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2 화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을 여럿 언급하고 무언가를 굉장히 재미있게 설명하는데, 참고문헌에 그 철학자가 직접 쓴 문헌이 없는 글은 굉장히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이런 글은 어느 정도 센스있고 관련 독서량이 많은 사람은 충분히 창작할 수 있지만 글쓴이 자신도 위화감을 못 느낄 수도있다.

철학과 학생들이 수업에서 발표할 때 가장 많이 깨지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경우. 칸트에 대해 칸트 아닌 사람이 쓴 글 또는 그 글을 읽은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칸트 페이퍼를 적는다? 이런걸 용인해주는 다른 학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철학과에서는 와장창 깨지게 된다.

특히 다른 분야에서 철학자를 언급하는 게 조심스러운 이유는, 어떤 철학 연구는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적절한 열을 가해 구부려서 뭐든지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은 '특정 주제를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론'으로 포장할 수 있다.

헤겔,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같은 철학자들 이름을 끌어대며 탈 것, 실내조명은 물론이고 심지어 주식거래나 암호화폐 알고리즘까지 이것이 철학 이론을 토대로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몇 개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2024-01-03 수

6년 전에 만들어서 아직도 잘 쓰고 있는 하찮지만 내 손에는 익은 유용한 도구, fav의 버전을 오늘 2.0.3 으로 올렸다.

마지막으로 고친 게 2020년이었는데 어제 해묵은 버그를 고쳐주는 PR이 들어와서 얼른 머지하고 버전 올림. (한윤석님 감사합니다)

2024-01-04 목

파스칼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니클라우스 비르트(Niklaus Wirth)의 부고를 들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의 유명한 책, 'Algorithms + Data Structures = Programs'을 떠올리곤 한다. Rest in peace.

2024-01-05 금

찰스 펫졸드의 CODE 2판 완독. 1판에 없었던 CPU 이야기가 왕창 들어가있어서 깜짝 놀랐고 그만큼 머리 적당히 굴리며 행복하게 읽었다. 1판은 컴퓨터 옆에 두고 심심할 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읽곤 했는데 2판도 그렇게 사용할듯. 올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 이 책이라 기쁘다.

2024-01-06 토

평화로운 토요일. 오늘은 팬 커버를 분리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분해해서 팬 커버를 분리할 수 있도록 개조하며 시간을 보냈다.

2024-01-07 일

예전에 중고책으로 구매해둔 '세상을 뒤흔든 프로그래머들의 비밀'을 거의 다 읽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인터뷰집을 참 좋아한다. 이 책에는 평소 존경해왔던 로드 존슨(Rod Johnson, Spring 프레임워크 창시자), [[/people/james-gosling]]{제임스 고슬링(James Gosling)}, 앤디 헌트(Andy Hunt,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저자), 데이브 토머스(Dave Thomas,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저자) 등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참 좋았다.

제임스 고슬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가 대학원생일 때 존 벤틀리(Jon Bentley)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시절에 저는 실수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 정말 뛰어난 알고리즘 분석 교수 두 분이 진행하는 아주 멋진 과정을 수강했었습니다. 그 두 분의 이름은 마이클 샤모스(Michael Shamos)와 존 루이스 벤틀리(Jon Louis Bentley)입니다. 저는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는 동안 그분들이 가르치는 과정은 무엇이든 수강했습니다. 그분들은 증명이라는 견지에서 모든 것을 매우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뛰어난 수학자였으며 저는 보잘것없는 실력을 가진 수학자였죠. 적어도 사고를 위한 정형 구조로서 [알고리즘 분석과 정형 정확성(Analysis of Algorithms and Formal Correctness)]은 꽤 유용했습니다.

– 세상을 뒤흔든 프로그래머들의 비밀. 인터뷰 7. 제임스 고슬링.

한편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인터뷰는 코스케 카와구치의 것이었다. 그는 Hudson을 만든 사람인데, 지금 내가 재직중인 회사에서도 Jenkins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어서 그의 인터뷰를 열심히 읽었다. 그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으로 배울만한 점이 많았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인터뷰 당시의) 젊은 나이에도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등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해서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갖게 되기도 했다.

