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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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읽은 책 목록
- 2025-01-01 - 강철혁명 / 데보라 캐드버리 저/박신현 역 / 생각의나무 / 2011년 12월 26일 / 원제: Dreams of Iron and Steel
- 브루클린 다리, 대륙횡단 철도, 파나마 운하, 후버 댐 등 영국과 미국의 7가지 혁명적인 건축물/대공사를 다룬다. 각 이야기가 인물 중심으로 흘러가 책이 꽤 재밌다. 저자는 각 위업의 주인공으로 사업가들이나 정치가들만을 꼽지 않고 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 말하자면 극악한 조건에서 일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보니 생텍쥐페리의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끝없이 넓은 대양을 꿈꾸게 하라'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일종의 명언일 뿐, 실제로 역사적 건축물의 공사현장은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지옥이었던 것 같다.
- 대륙횡단철도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음. 무법자들이 날뛰고 총과 총알이 곧 법이었던 대혼란의 19세기 미국을 간접 경험한 느낌. 대륙횡단철도가 완공되면서 통합된 미국이라는 개념이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그 무법천지를 끝장내는 주춧돌이 되었다는 역사의 흐름. 새로운 것을 배웠다.
- 2025-01-09 - 휴가 갈 땐, 주기율표 / 곽재식 저 / 초사흘달 / 2021년 12월 06일
- 좋아하는 곽재식 작가님의 책. 원소주기율표를 따라 1번 수소부터 20번 칼슘까지에 대해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아쉽게도 원소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를 다루지는 않지만 어원이나 역사, 일상생활이나 현대의 산업과의 연관성 등이 소개되어 재미있다.
- 한국인 작가가 썼기 때문에 한국의 화학산업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는 것도 좋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경북 영주에 세계적인 수준의 알루미늄 재생 공장이 있는줄도 몰랐고, 한국의 시멘트 생산량이 미국 전체 시멘트 생산량의 두 배가 넘어간다는 사실도 몰랐다.
- 2025-01-11 -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 / 머리 로스버드 저 / 전용덕 역 /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 2012년 05월 25일 / 원제: What Has Government Done to Our Money?
- 화폐의 본질과 역사에 대한 개론서. 1963년에 나온 책이므로 현대적인 사건들에 대한 언급은 당연히 없고(그래서 좀 올드하다), 화폐의 탄생시점에 대한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추론과 세계대전 전후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개론서이기 때문에 이 책만 읽고 뭔가 대단한 공부가 되는 정도는 아니다. 다른 경제학 책들로 넘어가기 좋은 입문서 정도. 다만 화폐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저자가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자유주의를 넘어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주장들이 줄기차게 나온다.
- 석학들이 쓴 손바닥만한 입문서들이 늘 그러하듯 책의 앞부분이 꽤 재미있는 편이어서.. 아마도 학부 교양 경제학 시간에 잠만 잤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읽을만한 면이 있다. 책의 논리적 구조 자체가 초반엔 동화로 시작해서 실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로 나아가는 방식이기 때문.
- 2025-01-13 - 린 프로덕트 플레이북 / 댄 올슨 저/김정혜 역 / 인사이트(insight) / 2025년 01월 10일 / 원제: The Lean Product Playbook
- 6단계의 린 프로덕트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각 단계별 실천 방법과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방법들도 같이 소개하는 책. 저자의 경험담이 빼곡하여 문장에 설득력이 있고, 다양한 지표를 계산 공식/도표/차트 등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구성이 매우 알차다.
- 책이 주장하는 바가 '프로덕트 마켓 핏을 만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프로세스 이터레이션을 루프하며 ROI를 높여야 한다' '각 단계 결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이므로 다양한 측정 방법과 계산공식, 도표 등을 제공한다. 동료들과 함께 스터디하며 회사 프로세스를 점검하기에도 좋을듯.
- 스타트업 종사자들 특히 프로덕트 관리자, UI 디자이너, 시각 디자이너.. 그리고 저년차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대충 넘어갈만한 용어 설명도 역사를 곁들여 잘 설명하는 친절함도 있다.
- 2025-01-15 - 나는 AI와 공부한다 / 살만 칸 저/박세연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1월 27일 / 원제: Brave New Words
- 칸 아카데미 설립자 살만 칸의 책으로, 교육의 근미래 예측과, 교육을 위한 바람직한 AI의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통 일반적인 AI교육 책들은 AI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AI를 사용해 뭘 독학한다던가 하는 것들.
- 점차 스케일을 넓혀 가며 AI와 공존하는 교육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예를 들어 학생이 AI에게 질문을 하면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식의 작은 팁부터 시작해서 과제는 어떻게, 작문은 어떻게, 시험은 어떻게 하는 식으로 범위가 커져간다.
- 인상적인 것은 학습자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책들과 달리 교육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저자는 미국의 교사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AI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며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교사만은 대체할 수 없고 대체해서도 안된다고 한다.
