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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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읽은 책 목록
- 2025-01-01 - 강철혁명 / 데보라 캐드버리 저/박신현 역 / 생각의나무 / 2011년 12월 26일 / 원제: Dreams of Iron and Steel
- 브루클린 다리, 대륙횡단 철도, 파나마 운하, 후버 댐 등 영국과 미국의 7가지 혁명적인 건축물/대공사를 다룬다. 각 이야기가 인물 중심으로 흘러가 책이 꽤 재밌다. 저자는 각 위업의 주인공으로 사업가들이나 정치가들만을 꼽지 않고 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 말하자면 극악한 조건에서 일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보니 생텍쥐페리의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끝없이 넓은 대양을 꿈꾸게 하라'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일종의 명언일 뿐, 실제로 역사적 건축물의 공사현장은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지옥이었던 것 같다.
- 대륙횡단철도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음. 무법자들이 날뛰고 총과 총알이 곧 법이었던 대혼란의 19세기 미국을 간접 경험한 느낌. 대륙횡단철도가 완공되면서 통합된 미국이라는 개념이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그 무법천지를 끝장내는 주춧돌이 되었다는 역사의 흐름. 새로운 것을 배웠다.
- 2025-01-09 - 휴가 갈 땐, 주기율표 / 곽재식 저 / 초사흘달 / 2021년 12월 06일
- 좋아하는 곽재식 작가님의 책. 원소주기율표를 따라 1번 수소부터 20번 칼슘까지에 대해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아쉽게도 원소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를 다루지는 않지만 어원이나 역사, 일상생활이나 현대의 산업과의 연관성 등이 소개되어 재미있다.
- 한국인 작가가 썼기 때문에 한국의 화학산업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는 것도 좋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경북 영주에 세계적인 수준의 알루미늄 재생 공장이 있는줄도 몰랐고, 한국의 시멘트 생산량이 미국 전체 시멘트 생산량의 두 배가 넘어간다는 사실도 몰랐다.
- 2025-01-11 -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 / 머리 로스버드 저 / 전용덕 역 /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 2012년 05월 25일 / 원제: What Has Government Done to Our Money?
- 화폐의 본질과 역사에 대한 개론서. 1963년에 나온 책이므로 현대적인 사건들에 대한 언급은 당연히 없고(그래서 좀 올드하다), 화폐의 탄생시점에 대한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추론과 세계대전 전후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개론서이기 때문에 이 책만 읽고 뭔가 대단한 공부가 되는 정도는 아니다. 다른 경제학 책들로 넘어가기 좋은 입문서 정도. 다만 화폐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저자가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자유주의를 넘어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주장들이 줄기차게 나온다.
- 석학들이 쓴 손바닥만한 입문서들이 늘 그러하듯 책의 앞부분이 꽤 재미있는 편이어서.. 아마도 학부 교양 경제학 시간에 잠만 잤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읽을만한 면이 있다. 책의 논리적 구조 자체가 초반엔 동화로 시작해서 실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로 나아가는 방식이기 때문.
- 2025-01-13 - 린 프로덕트 플레이북 / 댄 올슨 저/김정혜 역 / 인사이트(insight) / 2025년 01월 10일 / 원제: The Lean Product Playbook
- 6단계의 린 프로덕트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각 단계별 실천 방법과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방법들도 같이 소개하는 책. 저자의 경험담이 빼곡하여 문장에 설득력이 있고, 다양한 지표를 계산 공식/도표/차트 등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구성이 매우 알차다.
- 책이 주장하는 바가 '프로덕트 마켓 핏을 만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프로세스 이터레이션을 루프하며 ROI를 높여야 한다' '각 단계 결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이므로 다양한 측정 방법과 계산공식, 도표 등을 제공한다. 동료들과 함께 스터디하며 회사 프로세스를 점검하기에도 좋을듯.
- 스타트업 종사자들 특히 프로덕트 관리자, UI 디자이너, 시각 디자이너.. 그리고 저년차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대충 넘어갈만한 용어 설명도 역사를 곁들여 잘 설명하는 친절함도 있다.
- 2025-01-15 - 나는 AI와 공부한다 / 살만 칸 저/박세연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1월 27일 / 원제: Brave New Words
- 칸 아카데미 설립자 살만 칸의 책으로, 교육의 근미래 예측과, 교육을 위한 바람직한 AI의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통 일반적인 AI교육 책들은 AI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AI를 사용해 뭘 독학한다던가 하는 것들.
- 점차 스케일을 넓혀 가며 AI와 공존하는 교육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예를 들어 학생이 AI에게 질문을 하면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식의 작은 팁부터 시작해서 과제는 어떻게, 작문은 어떻게, 시험은 어떻게 하는 식으로 범위가 커져간다.
- 인상적인 것은 학습자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책들과 달리 교육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저자는 미국의 교사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AI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며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교사만은 대체할 수 없고 대체해서도 안된다고 한다.
- 저자는 의사소통, 협력, 공감능력 등이 AI시대에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고 믿는 사람으로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보인다는 점이 읽으면서 건설적으로 느껴졌음.
- 2025-01-19 - 지능의 기원 / 맥스 베넷 저/김성훈 역/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5년 01월 22일 / 원제: A Brief History of Intelligence: Evolution, AI, and the Five Breakthroughs That Made Our Brains
- 인류 '지능'의 발전사를 조종-강화-시뮬레이션-정신화-언어라는 다섯가지 혁신적 단계로 구분해 짚어가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생물과 인간의 뇌를 비교하는 것 뿐 아니라 AI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인간의 정신적 능력들을 AI와 비교해보며 분석하는 내용들이 나온다는 것.
- 이런 책에 AI가 나오면 AI를 더 발전시키거나.. 하는 것이 목표일텐데, 이 책에서는 AI를 토대로 인간을 더 이해해보려 한다는 점이 특이하고 이 특이함에서 오는 독서의 감칠맛이 있다(즉 재밌다는 뜻). 소개하는 사례들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다.
- 2025-01-25 - 90일 안에 장악하라 / 마이클 왓킨스 저/박상준 역 / 동녘사이언스 / 2018년 02월 09일 / 원제: The first 90 days
- 한국어판 제목이 좀 그런데, 원제는 The first 90 days. 부임/승진/보직이동한 신임 리더가 3달간 해야 할 일들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책. 팀장급 리더에게 조언하는 책은 많이 읽어봤는데, 이 책의 주제는 팀보다 더 많이.. 큰 규모의 조직을 리딩하게 되는 케이스다.
- 한국어판 제목은 '장악하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무턱대고 장악하지 말라는 내용. 조직을 잘 관찰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내서 우선순위를 매기고 해결을 위한 비전을 세우고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그러면서 자신과 가족의 멘탈을 지키는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 이 책을 읽으면서 STARS(시작, 회생, 급속성장, 재조정, 성공지속)라는 기업 상태모델을 배웠는데 직장인으로서 오래 기억해둘만한 모델 같다. 이 모델에 따라 리더에게 기대되는 바와 전략 등이 달라진다. 이 기준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만으로도 꽤 재밌었다.
- 90일 플랜이긴 하지만 90일이 지난 이후에도 오래오래 읽을만한 책이 아닐까. 그리고 대체로 기업 내부구조는 프랙탈 구조니까 작은 팀의 팀장이라도 기업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싶다면 꽤 도움이 될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참, 각 챕터 시작부분은 살짝 피터 드러커의 '리더의 도전' 느낌이 났다.
- 2025-01-28 -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박신영 저 / 페이퍼로드 / 2013년 01월 23일
- 명작 동화, 고전 소설들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소개하고 해당 이야기들을 색다른 관점에서 보게 해준다. 예전에 구매해놓고 안 읽고 있었는데 뒤늦게 너무 재밌게 읽었다. 속편도 있으면 좋겠네.
- 2025-02-02 -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 / 헨리 페트로스키 저/최용준 역 / 지호 / 1998년 06월 30일 / 원제: Remaking the world
- 원제를 생각하면 이 책의 제목은.. '신이 만든 세상 위에 인간을 위한 세상을 다시 만드는 것, 그것이 엔지니어링' 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페트로스키는 다른 책에서와 같이 공학은 기술 자체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사회문화정치적인 측면이 종합된 것이라 한다. 이런 면은 그가 굉장히 강조하는 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줄기차게 나온다. "공학은 사실상 사회의 모든 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사회의 문화, 법률, 경제, 환경, 미학, 윤리 어떤 것이든 다 관계가 있으며…" 따라서 그의 책은 공학적 성취 주변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역사책이 되는 한편, 대중의 통념을 깨는 환기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측면들은 오늘날의 공학자/학생들도 귀에 피가 나게 듣는 이야기들이긴 하겠지만 그의 진심어린 주장과 근거들은 현대인인 나에게도 감명깊다.
- 좀 인상깊은 것은 헨리 마틴 로버트의 책 '의사진행 규칙'도 공학자의 대단한 성취로 극찬한다는 것.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사회적 절차를 고안하고 합의하고 알리는 것까지도 공학의 영역으로 보고 있었다. 만약 그가 한국의 의료보험을 알았다면 대단한 성취라고 칭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25-02-08 - 심연 / 로버트 A. 하인라인 저/고호관, 배지훈, 조호근 역 / 아작 / 2023년 04월 04일 / 원제: Gulf
- 로버트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9권. 책 제목이기도 한 '심연'은 생각보다 좀 별로였던 반면, 마지막 소설인 '목적지는 달'이 취향에 맞아 좋았다. 인류 달착륙보다 약 20년 먼저 달착륙하는 내용의 소설이라니. 우주선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계산을 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는 장면이 좋았더라는.
- 2025-02-09 - n분의 1의 함정 / 하임 샤피라 저/이재경 역 / 반니 / 2017년 05월 30일 / 원제: Gladiators, Pirates and Games of Trust: How Game Theory, Strategy and Probability Rule Our Lives
- 정말 재밌게 읽었다. 게임이론을 소개하는 가벼운 책으로 내쉬 균형, 협상 기술, 협력 방법, 통계/확률의 함정 등을 주제로 다룬다. 책의 마지막 세 문장이 참 좋았고, 그 중 하나는 약간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 2025-02-12 -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가스가 마사히토 저/이수경 역 / 살림Math / 2009년 08월 05일 / 원제: 100年の難問はなぜ解けたのか
- 푸앵카레 추측과 그것을 증명한 페렐만 박사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대중서.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밌게 잘 풀어 썼다. 책의 내용이 다큐멘터리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고 덕분에 TV 보듯이 술술 잘 읽힌다. 저자가 NHK 디렉터인 걸 보면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2025-02-16 - 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 마이클 베이든 지음 / 안재권 역 / 바다출판사 / 2005년 01월 24일 / 원제: Dead Reckoning
- 흡입력이 엄청나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책을 중고책으로 건지다니… 내용은 생생하고, 각 챕터를 덮을 때마다 진한 여운이 남아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혐오와 함께 끈질기고 양심있는 사람들로 인한 희망을 동시에 느낀다. 절묘한 상황 묘사와 문학적 문체. 누가 알려줬는데 공동저자가 메리 로치였다.
- 실제 사건들인데도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죄책감이 살짝 들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비니언 사건. 저자가 검시결과를 증언하면서 여유있던 살인범의 태도가 뻣뻣하게 굳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밖에 모를 사건의 내용이 공개될 때 느낀 살인범과의 대결적 유대감 이야기는 엄청났음.
- 2025-02-16 -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 / 사마키 다케오 저/김정환 역/노석구 감수 / 더숲 / 2022년 12월 23일 / 원제: 怖くて眠れなくなる化?
- 밤이 되기 전에 다 읽긴 했지만(…)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삼는 화학 사건사고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좀 더 이야기가 풍부하면 좋았을텐데. 저자가 화학실험 중 실수한 이야기는 재밌었다. 책이 얇아서 좀 심심한 느낌.
- 2025-02-18 - 협력의 진화 / 로버트 액설로드 저/이경식 역 / 시스테마 / 2009년 04월 02일 / 원제: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의 최적 전략인 팃포탯을 소개하는 감동적인 책. 각 전략 프로그램들의 경연 상황에서 시작해서 점차 개인, 사회, 정치, 국제정치까지 스케일을 키워간다. 협력의 중요성 뿐 아니라 즉각적인 보복과 용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면에서 냉정하지만 강인한 서부시대 보안관에게 교육을 받은 느낌도 든다. 팃포탯의 원칙은 단순하다. 하지만 팃포탯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론을 통해 적잖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왜 상대 진영에 협력하지 않는 정치인이 위험한가? 왜 전쟁중인 나라들이 전쟁을 질질 끌고 있나?
- 이기적인 선택만이 최선이라 믿는 세상의 수많은 '짧게 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카우보이를 언급하고 보니 문득 OK 목장의 결투에 나온 명대사가 생각난다. "나보다 빠른 총잡이는 세상에 넘쳐나고, 총이란 것은 쏘면 쏠 수록 적만 늘어나는 법이지." 최선은 총이 아니라 협력이다.
- 2025-02-21 - 소스코드: 더 비기닝 / 빌 게이츠 (지은이) / 안진환 (옮긴이) / 열린책들 / 2025-02-05 / 원제: Source Code: My Beginnings
- 빌 게이츠의 회고록. 빌 게이츠의 어린시절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앨버커키에 있었던 시절까지를 회고한다. (에필로그를 읽어보면 총 3권을 쓸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책이 1권인 셈) 그러고보니 한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그도 이제는 나이 많고 온화하며 사회의 존경을 받는 노인이 되었다.
- 그래서 그런지 각 페이지마다 인간적인 면이 물씬 묻어난다.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어머니에게 못된 말을 한 일들에 대한 후회, 같이 코딩을 하던 친구의 죽음, 자신을 이끌어준 은사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등등.
- 나는 폴 앨런의 자서전인 아이디어맨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시기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이야기들의 큰 흐름을 대략 알고 있는데도, 이야기 밑바탕에 은은히 흐르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일이 꽤나 새롭게 느껴졌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의 이야기는 전설이고 동화이다.