2024-01-08 월

폴 앨런(Paul Allen)의 자서전 '아이디어맨'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내 어린시절의 영웅이었던 프로그래머라 할 수 있다. 1993년쯤 컴퓨터 학원에서 읽었던 어린이용 컴퓨터 잡지에 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멋있었다. 알테어 베이직(Altair BASIC)을 시연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는 도중 폴 앨런이 비행기 내에서 프로그래밍을 했던가 디버깅을 해서 간신히 시간을 맞췄다는 이야기였다.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 이야기 때문에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강한 호감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도 아마 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내 입장에선 무려 30년만에 읽게 되는 것.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2024-01-09 화

'아이디어맨'에서 어제 일기에 쓴 그 장면을 찾았다. 기쁘다. 어린시절에 읽었던 이야기보다 더 상세했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 읽었던 때만큼 떨리고 흥분되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잡지였을지도 모르겠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4-01-11 목

요즘은 시니컬해지지 말자고 매일 다짐한다.

2024-01-13 토

vim surround에 여러글자 서라운딩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이재구님이 아이디어를 내셔서 visual mode에서 S<Enter>로 입력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단 만들어보니 꽤 괜찮아서 깜짝 놀랐고, 좌우 대칭으로 씌우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왕 하는 김에 Si, Sa로 할당도 해 보았다.

[[/vim/surround]]


Paul Allen의 자서전 '아이디어맨'을 다 읽었다. 어린시절 존경했던 분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전후의 이야기들이 백미. 선견지명들이 꽤 인상적이고, 마소 퇴사 이후의 이야기들도 놀랍다. 이젠 고인이 되었지만 참 행복하고 의미있게 살다 가신 분 같다.

2024-01-17 수

어제부터 읽고 있는 길상문연화루 2권의 제목이 "덧없는 인생에도 기쁨은 있고" 인데, 오늘 그 제목을 여러 차례 떠올렸다.

2024-01-21 일

요즘 내가 유튜브 보는 방법. 유튜브에 들어가서 관심가는 영상이 보이면 나중에 볼 동영상에 저장, 또 관심가는 영상이 보이면 또 나중에 볼 동영상에 저장.

이렇게 해놓고 설거지할 때 본다. 하지만 이렇게 해두면 대부분은 나중에 볼 필요가 없는 영상이더라.

2024-01-25 목

2달 구독한 Medium 이메일 구독을 끊었다. 맨날 오는 Daily Digest - Today’s Highlights 에 전문가가 쓴 글 같은 건 없고 대부분이 초보자가 쓴 글들이라 도움될만한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훑어보는 시간도 아깝다.

2024-01-26 금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 하는 사람들 별로 안 좋아함. 자기 자신도 고쳐 쓰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말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함.

삶의 사건들은 수많은 이해관계를 아우른다. 나머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그중 하나만 논하는 사람은 세상사를 통제하는 데 부적합한 몽상가이다.

–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James Fenimore Cooper)

2024-01-27 토

어서 프로토스 파일런 같은걸 쓰는 문명이 되어 케이블 없는 생활을 누리고 싶다.

2024-01-29 월

2008년~2009년쯤 이글루스 블로그를 할 때 알고 지냈던 지인 Vran 님을 트위터에서 만났다. 서로 안부를 묻고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다.

세상이 참 좁다. 좋은 밤이다.

2024-02-04 일

오늘 알게 된 흥미로운 읽을거리. 백악관 공식 웹사이트의 first families.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의 공식적 열전이라 할 수 있다(미국 역사를 고려해보면 레이디보다 패밀리가 적합한 표현이 맞겠다). 그들의 삶과 업적, 사회에 대한 기여, 인품과 취미 등을 이야기한다.

2024-02-10 토

요즘은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오는 족족 Unsubscribe를 누른다. 그런 이메일들 대부분은 내 집중력과 소중한 시간만 빼앗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전자 쓰레기들이었다. 물론 구독을 했던 건 과거의 나. 구독을 누른 과거의 나보다 구독을 끊는 오늘의 내가 조금은 더 똑똑한 것 같아 다행이다.

뉴스레터, 타인의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타임라인 등을 가급적이면 안보려 애쓰는 중이다. 가능한 한 책을 더더 읽으려 한다. 책이 우월한 매체라던가 고상한 내용이 담겨서가 절대 아니다. 앞선 미디어들은 호흡이 너무 짧다. 대부분 5분 이내에 훑을 수 있고 다른 것으로 옮겨가게 되기 때문이다.

컨텍스트 변화가 많을수록 내 두뇌가 뭔가 능력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소요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보는 사고실험을 해보면 대충 알 수 있다. 만약 2초에 하나씩 유튜브를 보고, 2초마다 인터넷의 아무 글이나 읽는다면 두뇌는 정보를 흡수하고 이해하는 주체가 아니라 '스팸필터'가 될 것이다.

