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모음

어떤 종합대학의 전산실과 자판기 이야기

  • 개인용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 이야기.
  • 어느 종합대학에서는 큰 공용실을 마련했다.
    •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공간.
    • 조교 두 명이 상주하며 어려운 문제에 대해 도움을 주는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
  • 공용실에는 커피, 콜라, 사탕 따위를 파는 자판기도 있었다.
    • 자연히 자판기 앞에 사람들이 모이게 됨.
    • 자판기에 모인 사람들 대화 소리가 시끄러워짐.
    • 자판기를 공용실과 떨어진 별도의 공간으로 이동.
    • 조용해짐.
  • 자판기를 이동시키고 일주일 후…
    • 컨설팅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들어옴.
    • 조교들에게 컨설팅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
    •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교들에게 컨설팅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한 것이 원인.
    • 학생들은 과제를 마치지 못하게 되어 불만이 컸음.
  • 마침내 알게 된 문제의 원인은 자판기.
    • 자판기 앞에서 사람들이 잡담을 나누면서 은근히 서로의 문제 해결을 돕고 있었던 것.

자판기가 공용실에 있을 당시 그 앞에 모여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내용은 관리자가 성급하게 판단했던 것처럼 단순히 잡담만은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며 자신들이 작성한 프로그램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전산실에 도착하면 자신의 결과물을 들고 자판기 앞으로 향하는 것이 일상적인 수순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자기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되고 그것을 주위 친구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과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판기 앞에서 자기 프로그램의 오류를 깨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비공식적인 조직 덕분에 공식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었고, 따라서 컨설팅 서비스의 수요가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판기가 없어지자 구심점이 사라진 이 비공식 조직의 부하가 고스란히 공식 컨설팅 서비스로 전가되었다. 불행하게도 관리자는 이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자판기를 원위치시키는 대신에 컨설팅을 담당할 조교를 늘리려 했다. 그러나 조교들은 학생들이 들고 오는 문제가 자신이 보기에는 너무나 사소해서 지겹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컨설팅을 담당를 꺼렸다. 결국 조교를 늘리기는커녕 컨설팅 서비스 자체가 중단됐다. 나중에 이 전산실을 다시 관찰했을 때 비공식 경로를 이용한 컨설팅만이 행해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여기저기로 허둥대며 자신의 사소한 질문에 답해 줄 전산실 직원 프로그래머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말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어떻게든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내겠지만 말이다.

이 일화의 요점은 비공식적인 조직은 항상 존재하며 그것을 깊이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꿔버리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원활하게 돌아가던 전체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깊이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그 비공식적인 조직을 비슷한 비용의 공식적인 조직으로 대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교란 가운데 많은 경우가 물리적인 배치를 변경하여 발생한다. 1

1960년대 HP에서의 커피 카트 이야기

1960년대 HP에서는 매일 아침 10시 15분에 커피 카트가 지나갔다. 모든 엔지니어는 커피를 마시며 최대 관심사를 편하게 논의했다. 이 시간은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좋은 조건이었다. 수많은 문제가 커피 카트 앞에서 해결됐다. 1970년대에 들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커피 카트를 없애는 대신, 작은 주방에 커피 머신을 비치해 각자 마실 수 있게 했다.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커피를 마시려고 휴식 시간을 갖지만 더이상 문제가 해결되는 시간은 아니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휴식 시간은 더 이상 없고, 자발적인 브레인스토밍도 일어나지 않는다. 계획에 없던 공동의 발전은 비용 절감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 사라졌다. 어떤 사람들은 HP의 연구와 개발의 위대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느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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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tter-work/random-lunch]]: 랜덤 런치는 공식적인 조직화에 가깝겠지만, 나는 비공식적인 조직화를 유도하는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 업무 시각화 / 도미니카 드그란디스 저/유지은, 김혜주 역/조승빈 감수 / 에이콘출판사 / 발행: 2020년 01월 31일 / 원제 : Making Work Visible
  • 프로그래밍 심리학 / 제럴드 M. 와인버그 저 / 인사이트(insight) / 신판 1쇄 발행 2014년 01월 02일 / 원제: The Psychology of Computer Programming

주석

  1. 프로그래밍 심리학. 4장. 113쪽. ↩

  2. 업무 시각화. 2.4장. 13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