- 저자는 의사소통, 협력, 공감능력 등이 AI시대에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고 믿는 사람으로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보인다는 점이 읽으면서 건설적으로 느껴졌음.
- 2025-01-19 - 지능의 기원 / 맥스 베넷 저/김성훈 역/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5년 01월 22일 / 원제: A Brief History of Intelligence: Evolution, AI, and the Five Breakthroughs That Made Our Brains
- 인류 '지능'의 발전사를 조종-강화-시뮬레이션-정신화-언어라는 다섯가지 혁신적 단계로 구분해 짚어가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생물과 인간의 뇌를 비교하는 것 뿐 아니라 AI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인간의 정신적 능력들을 AI와 비교해보며 분석하는 내용들이 나온다는 것.
- 이런 책에 AI가 나오면 AI를 더 발전시키거나.. 하는 것이 목표일텐데, 이 책에서는 AI를 토대로 인간을 더 이해해보려 한다는 점이 특이하고 이 특이함에서 오는 독서의 감칠맛이 있다(즉 재밌다는 뜻). 소개하는 사례들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다.
- 2025-01-25 - 90일 안에 장악하라 / 마이클 왓킨스 저/박상준 역 / 동녘사이언스 / 2018년 02월 09일 / 원제: The first 90 days
- 한국어판 제목이 좀 그런데, 원제는 The first 90 days. 부임/승진/보직이동한 신임 리더가 3달간 해야 할 일들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책. 팀장급 리더에게 조언하는 책은 많이 읽어봤는데, 이 책의 주제는 팀보다 더 많이.. 큰 규모의 조직을 리딩하게 되는 케이스다.
- 한국어판 제목은 '장악하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무턱대고 장악하지 말라는 내용. 조직을 잘 관찰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내서 우선순위를 매기고 해결을 위한 비전을 세우고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그러면서 자신과 가족의 멘탈을 지키는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 이 책을 읽으면서 STARS(시작, 회생, 급속성장, 재조정, 성공지속)라는 기업 상태모델을 배웠는데 직장인으로서 오래 기억해둘만한 모델 같다. 이 모델에 따라 리더에게 기대되는 바와 전략 등이 달라진다. 이 기준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만으로도 꽤 재밌었다.
- 90일 플랜이긴 하지만 90일이 지난 이후에도 오래오래 읽을만한 책이 아닐까. 그리고 대체로 기업 내부구조는 프랙탈 구조니까 작은 팀의 팀장이라도 기업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싶다면 꽤 도움이 될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참, 각 챕터 시작부분은 살짝 피터 드러커의 '리더의 도전' 느낌이 났다.
- 2025-01-28 -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박신영 저 / 페이퍼로드 / 2013년 01월 23일
- 명작 동화, 고전 소설들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소개하고 해당 이야기들을 색다른 관점에서 보게 해준다. 예전에 구매해놓고 안 읽고 있었는데 뒤늦게 너무 재밌게 읽었다. 속편도 있으면 좋겠네.
- 2025-02-02 -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 / 헨리 페트로스키 저/최용준 역 / 지호 / 1998년 06월 30일 / 원제: Remaking the world
- 원제를 생각하면 이 책의 제목은.. '신이 만든 세상 위에 인간을 위한 세상을 다시 만드는 것, 그것이 엔지니어링' 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페트로스키는 다른 책에서와 같이 공학은 기술 자체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사회문화정치적인 측면이 종합된 것이라 한다. 이런 면은 그가 굉장히 강조하는 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줄기차게 나온다. "공학은 사실상 사회의 모든 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사회의 문화, 법률, 경제, 환경, 미학, 윤리 어떤 것이든 다 관계가 있으며…" 따라서 그의 책은 공학적 성취 주변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역사책이 되는 한편, 대중의 통념을 깨는 환기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측면들은 오늘날의 공학자/학생들도 귀에 피가 나게 듣는 이야기들이긴 하겠지만 그의 진심어린 주장과 근거들은 현대인인 나에게도 감명깊다.
- 좀 인상깊은 것은 헨리 마틴 로버트의 책 '의사진행 규칙'도 공학자의 대단한 성취로 극찬한다는 것.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사회적 절차를 고안하고 합의하고 알리는 것까지도 공학의 영역으로 보고 있었다. 만약 그가 한국의 의료보험을 알았다면 대단한 성취라고 칭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25-02-08 - 심연 / 로버트 A. 하인라인 저/고호관, 배지훈, 조호근 역 / 아작 / 2023년 04월 04일 / 원제: Gulf
- 로버트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9권. 책 제목이기도 한 '심연'은 생각보다 좀 별로였던 반면, 마지막 소설인 '목적지는 달'이 취향에 맞아 좋았다. 인류 달착륙보다 약 20년 먼저 달착륙하는 내용의 소설이라니. 우주선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계산을 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는 장면이 좋았더라는.
