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읽은 책 목록

  1. 2026-01-01 - 버터밀크 그래피티 / 에드워드 리 저/박아람 역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04월 09일 / 원제: Buttermilk Graffiti: A Chef's Journey to Discover America's New Melting-Pot Cuisine
    • 에드워드 리 셰프의 미식여행기인줄 알고 펼쳤는데… 그는 음식이라는 돋보기로 미국을 이루며 살아가는 다양한 이민자들의 목소리, 인생, 역사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이민자로서 자기 자신과 가족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책을 덮으면서 떠올랐다. '저는 비빔 인간입니다.'
    • 주제와 문체와 이야기와 책의 구성이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아름다운 책이다. 첫 이야기로 등장하는 200년쯤 된 요리책 '인기 남부 요리 모음집'이 이 책을 읽는 힌트다. 버터밀크 그래피티에 등장하는 이야기들 뒤에는 반드시 여러 문화가 뒤섞인 결과 탄생한 요리의 레시피가 등장한다.
    • 책의 정체성을 생각한다. 요리 책이기도 하지만 문화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역사책이기도 하다. 저자 에드워드 리 = 이균 선생은 이렇게 썼다. '음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맥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이고 섞여 퓨전요리가 탄생하는 것과 같이.
    • 책을 읽었을 뿐인데, 왠지 그가 우리집 주방에 들어와 어색하지만 솜씨껏 만든 요리를 몇 입 맛본 것만 같다. 문단 하나하나가 맛있고, 각 챕터의 마무리가 절묘했다. 읽으면서 내 마음 속의 음식문화에 대한 장벽이랄까 일종의 편견 하나가 무너졌다. 아니, 철거했다. 좋은 일이다. 기쁘다.
  2. 2026-01-04 - 인간 없는 전쟁 / 최재운 저 / 북트리거 / 2026년 01월 05일
    • 최근 몇십년 간의 군사/전쟁기술의 발달사와 현재 상태를 소개하고,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책임을 되짚는다. 표지사진이 좀 무서워서 우려했지만… 읽어보니 다양한 실제 사건들과 기술을 주제별로 잘 정리했고, 윤리적 측면도 균형있게 다뤘다.
    • KAIST 박사이자 AI연구자인 저자가 선별한 사건과 기술에 대한 체계적 이야기가 읽기 좋다. 광고가 가득하고 쪽글로 파편화된 AI에 대한 인터넷 기사들보다 이렇게 특정한 주제에 맞게 통합된 책을 읽는 경험이 훨씬 좋다. 각 챕터는 뒤 챕터를 빌드업하고, 각 소재는 출처가 분명히 달려 있다.
    • 단순히 전쟁과 통제에 사용되는 드론, AI에 대한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기술의 민주화, 잔쟁문법의 변화, AI판단에 대한 윤리적 검토, 시민참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좋았다. 역으로 AI로 인한 인간보다 더 덜 잔인한 전쟁의 가능성을 검토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 주제를 전쟁기술로 좁히고, 전문가가 성의껏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작년에 읽은 좋은 책,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다.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보다 이런 책들이 더 언론답고 시사상식을 잘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3. 2026-01-08 -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 기 도이처 저/윤영삼 역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30일 / 원제: Through the Language Glass
    • 작년 말에 읽은 ‘우리를 찾아줘’에 등장한 '딸에게 하늘의 색깔을 알려주지 않은' 언어학자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었다. 국내에서는 현재 절판된 책으로 좀 비싼 값에 중고로 구매해서 읽었음. 하지만 그만큼 값어치가 되는 매우매우 재미있는 책이었다!
    • 문화가, 그리고 언어가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주제를 향해 전진하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고 등장하는 사례들도 재미있다. 특히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삼는 자기중심적 좌표계가 아니라 동서남북 지리적 좌표계를 사용하는 구구이미티르어가 꽤나 흥미로웠음. 이런 언어가 있다니…
    • 읽다보니 왠지 대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삼는 언어학 교양 수업을 한 학기 들은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모처럼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인문학의 맛과 즐거움을 만끽했네.
  4. 2026-01-12 - 곰, 몰락한 왕의 역사 / 미셸 파스투로 저 / 오롯 / 2014년 01월 29일 / 원제 : The Bear: History of a Fallen King
    •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숭배받았던 곰 토테미즘의 몰락을 이야기한다. 주로 8~13세기 무렵 유럽의 문화사와 곰과 관련된 옛 언어 표현 등을 다루는데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 페이지가 기대될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
    • '곰이라는 고대신'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음. 그리고… 애정이 가득하게 묻어나는 내용과 문장 때문에 크리스트교에 의해 종교/문화적 지위를 급격히 잃고 몰락한 곰에 대한 안타까움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 하지만 삶과 역사는 참으로 모르는 것, 8세기 이전에 유럽에서 전사의 상징으로 숭배받았던 몰락한 고대신이… 20세기에 이르러 테디베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귀여움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돌아오다니.
