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1

2020년이 되었네. 지난 10년간 참 열심히, 그러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다행이다.

2020-01-07

올해도 vim.org 에 기부했다. 이번엔 100 유로.

2020-01-17

https://johngrib.github.io 어느새 2000 커밋 넘겼네. 오늘까지 2004 커밋. Initial commit이 2017년 11월 26일.

2020-01-22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루가 27시간 정도 되면 좋겠다. 3시간만 더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0-01-25

빨간머리 앤 마지막 시즌 너무 좋아서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행동하는 용감한 한 아이가 주위 사람들을 바꾸며 함께 성장한 사랑스러운 이야기. 시청하면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시절로 날아간 듯한 감상에 푹 빠졌다. 용기와 정직을 다시 배운 느낌이다.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한편 오늘은 구글 홈 미니 또한 감동적이었다. 며칠전에 로봇청소기 연동시켜놓고 오늘 외출하면서 "오케이 구글 바닥을 청소해 줘"라고 말하니 로봇청소기가 출동하는 모습. 기가지니는 불편해서 안 쓴지 너무 오래됐다. 구글 홈 활용방안을 더 찾아봐야겠다.

2020-01-26

기록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한다.

회사에 출근하면 먼저 컨플루언스에 그 날의 블로그 포스트를 만들어 둔다. 하루 종일 이런 저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짧게 기록한다. 퇴근할 무렵이 되면 필요 없는 내용은 삭제하고, 중요한 내용은 자세히 적고, 중요한 내용이 위로 가도록 정렬한다. 나의 하루를 취재한 기자가 된 것처럼.

경험상 참고할 문서가 부족해서 문제가 된 경우가, 문서가 많아서 문제였던 경우보다 더 많았다. 내가 경험한 스타트업들은 문서 부족에 허덕이는 인상이 있었다.

한편 개인 위키에 적는 것 이상으로 회사 위키에 적어내는 편이다. 한번은 언젠가 있을 퇴사를 생각하면 그동안 작성한 문서가 아깝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어차피 회사 위키에 작성한 문서는 외부로 반출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작성한 문서들의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이다. 따라서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웃긴 건 그 질문이 내가 평소에 고민하고 답을 내리지 못하던 문제였다는 것이다. 아, 문서 많이 쓰는데 퇴사하면 아까워서 어떡하지? 라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 스피드 퀴즈 대답하듯 별 생각없이 대답한 일에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었다.

즉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문서를 쌓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문서를 작성하며 내가 지금 똑똑하게 일하고 있는지, 이러면서 내가 더 유능해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더 유능한 내가 되면 앞으로 더 좋은 문서를 쓰게 된다.

문서 작성 능력은 그냥 제너럴한 능력이 아니라고 본다. 생각보다 훨씬훨씬 중요하다. 얼핏 관계 없다고 오해받곤 하는 프로그래밍도 문서 작성 능력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0-01-27

하이퍼텍스트 시대의 글쓰기에서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은 멧칼프의 법칙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문서를 쓰고 끝내는 게 아니라 관련 있는 중요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링크해야 한다. git 커밋 메시지를 예로 들자면 관계 있는 동료들의 @id 열심히 링크하고, 과거 커밋 해시값이나 이슈번호도 잘 찾아서 연결하는 것. PR도 마찬가지. 적절한 링크와 텍스트가 있는 PR의 가치는 프로젝트에 누적된다.

이건 꽤 피곤한 일이기도 해서 개인 프로젝트에서는 이렇게 안 한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한다. 커밋 메시지 형식 지키고, 본문 메시지에 중요한 링크 달고, 작업한 내용과 의사결정의 이유와 근거 꼭 작성한다. 처음엔 혼자 그랬지만 점차 동료들에게 계속 보여주니 동료들도 같이 하게 됐다. 우리 팀의 열린 마음에 몇 번이나 놀랐다. 현재 우리 팀은 내가 여태 회사를 다니며 만나본 중에서 가장 커밋 메시지를 잘 쓰는 팀이다.

회사에서 커밋 메시지를 대충 적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되고 싶은 개발자의 모습 중 하나가 바로 커밋 메시지를 대충 적지 않는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집이라면 몰라도 회사에서는 대충 하지 않는다. 커밋 메시지는 동료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다. 의사 결정의 근거와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2020-01-29

부끄럽지만 지앤선에서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셨다. 열심히 인터뷰해주시고 정성스럽게 편집해주신 편집장 아델라 님께 너무 감사하다.

한편 평소 동경하던 많은 분들이 이 인터뷰를 읽고 좋은 말씀을 전해주셔서 매우 기쁜 날이기도 하다. 더 잘 해내고 싶어졌다.

