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초난감 기업의 조건

4장 포지셔닝 난제 - 마이크로프로와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프로를 창립할 당시 루빈스타인은 애시톤테이트의 디베이스 같은 제품과 경쟁할 고성능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판매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IMSAI 사에서 잠시 일하는 동안 그는 CP/M 운영체제 시장에 괜찮은 프로그래머용 텍스트 편집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텍스트 편집기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보다 개발 기간이 적게 드는 데다가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을 완성할 때까지 꾸준한 매출도 안겨줄 터이므로, 루빈스타인은 일류 어셈블리 프로그래머인 랍 바나비를 고용해 텍스트 편집기 개발을 맡겼다. 바나비는 폭발적인 창의력으로 4개월 만에 137,000 행에 이르는 코드를 작성했으며, 편집기는 물론(앞으로 개발할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슈퍼소트에 들어갈 첫 번째 컴포넌트로) 고성능 정렬 프로그램까지 구현해냈다.

바나비가 제작한 텍스트 편집기 워드마스터는 1976년 출시 직후 굉장한 인기를 글었고, 이에 루빈스타인은 워드마스터에 강력한 기능을 추가하여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워드스타라 이름 붙인 신제품은 1978년 시장을 강타했고, 순식간에 CP/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워드스타는 명성이 자자해서 애플II 사용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는데, 많은 애플II 사용자들이 워드스타를 돌리려고 CP/M 확장 보드를 구매해서 애플에 장착할 정도였다.

워드스타가 초반에 성공을 거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성능이었다. 당시로는 온갖 기능을 다양하게 갖춘 제품이었다. 둘째 이유는 컨트롤 키 인터페이스였다. 루빈스타인은 키보드를 보지 않고 타이핑하는 사용자들을 염두에 두고 워드스타를 설계했다. 프로그램에 명령을 내리려면 컨트롤 키를 누른 채 다른 키를 누르면 되엇다. 워드스타 명령 키는 기억하기 쉬운 방식이 아니라 빨리 타이핑하기 좋은 방식으로 배열되었는데, 루빈스타인은 커서 이동키를 왼손 자판에, 자주 쓰지 않는 명령을 오른손 자판에 두는 식으로 인터페이스를 설계햇다. 워드스타 사용자들은 이러한 키 배열 체계에 흠뻑 빠졌으며, 오늘날까지도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등과 같은 편집기 제품에다 워드 스타 키보드 체계를 부활시켜주는 플러그인이나 유틸리티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골수분자들이 존재한다.

세째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워드스타가 사상 최초의 위지윅(WYSIWYG) 워드프로세서라는 점이었다. 워드스타가 나오기 전에는 편집기 소프트웨어에서 텍스트 형식을 지정하려면, 텍스트 곳곳에 형식 지정 명령을 내린 후 문서를 인쇄해서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형식 지정 명령을 내린 후 또다시 문서를 인쇄해서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해야만 했다(오늘날 일반 편집기로 HTML 코드를 편집하는 작업과 유사하다). 1978년 루빈스타인이 용어를 만들어낸 당시 위지윅이 뜻했던 바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와 크게 달랐다. 여느 초창기 CP/M 소프트웨어나 IBM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워드스타 역시 맥이나 윈도우 시스템처럼 폰트를 바꾸거나 그래픽과 텍스트를 조합하지 못하는 문자 기반 화면을 제공했다. 그렇지만 워드스타는 (모든 텍스트를 기꺼이 10피치 폰트로 인쇄하겠다고 가정하는 경우) 행 길이와 문단 분리를 화면에 정확히 표시했으며, 화면상에서 여백과 탭 멈춤을 설정할 수 있었다. 곧 대다수 워드프로세서가 이 새로운 편집 방식을 도입했다.

워드스타가 거둔 성공에 힘입어 1983년에 이르러 마이크로프로 인터내셔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으며, 1983년 한 해 매출액만도 7000만 불에 이르렀다.

참고문헌

  • 초난감 기업의 조건 / 릭 채프먼 지음 / 박재호 역 / 에이콘출판사 / 발행 2007년 11월 20일 / 원제: In Search of Stupid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