- 2025-02-09 - n분의 1의 함정 / 하임 샤피라 저/이재경 역 / 반니 / 2017년 05월 30일 / 원제: Gladiators, Pirates and Games of Trust: How Game Theory, Strategy and Probability Rule Our Lives
- 정말 재밌게 읽었다. 게임이론을 소개하는 가벼운 책으로 내쉬 균형, 협상 기술, 협력 방법, 통계/확률의 함정 등을 주제로 다룬다. 책의 마지막 세 문장이 참 좋았고, 그 중 하나는 약간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 2025-02-12 -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가스가 마사히토 저/이수경 역 / 살림Math / 2009년 08월 05일 / 원제: 100年の難問はなぜ解けたのか
- 푸앵카레 추측과 그것을 증명한 페렐만 박사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대중서.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밌게 잘 풀어 썼다. 책의 내용이 다큐멘터리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고 덕분에 TV 보듯이 술술 잘 읽힌다. 저자가 NHK 디렉터인 걸 보면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2025-02-16 - 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 마이클 베이든 지음 / 안재권 역 / 바다출판사 / 2005년 01월 24일 / 원제: Dead Reckoning
- 흡입력이 엄청나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책을 중고책으로 건지다니… 내용은 생생하고, 각 챕터를 덮을 때마다 진한 여운이 남아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혐오와 함께 끈질기고 양심있는 사람들로 인한 희망을 동시에 느낀다. 절묘한 상황 묘사와 문학적 문체. 누가 알려줬는데 공동저자가 메리 로치였다.
- 실제 사건들인데도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죄책감이 살짝 들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비니언 사건. 저자가 검시결과를 증언하면서 여유있던 살인범의 태도가 뻣뻣하게 굳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밖에 모를 사건의 내용이 공개될 때 느낀 살인범과의 대결적 유대감 이야기는 엄청났음.
- 2025-02-16 -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 / 사마키 다케오 저/김정환 역/노석구 감수 / 더숲 / 2022년 12월 23일 / 원제: 怖くて眠れなくなる化?
- 밤이 되기 전에 다 읽긴 했지만(…)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삼는 화학 사건사고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좀 더 이야기가 풍부하면 좋았을텐데. 저자가 화학실험 중 실수한 이야기는 재밌었다. 책이 얇아서 좀 심심한 느낌.
- 2025-02-18 - 협력의 진화 / 로버트 액설로드 저/이경식 역 / 시스테마 / 2009년 04월 02일 / 원제: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의 최적 전략인 팃포탯을 소개하는 감동적인 책. 각 전략 프로그램들의 경연 상황에서 시작해서 점차 개인, 사회, 정치, 국제정치까지 스케일을 키워간다. 협력의 중요성 뿐 아니라 즉각적인 보복과 용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면에서 냉정하지만 강인한 서부시대 보안관에게 교육을 받은 느낌도 든다. 팃포탯의 원칙은 단순하다. 하지만 팃포탯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론을 통해 적잖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왜 상대 진영에 협력하지 않는 정치인이 위험한가? 왜 전쟁중인 나라들이 전쟁을 질질 끌고 있나?
- 이기적인 선택만이 최선이라 믿는 세상의 수많은 '짧게 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카우보이를 언급하고 보니 문득 OK 목장의 결투에 나온 명대사가 생각난다. "나보다 빠른 총잡이는 세상에 넘쳐나고, 총이란 것은 쏘면 쏠 수록 적만 늘어나는 법이지." 최선은 총이 아니라 협력이다.
- 2025-02-21 - 소스코드: 더 비기닝 / 빌 게이츠 (지은이) / 안진환 (옮긴이) / 열린책들 / 2025-02-05 / 원제: Source Code: My Beginnings
- 빌 게이츠의 회고록. 빌 게이츠의 어린시절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앨버커키에 있었던 시절까지를 회고한다. (에필로그를 읽어보면 총 3권을 쓸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책이 1권인 셈) 그러고보니 한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그도 이제는 나이 많고 온화하며 사회의 존경을 받는 노인이 되었다.
- 그래서 그런지 각 페이지마다 인간적인 면이 물씬 묻어난다.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어머니에게 못된 말을 한 일들에 대한 후회, 같이 코딩을 하던 친구의 죽음, 자신을 이끌어준 은사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등등.
- 나는 폴 앨런의 자서전인 아이디어맨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시기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이야기들의 큰 흐름을 대략 알고 있는데도, 이야기 밑바탕에 은은히 흐르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일이 꽤나 새롭게 느껴졌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의 이야기는 전설이고 동화이다.
- 어린 시절 좋아해서 몰두하던 일이 시대를 움직이는 산업이 되고, 어린 나이에 친구들과 회사를 세워서 미친듯이 일하고 또 그런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 마이크로소프트 초기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다. 다음 회고록도 기대된다.
- 2025-02-23 - 너희 모든 좀비는 / 로버트 A. 하인라인 저/조호근 역 / 아작 / 2023년 04월 04일 / 원제: All You Zombies
- 로버트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10권(마지막권). 아 드디어 이 전집을 다 읽었구나. 가장 좋았던 것은 긴급공수(Sky Lift). 압권이었다. 이 단편이 너무 좋아서 이 단편만 어제와 오늘을 합쳐 세 번 읽었다.