즉 많은 매체들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 통독하는 경험은 사라지고, 쓰레기인 글과 쓰레기 아닌 글을 골라내는 경험만 잔뜩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짧은 영상, 짧은 글을 계속 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트위터도 다른 사람의 글은 안 보고 가능한 한 'write only'로 쓰려 한다.

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몇 가지 뿐이다.

  • 물리적으로 페이지가 손에 잡힌다.
  • 한 권을 읽는데 평균 3일이 걸린다.
  • 그동안 다른 책으로 스위칭하는 일이 드물다.

전자책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읽지 않는다.

  • 종이책에 비해 더 빠른 시력저하가 느껴진다
  • 아이폰/패드로 읽을 때 계속해서 오는 다른 앱들의 푸시 알림
  • 두께가 손으로 안 잡힘
  • 구매가 사실은 영구대여인 경우가 많음
  • 3M인덱스를 못 붙임. 앱의 기능으로도 붙일 순 있지만.

2024-02-11 일

전자책은 pdf 보다 epub로 보고 싶고, 개인 공간에 저장해서 50년 이상 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국내 환경이 참. 그냥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영어책 읽는 비중을 대폭 늘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4-02-12 월

자기개발서 대부분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 유행에 따라 우후죽순 비슷한 책이 쏟아져나오곤 해서, 유행의 시작점이 된 한 권만 읽으면 나머지는 대체로 비슷하니 안 읽어도 됨. 가령 최근 몇년간 나온 힘들어도 노력해서 참고 부자돼라 같은 주제의 책들은 MJ 드마르코의 '부의 추월차선'과 비슷.

비슷할 뿐 아니라 노력이 부족하다고 가스라이팅하거나 이미 누구나 뻔하게 아는 이야기들을 반복하면서 읽는 이를 정신적으로 고문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가 아닌데 척하기도 하고, 시대 착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음. 심지어 한 책 내에서 모순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음.

고전으로 대우받는 자기개발서에서도 이런 경향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매우 주의해야 함. 예를 들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이 책에 대해서는 제랄드 와인버그의 비판이 꽤나 인상적이고 통쾌한데 와인버그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위선 스킬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1

데일 카네기는 물론 좋은 뜻으로 책을 썼겠지만 그의 책을 좀 꼬고 꼬아 보면 개만도 못한 것이 인간이라고 본다는 점이 아이러니.

물론 자기개(계)발서도 다 똑같지 않다. 그런 와중에서도 보물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누가 다이아를 찾자고 석탄더미로 뛰어든다고 하면 그러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말리는 글을 쓰는 게 인지상정일 것.

내 기준에서는 유명한 자기개발서보다 잡다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더 선호한다. 이래야 해 저래야 해 하는 자기개발서보다는, 자랑도 있고 후회도 있는 자서전이 여러모로 배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개발서를 읽는 경우가 있는데 읽기 싫어도 혹시 재밌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읽는 편이다.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 이렇게 넷이서 베트남 여행을 떠났다.

2024-02-16 금

여행 끝. 귀국했다.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밤마다 즐거웠던 것은 마차부자리 알파성 카펠라가 매우 잘 보였다는 것. 찬란하게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지난 며칠간 계속 감탄하며 밤하늘을 보았다.

2024-02-17 토

(이런건 늘 있었지만) 과하게 유행중인 MBTI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다. MBTI는 질문지의 특성상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타인을 판단하기에는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컨디션에 따라 성격을 바꾸며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024-02-20 화

트위터를 타임라인이 점점 광고와 불필요한 수많은 정보들로 어지러워지면서 타임라인을 적게 읽을수록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 같다. 가능한 한 더더욱 write only로 트위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올라오는 정보의 질이 문제가 아니다. 양이 문제. 원한다면 끝도없이 스크롤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 가장 이상적인 트위터 사용이 있다면 write only로 쓸 경우 0 팔로우, read only로 쓸 경우 1 팔로우일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소중한 인연들이 있고 용도가 뒤섞여 더이상의 정리는 매우 어렵다.

2024-02-22 목

가능한 한 노이즈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2024-02-24 토

여러모로 피곤해서 사람들을 점점 멀리하게 되어가고 있다. 좀 적적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한다.