2020-01-30

리누스 토발즈의 show me the code 와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 11은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유물론의 세계에서는 실천이 가장 강력하다. 해석만으로는 움직이기 어렵다. 생각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내가 무신론자이면서 동시에 유물론자라는 것을 깨닫고 인정한 이후,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움직이는 것 뿐임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깜빡할 때 가장 일을 엉망으로 하고 가장 무능하고, 주위에 폐를 끼쳤던 것 같다.

“이거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같은 말이 스스로에게 가장 위험했던 것 같다. 관중석에서 불평한다고 경기장의 선수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나에게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면 유니폼을 입고 달려야 한다. 능력이 부족하다면 사람을 모으고 설득해야 한다.

2020-01-31

트위터는 github과 비슷한 면이 있다. 깃헙은 소스코드를 공개한다. 트위터는 트윗 작성자의 글을 공개한다. 생각을 공개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각 플랫폼은 공개 대상의 출처 특성에 따라 다른 공개 방식을 갖는다. 깃헙의 공개 방식은 파일 시스템과 관계 있는 트리 구조이며, 트위터의 공개 방식은 생각을 시간 역순으로 나열하는 것이다. 생각엔 시간을 토대로 한 인과가 있거나 순서가 있다.

2020-02-02

1년 단위로 일하는 스타일이 상당히 많이 바뀌고 있다. 내 결점을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는 감사한 분들 덕분에 용기를 내어 바꿔갈 수 있었다. 2년 전의 나를 아시는 분들은 지금 나랑 같이 일하시면 완전히 다른 사람과 일하는 것처럼 느끼시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게 꼭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건 변화를 일으키는 쪽이 내가 더 많이 무언가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초조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남들이 안 달리는 방향으로 달릴 수 있나 하는 생각도 한다.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기로 마음먹는다면 미친듯이 달려야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다. 나만의 장점을 찾아야 한다.

어떤 조언은 듣자마자 머리가 아찔하고 억울하고 슬프기도 하다. 나는 그런 조언을 2년 전에 김범준님께 한 번 들었고, 작년에 조강진님께 한 번 또 들을 수 있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멘붕하다 읽은 책에서 대략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자 일어날 수 있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또 세 번째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고 멘붕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또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 앞으로의 삶에 두려움과 기대를 함께 느낀다.

2020-02-08

올해의 목표.

  1. 다른 사람을 수동공격하지 말자.
  2. 말하기 전에 필요한 말인지 생각하자.
  3. 2를 잘하기 위해 천천히 말하자.
  4. 주위 사람에게 맨스플레인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설명은 나를 똑똑하게 보이게 하지 않는다. 냄새가 없는데도 주위에 악취를 풍기는 것과 비슷하다.

2020-02-10

넷플릭스에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 1,2 다 보았다. 너무너무 훌륭한 드라마였다. 어린 시절 이런 드라마를 봤다면 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드라마 보면서 나도 성장한 느낌이다. '빨간머리 앤'에 이어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두 드라마를 연달아 보다니 나는 운이 좋다. 앤에게 용기를 배우고, 오티스와 친구들에게 솔직함과 진실함을 배운다. TV를 끄고 생각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진실하게 대하고 싶다.

2020-02-15

어제 동료 기획자분께 감동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계속 생각난다. "종립님은 문제를 찾아내면 불평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꼭 대안을 같이 이야기하셔서 좋아요. 그리고 그 대안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적인 것들이라…" 이러한 내 자세가 일시적이지 않도록, 내 것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최근의 나는 대안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불만도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건 네거티브한 내 성격을 보다 바람직하게 개조해보려는 노력이며, 과거 존경하는 분께 지적받았던 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나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제품이나 시스템의 결함을 찾아내는 것도 좋아한다. 따라서 불평하고 지적하는 일을 참는 것은 두 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다면 나는 한 단 계 더 신뢰할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어제 받은 피드백은 최근 몇 달간의 의식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게 계속 생각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말을 하지 않는 선택이 대체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다음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1. 문제를 발견한다.
  2. 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책을 생각한다.
  3. 문제와 해결책을 말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인지 생각한다.
  4. 말하거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2020-02-16

이번 주말엔 체르노빌이 보고 싶어 왓챠에 가입했다. 상상 이상의 엄청난 이야기를 보았다.

"Every lie we tell incurs a debt to the truth. Sooner or later, the debt is paid."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진실하게 살아가고 싶다.

한편으로는 너무 엄청난 수의 생명이 죽어가는 이야기여서 마음이 몹시 아팠다. 가슴이 먹먹하고 사고의 규모에 우주적 공포를 느꼈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눈물이 났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의 대가는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