- 긴급공수는 이런 내용: 심각한 전염병이 창궐한다. 주인공은 명왕성까지 혈액을 배달해야 한다. 가속도 2g로 가면 12일 17시간이 걸리고 명왕성 기지 근무자의 절반이 죽는다. 3.5g로 가면 9일 15시간이 걸리고 대부분을 구할 수 있다. 주인공은 3.5g로 가다가 막판에 피치못할 이유로 4.03g로 간다. 엄청난 3.5~4.03g에 시달리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명왕성으로 날아가는 두 주인공을 볼 수 있다. 가속이 너무 강해서 수시로 블랙아웃(기절)이 오고, 시간감각도 가물해지고, 둘 중 한명은 시력을 영구히 잃는다. 결말은? 여기에 쓰진 않는다.
- 2025-02-25 -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 나카노 교코 저/이연식 역 / 이봄 / 2013년 03월 06일 / 원제: 殘酷な王と悲しみの王妃
- 진짜 재밌게 읽었다. 흥미로운 역사 속 잔혹한 이야기에 실존인물들의 초상화가 곁들여지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책이 좀 얇은 것이 아쉽다. 속편도 있으면 좋겠다. 같은 저자의 다른 책들도 사서 읽어봐야겠다.
- 2025-02-28 - 당신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이야기 / 토머스 디에리 저/박슬라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2월 28일 / 원제: THE POWER OF POTENTIAL
- 스타트업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수천만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희귀하나, 기업의 목표에 맞춰 채용 방법을 개선하고,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제대로'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당연하다는듯이 구태의연한 남의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그에 의존해 사업을 전개해나가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인공 기업은 기업의 목표와 사명에 비춰봤더니 흔한 서류-면접-인성 같은 절차가 걸맞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채용 절차를 만들고, 직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가 있다면 직원에게 낮은 평가를 주거나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프로세스를 개선하려 하는 등.. 직원을 우선하는 경영을 선보인다.
- 즉 이 회사는 특이하게 '직원 중심주의'를 바탕에 두고 모든 것을 설계해 나간다. 출발점이 그러한 이유는 창업자의 가족 중에 자폐인 '앤드루'가 있었기 때문이며, 기업을 설립한 목표 자체가 창업자 가족들이 '앤드루'의 삶을 개선하고 자립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직원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기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포기하기보다는 그에게 맞는 일을 개발하고, 그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을 일구고 성장시키는 과정..
-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자원이라고는 사람 밖에 없는 나라, 대한민국이 생각났다. 한국에 필요한 건 이런 종류의 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 2025-03-01 - 수학을 읽는 힘 / 최정담 저/이광연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02월 28일
- 탈레스부터 튜링까지의 수학 역사를 훑는 재미있는 교양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한편 중학생 수준의 수학지식만 있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간소화된 증명들도 꼼꼼하게 수록되어 있어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 선물용으로도 좋지 않을까. 학급문고에 하나씩 있어도 좋겠다.
- 2025-03-02 -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다니가와 요시히로 저/지소연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2월 24일
- '스마트폰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자의 고민을 담은 책. 현대 사회의 자기계발 유행 등으로 드러나는 자기에의 몰두로 인해 개인의 내면이 매우 단순화되는 현상을 짚어내 비판하는 방식이 예리하다.
- 사람들이 편하게 읽기 좋도록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영화 이야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그런 작품들을 대충 철학스럽게 재밌게 훑어보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정신을 번쩍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기 머리로 생각해라'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라' 같은 말을 강하게 비판한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류 사회의 의견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고의 고립을 유도하는 음모론자들의 화법이기도 하며,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고 해서 꼭 정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것을 언급한다. '주류 언론을 믿지 말고 유튜브를 봐라~ 유튜브를 보고 나서 자기 머리로 생각해라~' 같은 말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것 참…
-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 중에 가장 흥미로운 개념 하나를 꼽자면 역시 '자신의 복수성'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은 내면에 '한 명'만을 두고 살지 않는다. 사람은 다양한 내면을 가질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런 설명은 맥스 베넷의 '지능의 기원'에서도 읽었던 것이다. 누구나 자신은 하나의 자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매 순간 다양한 자아를 생성하고, 그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 갈등을 겪는다. '지금 밤인데 라면을 먹을까? 말까?' 같은 내면의 갈등. 이런 관점이 흥미로웠던 것은 '나의 내면'이 하나의 의견만 갖고 있는 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정당정치처럼 다양한 감정과 의견을 가진 정당들로 이루어지고 이들이 늘 싸우고 있다는 것을…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우유부단하구나… 나 왜 이럴까… 하 왜 못 정하겠지'가 아니라 음 오늘은 이쪽 당이 우세하고, 저쪽 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군…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 이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되게 도움이 된 사고방식이었다.