- 어린 시절 좋아해서 몰두하던 일이 시대를 움직이는 산업이 되고, 어린 나이에 친구들과 회사를 세워서 미친듯이 일하고 또 그런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 마이크로소프트 초기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다. 다음 회고록도 기대된다.
- 2025-02-23 - 너희 모든 좀비는 / 로버트 A. 하인라인 저/조호근 역 / 아작 / 2023년 04월 04일 / 원제: All You Zombies
- 로버트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10권(마지막권). 아 드디어 이 전집을 다 읽었구나. 가장 좋았던 것은 긴급공수(Sky Lift). 압권이었다. 이 단편이 너무 좋아서 이 단편만 어제와 오늘을 합쳐 세 번 읽었다.
- 긴급공수는 이런 내용: 심각한 전염병이 창궐한다. 주인공은 명왕성까지 혈액을 배달해야 한다. 가속도 2g로 가면 12일 17시간이 걸리고 명왕성 기지 근무자의 절반이 죽는다. 3.5g로 가면 9일 15시간이 걸리고 대부분을 구할 수 있다. 주인공은 3.5g로 가다가 막판에 피치못할 이유로 4.03g로 간다. 엄청난 3.5~4.03g에 시달리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명왕성으로 날아가는 두 주인공을 볼 수 있다. 가속이 너무 강해서 수시로 블랙아웃(기절)이 오고, 시간감각도 가물해지고, 둘 중 한명은 시력을 영구히 잃는다. 결말은? 여기에 쓰진 않는다.
- 2025-02-25 -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 나카노 교코 저/이연식 역 / 이봄 / 2013년 03월 06일 / 원제: 殘酷な王と悲しみの王妃
- 진짜 재밌게 읽었다. 흥미로운 역사 속 잔혹한 이야기에 실존인물들의 초상화가 곁들여지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책이 좀 얇은 것이 아쉽다. 속편도 있으면 좋겠다. 같은 저자의 다른 책들도 사서 읽어봐야겠다.
- 2025-02-28 - 당신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이야기 / 토머스 디에리 저/박슬라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2월 28일 / 원제: THE POWER OF POTENTIAL
- 스타트업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수천만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희귀하나, 기업의 목표에 맞춰 채용 방법을 개선하고,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제대로'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당연하다는듯이 구태의연한 남의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그에 의존해 사업을 전개해나가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인공 기업은 기업의 목표와 사명에 비춰봤더니 흔한 서류-면접-인성 같은 절차가 걸맞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채용 절차를 만들고, 직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가 있다면 직원에게 낮은 평가를 주거나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프로세스를 개선하려 하는 등.. 직원을 우선하는 경영을 선보인다.
- 즉 이 회사는 특이하게 '직원 중심주의'를 바탕에 두고 모든 것을 설계해 나간다. 출발점이 그러한 이유는 창업자의 가족 중에 자폐인 '앤드루'가 있었기 때문이며, 기업을 설립한 목표 자체가 창업자 가족들이 '앤드루'의 삶을 개선하고 자립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직원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기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포기하기보다는 그에게 맞는 일을 개발하고, 그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을 일구고 성장시키는 과정..
-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자원이라고는 사람 밖에 없는 나라, 대한민국이 생각났다. 한국에 필요한 건 이런 종류의 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 2025-03-01 - 수학을 읽는 힘 / 최정담 저/이광연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02월 28일
- 탈레스부터 튜링까지의 수학 역사를 훑는 재미있는 교양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한편 중학생 수준의 수학지식만 있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간소화된 증명들도 꼼꼼하게 수록되어 있어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 선물용으로도 좋지 않을까. 학급문고에 하나씩 있어도 좋겠다.
- 2025-03-02 -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다니가와 요시히로 저/지소연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2월 24일
- '스마트폰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자의 고민을 담은 책. 현대 사회의 자기계발 유행 등으로 드러나는 자기에의 몰두로 인해 개인의 내면이 매우 단순화되는 현상을 짚어내 비판하는 방식이 예리하다.
- 사람들이 편하게 읽기 좋도록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영화 이야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그런 작품들을 대충 철학스럽게 재밌게 훑어보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정신을 번쩍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기 머리로 생각해라'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라' 같은 말을 강하게 비판한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류 사회의 의견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고의 고립을 유도하는 음모론자들의 화법이기도 하며,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고 해서 꼭 정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것을 언급한다. '주류 언론을 믿지 말고 유튜브를 봐라~ 유튜브를 보고 나서 자기 머리로 생각해라~' 같은 말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것 참…
-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 중에 가장 흥미로운 개념 하나를 꼽자면 역시 '자신의 복수성'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은 내면에 '한 명'만을 두고 살지 않는다. 사람은 다양한 내면을 가질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런 설명은 맥스 베넷의 '지능의 기원'에서도 읽었던 것이다. 누구나 자신은 하나의 자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매 순간 다양한 자아를 생성하고, 그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 갈등을 겪는다. '지금 밤인데 라면을 먹을까? 말까?' 같은 내면의 갈등. 이런 관점이 흥미로웠던 것은 '나의 내면'이 하나의 의견만 갖고 있는 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정당정치처럼 다양한 감정과 의견을 가진 정당들로 이루어지고 이들이 늘 싸우고 있다는 것을…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우유부단하구나… 나 왜 이럴까… 하 왜 못 정하겠지'가 아니라 음 오늘은 이쪽 당이 우세하고, 저쪽 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군…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 이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되게 도움이 된 사고방식이었다.
- 저자의 다양한 책을 읽고 저자들의 사고방식을 자신의 내면에 갖춰두라는 조언이 마음에 들었다. '내 머리로 생각해 남을 믿지마'같은 말들이 결국 나의 자아를 단순하게 만들어 자신을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드는 것이라면, 독서는 그와 반대 효과를 내는 것.. 살아가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의 입장을 바꿔 이해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나의 내면에 갖추어 놓고 살아갈 수 있다면 상상력도 풍부해지는 것. 저자는 아예 혼자서만 하는 취미도 가져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취미는 남에게 자랑하면 안된다.)
- 2025-03-08 - 꿀꺽, 한 입의 과학 / 메리 로치 저 / 을유문화사 / 2014년 03월 20일 / 원제: Gulp
- 아 너무 재밌어서 아껴 읽느라 힘들었다. 저자는 메리 로치. 교양과학계의 로알드 달이라고 해야 하나? 일상적인 주제에서 더럽고 기괴하고 끔찍한 것들을 뽑아 너무나 재미있고 모험심 자극하는 글들을 써낸다. 그녀의 글솜씨와 열정, 유머감각 모든 것이 부럽다.
- 2025-03-08 - 센스의 철학 / 지바 마사야 저/전경아 역 / 베가북스 / 2025년 03월 14일
-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삶을 즐기는 것에 대한 이야기. 스스로 문화자본을 갖추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자세와 방법론을 제안해주고, 감상이나 표현 그리고 창작 등에 대해 자신감을 갖도록 다양한 각도로 따뜻한 격려를 해준다.
- 세상에는 전문가들의 생각을 공부해야만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예술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도 제공한다. 자신의 리듬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전체보다는 마음에 드는 부분에 대해서 자신만의 느낌으로 표현해보고, 의미부여도 해보고.
- '센스의 철학'을 읽으며 작년에 읽었던 [[/review/2024#book-how-learning-transforms]]{'제대로 연습하는 법'}이 떠올랐다. 아주 작고, 개인적인, 그러면서도 다양한 것들이 모여 나 자신을 이룬다는 것. 그것만큼 대단하고 굉장하며 아름다운 것도 없다는 것.
- 2025-03-11 - 피터 드러커의 경영을 읽다 / 피터 F. 드러커 저/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출판부 편/조미라 역 / 처음북스(CheomBooks) / 2021년 04월 28일 / 원제: The Peter F. Drucker Reader: Selected Articles from the Father of Modern Management Thinking
- 1963~2002년 사이 명문을 엮은 책. 책을 읽으면서 질투가 퐁퐁 솟아날 정도로 피터 드러커는 글을 잘 쓴다. 과거에 대한 시각과 미래에 대한 예견이 잘 어우러져 있고 기업에 대한 비판과 다정한 제안/가르침이 함께 안배된 글을 페이지마다 읽을 수 있다.
- 씁쓸한 점이 있다면 피터 드러커가 비판하는 종류의 기업들의 행태가 아직도 현대 사회에 많이 남아있다는 것. 그는 1990년대에도 2025년보다 미래의 이상적인 조직을 예견했고 아직도 그의 글에서 배울 점이 넘쳐난다.
- 모든 챕터가 고루 내용이 좋지만 특히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마지막 챕터 '자기 경영'. 이 챕터는 너무 좋아서 읽으면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마지막 챕터만 읽어도 이 책은 돈값 이상을 한다. 난 중고책으로 사서 이런 글을 읽었으니(…) 너무나 횡재한 기분.
- 2025-03-13 - 소금의 문화사 / 피에르 라즐로 (지은이),김병욱 (옮긴이) / 가람기획 / 2001-05-14 / 원제: Chemins et Savoirs du Sel
- 소금 하나를 두고 정치, 역사, 문화, 생화학, 신화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색하는 책. 책의 장르에 비해 저자의 문장이 아름답고 우아해 읽는 맛이 각별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절판된 책.
- 저자가 화학자이자 철학자라 그런지 문체가 좀 독특하다. 그런데 이 문체를 읽는 게 좀 즐거워서 읽는 내내 좋았다. 이 저자가 다른 책도 냈는지 찾아봐야겠군.
- 2025-03-15 -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리처드 도킨스 외 30인 (지은이),존 브록만,카틴카 매트슨 (엮은이),김동광 (옮긴이) / 포레스트북스 / 2025-03-14 / 원제: How Things Are
- 여러 석학의 칼럼을 엮은 책으로 크게 6부로 나뉘어 있다. 각 챕터는 3~10장 쯤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도 편안했다. 2부/3부/4부가 유독 좋았는데 생물, 나아가 인간의 정신과 역사가 자연선택과 각자의 실수를 통해 어떻게 진보하는지를 크게 엮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이 참 좋은데, 31명의 저명한 학자들이라는 저자 구성 덕분에 발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류의 책들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게이트웨이가 된다는 것. 마음에 드는 챕터를 찾았는데 그동안 몰랐던 학자라면 이제부터 그 사람의 책을 사서 읽는 미래가 생기는 것!
- 2025-03-16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지은이),김승욱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01-02 / 원제: Stoner (1965년)
- 밤 늦게까지 몰입해 읽었다. 섬세한 묘사. 스토너에게 일어나는 인생의 굴곡을 읽으며 자신을 계속 대입하게 된다. '좀 다르긴 하지만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 하는. 삶이 평화롭길 바라면서 늘 조심스럽고 내성적으로 행동하는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늘 나타난다. 왜 그런 것일까.
-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그건 멍청한 선택이었어 하며 훈수를 두기는 쉽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라면? 훈수를 두는 것이 불가능해 깊은 후회나 막연한 원망만 남는 거겠지. 스토너는 1장에서 스토너의 인생을 요약하고 시작한다. 그냥 대단치 않았고 높이 평가되지 못한 평범한 인물이었다고. 책을 읽으며 스토너에게 깊이 공감하게 됐다. 뭐랄까 첫만남에서 그를 비아냥거렸지만 결국 스토너를 아끼게 되는 슬론 교수처럼.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아처 슬론의 죽음 이후부터 마치 내가 스토너가 된 것 마냥.. 이디스, 워커, 로맥스가 등장할 때마다 맥박이 빨라지고 손이 발발 떨리고.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 스토너는 주위 사람들의 죽음과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성격이 꾸준히 바뀌어가는 인물인데 그러한 성격의 미세한 변화를 읽는 것도 이 이야기의 재미 중 하나였다. 자신을 발견해간다는 것.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기쁨.
- 옛날 학창시절의 나는 대학에 계속 남아 학자가 되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시골 출신 스토너가 영문학에 빠져 학자가 되고 교수가 되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퇴임하는 이야기를 읽으니 약간 책 빙의했다 돌아온 것처럼 내 인생이 저 방향으로 갔어도 딱히 이상적이진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 2025-03-16 - 휴머노이드 / 김상균 (지은이) / 베가북스 / 2025-03-07
- 인지과학자 김상균님의 책. 지난주에 나온 신간. 로봇 분야는 AI와 함께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가끔 대충 뜨는 뉴스만 조금 읽어보는 정도였는데.. 비교적 최신 뉴스들과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회사들, 윤리적인 문제 등을 종합해서 읽어볼 수 있었다.
- 매우 어려운 기술적인 측면을 다루거나 논문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일종의 연감이라 볼 수 있다. 어려운 약자/용어 설명이 표지 구석에 제공되어 관련 종사자가 아닌 사람을 위한 친절한 배려라 할 수 있겠다. 매년 한권씩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
- 책 후반에는 윤리적인 측면이나 미래의 인재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자연스럽게(?) 휴머노이드 시대를 맞이할 어린이들 교육에 대한 저자의 조언들이 이어진다. 입시위주의 경쟁 교육보다는 탐험력,질문력,교감력,판단력,적응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
- 책을 읽으며 대다수의 노동이 휴머노이드로 대체되는 미래에서는 결국 인간들끼리 서로를 잘 위하고 양보하고 존중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인구가 줄고 줄다 결국 극소수만 남거나 멸종할 것이다.. 인류는 공존으로 성공한 종이니까.
- 2025-03-21 - 우주 다큐 / 메리 로치 (지은이),김혜원 (옮긴이) / 세계사 / 2012-07-31 / 원제: Packing for Mars: The Curious Science of Life in the Void
- 메리 로치의 책답게 상당히 집요하고 더러움을 피하지 않으며, 거의 모든 문단이 웃긴다. 이제 절판된 책이라 주위에 마음 놓고 권하기가 어렵다는 게 아쉽다. 아무튼 나는 이제 국내 번역된 메리 로치 책을 다 갖고 있다! 만세!
