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학자의 공부
수학자 오카 기요시의 일본 교육 비판
개요 및 감상
- 원서는 1963년에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다.
- 원제는 "春宵十話". "봄밤의 열 가지 이야기" 정도인듯.
- 저자인 "오카 기요시(1901~1978)"는 일본에서 많은 존경을 받은 수학자로, 세계적인 난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의 모음집이다.
주로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이며 틈틈이 당시 일본의 초등학교 교육을 비판하고 있다. 2018년 최근의 관점에서는 보수적인 느낌이 들지만, 책이 나왔던 시점이 1960년대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꽤나 진보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근성론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가 인상적이었다.
인용
유학의 목적
46쪽. "소리굽쇠가 공명하듯 교감하다" 중에서.
어디로 유학을 갈까? 망설임 없이 프랑스를 떠올렸다. 소르본 대학의 가스통 쥘리아(Gaston Maurice Julia, 1893~1978. 프랑스 수학자) 교수의 강의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부성은 독일을 추천했다. 독일에는 스승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독일이 아닌 프랑스로 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유학의 목적은 특정 학자의 가르침을 받는 데 있다. 문부성 관계자들은 그 점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외국으로만 나가면 그것이 유학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수학 교육의 목적
77쪽.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학" 중에서.
수학교육의 목적은 계산이 아니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억지로라도 열어 신선한 바람을 쐬게 해주어야 한다. 수학교육은 대자연의 직관이 인간의 마음 중심에 닿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우리의 통념대로, 계산을 잘하게 해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한 인간을 계산기로 만드는 일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제대로 파악하고 주저 없이 행한 뒤 그 답이 옳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정해진 형식에 따라야만 답이 나오는 것은 수학이 아니다. 결과가 있다는 확신만 가지면 된다. 그 점을 믿고 답을 도출했다면 과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교사들은 공식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강요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해는 갈수록 심해진다. 수학의 본질은 '믿음'이다. 학자는 자기주장에 대한 확고부동한 믿음이 있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졌을 때 발전한다.
검은머리방울새의 행방
113쪽. "원형은 생명의 불꽃으로 이루어진다" 중에서
검은머리방울새 두 마리가 어느 집 정원의 구석에 있는 나무에 앉아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운 좋게도 공기총을 손에 넣게 된 이 집 소년은 조용히 그 새들을 조준했다. 검은머리방울새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탕! 소리가 나자 검은머리방울새는 퍼드덕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참 뒤, 새는 '이제 괜찮겠지' 생각하며 나무로 돌아와 앉았다. 한데, 조금 전까지 이야기 나누던 다른 새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 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무 아래에 붉은 핏자국이 점점이 새겨져 있었지만 새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남겨진 새를 불쌍히 여겼다. 무자비한 그 소년을 미워하기도 했다. 이웃에 살던 여자아이가 읽고 싶다고 해서 그 책을 빌려주었던 기억도 난다. 돌이켜보면, 그 무렵부터 무자비한 행위를 증오하는 정의감이 내 안에 싹텄던 게 아닌가 싶다. 남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도 사막의 식물처럼 천천히 자라났던 것 같다.