- 저자의 다양한 책을 읽고 저자들의 사고방식을 자신의 내면에 갖춰두라는 조언이 마음에 들었다. '내 머리로 생각해 남을 믿지마'같은 말들이 결국 나의 자아를 단순하게 만들어 자신을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드는 것이라면, 독서는 그와 반대 효과를 내는 것.. 살아가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의 입장을 바꿔 이해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나의 내면에 갖추어 놓고 살아갈 수 있다면 상상력도 풍부해지는 것. 저자는 아예 혼자서만 하는 취미도 가져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취미는 남에게 자랑하면 안된다.)
- 2025-03-08 - 꿀꺽, 한 입의 과학 / 메리 로치 저 / 을유문화사 / 2014년 03월 20일 / 원제: Gulp
- 아 너무 재밌어서 아껴 읽느라 힘들었다. 저자는 메리 로치. 교양과학계의 로알드 달이라고 해야 하나? 일상적인 주제에서 더럽고 기괴하고 끔찍한 것들을 뽑아 너무나 재미있고 모험심 자극하는 글들을 써낸다. 그녀의 글솜씨와 열정, 유머감각 모든 것이 부럽다.
- 2025-03-08 - 센스의 철학 / 지바 마사야 저/전경아 역 / 베가북스 / 2025년 03월 14일
-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삶을 즐기는 것에 대한 이야기. 스스로 문화자본을 갖추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자세와 방법론을 제안해주고, 감상이나 표현 그리고 창작 등에 대해 자신감을 갖도록 다양한 각도로 따뜻한 격려를 해준다.
- 세상에는 전문가들의 생각을 공부해야만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예술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도 제공한다. 자신의 리듬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전체보다는 마음에 드는 부분에 대해서 자신만의 느낌으로 표현해보고, 의미부여도 해보고.
- '센스의 철학'을 읽으며 작년에 읽었던 '제대로 연습하는 법'이 떠올랐다. 아주 작고, 개인적인, 그러면서도 다양한 것들이 모여 나 자신을 이룬다는 것. 그것만큼 대단하고 굉장하며 아름다운 것도 없다는 것.
- 2025-03-11 - 피터 드러커의 경영을 읽다 / 피터 F. 드러커 저/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출판부 편/조미라 역 / 처음북스(CheomBooks) / 2021년 04월 28일 / 원제: The Peter F. Drucker Reader: Selected Articles from the Father of Modern Management Thinking
- 1963~2002년 사이 명문을 엮은 책. 책을 읽으면서 질투가 퐁퐁 솟아날 정도로 피터 드러커는 글을 잘 쓴다. 과거에 대한 시각과 미래에 대한 예견이 잘 어우러져 있고 기업에 대한 비판과 다정한 제안/가르침이 함께 안배된 글을 페이지마다 읽을 수 있다.
- 씁쓸한 점이 있다면 피터 드러커가 비판하는 종류의 기업들의 행태가 아직도 현대 사회에 많이 남아있다는 것. 그는 1990년대에도 2025년보다 미래의 이상적인 조직을 예견했고 아직도 그의 글에서 배울 점이 넘쳐난다.
- 모든 챕터가 고루 내용이 좋지만 특히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마지막 챕터 '자기 경영'. 이 챕터는 너무 좋아서 읽으면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마지막 챕터만 읽어도 이 책은 돈값 이상을 한다. 난 중고책으로 사서 이런 글을 읽었으니(…) 너무나 횡재한 기분.
- 2025-03-13 - 소금의 문화사 / 피에르 라즐로 (지은이),김병욱 (옮긴이) / 가람기획 / 2001-05-14 / 원제: Chemins et Savoirs du Sel
- 소금 하나를 두고 정치, 역사, 문화, 생화학, 신화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색하는 책. 책의 장르에 비해 저자의 문장이 아름답고 우아해 읽는 맛이 각별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절판된 책.
- 저자가 화학자이자 철학자라 그런지 문체가 좀 독특하다. 그런데 이 문체를 읽는 게 좀 즐거워서 읽는 내내 좋았다. 이 저자가 다른 책도 냈는지 찾아봐야겠군.
- 2025-03-15 -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리처드 도킨스 외 30인 (지은이),존 브록만,카틴카 매트슨 (엮은이),김동광 (옮긴이) / 포레스트북스 / 2025-03-14 / 원제: How Things Are
- 여러 석학의 칼럼을 엮은 책으로 크게 6부로 나뉘어 있다. 각 챕터는 3~10장 쯤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도 편안했다. 2부/3부/4부가 유독 좋았는데 생물, 나아가 인간의 정신과 역사가 자연선택과 각자의 실수를 통해 어떻게 진보하는지를 크게 엮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이 참 좋은데, 31명의 저명한 학자들이라는 저자 구성 덕분에 발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류의 책들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게이트웨이가 된다는 것. 마음에 드는 챕터를 찾았는데 그동안 몰랐던 학자라면 이제부터 그 사람의 책을 사서 읽는 미래가 생기는 것!