- 2025-03-25 -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 구정은,이지선 (지은이) / 추수밭(청림출판) / 2025-03-26
- 기술, 경제, 정치, 환경 등에 걸쳐 최근 몇 년간의 국제적 트렌드를 다룬다. 책을 통해 광고 없이 잘 정리된 국제 뉴스를 읽는 느낌. 내용도 올해 2월 무렵까지를 취급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어지간한 뉴스보다 더 깊이있고 다루는 폭이 넓어 만족스러웠다.
-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로봇 산업과 전기차 산업의 국가별 규모와 전망, 틱톡을 둘러싼 미국-중국의 IT 무역 분쟁, 세계적인 반도체 진영들의 현황, 아프리카의 스타트업들, 탄소발생/대체 에너지 관련 현황 등… 주제가 다양하고 어느 하나 현대인으로서 궁금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것들이었음.
- 특히 세계가 중국과 대결하고 있는 구도를 조망하는 챕터나 킬러 로봇들에 대한 챕터는 각각 3번 정도씩 반복해 읽을 정도로 읽기 쉽게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시리즈로 몇 년마다 한 번씩 나오는 책이던데… 이전 책들도 평점이 좋던데 이런 기분이었겠군.
- 문체가 깔끔하고 정보전달을 잘 달성하는 글이어서 나같은 직장인들이 읽기에도 좋은 것 같다. 학생들이 세상을 공부하기 위한 일종의 세련된 시사상식 책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 2025-03-28 -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 A. J. P. 테일러 (지은이),유영수 (옮긴이) / 페이퍼로드 / 2020-10-16
- 원서 초판은 1963년에 나온 책으로, 지난 60년간 전세계에서 굉장히 많이 읽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의 국제 정세에 대한 설명이 생생하고 엄청나게 많은 인간의 생명이 고깃덩이처럼 갈려나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 수십만이 죽어나간 베르됭 전투를 읽으면서는 허망해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는데 전쟁이란 것이 대체로 그러하겠지만 인간의 총체적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유럽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 일제강점기였던 조선 생각이 수시로 떠올라 괴롭기도 했다.
- 세계대전이 주제인데 문체까지 흡입력이 있어 책이 너무…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저자 A.J.P 테일러의 다른 세계대전 책들도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다.
- 2025-03-30 -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 이케가야 유지 (지은이),김현정 (옮긴이) / 포레스트북스 / 2025-03-26
- 일본의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의 에세이들을 엮은 책. 대중을 대상으로 호기심이 생길만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개한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의 핵심 키워드라면 '신체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뇌와 신체와의 연동적 관계를 잊지 않아야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기 좋고, 인격을 갖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중요한 메세지. 영상물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음.
- 문체,내용이 무겁지 않아 성인은 물론이고 중학생 수준에서도 재미있게 읽으며 자신의 뇌와 일상에 대한 깨달음을 아하 하며 얻을 수 있을 괜찮은 책 같다. 공부할 때 벼락치기 하지 말고 잠을 잘 자라는 이야기도 잔소리로 듣기보다 스스로 책을 통해 읽으면 잘 해내지 않을까(…)
- 2025-04-03 - 쓰기의 미래 / 나오미 배런 저/배동근 역 / 북트리거 / 2025년 01월 15일 / 원제: Who Wrote This?
- 원제가 재미있는데 'Who wrote this?'. 언어학자의 관점에서 '쓰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미래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이 글을 쓰고 읽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담뿍 담겨, 몇몇 문단에서는 울컥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샬 맥루한 생각이 많이 났다.
- 한 챕터의 제목은 '왜 인간의 저자됨이 중요한가'였다. 쓰기와 읽기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다른 대부분의 기술들과 다르다. 사고를 체계화하는 정신 활동이며,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기술이다. 책의 말미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글쓰기는 인간의 마법검이다.
- 이제 AI가 글을 쓰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간은 스스로 글을 쓰고 읽게 될 것인가? 그동안 막연히 생각해왔던 내 심지와 저자의 주장, 오랫동안 잊지 않고 있었던 맥루한의 메시지가 일치하는 걸 느낀다. 글을 기계로 편하게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도 글을 써야 한다. 써야만 한다.
- 2025-04-10 - 소련 붕괴의 순간 /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은이),최파일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5-03-26 / 원제: Collapse: The Fall of the Soviet Union
- 1983년부터 1991년 말까지 소련 붕괴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608페이지를 읽는 내내 놀라움을 느낀 엄청난 이야기였다. 소련이 붕괴했을 때 나는 10살이었다. 막연히 소련 = 악의 제국 이미지를 갖고 있었을 뿐이고 자세한 과정은 알지 못했다.
- 초강대국 소련이 어떻게 순식간에 해체되었나? 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서이면서, 1990년대 국제정세를 디테일하게 다룬 책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상황 설명이 자세해서 놀랐는데, 책 마지막에 보니 저자는 그들 대부분을 직접 만나 토론했고 비공개 일기 등도 제공받아 참고했다고 한다.
- 뭔가 삼국지의 결말처럼 박터지게 싸웠던 모두가 최종적으로 불행해지고, 또다시 미국이 한번 더 승리를 거두는 결말로 가는 방향에서 역사의 가차없음도 느낀다. 아참, 우크라이나 독립이 얼마나 국제정세에 큼직한 영향을 준 사건인지 알게 되었다. 이 문제는 2025년인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 2025-04-19 - 원자 스파이 / 샘 킨 저/이충호 역 / 해나무 / 2023년 07월 19일 / 원제: The Bastard Brigade
- 2차대전 중 독일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OSS 알소스 특수부대의 활약을 이야기한다. 상당히 미시적인 관점의 2차대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핵심 사건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납치 암살 시도.
-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넘어서 가족이나 감정적인 면까지도 나와서 상당히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에게 몰두하며 읽어서 그런지 다 읽고나서 좀 슬픈 느낌이 들 정도. 프린스턴을 졸업,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출신에 10개 언어를 구사한 스파이가 진짜 있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 특히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한 건 퀴리 집안 사람들. 어렸을 적 위인전을 통해 마리 퀴리는 알았지만, 그의 딸인 이렌 퀴리도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였다는 건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렌과 남편인 프레데릭 졸리오 퀴리가 지하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며 나치와 싸웠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됐다.
- 한편으로는 '부분과 전체'의 인상이 깊게 남아 대단한 물리학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하이젠베르크에 대해 크게 실망하게 되기도 했다. 읽다보니 브레이킹 배드에서의 월터 화이트가 하이젠베르크를 예명으로 삼은 건 하이젠베르크의 인생과 그의 인생이 닮은 면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25-04-22 -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 / 윌 라슨 저/임백준 역 / 한빛미디어 / 2025년 04월 18일 / 원제: The Engineering Executive’s Primer
- 간단히 요약하자면 'CTO 가이드북'. 개발자가 기술 임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다른 C 레벨과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기술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이끌며 채용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다루는 "실용서"라 할 수 있겠다.
- 임원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경력개발(회사생활 가이드) 책들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팀원이나 팀장이 아닌 임원으로서 현명하게 처신하고, 조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서들은 시중에 있긴 하지만 CTO가 목표인 책은 드물다.
- CTO를 목표로 삼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배울만한 점이 많은데, 업계를 이해하는 괜찮은 시각을 간접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좀 신선하게 놀랐던 것은 인수합병하는 방법이 나온 7장. 아.. 그렇구나 C레벨이라면 인수합병을 직원으로서 경험하는 게 아니라 직접 드라이브하게 되기도 하겠구나.
- 책 마지막에 딸려 있는 Appendix도 읽을만하다. '손익 계산서 읽기'가 있어서 아 이 책은 꼭 오래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마지막에는 국내의 쟁쟁한 CTO 9분들의 칼럼도 수록되어 있다.
- 2025-04-24 -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 제럴드 와인버그 저 / 송재하, 정희종 공역 / 에이콘출판사 / 2016년 02월 26일 / 원제: Weinberg on Writing: The Fieldstone Method
- 프로그래밍 북 섹션에서 저명한 제럴드 와인버그의 "작법서"(프로그래밍 책이 아니다). 나도 그의 대표적인 책을 몇 권 갖고 있는데 '프로그래밍 심리학', '컨설팅의 비밀', 'BTL(테크니컬 리더)', '대체 뭐가 문제야' 등 모두 읽으면서 배울 것이 많고 재미도 있는 것들.
- 이 책은 9년 전에 구매해놓았지만 읽지 않고 있다가 올해 1월에 인사이트에서 '와인버그에게 배우는 차곡차곡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책이 다시 출간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책장에서 발굴해 읽게 되었다. 트위터 독서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긴 하지만… "뭐, 책은 사둔 것들 중에서 읽는 거잖아요?"
-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한 그의 통찰을 이 책에서도 읽게 될거라고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대신 작가로서의 와인버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와인버그의 '자연석 기법'을 소개받다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책의 소재를 고르고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는지를 배울 수 있다.
- 나도 나름 빈번하게 쪽글을 반복적으로 쓰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자신의 글과 글쓰는 행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좋은 글은 아니더라도 부끄러운 글은 쓰지 말아야지. 그리고 선생님의 조언대로 관심없는 내용을 굳이 쓰려고 애쓰지 않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 2025-04-26 - 부서지는 아이들 / 애비게일 슈라이어 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05월 02일 / 원제: Bad Therapy: Why the Kids Aren't Growing Up
- 표지가 몹시 자극적이다. 원제는 그냥 'Bad Therapy'. 공포스러운 부제인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도 국내판. 논픽션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고, 단단히 마음먹고 주의하며 읽어야 한다. '미국'의 어린이 대상 상담업계와 공교육, 양육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다.
- 저자의 논지가 다분히 미국-보수적이다. 자유와 책임, 모험심 등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많다. 미국인 양육자들의 걱정많음과 나약함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 미국 상담업계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만한 내용도 있으나 적당히 가려 읽어야 한다고 본다. 양심적이고 훌륭한 상담가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 한편으로는 네오나치나 도널드 트럼프 지지 백인우월주의 집단 같은 극우에 빠지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상황에 대한 통찰 등이 인상깊기도 했다. 어린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 반면 윤리적으로는 방임한 어른들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 한국에서도 진보성향 부모에게 양육되었지만 극우 집단의 논리와 주장에 이끌리는 청소년들이 있다. 페미니즘은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윤리적 가치라고 믿어온 우리 세대와는 달리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아이들도 있다. 무언가 너무나 많은 가치의 혼란이 육아를 두고 휘몰아치는 느낌이다.
- 2025-04-30 - 모두의 딥러닝(개정 4판) / 조태호 (지은이)/ 길벗 / 2025-04-30
- 산수 수준의 기초 수학부터 차근히 짚어주고, 인공지능의 대략적인 역사 흐름을 소개해주면서 중요한 핵심 개념들을 쉽게쉽게 알려준다. 그러면서 케라스에 슬쩍 입문시켜 주는 구성이다. 똘똘한 학생이라면 10대 청소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는 느낌의 재미있고 유익한 책.
- 초보자의 흥미를 돋구기 위한 재미있는 예제가 많다. 당뇨병 예측, 주택가격 예측, MRI 검사 결과로 치매 환자 예측도 있고, ChatGPT의 근간이 되는 자연어 처리 예제도 있다. (저자인 조태호님이 인디애나 대학 의과대학 교수여서 그런지 예제들이 의학과 관련된 것들이 종종 나온다.)
- 책에 수록되어 있는 코드는 설정값을 문제를 풀기 위해 절차식으로 표현한 정도이고, 주로 라이브러리 함수나 상수를 가져다 쓰는 정도. 그래서 예제를 따라하기는 어렵지 않다. 입문서이고, 코딩 자체의 난이도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론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구성을 한 듯.
- 2025-05-01 - 랭체인으로 RAG 개발하기: VectorRAG & GraphRAG / 서지영 저 / 길벗 / 2025년 04월 25일
- 저자인 서지영님은 마이크로소프트 AI 스페셜리스트라고 한다. 책은 이론 설명과 코드 실습 이렇게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주 금요일(4월 25일)에 초판이 나왔기 때문에 비교적 최신 정보도 수록되어 있음.
- RAG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으로 기초 개념은 익힌 것 같다. OpenAI나 DeepSeek에 대한 내용(설계 큰 그림, 간단한 역사, 사회적 영향 등)은 여러 인공지능 뉴스를 지속적으로 팔로우하는 사람이 아니면 꿰고 있기 어려운데 잘 모르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봐도 괜찮을듯.
- 책은 300페이지 정도로 꽤나 얇은 편이다. 실습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어려운 종류의 코드를 따라치는 수준은 아니다.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분위기를 보는 정도라 할 수 있겠다.
- 2025-05-06 - 종의 기원 / 찰스 로버트 다윈 저/장대익 역/최재천, 강호정, 김성한 기획 외 3명 정보 더 보기/감추기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07월 31일 / 원제: On the Origin of Species
- 너무나 중요한 19세기 과학 고전을 이제서야 읽었다. 지구생물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 감격스럽다. 몇년 전에 갈릴레오의 '대화'와 '새로운 두 과학'을 읽고 나서 곧바로 읽으려고 했는데.. 뭐 몇 년이나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읽은 게 어딘가 싶고.
- 번역이 매우 까다로웠다고 하던데 그 덕분인지 독서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찰스 다윈은 논리적 구조로 챕터를 구성해놨고, 결론을 향해 근거와 주장을 쌓아가는 책이기 때문에 진화론을 이미 알고 있는 21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과학 고전인데도) 책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 전반적으로 찰스 다윈이 직접 수집했거나 다른 학자들에게 들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주장을 정립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유럽과 그 바깥 지역의 다양한 식물, 조류, 육상동물들의 구조와 발생, 습성, 본능 등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한국어판도 650페이지에 이른다.
- 비둘기 이야기가 엄청 많다는 소문이 있던데, 생각보다 그리 많진 않았다. 처음에 좀 나오고, 이후로는 공중제비 비둘기라던가 몇몇 비둘기에 대한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오는 정도. 엥 요거밖에 안 되는데 비둘기 이야기 대체 언제까지 나오냐고 불평할 정도란 말인가… 하는 생각을 읽으면서 했다.