2024-02-25 일

어서 이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

2024-02-29 목

요즘 약간 무기력한 상태였는데 오늘 회사 동료들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하면서 오래간만에 에너지가 솟는 것을 느꼈다.

2024-03-01 금

겨울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2024-03-08 금

컬리 시절 동료들(건구님, 철현님, 윤석님)과 당일치기 글램핑 다녀왔다. 오후 내내 계속 웃으며 이야기했다. 실내형 내향인간인 나에게 이런 이벤트는 인생에 몇 번 없는 일. 고기와 버섯을 구우며 일 이야기, 영화 이야기, 건강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우리 모두 친구가 되었다. 좋은 사람들. 모두 건강하길.

2024-03-09 토

트위터에서 '진짜 개발자'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열심히 노력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구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는 개발자로서의 나보다 회사원으로서의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지금도 변함 없음) 누가 진짜 개발자 가스라이팅을 해도 대충 넘겼던 거 같다. 월급 받으면 개발자 맞지 같은 생각을 했다. 뭘 알아야 한다 뭘 할줄 알아야 개발자다 이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조언이라 생각했음.

진짜 개발자가 있다면 가짜 개발자도 있겠지. 세상을 나쁘게 만드는 건 사기꾼들이지 가짜 개발자들이 아니다. 엉뚱한 데 휘둘리지 말고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오프라인에서, 인터넷에서 조언해주신 분들이 나에게 가장 좋은 영향을 주셨던 것 같다.

최고의 조언은 "자기 자신을 '일이 되게 하는 신'이라 생각해라" 였는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직업을 바꾼다 해도 자신감있게 멋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스타일이 됐다. 일이 안 돌아간다? 관련자 일일이 찾아가며 물어보고 사람이 없다고? 그럼 '내가 할테니 관련정보 다 주세요' 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곤 한다.

정신차리고 보니 만으로도 40대가 됐다. 나이를 먹어(?) 기운이 좀 약해지긴 했어도 각오나 의지는 더 강해지는 거 같다. 진짜 개발자? 그런건 안 중요하다. 나는 좀 허술한 면이 있고 실수도 연발하는 사람이지만 일이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나의 병법, 처세술이라 생각한다.

자신감있게 쓰고보니 좀 부끄러웠던 때도 생각난다. 이런 생각과 정반대로 행동하던 시절도 종종 있었음. 하지만 이러면 대체로 결과가 안 좋았고, 평가도 안 좋았으며, 장기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냥 나는 슈퍼 회사원이 될거야 이게 대체로 좋은 결과를 냈던 것 같다.


자신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쓰고 나면 내가 자신을 미화하는 것 같아 후회가 되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이야기, 잘해낸 이야기를 쓰고 나면 3분쯤 있다가 못했거나 실수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 막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생략한 것이 비양심적으로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별 수 있나. 계속 마음대로 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여기는 내 일기장이고 나도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쓰는 데 집중하고 싶다. 어쩌다보니 이 일기를 읽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사이드 이펙트이며 이곳은 여전히 내 일기장이다.

2024-03-14 목

요즘 지하철이나 건물 등에서 뒤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90년대에는 이런 사람들이 가뭄에 콩나듯 했다. 나도 꼬박꼬박 문을 잡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머리를 숙여 답례도 한다. 기분 좋다.

2024-03-16 토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다.

  • 피부과에 다녀왔다.
  • 항문외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 항문 상태가 매우 좋아졌으며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동안의 불안을 모두 풀어주는 소식이었다.
    • 지금까지는 10분씩 좌욕을 했는데 그렇게까지 오래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앞으로 3분씩 하기로 했다.
  • 미용실에 다녀왔다.
    • 3주 전에 갔던 미용실. 매우 정성들여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사님께 다시 감동했다. 계속 이곳으로 다니고 싶다.
  • 백화점에 가서 와이셔츠, 바지를 샀다.
    • 좀처럼 마음에 드는 바지를 찾지 못했는데 지오다노에서 파는 4만원짜리 바지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3개 샀다.

집중해야 한다. 오늘도 다짐한다. 수많은 링크를 애써 구경하며 내 뇌를 스팸필터로 만들지 말자.

2024-03-17 일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1,2권 모두 참 좋다. 내용도 좋지만 참고문헌 목록이 매우 만족스러움. 만약 사놓고도 정말정말 시간이 없어 못 읽고 있다면 빨리 후루룩 넘기면서 그림이라도 눈도장 찍어둘 것.