- 2025-03-16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지은이),김승욱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01-02 / 원제: Stoner (1965년)
- 밤 늦게까지 몰입해 읽었다. 섬세한 묘사. 스토너에게 일어나는 인생의 굴곡을 읽으며 자신을 계속 대입하게 된다. '좀 다르긴 하지만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 하는. 삶이 평화롭길 바라면서 늘 조심스럽고 내성적으로 행동하는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늘 나타난다. 왜 그런 것일까.
-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그건 멍청한 선택이었어 하며 훈수를 두기는 쉽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라면? 훈수를 두는 것이 불가능해 깊은 후회나 막연한 원망만 남는 거겠지. 스토너는 1장에서 스토너의 인생을 요약하고 시작한다. 그냥 대단치 않았고 높이 평가되지 못한 평범한 인물이었다고. 책을 읽으며 스토너에게 깊이 공감하게 됐다. 뭐랄까 첫만남에서 그를 비아냥거렸지만 결국 스토너를 아끼게 되는 슬론 교수처럼.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아처 슬론의 죽음 이후부터 마치 내가 스토너가 된 것 마냥.. 이디스, 워커, 로맥스가 등장할 때마다 맥박이 빨라지고 손이 발발 떨리고.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 스토너는 주위 사람들의 죽음과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성격이 꾸준히 바뀌어가는 인물인데 그러한 성격의 미세한 변화를 읽는 것도 이 이야기의 재미 중 하나였다. 자신을 발견해간다는 것.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기쁨.
- 옛날 학창시절의 나는 대학에 계속 남아 학자가 되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시골 출신 스토너가 영문학에 빠져 학자가 되고 교수가 되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퇴임하는 이야기를 읽으니 약간 책 빙의했다 돌아온 것처럼 내 인생이 저 방향으로 갔어도 딱히 이상적이진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 2025-03-16 - 휴머노이드 / 김상균 (지은이) / 베가북스 / 2025-03-07
- 인지과학자 김상균님의 책. 지난주에 나온 신간. 로봇 분야는 AI와 함께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가끔 대충 뜨는 뉴스만 조금 읽어보는 정도였는데.. 비교적 최신 뉴스들과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회사들, 윤리적인 문제 등을 종합해서 읽어볼 수 있었다.
- 매우 어려운 기술적인 측면을 다루거나 논문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일종의 연감이라 볼 수 있다. 어려운 약자/용어 설명이 표지 구석에 제공되어 관련 종사자가 아닌 사람을 위한 친절한 배려라 할 수 있겠다. 매년 한권씩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
- 책 후반에는 윤리적인 측면이나 미래의 인재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자연스럽게(?) 휴머노이드 시대를 맞이할 어린이들 교육에 대한 저자의 조언들이 이어진다. 입시위주의 경쟁 교육보다는 탐험력,질문력,교감력,판단력,적응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
- 책을 읽으며 대다수의 노동이 휴머노이드로 대체되는 미래에서는 결국 인간들끼리 서로를 잘 위하고 양보하고 존중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인구가 줄고 줄다 결국 극소수만 남거나 멸종할 것이다.. 인류는 공존으로 성공한 종이니까.
- 2025-03-21 - 우주 다큐 / 메리 로치 (지은이),김혜원 (옮긴이) / 세계사 / 2012-07-31 / 원제: Packing for Mars: The Curious Science of Life in the Void
- 메리 로치의 책답게 상당히 집요하고 더러움을 피하지 않으며, 거의 모든 문단이 웃긴다. 이제 절판된 책이라 주위에 마음 놓고 권하기가 어렵다는 게 아쉽다. 아무튼 나는 이제 국내 번역된 메리 로치 책을 다 갖고 있다! 만세!
- 2025-03-25 -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 구정은,이지선 (지은이) / 추수밭(청림출판) / 2025-03-26
- 기술, 경제, 정치, 환경 등에 걸쳐 최근 몇 년간의 국제적 트렌드를 다룬다. 책을 통해 광고 없이 잘 정리된 국제 뉴스를 읽는 느낌. 내용도 올해 2월 무렵까지를 취급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어지간한 뉴스보다 더 깊이있고 다루는 폭이 넓어 만족스러웠다.
-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로봇 산업과 전기차 산업의 국가별 규모와 전망, 틱톡을 둘러싼 미국-중국의 IT 무역 분쟁, 세계적인 반도체 진영들의 현황, 아프리카의 스타트업들, 탄소발생/대체 에너지 관련 현황 등… 주제가 다양하고 어느 하나 현대인으로서 궁금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것들이었음.
- 특히 세계가 중국과 대결하고 있는 구도를 조망하는 챕터나 킬러 로봇들에 대한 챕터는 각각 3번 정도씩 반복해 읽을 정도로 읽기 쉽게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시리즈로 몇 년마다 한 번씩 나오는 책이던데… 이전 책들도 평점이 좋던데 이런 기분이었겠군.