- 이미 결론을 아는 책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책이 저술된 19세기 중반의 영국 사람이라 열심히 상상하며 읽으려 노력을 했다. 현대인에게 진화론은 당연한 상식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겐 너무나 충격적이고 놀라운, 엄청난 공포심까지 드는 세계관을 뒤집어놓는 이야기였을 것.
- 2025-05-11 - 눈먼 시계공 / 리처드 도킨스 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08월 09일 / 원제: The Blind Watchmaker
- 리처드 도킨스의 창조론 비판 + 다윈 진화론 변호.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면서 재밌게까지 쓰니 그의 다른 책들도 챙겨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음. 눈(eye)의 진화와 반향 위치 측정법 이야기는 너무 재밌어서 자는동안 꿈도 꾸었다.
- 여러 챕터가 두루 재밌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바이오모프 진화를 보여준 '바이오모프의 나라'. 똑똑한 과학자가 1986년에 컴퓨터를 사용해 생각을 전개한 방식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고보니 리처드 도킨스는 1986년 당시에 이미 20년간 프로그래밍을 한 상태였다고.
- 진화를 생각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시간의 단위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1만년도 짧음), 상당히 스케일이 큰 이야기가 잔뜩 나오고, 스케일을 통해 생각하는 문제도 많이 나온다. 그 중 좀 재미있었던 것 하나는 6장에서 나왔던 인간의 위험판단이 인간의 수명에 바인딩된다는 이야기.
- 2025-05-13 - 도쿄 하이드어웨이 / 후루우치 가즈에 (지은이) / 민경욱 (옮긴이) / 인플루엔셜(주) / 2025-05-07
- 동 작가의 7편의 연작소설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적절히 주변 인물이며, 그들 중 몇 명은 서로 같은 회사를 다닌다. 2022~2023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등장 인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상황의 일본 사회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라는 게 좀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은 마스크를 쓰듯 마음을 닫고 있다가, 자신만의 은신처라 할만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점차 다른 주인공들과 교류하며 스스로를 치유해간다. 마치 코로나가 창궐했다 종결해가는 과정처럼.
- 심각한 내용의 소설이나 논픽션은 아니지만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등장해 서로에게 조금씩 영향을 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전망 좋은 방’은 읽으면서 조금 놀랐고, (지브리의 바람이 분다 생각이 났다) 일본인들의 가족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 2025-05-24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도널드 케이건 저/허승일 역 / 까치(까치글방) / 2006년 09월 15일
- 기대 이상의 대작. 재미도 상당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그저 BC5세기 경의 그리스 전쟁이고 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많이 대립했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운 기분이다.
-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아테네. 최초의 민주정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피비린내 없고 세련된 정치행위가 가능한 사회인줄은 몰랐다. 표를 얻기 위한 연설, 공약, 권력을 분산하는 민주정의 보존이라는 명분이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어서 아테네가 나올 때마다 이게 기원전이 맞나 싶을 정도.
- 한편으로는 각종 영화나 게임 등에서 자주 등장하곤 하는 스파르타인들의 사회와 생활상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산아선별은 유명하지만.. 부의 집중적 되물림을 위해 자녀를 매우 적게 낳았고, 토지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걸 읽고 이 이건 한국인이랑 닮았잖아 하는 생각도 했다.
- 전쟁 이후의 보복이나 상벌에 대한 양상도 잔인성이 적어 신기했다. 아니 애초에 ‘모든 그리스인의 자유’라는 가치를 전쟁의 명분으로 삼고 있었다는 게 현대인으로서 놀라울 따름. 왕에 대한 충성이나 황제의 영향력 회복이 명분이 아니었다고?
- 그리스의 제갈량 페리클레스(…), 이름부터 승리의 여신이 들어가는 니키아스, 레전드 배신 전문가 알키비아데스 같은 인물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좋았다. 후후… 몇 권 다른 책 읽다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읽어야지.
- 2025-05-25 - 나는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 / 배종빈 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05월 14일
- 정신건강전문의가 쓴 책으로 진료/임상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무기력,중독 등에 대해 실천하기 좋은 방법을 제안한다. 중독이라 해도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겪는 유튜브 중독, 공부 미루기, 지루한 일상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 생각해볼 지점이 많았음.
- 무기력이나 중독이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극복하는 과정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좋았다. 책 막바지에는 정신이 아니라 신체적인 문제가 우울증처럼 보이는 경우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것이 좋았음. 신체적 문제라면 병원에 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될 테니까.
- 책이 두껍지 않고 읽기 좋게 큼직한 서체로 구성되어 있다. 책 구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매우 무기력하거나 유튜브 중독에 빠진 사람이라면 복잡한 뇌과학 책을 끝까지 읽지 어렵겠지.. 소중한 친구나 유튜브에 빠진 부모님(…) 등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
- 2025-05-28 - 신들의 계보 / 헤시오도스 저/천병희 역 / 숲 / 2009년 09월 15일
- 2700년(얼마나 엄청난 시간인가?)이 넘은 그리스 고전을 한국어로 읽는 감동. 이런 책을 읽을 땐 최대한 나도 아주 오래전… 몇 천년 전의 헬라스인이 되었다고 상상하면서 정말로 제우스나 아테네를 믿는다고 상상하면서 읽는다.
- 책 읽는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너무나도 풍부한 주석에 눈이 위아래로 멈출 틈 없이 바쁘게 읽어야 했다. 책 막바지에 있는 신들과 그리스 신화 주요 인물들의 가계도표는 30개나 되어서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오 하며 읽을 수 있다. 두고두고 펼쳐볼 수 있는 대작 번역본.
- 2025-06-09 -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 찰스 P. 킨들버거 (지은이),주경철 (옮긴이) / 까치 / 2004-12-24 / 원제: World Economic Primacy: 1950 to 1990 (1996년)
- 엄청나게 밀도있고 재미있는 세계 경제사 책.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세계 1등 경제국가’들의 흥망을 다루며,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마도) 현재 세계 1등 경제국인 미국은 앞으로도 1등을 유지할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의 경제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것 같다.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국가는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기회가 된다면 이 나라들의 경제사와 관련된 책들도 찾아 읽어보면 재밌겠다.
- 참고문헌이 많은 책들이 늘 그러하듯, 이 책도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독서를 굉장히 자극한다. 각 국가들의 과거에 대해 강한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점들도 읽는 맛을 돋구는 포인트였음. 다른 역사책들과 함께 읽으면 즐거울 듯.
- 2025-06-12 - 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 / 스콧 시게오카 (지은이),이윤정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5-06-11 / 원제: Seek: How Curiosity Can Transform Your Life and Change the World
- 적극적인 호기심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방법, 나아가 주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가는 과정과 노력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호기심은 자연이나 과학에 대한 것이 아니라 순수히 사람에 대한 것.
- 저자는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분열된 세상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 중의 하나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스스로의 편견을 깨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려는 저자의 노력도 인상적이다. 자신과 정치색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트럼프 지지자) 무리에 들어가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 평생 만나는 수많은 타인들을 쉽게 단정짓고 평가하고 간단히 차단해 버리는 현대인의 삶.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판단이나 평가가 아니라 경청과 관조일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마음속에서 인류애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소중한 마음의 씨앗을 심어준 책 같다.
- 2025-06-17 -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레이 커즈와일 (지은이),이충호 (옮긴이),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06-13 / 원제: The Singularity Is Nearer
-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신작. 2040년 무렵의 근미래를 예측한다. 기술중심의 낙천가들이 주위에 널려있긴 하지만 커즈와일의 관점이 흥미로운 점은 인류의 진보가 돈과 기술에만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AI와 로봇을 말하는 동시에 아동노동의 감소도 이야기하고,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확산, 건강과 복지의 증진 등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짚어준다. 특히 좋은 뉴스는 뉴스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 실제로 세상은 진보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라는 다독임이 느껴져 좋았다.
- 책의 핵심 키워드라면 AI. 그리고 기술을 통해 더욱 향상될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지능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노머신 이야기. SF소설 등에서 읽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손에 와닿는 느낌이어서 깜짝 놀랐다. 정말 이정도까지 연구가 되어 있다고? 앞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 책을 읽기 전에 기술에 지나치게 낙관하는 입장이 아닐까 살짝 걱정했던 것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세상에 기술을 갖고 있는 나만 부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가난해지길 바라는 자칭 예언자 욕심쟁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책을 읽는 내내 미래에 대한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설렐 수 있어 좋았다.
- 2025-06-24 - 빅 사이클 / 레이 달리오 저/조용빈 역 / 한빛비즈 / 2025년 06월 03일 / 원제: HOW COUNTRIES GO BROKE: THE BIG CYCLE
- 앞부분은 좀 어려운데, 뒤로갈수록 점점 재밌어지다가 제일 재밌는 지점에서 딱 마무리하는 기가막힌 책. 레이 달리오는 경제-역사를 열심히 공부했고, 역사가 반복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으며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역사 이야기가 엄청 재밌다.
- 2부(중앙정부,중앙은행의 파산 시나리오)는 좀 호러스러운 재미가 있는데, 3부(1865년부터 1990년 이후까지의 세계)가 정말 끝내주게 재밌다. 특히 미국/중국/일본의 역사를 국가부채의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이렇게 설명하는 책을 거의 못 봤어서(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일듯) 재미가 상당했다.
- 읽으면서 좀 놀랐던 것은 레이 달리오가 1980년대부터 중국을 방문해 왔고, 중국의 지도층을 꾸준히 만나온 경험 중심의 중국통이라는 것. 레이 달리오가 작성한 중국의 최근 100년 역사 다이제스트는 상식적 수준의 국제정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좋은 요약정보라 생각한다.
- 한편으로는 일본의 경제 역사 100년을 다룬 섹션도 상당히 볼만 했음. 1차대전 전후, 2차대전 전후는 물론이고 한국전쟁과 버블경제를 거쳐, 일본의 장기불황을 국가부채와 엔화환율 중심으로 설명하는데 재미없을 수가… 읽는 내내 너무나 유익했다.
- 2025-07-01 - 리스크 테이커 / 네이트 실버 저/김고명 역 / 더퀘스트 / 2025년 07월 10일 / 원제: On the Edge: The Art of Risking Everything
- 도박, 스타트업, 인공지능 등을 소재로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포커, 스포츠베팅 이야기는 원초적인 재미가 있고, 창업자들 이야기는 피터 틸이나 SBF등 유명인들과 직접 대화한 내용이 있어 살짝 뜨악스럽고 생생하다.
- 위험감수자가 소재이길래 생존자편향을 염두에 두고 읽지 않으면 오독할 가능성이 있는.. '성공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종류의 책'인가? 했는데.. 읽어보니 조금 다르더라. 이 책에서는 성공보다 p(멸망)을 중요하게 다룬다.
- 책 앞부분에선 와 도박 이야기 재밌네 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어쩌면 인류는 그 이전에 없었던 위험을 직접 만들고 컨트롤하는 것을 점점 레벨 높여 반복하다 스스로 멸망할 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 즉 리스크테이커 = 인류.
- 약 50페이지 가량의 사전식 용어해설 부록이 만족스러운 편. 1부의 포커 이야기는 너무 재밌어서 앞으로도 한동안은 종종 펼쳐볼 것 같다.
- 2025-07-04 - 천재 로봇공학자 다니엘라 루스의 MIT 로봇 수업 / 다니엘라 루스, 그레고리 몬 저/김성훈 역 / 김영사 / 2025년 06월 18일
- 로봇에 대한 꿈과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에세이. 로봇은 영화/소설을 넘어 이제 투자자들도 언급하는 소재가 되었지만 대부분 간접적인 이야기여서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이 책은 '실제로 로봇을 만드는 로봇 과학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 실제 업계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종류의 - 현실에 존재하고, 앞으로 세상에 소개될 다양한 로봇들을 알게 되어 좋았다. 건물 로봇, 먹을 수 있는 로봇, 서로 모여서 합체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세포 로봇, 수술 로봇 등등… 로봇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좀 더 구체적인 상을 얻게 되었음.
- 참, 저자의 어린시절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공산주의국가에서 기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컴퓨터와 로봇을 공부한 내용이 짧게 짧게 조금씩 나오는데 대단한 저력을 가진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25-07-06 - 끝까지 해내는 뇌 / 카이라 보비넷 저/유지연 역 / 갤리온 / 2025년 07월 04일 / 원제: Unstoppable Brain
- 사람들이 바람직한 행동과 습관을 반복하는 것을 포기하고 부정적인 상황에 머무르는 문제를 분석하고 실천방안을 제안하는 책. 이 책의 키워드는 크게 2가지인데 인간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뇌 조직 '하베눌라'와, '반복'이라 할 수 있겠다.
- 습관이 생성되는 메커니즘이나, 실패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흐름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저자는 특히 체중조절, 건강습관과 관련된 현대적 마케팅이 사람들의 하베눌라를 자극하는 결과를 유도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으며, 그러한 마케팅을 무시하거나 이겨낼 수 있는 조언에 힘을 기울인다.
-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망했네' '망했어요' 같은 농담 섞인 말들이 인터넷이건 실생활이건 말하고, 듣게 되는데 이러한 언어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망했다/안망했다고 생각하는 흑백논리야말로 하베눌라를 자극하는 사고방식이라는 것.
- 세상살이를 시도/실험으로 생각하고 목표한 게 좀 안 되어도 '망했다' 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일 다시 하면되지 뭐' 같이 생각하는 것이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부정적인 행동양식을 제거해가는 한 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 어찌보면 흔한 결론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전에는 잘 몰랐던 뇌 조직 '하베눌라'에 대한 이해를 얻은 상태에서 읽으니 색다르게 이해가 잘 되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 맥가이버 이야기도 좋았음. 그래..! 맥가이버처럼 살아보자.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 2025-07-07 - 청와대 사람들 / 강승지 저 / 페이지2북스 / 2025년 07월 09일
- 2019년부터 청와대 비서실에서 일하신 강승지님의 책. 청와대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청와대인들의 섬세함과 책임감, 과묵함이 돋보이고, 특히 저자의 '청와대에 대한 그리움'이 인상적이다. 읽는 나까지 눈물이 글썽일 때가 있었다.