    •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어 소소하게 기쁨을 느낀 것들이 꽤 있다. 아더왕 이름의 어원에 곰이 있다는 이야기라던가… 방패 문장에 그려진 사자의 옆모습은 '기독교적 의미로 좋은 사자'를 의미한다던가.
  5. 2026-01-15 - 루돌프 디젤 미스터리 / 더글러스 브런트 저/이승훈 역 / 세종서적 / 2025년 03월 01일 / 원제 : THE MYSTERIOUS CASE OF RUDOLF DIESEL
    • 디젤기관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의 전기이자, 그의 기묘한 실종과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디젤이 활동했던 19세기말~20세기초의 유럽의 기술혁신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다.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프랑스/독일의 조마조마한 갈등구도를 읽는 것도 좋았음.
    • 뒤로 갈수록 재미있다. 전반부는 난민 소년이 과학과 기술로 자수성가하는 이야기. 중반부는 영국과 독일이 군비를 증강하며 세계대전 직전으로 치닫는 와중 디젤의 기술이 주목받는 이야기.그리고 디젤의 실종과 죽음의 수수께끼를 다루는 것이 후반부. 후반부의 놀라움과 재미가 엄청나다.
    • 후반부가 너무 재밌어서 여기에 스포하고 싶은데 참는다… 키워드만 몇 개 늘어놓아보자… 증기기관과 비교가 안되는 효율의 새로운 엔진… 그 엔진 발명가의 선상 실종… 아내에게 남겨진 돈가방, 세계대전, 윈스턴 처칠, 영국 정보부… 아… 더 이상은 못 쓰겠다.
  6. 2026-01-19 -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 대니얼 R. 브룩스, 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저/장혜인 역 / 더퀘스트 / 2026년 01월 28일 / 원제: A Darwinian Survival Guide
    • 다윈 진화론을 토대로 삼아,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지구생물들이 오랫동안 지속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우아한 책. 전체 시스템을 보는 저자의 관점이 엔지니어링과 비슷한 면이 많아 흥미로웠다.
    • 그리고 저자가.. 마치 인간을 오래 관찰한 외계인 같았다..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태곳적부터 인간을 관찰해온 외계인이 쓴 것 같은 문장이다.. 정말 그런 놀라운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진화과정과 사회적 특성 등을 최대한 고려하여, 인간이 성공적으로 지구의 기후와 생물권을 관리해나가는 정치기술적 로드맵을 제안한다.
    • 인간이 지구를 잘 관리해 나가려면 사회가 분열되지 않고 잘 진화해 나가야 한다. 초반에 등장했던 "친밀함, 신뢰, 협력이라는 사회안정의 3요소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책 후반에 다시 나오는데, 이게 이렇게 중요한 요소일줄은 몰랐다. 읽으면서 논리와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경험이 좋았음.
    • 참, 책을 읽고 트위터에 메모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 책의 역자 선생님과 멘션을 주고받는 예상치 못했지만 즐거운 시간이 있었다. 좋은 책을 번역해 주셔서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번역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7. 2026-01-23 -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마이크 버드 저/박세연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01월 21일 / 원제: The Land Trap
    • 17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다양한 국가들의 토지정책이 국가 규모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다룬다. 토지제도를 테마로 경제와 역사를 설명하는 책이 드문 편이어서 특히 가치있는 경제역사 책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몇백년 간의 영국, 미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폴의 토지정책을 다룰 뿐 아니라… 부동산가격과 경제가 강결합되어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고 버블이 꺼져 수십년간의 경기침체가 오는 상황을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서 무척(+경악) 재밌었음.
    • 서양의 경제나 역사에 관심은 많지만 토지제도의 변천사 등에 대해서는 완전히 모르다시피 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배운 점이 많았다. 중국/일본/홍콩/싱가폴을 다루는 챕터에서는 부동산 버블 이후의 국가경제적 곤란함을 보니 오싹오싹 공포심까지 들기도 했다. 한국의 부동산 이대로 괜찮은가…
    • 경제,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부동산까지로 이어지는 내용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무서워서 그런지) 책은 몹시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역시 좀 무서워야 책이 잘 읽힌다… 하지만 이 공포는 잘 기억해 두고,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