- 문체가 깔끔하고 정보전달을 잘 달성하는 글이어서 나같은 직장인들이 읽기에도 좋은 것 같다. 학생들이 세상을 공부하기 위한 일종의 세련된 시사상식 책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 2025-03-28 -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 A. J. P. 테일러 (지은이),유영수 (옮긴이) / 페이퍼로드 / 2020-10-16
- 원서 초판은 1963년에 나온 책으로, 지난 60년간 전세계에서 굉장히 많이 읽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의 국제 정세에 대한 설명이 생생하고 엄청나게 많은 인간의 생명이 고깃덩이처럼 갈려나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 수십만이 죽어나간 베르됭 전투를 읽으면서는 허망해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는데 전쟁이란 것이 대체로 그러하겠지만 인간의 총체적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유럽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 일제강점기였던 조선 생각이 수시로 떠올라 괴롭기도 했다.
- 세계대전이 주제인데 문체까지 흡입력이 있어 책이 너무…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저자 A.J.P 테일러의 다른 세계대전 책들도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다.
- 2025-03-30 -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 이케가야 유지 (지은이),김현정 (옮긴이) / 포레스트북스 / 2025-03-26
- 일본의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의 에세이들을 엮은 책. 대중을 대상으로 호기심이 생길만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개한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의 핵심 키워드라면 '신체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뇌와 신체와의 연동적 관계를 잊지 않아야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기 좋고, 인격을 갖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중요한 메세지. 영상물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음.
- 문체,내용이 무겁지 않아 성인은 물론이고 중학생 수준에서도 재미있게 읽으며 자신의 뇌와 일상에 대한 깨달음을 아하 하며 얻을 수 있을 괜찮은 책 같다. 공부할 때 벼락치기 하지 말고 잠을 잘 자라는 이야기도 잔소리로 듣기보다 스스로 책을 통해 읽으면 잘 해내지 않을까(…)
- 2025-04-03 - 쓰기의 미래 / 나오미 배런 저/배동근 역 / 북트리거 / 2025년 01월 15일 / 원제: Who Wrote This?
- 원제가 재미있는데 'Who wrote this?'. 언어학자의 관점에서 '쓰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미래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이 글을 쓰고 읽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담뿍 담겨, 몇몇 문단에서는 울컥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샬 맥루한 생각이 많이 났다.
- 한 챕터의 제목은 '왜 인간의 저자됨이 중요한가'였다. 쓰기와 읽기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다른 대부분의 기술들과 다르다. 사고를 체계화하는 정신 활동이며,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기술이다. 책의 말미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글쓰기는 인간의 마법검이다.
- 이제 AI가 글을 쓰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간은 스스로 글을 쓰고 읽게 될 것인가? 그동안 막연히 생각해왔던 내 심지와 저자의 주장, 오랫동안 잊지 않고 있었던 맥루한의 메시지가 일치하는 걸 느낀다. 글을 기계로 편하게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도 글을 써야 한다. 써야만 한다.
- 2025-04-10 - 소련 붕괴의 순간 /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은이),최파일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5-03-26
- 1983년부터 1991년 말까지 소련 붕괴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608페이지를 읽는 내내 놀라움을 느낀 엄청난 이야기였다. 소련이 붕괴했을 때 나는 10살이었다. 막연히 소련 = 악의 제국 이미지를 갖고 있었을 뿐이고 자세한 과정은 알지 못했다.
- 초강대국 소련이 어떻게 순식간에 해체되었나? 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서이면서, 1990년대 국제정세를 디테일하게 다룬 책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상황 설명이 자세해서 놀랐는데, 책 마지막에 보니 저자는 그들 대부분을 직접 만나 토론했고 비공개 일기 등도 제공받아 참고했다고 한다.
- 뭔가 삼국지의 결말처럼 박터지게 싸웠던 모두가 최종적으로 불행해지고, 또다시 미국이 한번 더 승리를 거두는 결말로 가는 방향에서 역사의 가차없음도 느낀다. 아참, 우크라이나 독립이 얼마나 국제정세에 큼직한 영향을 준 사건인지 알게 되었다. 이 문제는 2025년인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 2025-04-19 - 원자 스파이 / 샘 킨 저/이충호 역 / 해나무 / 2023년 07월 19일 / 원제: The Bastard Brigade
- 2차대전 중 독일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OSS 알소스 특수부대의 활약을 이야기한다. 상당히 미시적인 관점의 2차대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핵심 사건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납치 암살 시도.
-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넘어서 가족이나 감정적인 면까지도 나와서 상당히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에게 몰두하며 읽어서 그런지 다 읽고나서 좀 슬픈 느낌이 들 정도. 프린스턴을 졸업,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출신에 10개 언어를 구사한 스파이가 진짜 있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 특히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한 건 퀴리 집안 사람들. 어렸을 적 위인전을 통해 마리 퀴리는 알았지만, 그의 딸인 이렌 퀴리도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였다는 건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렌과 남편인 프레데릭 졸리오 퀴리가 지하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며 나치와 싸웠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됐다.