2권은 296쪽까지 읽었고, 그 이후를 눈도장 찍어둠.

2024-03-21 목

부모님 집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급히 전화가 걸려와서 한참 통화를 했다.

2024-03-23 토

부모님 밭에 좀 다녀왔다. 부모님이 노년을 좀 더 편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부모님이 고향으로 이사가실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3-27 수

회사 입사기념일.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진은 팀 동료인 catan이 찍어주셨다.

2024-03-28 목

예전 동료이자 친구인 최광훈님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함께 있으면 늘 좋은 분. 요즘은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오래오래 친구로 지내고 싶다.


YouTube premium을 중단했다. 어차피 요즘은 거의 안 보고 설거지할 때만 보고 있어서 딱히 프리미엄을 쓸 이유가 없다.

2024-03-29 금

요즘들어 자꾸 생각나는 은사님이 있다. 초등학교 때 컴퓨터 가르쳐주신 선생님. 김옥규 선생님.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2024-03-30 토

우리 부부의 친구인 취운/용근 부부와 함께 생선구이 집에서 식사하고 커피를 마신 즐거운 하루.

2024-04-01 월

오늘 하루종일 플라시보란 이런 것이구나! 를 느끼고 있다. 어제 누리끼리해진 투명 휴대폰 케이스를 깨끗한 투명 케이스로 바꿨는데, 케이스가 깨끗해지니 뭔가 휴대폰 터치도 더 빠르고 부드러운 것 같고, 인터넷도 더 빨라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2024-04-04 목

오늘 아침에 체중 57.5kg 나온 거 보고 더 빠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근육을 늘려야 한다.

2024-04-06 토

아내와 함께 투표하고 카페에 왔다.

2024-04-10 수

이 다이어리와 인연이 있는 모양. 두 번이나 내 앞에 나타나서 내 소유가 되다니… 그것도 두번이나 당첨의 형태로… 올해는 다이어리 안 쓰려고 했는데 써야겠다.

2024-04-12 금

나는 실버산업에 흥미가 좀 있고 그쪽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하는데 딱히 조사는 안 하고 있다. 어떤 스타트업들이 있는지 궁금하네. 은근히 있겠지?

2024-04-13 토

요즘 가족 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듯.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포가 있을 것. 내 경우엔 노년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다. 이십대 초반부터 노년에 돈이 없는 상황을 두려워했다(친구들은 어이없어했음). 자다가 깰 때도 있었음. 노년빈곤에 대한 기사 등을 읽을 때 약간 현기증이 느껴지기도 함. 그냥 직장생활로 과연 충분할까.. 늘 생각한다.

2024-04-14 일

난 개발자보다 프로그래머라는 말이 더 좋던데. 이렇게 불리고 싶다.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에 다녀왔다.

2024-04-18 목

회사 파티에 다녀왔다.

2024-04-19 금

도서정가제를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2024-04-26 금

아이폰으로 게임을 할 때 블루투스 게임 컨트롤러를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그래서 하나 사볼까 생각중. (넷플릭스에서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게임을 해보면 재밌을 거 같다.)

어떤 컨트롤러가 좋을까? xbox용 컨트롤러도 연결이 된다는 거 같던데 써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네.

닌텐도 스위치 컨트롤러처럼 두개로 따로 들고 플레이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그런건 없나보네.

화면 미러링으로 모니터로 화면을 보고, 컨트롤러로 게임하는 그림.

2024-04-27 토

Xbox 컨트롤러를 샀다.

xbox 컨트롤러 + 아이폰 + 애플TV 조합으로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해봤다. 플레이해본 게임은 하데스와 더스트&네온. 세 기기 사이에 케이블을 전혀 연결하지 않았는데도 게임은 쾌적했음. 둘 다 액션 게임이라 딜레이가 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데스와 더스트&네온은 둘 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한 것으로, 넷플릭스 구독자인 나에게는 가성비가 아주 좋은 게임이다. 때마침 하데스는 예전부터 좀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기도 해서 30분 정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엑박 패드 좋네… 하는 느낌.

더스트&네온은 별 생각 없었다가 소개 동영상이 매력적이어서 선택한 게임이었으나, 그냥 아이폰으로 플레이했을 땐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음. 하지만 게임패드로 플레이해보니 리볼버에 총알을 채워넣기만 해도 너무 재밌고 오른쪽 스틱으로 조준하며 한 발 한 발 쏘는 쾌감이 있었다.

