 해두면 대부분은 나중에 볼 필요가 없는 영상이더라.

2024-01-25 목

2달 구독한 Medium 이메일 구독을 끊었다. 맨날 오는 Daily Digest - Today’s Highlights 에 전문가가 쓴 글 같은 건 없고 대부분이 초보자가 쓴 글들이라 도움될만한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훑어보는 시간도 아깝다.

2024-01-26 금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 하는 사람들 별로 안 좋아함. 자기 자신도 고쳐 쓰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말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함.

삶의 사건들은 수많은 이해관계를 아우른다. 나머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그중 하나만 논하는 사람은 세상사를 통제하는 데 부적합한 몽상가이다.

–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James Fenimore Cooper)

2024-01-27 토

어서 프로토스 파일런 같은걸 쓰는 문명이 되어 케이블 없는 생활을 누리고 싶다.

2024-01-29 월

2008년~2009년쯤 이글루스 블로그를 할 때 알고 지냈던 지인 Vran 님을 트위터에서 만났다. 서로 안부를 묻고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다.

세상이 참 좁다. 좋은 밤이다.

2024-02-04 일

오늘 알게 된 흥미로운 읽을거리. 백악관 공식 웹사이트의 first families.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의 공식적 열전이라 할 수 있다(미국 역사를 고려해보면 레이디보다 패밀리가 적합한 표현이 맞겠다). 그들의 삶과 업적, 사회에 대한 기여, 인품과 취미 등을 이야기한다.

2024-02-10 토

요즘은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오는 족족 Unsubscribe를 누른다. 그런 이메일들 대부분은 내 집중력과 소중한 시간만 빼앗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전자 쓰레기들이었다. 물론 구독을 했던 건 과거의 나. 구독을 누른 과거의 나보다 구독을 끊는 오늘의 내가 조금은 더 똑똑한 것 같아 다행이다.

뉴스레터, 타인의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타임라인 등을 가급적이면 안보려 애쓰는 중이다. 가능한 한 책을 더더 읽으려 한다. 책이 우월한 매체라던가 고상한 내용이 담겨서가 절대 아니다. 앞선 미디어들은 호흡이 너무 짧다. 대부분 5분 이내에 훑을 수 있고 다른 것으로 옮겨가게 되기 때문이다.

컨텍스트 변화가 많을수록 내 두뇌가 뭔가 능력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소요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보는 사고실험을 해보면 대충 알 수 있다. 만약 2초에 하나씩 유튜브를 보고, 2초마다 인터넷의 아무 글이나 읽는다면 두뇌는 정보를 흡수하고 이해하는 주체가 아니라 '스팸필터'가 될 것이다.

즉 많은 매체들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 통독하는 경험은 사라지고, 쓰레기인 글과 쓰레기 아닌 글을 골라내는 경험만 잔뜩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짧은 영상, 짧은 글을 계속 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트위터도 다른 사람의 글은 안 보고 가능한 한 'write only'로 쓰려 한다.

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몇 가지 뿐이다.

  • 물리적으로 페이지가 손에 잡힌다.
  • 한 권을 읽는데 평균 3일이 걸린다.
  • 그동안 다른 책으로 스위칭하는 일이 드물다.

전자책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읽지 않는다.

  • 종이책에 비해 더 빠른 시력저하가 느껴진다
  • 아이폰/패드로 읽을 때 계속해서 오는 다른 앱들의 푸시 알림
  • 두께가 손으로 안 잡힘
  • 구매가 사실은 영구대여인 경우가 많음
  • 3M인덱스를 못 붙임. 앱의 기능으로도 붙일 순 있지만.

2024-02-11 일

전자책은 pdf 보다 epub로 보고 싶고, 개인 공간에 저장해서 50년 이상 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국내 환경이 참. 그냥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영어책 읽는 비중을 대폭 늘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4-02-12 월

자기개발서 대부분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 유행에 따라 우후죽순 비슷한 책이 쏟아져나오곤 해서, 유행의 시작점이 된 한 권만 읽으면 나머지는 대체로 비슷하니 안 읽어도 됨. 가령 최근 몇년간 나온 힘들어도 노력해서 참고 부자돼라 같은 주제의 책들은 MJ 드마르코의 '부의 추월차선'과 비슷.