- 직장인으로서 공감한 내용도 있고, 신기한 직장에 대한 이야기라 오 하며 놀란 내용도 있다. 도서관이야기라던가 국기를 다림질하는 이야기에서는 숭고함도 느꼈다. 30년이나 된 공용비품 우산은 감동적이기도 했는데, 아마 내가 절약을 강조하던 예전 한국을 그리워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2025-07-10 -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 브루노 야시엔스키 저/정보라 역 / 김영사 / 2025년 05월 26일 / 원제: Palę Paryż
- 옛날이었으면 국내에 출판되지 못했을(희귀하고 좋은 소설이란 뜻) 가상역사 소설. 독자의 심장과 영혼을 활활 불태운다(읽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면 꿈 속의 파리까지 활활 불타고 있다). 짧긴 하지만 1부에서 좀 적응이 필요한데 2부부터 엄청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 판데믹이 발생한 파리에서 수많은 죽어가는 와중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가상) 역사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났던건 대학시절 공부했던 사회주의 이행 이론과.. 천년왕국 운동,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2권).
- 소설의 배경은 1차대전 이후의 세계로, 러시아에서는 공산혁명이 성공했고 중국은 열강의 침략을 받고 있는 등 몹시 걱정스럽고 혼란스럽지만 21세기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몇 가지 결말을 알고 있기에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기가 어렵지 않다. 강렬한 상황극, 대사들이 있어, 낭독을 해봐도 좋았다.
- 주인공은 여럿인데 하나하나가 몹시 인상적이라 쉽게 잊을 것 같지가 않다. 판창퀘이와 아치볼드, 솔로민 형제 이야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듯.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중국인 판창퀘이.
- 2025-07-11 - 돈, 피, 혁명 / 조지 쿠퍼 저/송경모 감수 / 유아이북스 / 2015년 03월 30일 / 원제: Money, Blood and Revolution
-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 프레임으로 각 경제학 사조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특이한 책. 그래서 책 앞부분은 과학 이야기가 잔뜩나오고, 중반부터 경제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다윈 진화론이나 혈액순환, 대륙이동설 같은 이야기를 예시로 드는 특이한 재미가 있다.
- 리버테리안과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해 다양한 경제학 이론을 비판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는 편이고, 저자의 단어선택들이 괜찮은 편이어서 책이 술술 읽힌다. 다만 다루는 주제가 수많은 경제학 사조라서 상당히 광범위한데 비해, 책이 좀 얇다(얇은 건 많은 사람들에겐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 2025-07-16 -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벤 앰브리지 저/이지민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7월 14일 / 원제: The Stories of Your Life: The Eight Stories That Explain the World Around Us
- 8가지 마스터플롯을 소개하고, 관련된 영화/소설,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 등을 살펴보는 책. 살짝 스토리텔링 분석서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러한 서사를 통해 뉴스와 정치,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하고 삶에도 적용해보는것을 권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 각 챕터별로 꼭 딸려 나오는 공통 소단원들이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특히 2가지가 좋았는데 ‘픽션보다 기이한’에서는 실제 사건들을 소개하며, ‘이야기 뒤에 숨은 과학’에서는 관련 사건들의 이해를 돕는 심리학적, 과학적 사실들을 살펴본다.
- 신화 이야기 많이 나오고, 옛날 헐리우드 영화도 많이 나오고(고스트 버스터즈,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등), 심리학 이야기, 도널드 트럼프나 보리스 존슨 이야기, 기후위기 이야기가 잔뜩 섞여 있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아 잘 읽었다.
- 2025-07-20 - 리스크 판단력 / 존 코츠 저/문수민 역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05월 24일 / 원제: The Hour Between Dog and Wolf: How Risk Taking Transforms Us, Body and Mind by John Coates
- 얼마 전에 읽은 '리스크 테이커'의 저자가 이 책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 포커와 전혀 상관이 없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커 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책 소개를 읽고 어떻게 안 읽을 수 있단 말인가?
- 경제학자이자 생리학자인 저자가 금융 트레이더의 신체적 상태 변화를 분석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몇천만달러의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의 호르몬의 변화라던가… 하는 것들을 굉장히 상세하게, 금융 트레이더라는 존재를 실험동물처럼 대상화하고 설명하는 점이 매우 재미있다.
- '리스크 테이커'의 저자인 네이트 실버가 왜 최고의 포커 책이라고 했는지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 리스크를 감당하는 스트레스를 마주하고 극복하면서 동시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을 분석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절판된 책이다. 책을 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이 책의 결말부에서 이야기하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고 좋은 판단을 하는 강인한 신경계를 만드는 방법을 여기에 간단하게 써본다.
- 운동하자
- 찬물로 샤워하자
- 생각해보면 많은 사무직 직장인들이 금융 트레이더와 비슷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지 않나 싶다. 리스크의 형태나 규모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오피스에서 앉아서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거고, 그런 상황에서 계속 좋은 판단을 내려야 하니까. 읽으면서 너무 좋았다.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
- 2025-07-21 - #100일챌린지 / 오츠카 아미 저/류두진 역 / 인사이트(insight) / 2025년 07월 21일 / 원제: #100日チャレンジ
- 원제는 #100日チャレンジ . 트위터 사용자인 @AmiOtsuka_SE 님의 책이다. 평범한 대학생인 저자가 Chat GPT를 사용해 100일간 작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도전을 하며 프로그래머로 눈부신 성장을 해나가는 이야기. 프로그래머로서 읽기에도 스스로의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책이었다.
- 나도 예전엔 작은 프로그램들을 반복해 만들고 계속 실수하면서 공부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났다. 하지만 요즘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그렇게 삽질할 것 없이 AI라는 조수/조언자가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실력을 키워갈 수 있겠지. 요즘 시대에 맞는 거의 이상적인 성장 스토리였다.
- 한편 책에서는 많은 공이 Chat GPT로 돌려지고 있지만, AI가 도와준다고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자의 실행력과 자기 인식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프로그래밍 공부는 완성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이 분은 그걸 100일간 100번이나 해낸 것이다.
- 이토 교수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 제일 기뻐한 것은 전설의 포켓몬 같은 저자가 수업에 출석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 이토 교수님이 아니었을까 ㅎㅎ
- 100일간의 도전으로 타 지역 발표, 외국 발표, 논문까지 쓰고 직업까지 얻는 내용이 대단하지만 진짜로 대단한 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끈기있게 100일간 밀고 나갔다는 것. 자신의 게으름을 자신의 역량으로 끌고 갔다는 것.
- 내가 좋아하는 래리 월의 말을 인용하고 독후감을 마치자.
- "Most of you are familiar with the virtues of a programmer. There are three, of course: laziness, impatience, and hubris."
- 2025-07-23 - 위로하는 심리학 / 장근영 저 / 빅피시 / 2025년 07월 09일
-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소개하고, 실천하기 좋은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각 문제에 대해 목차가 잘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궁금한 심리 문제에 대해 궁금한 곳부터 펼쳐보기 좋게 되어 있다.
-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역시 아는 것이 힘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론이나 실험이 소개된 페이지 사이 사이 불편함을 느낀 타인이나, 사회적 공간 등에 대해서도 되짚어볼 수 있는 모먼트가 있어 좋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나 스스로에게 거짓말하는 일들의 구조를 더 자세히 아는 일.
- 책이 두껍지 않고, 문체도 친절해서 깔끔하게 읽었다. 한편, 잘 모르는 분야라 그런지 몰라도 쿠르트 레빈의 장 이론은 좀 신선했다. 다음에 그의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음.
- 2025-07-24 - 객체지향 시스템 디자인 원칙 / 마우리시오 아니체 (지은이),오현석 (옮긴이) / 길벗 / 2025-06-25 / 원제: Simple Object Oriented Design
- 객체지향을 핵심에 두고 단순하고 유지보수성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초보 개발자라면 목차만 읽어봐도 배울 것들이 있겠다. 전체 190페이지로 프로그래밍 책 치고는 얇은 편(단순성을 강조하는 책의 철학과 분량이 일치하는 느낌ㅎㅎ).
- 수록된 소스코드는 각 챕터별 주제를 이해시키기 위한 간단한 예제들이니 소스코드 등장시 눈에 힘을 주고 읽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구매해뒀던 객체지향 책들이 너무 무거워서 시도를 못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참, John Ousterhout의 책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철학'을 종종 언급하던데 책의 내용이 좋다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책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만 안타깝게도 해당 책은 한국어로 번역된 적이 없는 것 같다.
- 2025-07-29 - 현명한 개입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그레고리 월튼 저/고현석 역 / 더퀘스트 / 2025년 07월 31일 / 원제: Ordinary Magic: The Science of How We Can Achieve Big Change with Small Acts
- 정신적 하강 소용돌이에 빠진 이들을 돕는 심리학적 기법 '현명한 개입'을 소개하는 책. 심리학을 통해 현실의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저자의 강한 신념이 상당히 훌륭해서 읽으며 여러차례 감탄했다. 주제의 특성상 학교에서 학생을 돕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 현명한 개입의 개념은 한국어식으로 풀자면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와 비슷한 느낌. 설명이 좀 어렵긴 한데 우울과 좌절이 서로를 불러대 계속 땅을 파고 들어가는 루프를 겪고 있는 학생이나 친구, 연인등에게 최소한의 적절한 개입으로 상황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우아한 기법을 말한다.
- 하지만 기법을 만병통치나 마법적인 무언가로 과장하지는 않고(책의 앞 부분에서 오해받지 않기 위해 꽤나 강조한다) 매우 사려깊은 마음으로 상황에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교육 환경에서의 인종차별 해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도 이제 중요한 문제라 상당히 읽어볼만하다.
- 책을 읽으며 '소속감'과 '잘못된 고정관념'이 한 사람의 중요한 시기(어린시절)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려깊은 접근과 적절한 훈련으로 어떤 사람은 느껴본 적 없던 소속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달성할 수 없을 거라고 여긴 목표를 떠올리게 된다.
- 누구나 말실수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고정관념이 고정관념인줄도 모르고 살아기기도 하는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좀 더 돌아볼 수 있는 책인 것 같기도 하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책. 사춘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면 꼭 다시 읽어봐야지.
- 2025-07-30 - 목숨을 팝니다 / 미시마 유키오 (지은이),최혜수 (옮긴이)/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08-01 / 원제: 命賣ります
- 어느날 갑자기 인생과 사회생활에 부조리함을 느낀 주인공이 자살에 실패하고 나서 자신의 목숨을 팔겠다고 광고를 하면서 이상한 사건들에 휘말리는 내용. 주인공이 의도치 않게 비밀조직, 흡혈귀, 첩보 암호 등에 휘말리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
-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괴이한 사건을 즐기며 가벼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지만, 소설 마지막에 오! 하는 반전이 있다. 주인공의 적대자로 등장하는 조직이나 다양한 인물들을 놓고 잘 관찰해보면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여기는 '고정관념'들이 그들의 행동원리라는 것이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
- 미시마 유키오를 서브컬쳐 소설가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읽으면서 현대 서브컬쳐의 클리셰가 된 몇몇 장면들이 보이기도 했다(이 소설은 1968년에 씌어졌다). 삶의 부조리함이나 단조로움에 견디지 못해 목숨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니 그로 인해 인생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바뀐다던가.
- 사실 삶에 미련이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을 뿐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주인공을, 비밀조직이 강자로 착각하는 모습 등등(원펀맨의 킹 생각이 남). 한 편의 만화책 같으면서도 현대인의 소속감에 대한 통찰이나 틀에 박힌 삶에 대한 비판이 마음에 들었다. 후끈한 여름에 읽기 딱 좋았다.
- 2025-08-01 - 케이브 오브 본즈 / 리 버거, 존 호크스 저/김정아 역 / 알레 / 2025년 07월 31일 / 원제: CAVE OF BONES
- 아직까지는 생소한 이름인 'Homo naledi'를 라이징 스타 동굴에서 발견하는 과정(동굴 탐험)을 다큐멘터리처럼 엮은 책. 책의 저자는 실제로 호모 날레디를 발견한 두 학자 @leerberger 와 @johnhawks.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있다고 하니 조만간 챙겨볼 생각.
- 나는 실제로 무언가를 해내고야 만 사람들이 직접 쓴 책을 좋아한다. 이런 책들은 문장 하나 하나에서 빛이 난다. 라이징스타 동굴계에 직접 들어가서 몸이 끼어 무릎을 스스로 탈구시킬 생각까지 했다는 이야기처럼 극적인 것은 물론이고, 몇십만년 된 동굴에 처음 들어가 감격하는 장면들까지.
- 호모 날레디의 발견은 우리의 조상과 다른 인류종이 '병렬로'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주지만, 비교적 최근(2013년?)에 발견되었기 때문에 아직 주위에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점점 더 밝혀지는 연구/발견 결과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니 우리 후손들에겐 상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 책이 두껍지도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학술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지만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몇십만년 단위의 생물학 역사에 대해 무언가 배웠다는 것이 기쁘다. 게다가 또 내 종족인 인류와도 관계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걸 직접 경험한 사람이 쓴 글을 읽었다는 것이 제일 좋다.
- 2025-08-05 - 우연의 의미를 찾아서 / 폴 핼펀 저/강성주 역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07월 30일 / 원제: Synchronicity: The Epic Quest to Understand the Quantum Nature of Cause and Effect
- 고대 그리스인들의 빛의 속도 논쟁부터 현대 이론 물리학의 양자역학까지의 역사를 되짚는다. 그런데 이 책은 역사를 그냥 소개하는 게 아니라 Synchronicity(공시성; 이 책의 원제)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과정으로서의 관점에서 물리학 역사를 읽게 만든다는 점이 독특하다.
- 공시성은 인과 관계가 없는데도 연결되어 있는 사건을 표현하는 말인데, 아인슈타인까지만 해도 물리학과 관련이 없었을 이 심리학 용어가 '양자 얽힘'의 개념으로 인해 물리학적 현상까지 포섭하는 철학적 개념이 되는 과정을 읽는 것이 이 책의 재미있는 점.