컨트롤러만 달라졌을 뿐인데 무지 재밌는 게임이 되잖아… 아무튼 조작감 만족스럽고,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게임이라 구매비용도 안 들고, 광고도 없어서 좋고, 애플TV도 활용해서 더 좋고… 잘 됐다.

xbox 게임 컨트롤러 하나 샀을 뿐인데 게임기 들여놓은 느낌. 기분 좋군.

2024-04-28 일

요즘 궁리하고 실행해본 게임 환경에 대해 글을 썼다.

  • [[/article/iphone-game-with-no-cable]]

2024-04-30 화

한윤석님과 판교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다양한 일에 대해 논의했다.

2024-05-06 월

'표준적인 것처럼 보이는' 로드맵들이 커리어를 쌓는 사람들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다름. 자신의 길이 있을 뿐이다.

2024-05-09 목

반년간 잘 사용해온 탭볼이 끊어졌네.

2024-05-11 토

낡은 2017년형 맥북이 버리자니 아깝고 써먹자니 너무 느려서 계륵이 되었는데, 최근 몇년간의 안락한 생활 때문에(…) 점차 까먹어가고 있었던 ssh를 써서 낡은 맥북을 집의 메인 컴퓨터 단말기로 쓰기로 했다.

  • [[/article/ssh-macmini-macbook]]

2024-05-14 화

언제 날 잡고 소장하고 있는 도서 목록을 만들어야 할텐데… 언제 만들지…

2024-05-15 수

책꽂이 공간에 책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참 어려운 문제. 오늘 든 생각은 그냥 책꽂이별로 슌서를 정하고 ISBN 순으로 좍 꽂아볼까였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찾으려 할 때 이진탐색으로 찾을 수 있을 것…

2024-05-18 토

서재에 있는 책 바코드 다 찍었다… 1147권. 이제 거실에 있는 책 찍어야 한다…


다 찍었다. 1526권. ISBN 없는 도록이나 아주 오래된 책들 등은 제외됨. 천권쯤 있겠지 했는데 1.5배나 됐네.

역시 '컴퓨터/모바일'이 가장 많다. 의외로 2위는 만화책인데 원피스 1~40, 나루토 1~40 이렇게만 해도 80권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산술적으로 단순하게 따지면 읽은 책은 75% 쯤 되는듯. 안 읽은 책이 대충 400권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읽을 생각이 없는 책들도 있어서(아내의 전문분야/전공서적 등도 포함되어 있음) 이 중에서 읽을 책은 200권 정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도 배송중인 책이 또 있어서…

2024-05-22 수

경기패스 카드 만들려고 새 신용카드 만들고 있었는데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공인인증서를 요구함. 뭐야 이거 몇년이나 안 써서 이제 공인인증서 없이도 돌아가는 세상이 된 줄 알았잖아… 이젠 금융인증서나 간편인증서로도 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 공인인증서 때문에 50분을 날렸다…

2024-05-24 금

세븐 데이터베이스 어느새 절판됐고 중고책 가격이 6만원이 됐네. 절판 전에 사둬서 다행이다. 이것이 책테크구나.

2024-05-29 수

말이 많았던 날은 꼭 저녁에 후회한다.

2024-06-01 토

책등에 붙이는 스티커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포스트잇 정도의 재질이면 떼고 붙이는 것도 쉬울 거고, 햇빛에 바래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간단한 메모도 가능. 책 제목은 스티커에 인쇄하거나 아니면 직접 쓰거나. 예쁘진 않겠지만… 하기 나름이려나.

책 대부분을 꽂아두므로 책표지는 생각보다 잘 바래지 않음. 잘 바래는 것은 책등. 책등에 선크림을 바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농담).

생각해보니 평범하게 아스테이지로 포장해두는 것도 조금은 색바램을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하겠다. 빛을 약간은 반사할 테니까. 아스테이지로 포장하면서 책등쪽에 뭘 끼워넣으면 되겠군. 아스테이지는 집에 45장 정도 있으니 좀 바랜 책을 포장해볼까…

2024-06-02 일

6년간 논문을 하나도 발표하지 않았던 조교수…가 있어서 테뉴어 심사위원회가 압력을 가했고, 그래서 서랍에서 꺼내 정리한 원고로 노벨 물리학상 받음. 케네스 윌슨 이야기.

이 이야기가 너무 좋다.