비슷할 뿐 아니라 노력이 부족하다고 가스라이팅하거나 이미 누구나 뻔하게 아는 이야기들을 반복하면서 읽는 이를 정신적으로 고문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가 아닌데 척하기도 하고, 시대 착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음. 심지어 한 책 내에서 모순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음.

고전으로 대우받는 자기개발서에서도 이런 경향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매우 주의해야 함. 예를 들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이 책에 대해서는 제랄드 와인버그의 비판이 꽤나 인상적이고 통쾌한데 와인버그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위선 스킬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1

데일 카네기는 물론 좋은 뜻으로 책을 썼겠지만 그의 책을 좀 꼬고 꼬아 보면 개만도 못한 것이 인간이라고 본다는 점이 아이러니.

물론 자기개(계)발서도 다 똑같지 않다. 그런 와중에서도 보물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누가 다이아를 찾자고 석탄더미로 뛰어든다고 하면 그러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말리는 글을 쓰는 게 인지상정일 것.

내 기준에서는 유명한 자기개발서보다 잡다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더 선호한다. 이래야 해 저래야 해 하는 자기개발서보다는, 자랑도 있고 후회도 있는 자서전이 여러모로 배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개발서를 읽는 경우가 있는데 읽기 싫어도 혹시 재밌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읽는 편이다.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 이렇게 넷이서 베트남 여행을 떠났다.

2024-02-16 금

여행 끝. 귀국했다.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밤마다 즐거웠던 것은 마차부자리 알파성 카펠라가 매우 잘 보였다는 것. 찬란하게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지난 며칠간 계속 감탄하며 밤하늘을 보았다.

2024-02-17 토

(이런건 늘 있었지만) 과하게 유행중인 MBTI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다. MBTI는 질문지의 특성상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타인을 판단하기에는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컨디션에 따라 성격을 바꾸며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024-02-20 화

트위터를 타임라인이 점점 광고와 불필요한 수많은 정보들로 어지러워지면서 타임라인을 적게 읽을수록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 같다. 가능한 한 더더욱 write only로 트위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올라오는 정보의 질이 문제가 아니다. 양이 문제. 원한다면 끝도없이 스크롤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 가장 이상적인 트위터 사용이 있다면 write only로 쓸 경우 0 팔로우, read only로 쓸 경우 1 팔로우일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소중한 인연들이 있고 용도가 뒤섞여 더이상의 정리는 매우 어렵다.

2024-02-22 목

가능한 한 노이즈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2024-02-24 토

여러모로 피곤해서 사람들을 점점 멀리하게 되어가고 있다. 좀 적적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한다.

2024-02-25 일

어서 이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

2024-02-29 목

요즘 약간 무기력한 상태였는데 오늘 회사 동료들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하면서 오래간만에 에너지가 솟는 것을 느꼈다.

2024-03-01 금

겨울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2024-03-08 금

컬리 시절 동료들(건구님, 철현님, 윤석님)과 당일치기 글램핑 다녀왔다. 오후 내내 계속 웃으며 이야기했다. 실내형 내향인간인 나에게 이런 이벤트는 인생에 몇 번 없는 일. 고기와 버섯을 구우며 일 이야기, 영화 이야기, 건강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우리 모두 친구가 되었다. 좋은 사람들. 모두 건강하길.

2024-03-09 토

트위터에서 '진짜 개발자'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열심히 노력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구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는 개발자로서의 나보다 회사원으로서의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지금도 변함 없음) 누가 진짜 개발자 가스라이팅을 해도 대충 넘겼던 거 같다. 월급 받으면 개발자 맞지 같은 생각을 했다. 뭘 알아야 한다 뭘 할줄 알아야 개발자다 이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조언이라 생각했음.

진짜 개발자가 있다면 가짜 개발자도 있겠지. 세상을 나쁘게 만드는 건 사기꾼들이지 가짜 개발자들이 아니다. 엉뚱한 데 휘둘리지 말고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오프라인에서, 인터넷에서 조언해주신 분들이 나에게 가장 좋은 영향을 주셨던 것 같다.