- 전설적인 이론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와 역시 전설적인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공시성의 탄생을 이끈 두 사람의 일화 하나하나가 너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천재적이어서.. '김풍 요리' 같은 이상한 맛있음이 있는 책이었음.
- 웃긴 에피소드가 많아서 과학자 농담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쓰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웃긴 책은 아니고 상당히 진지한 책. 수식이 등장하거나 어려운 개념이 나오지는 않아서 양자역학까지의 이론물리 역사를 상식으로 알고 싶은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듯.
- 2025-08-08 -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 대니얼 깁스, 터리사 H. 바커 저/정지인 역 / 더퀘스트 / 2025년 08월 13일 / 원제: A Tattoo on my Brain: A Neurologist's Personal Battle against Alzheimer's Disease
- 뇌과학자이자 신경과 의사인 저자가 알츠하이머 투병을 하면서 쓴 책이다. 알츠하이머의 증상이나 예방, 원리 등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틈틈이 등장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다짐, 걱정, 인생에 대한 통찰 등이 감동적이다.
- 약물의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침착하게 서술한 문단을 읽으면서 역시 과학자답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병에 대해 잘 기록해두는 것이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고, 나아가 인류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문장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 저자는 가능한 한 젊을 때에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건강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건강식을 먹고, 운동하고, 다양한 취미활동과 사회활동을 갖고.. 최근 트위터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건강트렌드와도 잘 맞는 주제여서 이 트렌드가 오래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 2025-08-13 - 불량직업 잔혹사 / 토니 로빈슨, 데이비드 윌콕 공저 / 신두석 역 / 한숲(이른아침) / 2005년 10월 10일 / 원제: The Worst Jobs in History
- 영국의 TV쇼 The Worst Jobs in History를 책으로 펴낸 단행본. 로만브리튼부터 중세, 튜더, 스튜어트, 조지, 빅토리아 시대까지를 훑으며 해당 시대들의 다양한 최악의 직업들을 소개한다. 책의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사회 하층민들과 민중의 삶을 다루는 역사책.
- 최악의 직업들은 고되고, 더럽고, 보수가 낮고, 위험하고, 지루하기만 한 것들이 아니다… 요즘 시대의 인권 개념이 없던 과거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축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나, 성인 못지 않게 고되게 일하는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 책에 포함된 다양한 자료사진과, 의욕 넘치는 저자 양반의 직업 재현(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생각이 난다)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좀 웃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인권의 발전과 민중의 삶이 역사를 지탱해 왔음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논조가 훌륭해 읽으면서 여러 차례 감탄했다.
- 2025-08-18 - 두 개의 한국 / 돈 오버도퍼, 로버트 칼린 공저 / 이종길 역 / 길산 / 2014년 09월 30일 / 원제 : The Two Koreas
- 한국전쟁부터 2012년까지의 한반도의 역사를 미국인의 시각에서 서술한다. 읽으며 한국사의 몇몇 현장에 있었던 저자 존 오버도퍼의 행적에 놀라기도 했다. 박정희부터 이명박까지 한국 대통령에 대한 (저자의) 인터뷰, 비밀이 해제된 미국측 자료들도 참고하고 있다.
- 다만 어디까지나 미국인의 시각이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여러 나라 주요 인물들의 관점을 빈틈없이 소개하며 사건을 전개해나가기 때문에 정보량이 상당하고, 다양한 비화까지 곁들여 있어 읽는 재미가 꽤 있었다.
- 대작이라 생각한다. 좋은 자료이기도 하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역사적 문제들에 대한 여러 나라의 관점을 읽은 것은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
- 2025-08-21 - 전쟁은 어떻게 기술을 발전시켰나? / 김영서 (지은이) / 팬덤북스 / 2023-10-30
- 진짜 재밌게 읽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전쟁'은 '1차 세계대전'으로, 당시의 강대국들의 정치적 상황이 기술 대결로 이어지고, 다양한 방향으로 기술 발전이 발생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 자료사진이 많아서 볼 거리도 많다. 오늘날 최첨단을 달리는 기술들의 투박한 첫 등장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읽으면서 '이안 해리슨의 최초의 것들', 'A.J.P 테일러의 제1차 세계대전', '소련 붕괴의 순간' 같은 책들도 옆에 놓고 같이 참고했는데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이었다.
- 2025-08-23 - 디어 올리버 / 수전 배리, 올리버 색스 저/김하현 역 / 부키 / 2025년 08월 30일 / 원제: Dear Oliver
- 수전 배리와 올리버 색스가 10년간 주고받은 편지와 그와 관련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우정이 가득한 다정한 책. 생물의 감각기관과 그에 따른 감정, 장애와 비장애, 결핍과 손실에 대해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입체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포함해 다양한 감각장애에 대해 두 신경과학자가 의견을 주고받고, 정보를 나누고, 기쁨과 슬픔을 공감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와 관련된 뇌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들도 오랜시간 곱씹어볼만한 것들이었다.
- 수록된 편지들을 읽으며 두 노 학자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얼마나 다정한 사람들인지도 함께 느꼈음. 그에 따라 이런 편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 두 사람이 세상에 접하는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다. 나도 이렇게 늙어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좋겠다.
-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20년쯤 전에 대학생일 때 읽었던 것 같은데 새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그의 다른 책들도 사서 읽어야지… 수전 배리의 책들도 사서 읽어야지…
- 2025-08-23 - 트럼프 금지어 사전 / 김봉중 저 / 베르단디 / 2025년 08월 29일
- 김봉중 교수의 트럼프 금지어 사전.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에서 퇴출한 170개 단어를 설명하는 사전 형식의 책이다. 책의 부제가 ‘상식이 채워지는 시사 개념어 수업’이라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한국 사회의 코앞으로도 다가온 미국의(세계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역행들을 접할 수 있다.
- 책에 소개된 단어들을 읽다보면 위기감이 든다. 다문화, 다양성, 형평성, 불평등, 페미니즘, 젠더, 취약계층, 기후 위기와 같이 긴 역사성을 갖고 있거나 과거 사회의 문제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관련있는 것들이 많이 금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 사전형식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보다는 주위에 놓아두고 종종 펼쳐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나는 오늘 쭉 읽긴 했지만). 각 주제별로 짧은 역사나 최근 뉴스 요약을 제공하여 맥락 이해를 돕는 구성도 좋았다.
- 나름 이해하고 있는 용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것들도 있어서 바로잡는 기회도 되었다. 민주주의, 자유, 평등에 대한 신념이 있는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 후속편도 나온다고 하니 언제일진 모르지만 기대가 된다.
- 2025-08-26 -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 / 랄리타 수글라니 저/박선령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7월 25일 / 원제: High-Functioning Anxiety
- 고기능성 불안 장애(High Functioning Anxiety, HFA)를 소개하는 책. HFA를 앓는 사람들이 HFA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천 중심의 방법론도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HFA를 세상에 처음 알린 심리학자라 한다.
- HFA 진단을 받아야 HFA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만, 스스로의 완벽주의나 예민함으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제안하는 HFA를 극복하는 방법들이 꽤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마음 속 경계를 설정하는 연습이나, 땅을 파고 들어가는 자기 자신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연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습관을 버리는 훈련 같은 것도.
- 2025-08-29 - 브레인 매니지먼트 / 아키마 사나에 저/오시연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9월 01일 / 원제: 「脳マネジメント」
- 앞으로의 사회를 불확실성이 높은 ‘뷰카 사회’로 진단하고, 주체적으로 일을 하며 성장마인드셋을 갖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일본인이 쓴 책 답게 친근한 문체, 구체적인 사례, 따라하기 쉬운 실천방안 등이 장점이다.
-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미래를 사회인으로서 대응해나가는 방법에 대한 책이므로, 평소 적극성과 주체성을 갖추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기업과 직장인의 마음가짐에 초점을 맞춘 책이기 때문에 회사의 팀 서가에 두기에도 좋을 듯.
- 이 책에서는 에너지를 아끼려는 뇌의 무의식에 의해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래서 생각난 책이… [[/review/2024#book-incognito]]{'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이 책을 함께 읽어도 꽤나 좋을 것 같다는 생각.
- 책에서 언급하는 무기력에 대해서는 [[/review/2025#book-why-i-dont]]{'나는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를 함께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 2025-09-02 - 내게 없던 감각 / 수전 배리 저/김명주 역 / 김영사 / 2024년 05월 20일 / 원제: Coming to Our Senses
- 올해 읽은 최고의 책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어 몹시 기쁘다. 과학적 서술과 휴머니즘, 재미와 감동..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진하게 느껴진다.
- 장애를 과학/의료를 통해 극복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떻게 감각기관과 신경계를 통해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고 난관을 극복하는지와 관련된 삶의 오래된… 아주 오래된 문제들을 터치한다.
- 리엄과 조흐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주변 세계와 인간의 경계… 그리고 인터페이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눈과 귀로 우주를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뇌 속에 재구성된 것이다. 보고 듣는 것은 보고 들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탐험하고 학습한 결과이고..
-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 뇌를 갖고 있는 생물에게 학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과학책으로서도 아주 훌륭한 책이었음.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인간의 뇌와 인류의 노력에 대해서도 감동을 느낀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읽어 몹시 기쁘다. 주위 사람에게 모두 권하고 싶다.
- 2025-09-05 - 현장에서 통하는 도메인 주도 설계 실전 가이드 / 마스다 토오루, 타나카 히사테루, 오쿠자와 토시키, 나카무라 아츠시, 나루세 마사노부 저 외 2명 정보 더 보기/감추기 / 길벗 / 2025년 08월 22일
- 가볍게 읽기 좋은 DDD 책.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에릭 에반스의 '도메인 주도 개발'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 곰곰히 읽다 보면 에릭 에반스의 DDD에 현대적인 주석을 추가하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 DDD가 나온지도 20년이 넘었으니까 이런 시도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 또는 DDD를 쉽게 설명한다는 얇은 책들만 읽고 에릭 에반스의 DDD는 안 읽어도 되겠지! 같은 생각은 곤란하다. DDD에 살짝이라도 발이 걸쳐졌다면 에릭 에반스의 책은 읽는 것이 좋다.
- 한편, 업계 베테랑의 조언들이 등장하는 것이 꽤 좋다. 다음과 같은 말들이 줄줄 나온다. "복잡한 대상을 이해하고 정리하기 위해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지, 모델을 만드는 것이 DDD의 목적이 아니다" "의심 없이 새로운 개념을 무조건 믿으면 안된다" "클린 아키텍처 그림 보고 그대로 따라하지 마라"
- 이런 말들은 상식 아닌가?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세상엔 이런 상식이 없는 개발 오피스도 꽤 많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경력이 짧거나 좋은 동료가 주위에 없다면 이런 조언들을 잘 수집해야 한다..
- 2025-09-08 - 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개빈 프레터피니 저/홍한결 역 / 김영사 / 2025년 07월 16일 / 원제: The Wavewatcher’s Companion
- 좋은 의미로 지독한(!) 책이다. 제목만 보면 바닷가에 가서 파도만 보는 내용일 것 같지만(The Wavewatcher's Companion), 수많은 관점에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wave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적 사실과 이론, 역사적 사건, 생물과 예술 등을 소개한다.
- 얼마나 지독한가 하면… 파도는 물론이고 지진, 파동, 음악-악기, 날씨-천둥번개, 교통체증, 충격파, 조류, 달팽이, 스포츠 파도타기 응원, 생물의 귀, 서핑, 지구와 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까지 동원해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파동-파도 이야기를 한다. 와 세상에 이런 덕후가…
- 책 중간중간에 실려 있는 (저자가 직접 그린 것으로 보이는) 삽화들도 볼만해서 좋았다. 그림만 보려고 종종 펼쳐보기도 할 듯. 특히 각 챕터 시작 페이지에 있는 물과 관련된 그림들은 1980년대 미스터리 소설책에 들어가는 그런 그림들 같아서 너무 좋았음.
- 2025-09-10 -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저드슨 브루어 저/최호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09월 12일 / 원제: The Craving Mind
- 다양한 종류의 중독에 빠져드는 과정을 알아보고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이론적인 방법들을 살펴보는 책. 스키너의 연구, 그리고 뇌과학이 책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저자가 도달하는 '매우 적절한' 중독 해법이 명상이라는 것.
- 뇌과학책이긴 하지만 어렵진 않다. 좋지 않은 행동이 보상을 받아 강화되는 과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 책에 등장하는 사례를 읽으면서 내 경우엔 어땠더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어 독서 자체가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을 준다는 점이 유익하다.
- 중독에 대항하는 방법을 얻고자 이 책을 읽으면 결론은 단순하다. 갈망을 조절할 것. 과한 보상을 바라지 않을 것. "명상을 할 것". 그런데 이 책은 관점을 바꾸면 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중독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의 관점에서 불교 명상으로 접근해가는 과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관점에서 읽는 게 (본격적인 동양철학책처럼 어렵지는 않으면서) 꽤 재미있는 편이고, 유익하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명상을 좀 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음. 그냥 유익한 효과가 있어서 명상을 한다가 아니라 삶의 어떤 관점을 취득할 수 있는 꽤나 가성비 있는 방법이라는 힌트.
- 2025-09-12 - 정지훈의 양자 컴퓨터 강의 / 정지훈 저 / 한빛미디어 / 2025년 08월 29일
- 양자 컴퓨터와 관련된 상식적 내용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어렵지 않게 폭넓게 보여주는 책. 양자 컴퓨터와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들과 핵심 용어들과 알고리즘, 주요 응용기술들, 관련된 기업들, 양자 컴퓨터에 영향을 받는 분야와 업계 등을 소개한다.
- 물론 읽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긴 한데 책 자체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양자 이론 자체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책은 매우 친절한 편이며, 언젠가 상식이 될 양자 컴퓨터 관련 용어들을 미리 예습하는 기분으로 읽어보면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한다.