2024-06-04 화

duckdb read_csv 엄청 편하네. 이 편한 걸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2024-06-08 토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아내와 맛있는 김밥 먹고 산책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2024-06-12 수

오늘 알게 된 사실: CodeWithMe 쓰는 동안에 IdeaVim 에서는 macro가 안 되더라…

2024-06-13 목

"모든 위대한 것들은 TTT라는 점을 절대로 잊지 말자.(TTT = Things Take Time)."

출처: 작은 시장, 작은 사람들, 큰 결과 (thestartupbible.com)

2024-06-16 일

건강검진 예약. 안이하게 생각하다 너무 늦게 예약했네. 이번달도, 다음달도, 그 다음달도 예약이 꽉 찬 달력을 보며 당황했다. 내가 신청한 날에 받을 수 있으려나.

2024-06-20 목

요즘 좀 들떠서 말이 많아진 것 같다. 침착해야지… 말을 줄여야 후회가 적더라.

2024-06-27 목

아 웃긴얘기 할 때 내가 웃으면 비효율적인데 자꾸 실패하네.

2024-06-29 토

던전밥 14권까지 완독. 아. 좋은 이야기였다.

2024-07-02 화

[[/people/james-gosling]]{제임스 고슬링 님}의 은퇴 이야기와 댓글들을 읽으며 감동을 받고 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공부하려 했던 것들 중 하나는 제임스 고슬링의 인생이었다. 나는 경력 내내 그를 부러워하고 존경했다.


125가지 문자열 알고리듬. 이 책 별 생각없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내용도 괜찮아보이네. 요즘 잘 팔리는 코딩테스트 연습서적이 아니라 대학교재 스타일. 챕터1 제목은 "문자열학의 기초". 각잡고 오래 읽어야겠다.

2024-07-04 목

요즘 회사 출근만 하면 살짝 조증이 오는 것 같다. 약간 들뜬 상태가 됨.

2024-07-10 수

alacritty에 만족하고 있지만 다른 터미널로 괜히 옮겨갈까 고민이 드는 오후 7시.

2024-07-14 일

슬픈 느낌이 이유없이 종종 솟구치는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2024-07-15 월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자.

2024-07-19 금

멋진 회문이다. 이렇게 긴데도 거꾸로 써도 똑같은 문장이다.

La ruta nos aportó otro paso natural

길은 자연스럽게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준다.

책 '오버스토리'에서 발견.

2024-07-20 토

재미있는 게임 없나 둘러보고 있는데 보는 것마다 다 너무 피곤해보인다. 전투에 생존에 기지/건물 건설에 전략에 자원관리에 상점 운영에 등장인물들 호감도 맞추고 시세 따라가고 아이템 파밍까지… 너무 투머치하다. 옛날 같으면 좋았을텐데 오늘은 좀 피곤하게 느껴지는군.

2024-07-21 일

Leslie Lamport 님의 Time, Clocks, and the Ordering of Events in a Distributed System 이번 주말에 읽으려다 못 읽었다. 다음 주말에는… 읽어야지.

2024-07-23 화

오늘의 골때리는 이야기. [[/jargon/copernican-principle#fnref:comment-2024]]{2018년 4월 15일 나는 당시 꼬깔콘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이며, 5년 후인 2023년까지는 꼬깔콘을 좋아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써놓고…}

5년동안 까먹고 있었는데 오늘 랜덤으로 문서 읽고 웃고 말았다. 재미있게도 2024년의 나는 이제 꼬깔콘을 먹지 않는다…

2024-07-25 목

안쓴지 꽤 됐다는 걸 깨닫고 chatGPT 구독 중단했다.

2024-07-26 금

오늘 하루종일 집에서 에어컨을 꺼놓고 있었는데, 확실히 알게 됐다. 최근 오후만 되면 목이 쉬는 문제는 에어컨 때문이었다… 에어컨을 쐬지 않아야 목 건강이 돌아오겠네. 그런데 회사에서는 에어컨이 게속 틀어져 있는데 어떡하지.

2024-07-31 수

나 이제 더이상 I 가 아닌듯. 팀원들이 E 라고 인정해줌.

내 성격이 지난 몇년간 조금씩 바뀌어 요즘 성격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음.

2024-08-02 금

시시각각 솟구치는 짜증과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걸 잘 참는 성격을 튼튼하게 잘 갖추고 성격을 유지보수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나날(평생). 애쓰지 않아도 너그럽고 관대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의로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2024-08-03 토

체력과 정신력이 너무 딸려서 컨퍼런스에 다닐 기운이 없음…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상상만 해도 피곤함. 큰일이다.