최고의 조언은 "자기 자신을 '일이 되게 하는 신'이라 생각해라" 였는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직업을 바꾼다 해도 자신감있게 멋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스타일이 됐다. 일이 안 돌아간다? 관련자 일일이 찾아가며 물어보고 사람이 없다고? 그럼 '내가 할테니 관련정보 다 주세요' 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곤 한다.

정신차리고 보니 만으로도 40대가 됐다. 나이를 먹어(?) 기운이 좀 약해지긴 했어도 각오나 의지는 더 강해지는 거 같다. 진짜 개발자? 그런건 안 중요하다. 나는 좀 허술한 면이 있고 실수도 연발하는 사람이지만 일이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나의 병법, 처세술이라 생각한다.

자신감있게 쓰고보니 좀 부끄러웠던 때도 생각난다. 이런 생각과 정반대로 행동하던 시절도 종종 있었음. 하지만 이러면 대체로 결과가 안 좋았고, 평가도 안 좋았으며, 장기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냥 나는 슈퍼 회사원이 될거야 이게 대체로 좋은 결과를 냈던 것 같다.


자신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쓰고 나면 내가 자신을 미화하는 것 같아 후회가 되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이야기, 잘해낸 이야기를 쓰고 나면 3분쯤 있다가 못했거나 실수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 막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생략한 것이 비양심적으로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별 수 있나. 계속 마음대로 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여기는 내 일기장이고 나도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쓰는 데 집중하고 싶다. 어쩌다보니 이 일기를 읽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사이드 이펙트이며 이곳은 여전히 내 일기장이다.

2024-03-14 목

요즘 지하철이나 건물 등에서 뒤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90년대에는 이런 사람들이 가뭄에 콩나듯 했다. 나도 꼬박꼬박 문을 잡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머리를 숙여 답례도 한다. 기분 좋다.

2024-03-16 토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다.

  • 피부과에 다녀왔다.
  • 항문외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 항문 상태가 매우 좋아졌으며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동안의 불안을 모두 풀어주는 소식이었다.
    • 지금까지는 10분씩 좌욕을 했는데 그렇게까지 오래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앞으로 3분씩 하기로 했다.
  • 미용실에 다녀왔다.
    • 3주 전에 갔던 미용실. 매우 정성들여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사님께 다시 감동했다. 계속 이곳으로 다니고 싶다.
  • 백화점에 가서 와이셔츠, 바지를 샀다.
    • 좀처럼 마음에 드는 바지를 찾지 못했는데 지오다노에서 파는 4만원짜리 바지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3개 샀다.

집중해야 한다. 오늘도 다짐한다. 수많은 링크를 애써 구경하며 내 뇌를 스팸필터로 만들지 말자.

2024-03-17 일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1,2권 모두 참 좋다. 내용도 좋지만 참고문헌 목록이 매우 만족스러움. 만약 사놓고도 정말정말 시간이 없어 못 읽고 있다면 빨리 후루룩 넘기면서 그림이라도 눈도장 찍어둘 것.

2권은 296쪽까지 읽었고, 그 이후를 눈도장 찍어둠.

2024-03-21 목

부모님 집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급히 전화가 걸려와서 한참 통화를 했다.

2024-03-23 토

부모님 밭에 좀 다녀왔다. 부모님이 노년을 좀 더 편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부모님이 고향으로 이사가실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3-27 수

회사 입사기념일.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진은 팀 동료인 catan이 찍어주셨다.

2024-03-28 목

예전 동료이자 친구인 최광훈님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함께 있으면 늘 좋은 분. 요즘은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오래오래 친구로 지내고 싶다.


YouTube premium을 중단했다. 어차피 요즘은 거의 안 보고 설거지할 때만 보고 있어서 딱히 프리미엄을 쓸 이유가 없다.

2024-03-29 금

요즘들어 자꾸 생각나는 은사님이 있다. 초등학교 때 컴퓨터 가르쳐주신 선생님. 김옥규 선생님.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2024-03-30 토

우리 부부의 친구인 취운/용근 부부와 함께 생선구이 집에서 식사하고 커피를 마신 즐거운 하루.

주석

  1. [[/people/gerald-weinberg]]{제럴드 M. 와인버그}의 책 '테크니컬 리더', 1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