-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는 연산능력이 대단해 현존하는 암호 체계가 위험에 빠져 꽤 오랜 세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많은 것들을 재작성하게 되겠지… 언젠가 상용화가 되더라도 Q# 같은 고급 언어가 줄줄이 나오고 고전 알고리즘과 호환되는 라이브러리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있는 정도였는데 그런 문제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특히 실제 현실의 문제들을 양자 컴퓨터로 해결해나가고 있는 사례들을 읽으면서는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 책 막바지에 보너스처럼(…이라고 하기엔 책 표지에도 언급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 기술을 투자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들도 제공하고 있다. 핵심 기업들이 어떤 것들을 연구하고 있는지 같은 정보들은 투자에 별 관심없는 나에게도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체감이 들게 했다.
- 2025-09-13 - 방구석 삼국지 기행 (위나라, 촉나라 편) / 기행장군 양양이(박창훈) 저 / 더퀘스트 / 2025년 09월 12일
- 삼국지에 등장하는 지역들을 저자가 직접 방문한 이야기를 엮은 기행문이다. 실제로 중국 현지의 꽤 많은 지역을 택시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발로 직접 탐사한 이야기가 빛이 난다(제목만 방구석이다). 흡입력이 대단해 페이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책에 수록된 컬러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가 군데군데 들어있는 것도 굉장하다(방송국이 아닌 개인이 누가 이렇게 직접 탐사하며 다닐 수 있단 말인가?). 삼국지를 좋아했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동받을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 챕터 시작 부분마다 저자가 직접 현지를 방문했을 때의 유튜브 동영상과 연결된 QR 코드가 있다. 몇 개 훑어보니 책 내용과 관련이 깊고, 댓글들도 평가가 좋은 것 같아 종종 봐보려 한다. 나는 유튜브를 지루해서 몇 분 이상은 못 보는 체질인데(너무 지루해서 보다가 졸곤 한다) 이건 좀 보고 싶다.
- 좀 찾아보니 저자분(기행장군 양양이)이 하후연의 무덤을 찾아가는 과정이 대단하다고 해서 틀어놓고 보고 있다. 중국어도 매우 잘 하시는 것 같고… 정말 열정이 대단한 분 같다.
- https://youtu.be/cObZzOlAPgY?si=BZXH8TbpL1MWOVKt
- 2025-09-16 - 빅 퓨처 / 데이비드 크리스천 저/김동규 역 / 북라이프 / 2025년 09월 15일 / 원제 : Future Stories
- 폭주 기관차를 몰고가듯 '미래'를 주제로 삼는 다양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기본 개념들을 소개한 다음, 세균 레벨의 미래 계획에서 출발하여 동물과 식물, 과거 인류의 점술, 근대, 현대를 지나, 서기 3000년, 지구의 죽음, 태양의 죽음, 우주의 '열 죽음'까지를 다룬다.
- 미래를 다루는 책 답게 기후문제와 생물종 감소 등을 중요한 위기로 다룬다. 인류가 성공적으로 '지구 관리자'에 도달하게 되면 카르다쇼프 식 문명 레벨을 점점 올려가며 우주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멸망의 위험이 있고, 윤리와 정치의 중요도가 크다는 이야기가 좋았음.
- …너무 단순하게 썼나? 아무튼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스케일이 읽는 재미가 있다. 물론 현대에서 미래를 다루는 후반부 말고도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재미있는데, 고대국가의 점성술이나 신탁의 발전사와 초자연적 존재들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들이 좋았음.
- 읽으면서 쿠르츠게작트의 미래-우주를 다루는 영상들이 종종 생각나서 즐거웠다. 그런 종류의 초 미래와 우주적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 2025-09-19 - 흙의 숨 / 유경수 저 / 김영사 / 2025년 08월 12일
- 그동안 '환경'하면 울창한 숲이나 대기/해양 오염 등을 막연히 떠올려왔는데 아주 중요한 것 - 지구 그 자체: 땅 - 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지구 여기저기를 방문하여 땅 위에 엎드려 흙과 생명을 연구하는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에 놀라움과 감동을 느낀다.
- 매우 보기 드문, 대중 과학서의 이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채 발로 뛰는 과학자가 흙과 관련된 인간의 역사와 삶, 논과 밭, 쌀, 질소고정, 비, 지렁이, 강, 탄소, 그리고 인간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 들뜬 호기심이 느껴져 함께 설레임을 느끼다가도, 환경과 생명에 대한 저자의 걱정과 우려에 덜컥 숨이 막히기도 했다. 아 그동안 흙에 대해 참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부끄럽기도 했다.
- 책을 다 읽고 여운에 빠져, 흙과 지구의 엄청난 나이를 헤아려본다. 우리 모두 언젠가 땅으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문득 기형도 시인이 중앙일보 기자일 때 썼다던 전원일기 평론이 떠올랐다. 지구는 우리의 땅이다… 우리는 고향을 떠날 수 없다.
- 올해 읽은 80권의 책들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 2025-09-20 -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 / 그레이디 힐하우스 저/윤신영 역 / 한빛미디어 / 2024년 03월 25일 / 원제: Engineering in Plain Sight
- 유튜브 채널 Practical Engineering 의 운영자인 Grady Hillhouse의 책.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프라의 공학적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림과 텍스트 비율이 50:50 이고, 그림이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 전력망, 통신, 도로, 다리, 철도, 상하수도, 댐 등에 대한 적절히 간략화된 그림과 다양한 용어에 대한 설명, 구조에 대한 공학적이면서도 친절한 설명들이 좋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모르는 것이 많았나… 싶다가도 주위의 친근한 구조/장치에 대해 몰랐던 용어를 새로 알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 한 번 보고 덮어두는 그런 책이 아니라 주위에 놓아두고 종종 펼쳐보는 식으로 읽을 때 빛이 나는 책일듯.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겠다. 초등학생에게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때를 떠올려 보면 이런 책들을 매일 밤 수백번을 펼쳐보며 외우듯 읽었던 것 같다.
- 전력망, 통신, 도로-터널-다리, 철도, 댐, 상하수도. 왜 이런 것들을 다루는 이야기가 재미있나? …를 놓고 생각해보니 모두 일종의 stream을 제어하여 인간의 삶의 수준을 증진시키고 위험을 줄이는 기술들이다. 조금 더 알아가는 즐거움. 사회 인프라가 더 잘 보이는 기분.
- 2025-09-26 - 모두를 위한 양자 컴퓨터 / 윌리엄 헐리, 플로이드 스미스 저/류정원 역 / 한빛미디어 / 2025년 01월 20일 / 원제: Quantum Computing For Dummies
- 양자 컴퓨팅에 관심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가이드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모두를 위한(for dummies)'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아주 쉬운 책은 아니다. 이 책 이전에 '정지훈의 양자 컴퓨터 강의'를 읽었던 것이 괜찮은 예습이 됐다.
- '정지훈의 양자 컴퓨터 강의'가 투자자를 포함하는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삼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쪼오오끔 더 개발자 대상. 이론/기술과 관련된 내용을 더 알아본다. pip로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설치한다던가 양자컴퓨터 SDK를 써서 '맛'을 보는 예제가 있긴 하지만 몇 페이지 정도이며 그 외에는 개발 직군이 아닌 사람도 충분히 정보를 찾아보며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당연히 CS 기본 지식이 있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각주와 역주를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주석에 포함된 URL도 꼭 웹 브라우저로 열어서 제목이라도 봐두도록 하자.
- 책의 후반에 꽤 괜찮은 챕터들이 몰려 있다. 양자 컴퓨터에 대한 다른 책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뒤부터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 14챕터부터 19챕터까지는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음… 아니다 13챕터도 포함이다.
- 조만간 양자 컴퓨터를 처음으로 제안한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 2판'도 읽어보려 한다. 1판 6장 '양자역학적 컴퓨터'를 예전에 읽다가 낙오한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길. 그래도 2판에는 '7장 40년 후의 양자 컴퓨팅'이 추가됐으니 더욱 기대되는 상태.
- 2025-10-01 - 맛의 천재 /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저/윤병언 역 / 책세상 / 2016년 06월 20일 / 원제: IL GENIO DEL GUSTO: Come il mangiare italiano ha conquistato il mondo
- 17가지 이탈리아 음식/식기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우리 부부는 매 주말마다 피자와 파스타를 먹는데,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어 기쁘고 재미있다.
- 역시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늘 먹는 것들 과 관련된 챕터들이었다. 피자와 파스타, 치즈, 그리고 커피. 아… 모짜렐라와 에스프레소 챕터는 정말 재밌었다. 그러나 와인 관련 챕터는… 내가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 그냥 교양을 쌓는 기분으로 읽었다.
- 앞으로 다양한 나라의 요리들과 관련된 책들도 종종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한밤중이네. 아 배고프다.
- 아참. 이 책의 포크 챕터가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다양한 문화사가 언급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 한편으로는 헨리 페트로스키의 [[/review/2024#book-fork-why]]{'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생각도 났다. 좋은 책이지.
- 2025-10-07 - 요즘 개발자를 위한 시스템 설계 수업 / 디렌드라 신하, 테자스 초프라 저/양문규 역 / 길벗 / 2025년 09월 26일 / 원제: System Design Guide for Software Professionals
- 이런 책들은 국내에 출간될 때마다 야금야금 모아둬야 한다. 마틴 클레프만의 DDIA(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 가상 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시리즈 등과 함께 서가에 꽂아두고 틈날 때마다 읽어야 한다.
- 책을 읽어보면 시니어를 대상 독자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역자분이 주니어들을 위한 주석을 엄청 열심히+엄청 많이 달아주셨다. 주니어라면 이 책을 앞에서부터 꼼꼼히 주석까지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시니어들은 알아서 앞부분은 건너뛰고 9장 이후부터 읽겠지만.
- 저자들이 공을 들여 만든 상세한 시퀀스 다이어그램 예제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일반적인 예제 타이핑 개발책들은 주제가 한정되어 ‘납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끝나곤 하는데(책의 한계라 어쩔 수 없음) 그에 대한 좋은 보완 내지 영양공급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실제 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거나 간단한 서버 애플리케이션만 개발해봤다면 이런 다이어그램들을 종이가 닳게 봐두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나쁘지 않은 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아무튼 이런 책은 나올 때마다 종이책으로 잘 사서 집에 둬야 한다…
- 2025-10-14 -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 2판 / 리처드 파인만 저/토니 헤이 편/서환수 역 / 한빛미디어 / 2025년 06월 25일 / 원서 : Feynman Lectures on Computation, 2nd edition
- 진한 감동을 느끼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물리학은 물론이고 생화학, 정보이론, 컴퓨터 구조, 반도체 설계까지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자신만의 관점으로 컴퓨터와 관련된 생각을 전개해나가는 리처드 파인만의 사고 흐름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 책의 앞부분은 여타 컴퓨터 공학 책과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지만, 그 이후의 흐름이 전형적이지 않다. 계산이론, 정보이론을 다루고 나서 계산의 열역학을 이야기하고.. 계산한다. 계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는 얼마인가? 그리고 하나의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물리 단위는 무엇인가?
- 당구공으로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가 하더니… 반대편 극단으로 끌고 가서 물리법칙상 만들 수 있는 엄청나게 작은 컴퓨터(원자 하나에 1비트를 저장하는 규모)를 상상하고, 그걸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
- 즉, 이 책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의 주제는 그가 강연을 했던 1980년대의 컴퓨터가 아니라 먼 미래의 컴퓨터라 할 수 있겠다. 사고의 스케일이 굉장히 크고, 시대적 한계를 무시하는 면이 있어서 견문을 엄청나게 넓힌 느낌이 들었다. 아 잘 읽었다 잘 읽었어.. 이런 책을 읽어줘야 겸손을 배운다. 이 책도 올해 최고의 책 후보에 넣어두자.
- 2025-10-19 -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해나 리치 저/연아람 역 / 부키 / 2025년 09월 29일 / 원제: Not the End of the World
- 원제는 Not the End of the World. 환경오염과 관련된 다양한 사실을 소개해주며,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아주는 책. 저자가 조사한 방대한 자료들을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다양한 그래프로 정제해 보여주는 것이 매력적이다.
- 조롱보다는 환경오염과 실제로 관계가 있는 자료에 대한 사실 확인, 그리고 그에 따른 작은 실천과 변화들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철학이 책 전반에 걸쳐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각 오염 챕터별로 마지막에 개인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대안들이 실려있어 아주 좋았다.
- 읽으면서 잘못된 환경오염 상식을 바로잡은 것도 여럿 있었고, 좀 더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도 좋았다… 세계적인 환경오염과의 전쟁이 나빠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는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소식도 읽은 것이 좋았다. 세상에 정말 필요한 것은 이런 희망일지도 모른다.
- 책에 수록된 도표나 그래프가 꽤나 이해하기 좋아서 중/고등학생에게도 충분히 권장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탄소배출량이 더 적은 생활과 식사, 환경운동과 정치의 영향에 대한 내용도 이해하기 좋게 잘 설명되어 있는 느낌.
- 2025-10-22 - 영수와 0수 / 김영탁 (지은이) / arte(아르테) / 2025-09-17
-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고, 기억 매매가 가능한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삼는 SF 소설. 기억을 사고 팔 수 있는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기억이 꼬여버린 인간/복제인간들의 서로 죽으려 하는(?) 모험이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 내에서 반전이 수시로 나와 장면장면을 공유하기 곤란했음.
- AI가 발달하고 복제인간이 있는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종류의 소설은 아니고, 좀 독특한 배경을 갖는 '기억' conflict 문제를 해결하는 스릴러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복잡해져서 관계도를 그리거나 메모하며 읽으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듯.
- 시작부분의 설정이 참 재미있는 반면, 이후에 해당 설정들이 힘을 강하게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쉽다. 자살을 바랐던 사람과 복제인간들이 다시 삶을 향해 돌아서는 과정이 시대적 배경을 구축한 기술과의 대결이 아니라 서로간의 대화와 다툼, 수수께끼를 푸는 모험이라는 점이 취향을 탈듯.