- 한편으로는 '부분과 전체'의 인상이 깊게 남아 대단한 물리학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하이젠베르크에 대해 크게 실망하게 되기도 했다. 읽다보니 브레이킹 배드에서의 월터 화이트가 하이젠베르크를 예명으로 삼은 건 하이젠베르크의 인생과 그의 인생이 닮은 면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25-04-22 -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 / 윌 라슨 저/임백준 역 / 한빛미디어 / 2025년 04월 18일 / 원제: The Engineering Executive’s Primer
- 간단히 요약하자면 'CTO 가이드북'. 개발자가 기술 임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다른 C 레벨과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기술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이끌며 채용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다루는 "실용서"라 할 수 있겠다.
- 임원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경력개발(회사생활 가이드) 책들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팀원이나 팀장이 아닌 임원으로서 현명하게 처신하고, 조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서들은 시중에 있긴 하지만 CTO가 목표인 책은 드물다.
- CTO를 목표로 삼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배울만한 점이 많은데, 업계를 이해하는 괜찮은 시각을 간접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좀 신선하게 놀랐던 것은 인수합병하는 방법이 나온 7장. 아.. 그렇구나 C레벨이라면 인수합병을 직원으로서 경험하는 게 아니라 직접 드라이브하게 되기도 하겠구나.
- 책 마지막에 딸려 있는 Appendix도 읽을만하다. '손익 계산서 읽기'가 있어서 아 이 책은 꼭 오래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마지막에는 국내의 쟁쟁한 CTO 9분들의 칼럼도 수록되어 있다.
- 2025-04-24 -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 제럴드 와인버그 저 / 송재하, 정희종 공역 / 에이콘출판사 / 2016년 02월 26일 / 원제: Weinberg on Writing: The Fieldstone Method
- 프로그래밍 북 섹션에서 저명한 제럴드 와인버그의 "작법서"(프로그래밍 책이 아니다). 나도 그의 대표적인 책을 몇 권 갖고 있는데 '프로그래밍 심리학', '컨설팅의 비밀', 'BTL(테크니컬 리더)', '대체 뭐가 문제야' 등 모두 읽으면서 배울 것이 많고 재미도 있는 것들.
- 이 책은 9년 전에 구매해놓았지만 읽지 않고 있다가 올해 1월에 인사이트에서 '와인버그에게 배우는 차곡차곡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책이 다시 출간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책장에서 발굴해 읽게 되었다. 트위터 독서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긴 하지만… "뭐, 책은 사둔 것들 중에서 읽는 거잖아요?"
-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한 그의 통찰을 이 책에서도 읽게 될거라고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대신 작가로서의 와인버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와인버그의 '자연석 기법'을 소개받다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책의 소재를 고르고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는지를 배울 수 있다.
- 나도 나름 빈번하게 쪽글을 반복적으로 쓰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자신의 글과 글쓰는 행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좋은 글은 아니더라도 부끄러운 글은 쓰지 말아야지. 그리고 선생님의 조언대로 관심없는 내용을 굳이 쓰려고 애쓰지 않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2025년에 읽은 만화책 목록
- 2025-01-29 - 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 / 조진호 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24일
- 조진호 님의 익스프레스 시리즈 최신작으로, 이번 책은 독특하게 국내의 어느 제약회사의 제안을 통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3가지 항암제와 1가지 결핵 치료제, 이렇게 4종류의 신약의 작동원리와 개발과정을 다룬다.
- 중력, 원자, 진화, 유전체 등을 다루던 이전 책들은 그래도 읽으면서 꽤 많은 부분을 이해하며 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책은 정말 어렵다… 60%나 이해했나 모르겠음. 하지만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 2025-02-02 -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 반-바지. 글그림 / 김영사 / 2024년 12월 04일
- 말이 필요한가? 내일 또 읽을 것이다.
- 2025-03-09 -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 / 하워드 진 저 / 다른 / 2013년 09월 25일 / 원제: A People's History of American Empire
- 현대인이라면 미국을 몰라선 곤란하지. 시대를 살아남고 자신만의 주관을 갖기 위해서는 미국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두운 면을 다룬다. 책을 관통하는 관점이라면 제국주의라 할 수 있겠다.
- 만화책 특성상 흐름이 빠르고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으나 메시지는 강렬하다. 미국은.. 말하자면 '스타쉽 트루퍼스'에 등장하는 인류와 흡사하다. 강력하고, 정복해왔고, 정복중이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미국이 우방국이라는 안도감과 그들의 배타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 2차대전중 복무중이었던 하워드 진(저자)이 만났다는 B-17기 사격수의 말이 이 책의 핵심이다. "영국 미국 소련 모두 다 썩어 빠진 나라들이야. 그들은 히틀러주의를 도덕적으로 우려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세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어할 뿐이지. 이건 제국주의 전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