2024-08-04 일

어젯밤에 아내가 문득 옛날 영화 GATTACA를 보자고 해서 웨이브에서 대여해서 봤다. 요즘 마음이 좀 힘들었는데 큰 위로가 됐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그냥 몸인가? 유전자인가? 아니다. 그럼에도 저항하고 이겨내는 게 삶이다. 한결 나은 기분으로 잠들 수 있었다.

2024-08-05 월

월요일인 오늘 회사일 재밌었고, 내일도 재밌으면 좋겠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휴가.

2024-08-07 수

매우 편안하게 살고 싶다…

2024-08-09 금

남에게 인정받으려 애썼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덧없음을 느낀다. 대체로 나에게도 남들에게도 시간낭비였던 것 같다. 남들의 관심과 유행에 상관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고 파들어갔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는 취향 비슷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소중한지.

모든 것엔 수명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 안타깝게 사라진다. 혹은 싫증나버린다. 희망이 있다면 예전에 싫어했던 것이 좀 덜 싫어졌을 때. 좋아하는 것들이 그저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알고보니 인생을 통틀어 교대해가는 것이라면 얼마나 다행인 것일까.

공짜 내지 싼 가격으로 뭔가를 해결하는 작업들이 보람차고 행복하다. 해머스푼이나 셸 스크립트로 대충 뭐 만들어서 유료앱을 대체하거나 다이소 네트망(2000원)으로 케이블 정리하고 청테이프 같은 걸로 뭐 붙이고 연결하는 작업들.

2024-08-11 일

vim 처럼 플러그인 만들기 쉬운 에디터가 없다. Eclipse나 IntelliJ 는 한두줄짜리 코드가 핵심인 초 간단한 플러그인 하나 만들때도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너무 불편함. 파일 하나로 끝내고 싶다고.

요즘 세상에 GUI 없이는 말이 안 되지. 그러나 세상엔 GUI에 적합한 작업과 CLI에 적합한 작업이 따로 있다. GUI가 편한 작업에서 CLI를 쓰면 짜증이 나듯 CLI가 편한 작업에서도 GUI를 써야 한다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2024-08-12 월

오늘은 키보드 만지작 거리느라 퇴근 후를 즐겁게 보냈다. 잡다하게 작업했지만 결론은 한 줄 바꾸고 끝났군.

2024-08-14 수

짜증나는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했을 때의 기쁨을 오늘 느껴서 너무 좋다.

2024-08-16 금

집에서는 DBeaver 쓰고 회사에서는 DataGrip 쓰는데 쓰면 쓸수록 DBever(공짜)가 더 마음에 들고 흡족하다. 내가 공짜를 좋아해서 그런 거겠지.

계속 돈이 나가는 구독이 싫다… 한번 구매해서 아주 오래 사용하는 옛 스타일의 프라이싱 모델들이 더 좋다…


간단하게 로컬 컴퓨터에서 돈관리할 때 사용하고 있는 SQLite db 파일에서 뭔가 일일이 입력하던 게 있었는데, 오늘 문득 음 참 이게 있었지… 써볼까 하고 trigger 를 추가했다. 역시 개인용도로는 참 편하군.

2024-08-19 월

1992년 2월 11일, 소련의 원자력 잠수함 Kostroma 가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Baton Rouge를 박치기로 들이받아서 물리친(?) 사건을 책에서 읽고 기함을 했다.

아무리 타이타늄을 써서 내구에 자신이 있어도 그렇지 함장은 제정신인가? 무슨 열혈 잠수함 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2024-08-30 금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떠오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다 하더라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냥 나의 내적 불안감을 매번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고 나는 또 잠자리에 들어가고…

2024-08-31 토

그러고보니 그렇군. 생산성이라는 게 해낸일/일한시간 이라 생각한다면 일한시간을 줄이는 게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겠다. 즉 가능한 한 많이 놀아버리는 것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되는군.

2024-09-01 일

올해 최고 잘한 일: 유튜브 프리미엄 중단한 것.

광고 보기 싫어서 점점 유튜브를 안 보게 됨. 이제는 일주일에 한 20분 정도 보게 되었다.

주석

  1. [[/people/gerald-weinberg]]{제럴드 M. 와인버그}의 책 '테크니컬 리더', 1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