- 평소 논픽션을 주로 읽어서 그런지(…) 소설의 내용보다는 사회적인 구성 요소들, 특히 자살방지국의 디테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거기까지 기대한 건 내가 좀 과했던 것 같다. SF가 아니면 성립할 수 없는 이야기. 인간이 기억이 핵심에 있는 상태머신으로 묘사되는 것은 꽤나 섬뜩한 일이다.
- 2025-10-27 - 넥스트 씽킹 / 솔 펄머터, 존 캠벨, 로버트 매쿤 저/노승영 역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09월 22일 / 원제: Third Millennium Thinking
- 저자 중 한 명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솔 펄머터이다. 원제는 Third Millennium Thinking 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생각법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제목에서 오는 느낌과는 달리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
-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확률론적 사고법, 잡음을 구별하기, 확증편향을 판별해 회피하기, 확신도 의사표명,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 타 진영과 대화하기 등)은 정보 과잉 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필수적인 정신 스킬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스킬들을 통합하는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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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이러한 스킬들이 개인이 혼자 습득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쓰이는 것보다, 공동체가 함께 학습하고 서로 돕는 사회의 기반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따뜻한 마음에서 희망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나는 마지막 챕터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챕터라고 생각한다.
-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더 가치 있는 결과를 얻고 싶다면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회사, 학급, 동아리 등등)과 이 책을 함께 읽거나 책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인류는 협력을 통해 발전했고, 앞으로도 그것은 변함이 없을 것.
- 2025-11-02 - 우리를 찾아줘 / 제이미 그린 저/손주비 역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29일 / 원제 : THE POSSIBILITY OF LIFE
- 저자의 대단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상당한 덕력으로 지구 바깥 외계 생명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당연히) 이 책은 E.T.와 스타트렉으로 시작하며… 매 페이지마다 각기 다른 SF를 언급해 독자를 흥분하게 한다.
- 어슐러 르 귄의 소설들은 물론이고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언급될 때도 오 했지만, '솔라리스'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영화 '아바타'에 아주아주 잠깐 등장하는 동물인 Prolemuris의 겉모습을 통해 알 수 있는 판도라 행성의 동물 진화에 대해 줄줄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몹시 흥미롭고 재미있었음. 예전에 읽고 기억이 흐릿해진 SF 소설들을 떠올릴 수 있어 독서하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이슨 스피어라던가 카르다쇼프 척도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기술-개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흡족했음. 외계어에 대한 챕터도 아주 좋았다.
- 2025-11-09 -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 파리드 자카리아 저/김종수 역 / 부키 / 2025년 09월 29일 / 원제: Age of Revolutions: Progress and Backlash from 1600 to the Present
- 세계정세 전문가의 대작. 원제는 Age of Revolutions. 과거 혁명의 시대를 되돌아 보고 혁명의 기원과 그 역할을 살펴본다. 정치, 경제, 전쟁, 외교, 문화, 과학, 기술 등 다양한 각도에서 수많은 혁명의 역사적 맥락과 그 과정, 결과들을 검토한다.
- 고등학생 포함 누구에게나 추천할만 하다. (혁명이 주제인 레포트 과제를 받은 대학 학부생이라면 꼭 참고해볼 것) 여러 영역에 걸쳐 혁명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 시대를 이해해 보려 하는 책인 한편, 혼란의 근현대사를 최근까지 되짚어보므로 국제정세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볼만 하다.
- 역시 가장 흥미로운 것은 1945년 이후의 세계사에 대한 설명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다양성에 대한 저자의 올곧은 신뢰가 든든한 한편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는 마무리도 좋았다.
- 2025-11-10 - 눈치 사용 설명서 / 가와하라 레이코 저/송해영 역 / 한가한오후 / 2025년 11월 03일
- 배려와 역지사지를 중심으로 직장인에게 필요한 에티켓/마인드셋을 이야기하는 책. 신입사원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조카에게 선물해주면 괜찮겠다. 팀 서가에도 한권 쯤 있으면 어떨지. 회사 선배/상사의 입장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조언들이 많았다.
-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이런저런 팁, 고객을 험담하지 않기, 후배에게 피드백하는 방법 등도 있어서 기본이 갖춰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신입보다는 초심을 되찾는 것이 필요한 경력자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내일 출근하면… 기분 좋게 동료들에게 커피 사야지.
- 2025-11-15 - 우리가 기댄 모든 것 / 마쓰모토 도시히코, 요코미치 마코토 저/송태욱 역 / 김영사 / 2025년 09월 23일 / 원제: 酒をやめられない文学研究者とタバコをやめられない精神科医が本気で語り明かした依存症の話
- 정신과 의사와 문학박사가 서간문의 형태로 다양한 중독과 의존증, 치료에 대한 개인적/의학적/사회적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용이다. 저자들의 솔직한 고백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의존증에 대해 배우게 된 것도 많았다.
- 의존증 치료의 어려움과 복잡함에 대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들이 읽을만했다. 이런 이야기는 간접적으로만 접했고, 내 직업/업계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종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의존증이나 그 치료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사회적 고립이 의존증, 중독과 관련이 있다는 페이지에서는 편견을 바로잡을 기회도 얻었다. 다양한 중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도박 중독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삶이 조금만 달랐어도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종류의 위험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도.
- 일본 배경의 사회적 이슈나 제도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다른 나라이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 2025-11-19 - 내일을 위한 역사 / 로먼 크르즈나릭 저/조민호 역 / 더퀘스트 / 2025년 11월 25일 / 원제: History for Tomorrow
- 다양한 위기(기후위기, 극우의 득세, 세계적 불평등, AI, 문명 붕괴 등)에 대한 극복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책. 각 사안에 대한 극복을 이야기한다지만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역사적 사례를 쌓아나가는 방식이어서, 뒤로 갈수록 앞에서 읽은 내용들이 서로 호응해 시너지를 낸다.
- 인류는 서로 협력해야 하고, 지나간 역사에서 배워야 하며, 때로는 온건하지 않은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 이 책의 주제. 역사 속 근거 선별이 흥미롭고, 저자의 주장이 뚜렷해서 책의 모든 챕터가 하나의 목소리로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준다… 간만에 설레이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 저자가 AI에 대해서는 꽤나 비관적인 입장이다. 특정한 관점에선 AI가 이전보다 더더욱 (안좋은 의미의) 자본주의적 물건의 탄생이라는 것. AI에 대해 낙관적인 글만 읽는 것이 지겨웠거나,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고 싶다면 이 책의 후반부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 2025-11-23 -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 윤서진 저 / 스몰빅라이프 / 2024년 11월 11일
- 힘든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코칭해주는 다정한 책이었다. 다 읽고나서 표지를 다시 보니 책의 제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한 권 선물해주고 싶다.
- 책의 내용이 다 좋았지만 부정적인 사람에 대한 설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많이 극복하긴 했지만 나도 한때 꽤나 '부정적인 사람' 이었기 때문. 부정적인 사람의 내면에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나, 통제감 이야기가 꽤나 공감이 됐고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기 좋았다.
- 자존감을 회복하는 실천적인 팁들이 자주 나와 좋았다. 읽으면서 기록을 많이 했다. 주위 사람들이 힘들 때 뿐만 아니라 내가 힘들 때에도 이렇게 해야겠구나 싶어, 책을 거실에 두고 종종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남을 비난하고 욕하고 복수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코칭해준다는 것.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잘 돌보라고 조언해주는 면이 좋았다. 아끼는 친구에게 내가 무언가를 해주듯… 그와 같이 나 자신을 대하도록 하자…고 결심했다.
- 2025-11-27 - 극한 생존 / 알렉스 라일리 저/엄성수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03일 / 원제: Super Natural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끝내 살아남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생존 능력과 그들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 놀라움으로 독서를 시작했다가, 진한 감동을 느끼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내 생명은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느낀다.
- 완보동물의 엄청난 생존능력이야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지만, 그 외에도 이렇게 다양한 생존능력을 가진 생물이 많은 줄은 몰랐다. 반년이나 숨을 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멋쟁이거북, 먹지도 자지도 않고 휴식없이 9일이나 계속 날 수 있는 새, 방사능 저항성을 갖는 곰팡이…
- 그 중 가장 놀랍고 내 상식을 깬 것은 '슈도모나스 시링게'라는 이름의 세균이었는데, 이 세균은 무려 대기권으로 올라가서 물의 어는점을 조절해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이 능력으로 구름을 타고 수백킬로미터를 이동해서 새로운 지역의 식물 숙주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이게 만화가 아니라니.
- 아서 C. 클라크가 말했던가? 만약 실제로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온다면 지구의 물이나 광물 같은 게 아니라 우주에서 가장 희귀한 '생명체'에 가장 깊은 관심을 기울일 거라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생명이 이렇게 다양하고 삶의 방식도 다양한데 너무나 인간과 TV 속 동물의 삶만 알아왔던 건 아닐까.
- 부끄럽지만 내가 갖고 있던 환경에 대한 우려 또한 인간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치적 올바름의 균형이 망가질 것에 대한 걱정이 상당부분인 것. 이제 언젠가 인간이 지구에서 모두 사라지게 된다 하더라도, 생명은 길을 찾아 오래오래 생존할 거라는 믿음이 가슴을 채운다. 아 다행이다. 책이 고맙다.
- 2025-11-30 - 코스믹 쿼리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제임스 트레필 저/박병철 역 / 알레 / 2025년 11월 06일 / 원제: COSMIC QUERIES
-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대중 과학서. 제목이 의미심장한데, 이 책은 '답'을 알려준다기보다는 우주…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의문들을 독자에게 던진다. 과학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그와 함께 모르는 것들도 더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 책을 덮으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물론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와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코스모스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우주의 역사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고 때로는 공포심마저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고 싶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책 구석구석에 저자 @neiltyson이 옛날에 트위터에 쓴 재미있는 과학 농담들이 번역되어 실려있는데 트위터 사용자라면 원문을 찾아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을 것.
- 다양한 자료사진들이 풀컬러로 삽입되어 있고, 농담도 있고, 지구 멸망~ 태양 멸망~ 우주 멸망 이야기도 있어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재미와 코즈믹 호러를 동시에 느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2025-12-02 - 리더의 멘탈은 달라야 한다 / 사비나 나와즈 저 / 리더스북 / 2025년 12월 01일 / 원제: YOU'RE THE BOSS by Sabina Nawaz
- 상사로서의 자기관리법을 특히 심리의 측면에서 집요하게 다루는 책이다. 저자 @sabinanawaz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다년간 임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리더들을 상담하고 코칭했다고 한다. 상사의 입장이 아니라도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이 많다.
- 상사의 입장에서 읽어보면 아찔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상사의 불안감, 초조함, 압박감, 외로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에 따르는 커리어 상의 실수나 부하 직원들과의 불화 등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실천적인 방법들도 소개하고 있어 작은 팀의 팀장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도움받는 면이 있을 것.
- 한편 부하의 입장으로 읽어도 은근히 속시원한 내용이 많은데 상사들의 정신적 불안정으로 인한 다양한 실수들을 매우 디테일하게 비판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원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벗어나 상사의 입장에서도 자세히 생각해볼 기회이므로 부하 직원이라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상사들의 심리묘사가 꽤 뛰어나고,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실천방안들이 꽤나 괜찮은 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각 내용들을 트위터에 공유한 내용들이 리트윗이나 인용을 꽤 탔다. 특히 '여러 가능성 찾기 게임'의 경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심리적 도구라고 생각한다.
2025년에 읽은 만화책 목록
- 2025-01-29 - 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 / 조진호 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24일
- 조진호 님의 익스프레스 시리즈 최신작으로, 이번 책은 독특하게 국내의 어느 제약회사의 제안을 통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3가지 항암제와 1가지 결핵 치료제, 이렇게 4종류의 신약의 작동원리와 개발과정을 다룬다.
- 중력, 원자, 진화, 유전체 등을 다루던 이전 책들은 그래도 읽으면서 꽤 많은 부분을 이해하며 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책은 정말 어렵다… 60%나 이해했나 모르겠음. 하지만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 2025-02-02 -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 반-바지. 글그림 / 김영사 / 2024년 12월 04일
- 말이 필요한가? 내일 또 읽을 것이다.
- 2025-03-09 -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 / 하워드 진 저 / 다른 / 2013년 09월 25일 / 원제: A People's History of American Empire
- 현대인이라면 미국을 몰라선 곤란하지. 시대를 살아남고 자신만의 주관을 갖기 위해서는 미국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두운 면을 다룬다. 책을 관통하는 관점이라면 제국주의라 할 수 있겠다.
- 만화책 특성상 흐름이 빠르고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으나 메시지는 강렬하다. 미국은.. 말하자면 [[/review/2023#book-starship-troopers]]{'스타쉽 트루퍼스'}에 등장하는 인류와 흡사하다. 강력하고, 정복해왔고, 정복중이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미국이 우방국이라는 안도감과 그들의 배타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 2차대전중 복무중이었던 하워드 진(저자)이 만났다는 B-17기 사격수의 말이 이 책의 핵심이다. "영국 미국 소련 모두 다 썩어 빠진 나라들이야. 그들은 히틀러주의를 도덕적으로 우려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세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어할 뿐이지. 이건 제국주의 전쟁이야"
- 2025-10-06 - 체인소 맨 1~19 / 후지모토 타츠키 글,그림 / 학산문화사/DCW 출판 / 리디북스에서 구매
- 2025-10-30 - 퀀텀 - 만화로 배우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 로랑 셰페르 글그림/이정은 역 / 한빛비즈 / 2020년 02월 25일
-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역사와 개념을 만화로 이야기한다. 요즘 관심이 생긴 양자컴퓨터와 관련 있는 책들을 꾸준히 읽으려 하는데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아 즐겁게 읽었네. 이런 종류의 과학 만화들을 좋아해서 가능한 한 많이 모으고 싶어하는 편.
2025년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목록
- 2025-03-01 - 미키17
- 2025-07-13 - 슈퍼맨
- 2025-08-02 - F1 더 무비
- 2025-10-04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2025-10-06 - 어쩔 수가 없다
- 2025-10-07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